○ 제목: 경남 고문헌 관리 대책 특별 인터뷰
○ 프로그램명: KBS 진주방송국 시사매거진 진주투데이
○ 방송일시: 2003년 12월 22일(월) 오후 4시 23분∼35분(12분간)
○ 담당: KBS 진주방송국 김해천 PD
○ 진행: 김동훈 아나운서
○ 방송일시: 매주(월∼토) 오후 04:10∼04:58(48분)
○ 방송채널: 표준FM 90.3Mhz / AM 1098Khz
○ 인터뷰: 이정희(경상대학교 도서관 문천각 사서)
○ 김동훈 아나운서: 문화재청이 주관한 2003년도 문화재보존관리 실적평가에서 전국 16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중에서 경상남도가 우수기관으로 선정됐습니다. 평가 첫 해에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것은 기쁜 일임에 틀림없지만, 고문헌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일에는 얼마만큼의 성의를 기울였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경남 전역에 고문헌을 분실한 사례가 많아지면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자 무엇이 문제인지 한번 들여다보도록 하겠습니다.
경상대학교 도서관 한적자료실 문천각 이정희 사서와 지금 전화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이정희: 예, 반갑습니다.
○ 김동훈 아나운서: 예 예, 요즘에야 각종 정보를 저장하는 수단이 발달했지만 옛날에는 그의 기록에 의존하지 않았습니까?
○ 이정희: 예 그렇습니다.
○ 김동훈 아나운서: 예, 그렇기 때문에 고문헌의 관리는 과거역사의 보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요. 그렇다면 고문헌이란 것은 어떤 것을 말하는지 여기에 대한 설명을 듣겠습니다.
○ 이정희: 예, 고문헌이라고 하면 아마 일반인들이 아마 조금 생소하게 생각하시는 분이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고문헌은 옛 선현들이 남긴 문집이나, 고서적, (호적대장과 같은) 고문서, 그리고 오래된 그림이나 유명한 학자의 친필 글씨 이런 것을 모두 합쳐서 부르는 이름입니다. 이 고문헌은 시대가 오래되고 이 세상에 하나뿐인 唯一本 등이 많은 관계로, 한번 훼손되거나 분실되면 영원히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리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특별히 보존 관리해야 하는 것들입니다.
특히 경남지역 학자들이 남긴 기록은, 南冥學이나 경남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는 데 있어서 소중한 연구자료가 되고 있습니다.
○ 김동훈 아나운서: 경남서부지역에 고문헌이 많이 남아있는지요? 어떠셔요?
○ 이정희: 예 경남지역에는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휠씬 많은 고문헌이 남아 있습니다. 경북의 안동에는 退溪선생이 탄생하여 경상좌도 학문의 중심지가 되었듯이, 진주지역에는 南冥 曺植선생이 탄생하여 조선시대 경상우도 학문의 중심지가 된 곳입니다. 경남은 그 외 점필재 김종직 선생, 일두 정여창 선생, 면우 곽종석 선생 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학자가 탄생한 고장이기도 합니다. 그분들과 제자들이 남긴 고문헌이 경남 전역에 아직 많이 전해오고 있습니다. 현재 경상대학교 부설 경남문화연구소에서, 진주 인근의 고문헌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아직 경남 전역 전체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대략 30만점 정도의 고문헌이 남아 있을 것으로 추측이 됩니다.
○ 김동훈 아나운서: 아 예, 문화재의 분실은 역사의 분실 아니겠습니까?
○ 이정희: 예 그렇습니다.
○ 김동훈 아나운서: 따라서 이렇게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고문헌분실은 예삿일이 아닌데요. 이렇게 도난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이정희: 고문헌을 소장하고 있는 곳은 대체로 서부경남의 농촌지역입니다. 농촌에 계시는 분이 고령화되고, 농업에 종사하는 관계로 집을 비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고문헌이 소장된 집이 목재가옥인 관계로 보관시설이 아무래도 허술합니다.
그리고 근래 {진품명품} 같은 TV프로 때문에 고문헌이 곧 돈이라는 개념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이런 허술한 틈을 노리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김동훈 아나운서: 도난과 훼손 등 보관상의 문제점이 계속 나타나고 있는데요,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요?
○ 이정희: 고문헌을 소장하고 있는 곳을 조사차 방문해 보면,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고문헌을 우리가 예상할 수 없는 창고나 헛간 등지에 몰래 감추어 두고 있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이렇게 보관하다보니 고문헌이 각종 벌레나 쥐들이 갉아먹기도 하고, 비가 오면 濕害를 입어 썩기도 하고, 화재로 全燒돼 우리 지역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저희 대학에 기증된 고서들을 살펴보면, 비가 새어 책 한 가운데에 큰 구멍이 뚫려 있기도 하고, 책의 절반이 썩은 상태로 보관되어 더 이상 책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한 경우도 종종 보게 됩니다.
뿐만 아니고 도난 당한 고문헌은 골동품업자를 통해 외지로 팔려 나가거나, 더 값비싼 물품은 국외로 밀반출 돼 호사가의 장식품으로 전락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경남지역을 떠난 고문헌은 내용과 소재 파악이 전혀 안 돼, 경남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는데 큰 손실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김동훈 아나운서: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경남도에서 문화재로 지정된 고문헌은 어떻습니까?
○ 이정희: 문화재로 지정된 고문헌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道에서 지정만 해 줄 뿐 도에서 특별한 보관대책을 제시하는 경우가 없습니다. 그러니 소장자가 가정집 장롱 속에 몰래 숨겨두고,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분은 고문헌을 박물관에 기증하는 경우도 있는데, 기증된 고문헌이 박물관 설립의 목적이라든지 특징과 전시 성격이 맞지 않아 지하 수장고에서만 보관하고 있어서 그 소재도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 김동훈 아나운서: 그렇게 두어서는 안되겠습니다. 개선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이정희: 고문헌의 형태가 대부분 책 아니겠습니까? 따라서 고문헌을 대학 도서관에 기증하여, 체계적으로 정리·관리되고 연구에 활용되어져야 할 것으로 봅니다. 저희 대학에서는 기증된 고서를 상세히 감정하여, 목록을 만들어 두기도 하고, 목록을 컴퓨터에 입력하여, 원하는 고서 검색이 가능하도록 해 두었습니다. 연구자뿐만 아니라 기증하신 분도, 저희 대학을 방문하시면 본인뿐만 아니라 다른 분이 기증하신 고서도 열람하실 수 있도록 최대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 김동훈 아나운서: 현재 경상대학교 도서관에 고서를 많이 소장하고 있는데요, 고문헌은 얼마정도 됩니까?
○ 이정희: 저희 문천각이 경남에서 경남지역 고문헌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경남에서 유일한 기관이라고 생각됩니다. 저희 대학은 1986년도부터 고서를 소장하기 시작하였는데, 그동안 진주삼현여고 설립자이신 아천 최재호선생, 그 다음에 한말의 대유학자이신 면우 곽종석 선생 문중, 향토역사가이신 오림 김상조선생, 단성의 권영복선생, 전 진주고등학교 한주교장선생 등 많은 분이 대학의 학문연구를 위해 많은 고서를 기증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외에도 단성향교에 보관 중이던 단성현 호적대장도 위탁관리를 맡고 있습니다. 현재 저희대학에는 경남지역 각 문중에서 기증한 1만 5000여권의 고서가 소장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외 관련된 한문으로 기록된 관련 도서 등 총 3만 5천권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 김동훈 아나운서: 보관상의 애로점 같은 것은 없습니까?
○ 이정희: 문천각의 경우도 면적이 95평에 불과합니다. 근래 진주 인근에 사시는 분이 집안 대대로 소장 관리해 오던 고서 및 고문서 수 천점을 저희 대학에 기증하겠다고 의사를 타진해 왔는데, 저희 대학을 방문해서 둘러보시고 보관 공간과 보존시설의 미비로 기증을 보류한 적이 있습니다.
저희 대학 도서관에서는 이런 분들을 위해 경남지역 고서들을 종합적으로 전시하고 관리할 수 있는 <경남 고문헌 전문도서관> 건립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업은 특정 대학만의 임무가 아니지 않겠습니까?
○ 김동훈 아나운서: 예 그렇습니다.
○ 이정희: 우리 경남 도민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이라고 봅니다. 도서관 건립 비용을 한 대학에서 부담하기에는 너무 큰 금액이라 고민하고 있습니다. 향후 경남 전역의 고문헌을 관리할 수 있도록 경상남도에서 <경남 고문헌 전문 도서관> 건립과 고문헌의 수집·보존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어야 하겠습니다.
○ 김동훈 아나운서: 개선점은 무엇인지요?
○ 이정희: 매장문화재는 대학 박물관이나 김해 국립 박물관 등지에서 잘 보존하고 있고, 사찰 문화재도 성보박물관을 건립하여 보존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특히 김해의 경우 가야문화권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김해지역의 문화재 보존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경북지역의 경우 경상북도에서 안동에 한국국학진흥원을 설립하여 경북지역 고서, 고문서, 고서를 인쇄했던 책판 등을 기증 받아 체계적으로 전시·연구·관리하여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년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 외 국사편찬위원회나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등 경남 외지의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경남지역의 고문헌을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습니다. 일례로 국학진흥원은 경남지역 향교 담당자를 초청하여 기증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경남에는 고문헌을 전시하고, 보관·관리할 만한 곳이 전무한 실정입니다. 경남의 역사와 문화를 지속적으로 보존·연구·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경상남도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경남지역 고문헌 관리에 과감한 지원과 고문헌 문화재 관리정책을 시급히 수립하여 더 이상 경남지역 고문헌이 외지로 유출되거나 훼손되는 것을 막아야 할 것으로 봅니다.
○ 김동훈 아나운서: 예.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정희: 예. 감사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