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을 읽든, 한자를 읽든, 그리고 국한문체의 어떤 글을 읽든, 한자가 들어간 글을 쓰거나 읽으면서 "波斯"라고 적힌 것을 자주 만나게 된다. 그럴 때에 우리는 생각도 없이 쉽게 [파사]라고 말한다. 아니 소리낸다.
이 소리가 맞는가?
현재 중국어로는 [bosi]라고 한다.
그래서 "波斯敎"하면 우리는 틀림없이 [파사교]라고 소리내면서 그 의미를 "조로아스터(Zoroaster)敎/배화교(拜火敎)"라고 한다. 이 "波斯"는 곧 "Persia"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지없이 [페르시아]라고 소리내야 옳다. 한때 한글이 만들어지지 않았을 적에 한자로 표기할 수밖에 없었을 적에, 어쩔 수 없이 "페르시아"를 "波斯"라고 음차했을망정,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만들어 과학적인 문자를 널리 쓰게 했으니, 더더욱 발전시켜 한글을 써야 마땅할 것이다.
설사 관습대로 한자를 빌려 "波斯"라고 적었을망정 읽을 때에는 [페르시아]라고 해야 옳고, 한글로 적을 때는 반드시 "페르시아"라고 해야 옳다. "파사"라고 적으면 틀린다는 말이다. 우리가 "Persia"를 [파사]라고 읽거나, 소리낼 아무런 리유가 없다.
한글을 세계에 널리 자랑할만함에도 한글로 쓰지 않는 것이야 말로 부끄럽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또 한글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도록 제약함으로써 소리대로 표기하지 못하는 맞춤법도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두음법칙, 구개음화를 맞춤법에서 해방시켜야할 것이다. 어느 나라 말이든 구개음화 현상이 없는 말이 어디에 있을까?
요즘은 영어 세상인 것 같다. 영어에는 구개음화 현상이 없는가?
Would you ...? [우드유]라고요? 천만에 천만에요. [우쥬]라 하지 않던가요?
우리 말에 "굳이"를 [구디]라고 하는가요? 천만에 천만에요. [구지]라고 하지 않나요?
leadership은 [리더쉽][리더십]이라고 하니, 龍頭山을 [룡두산]이라고 못할 리유가 무언가요?
이것을 두음법칙에 가둔다면 형평성을 잃지 않는다면,
leadership는 [이더십]이라고, 龍頭山은 [용두산]이라고 해야 하겠지요.
그런데 우리는 [리더십][용두산]이란답니다. 둘다 [리더십][룡두산]으로 첫소리가 본디 소리대로 낼 수 있게 하면 안 될 무슨 특별한 리유가 있을까요?
두음법칙 때문에 "登龍門"[등룡문]이 [등용문]이 되어버리고, "九龍""亢龍"은 [구룡][항룡]이되, "雙龍"[상룡]은 현재 [상용]으로 쓴답니다. 이러다 보니 "龍女"[룡녀]는 아예 [용여]로 되어 이 소리대로 들으면 이제는 "用餘"[쓰고 남은 것]이나, "容與"[태도나 마음이 태연함]을 뜻하는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게 되어버린다.
언어는 구분할 수 있는 말이 잘 발달될수록 서로에게 오해가 없게 되고, 뜻이 잘 통하게 된다.
우리 그렇게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