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준 그래도 만나다보면 틀리잖어.
재인 하나도 안틀려. 그냥 평범해.
형준 그 정도면 그전보다 훨씬 평이 후하네. 이제 사랑이 팍하고
오는 거니 ?
재인 미쳤냐. 내 염장 지르는거 그 여자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형준 그렇게 만났는데 아무 감정 없는거야 ?
재인 무슨 감정이 생겨? 그런 촌스런 여선생을 상대로.
하긴... 꽉 막혀서 고리타분한 주제에 남자는 엄청 많더라...
그쪽 방면에만 여우 같아.
(엘리베이터 열리고 재인과 형준 내리면, 그 안에 남아있는 다현
얼굴 시뻘겋게 질려서)
# 2 빌딩 로비 걸어내려가며
다현 (부들부들 떨면서 혼잣말) 뭐, 평범해 ? 촌스러 ?고리타분
해 ?
흥 그래? (두고보자.) 진짜 여우의 본색을 보여주지.
(걸음 탁 멈춰서서 손주먹 들고 하는) 죽었어!
# 3 길가
(다현 길가 요란한 옷차림으로 코디해놓은 쇼윈도 바라보며.)
재인 목소리 상기하고. 흥. 결심한 듯 문열고 들어가는
# 4 라운지.
(아까보다 시간 한참 지나있는, 재인 시계 흘끔거리고, 물 마시는.
창 밖너머 바라보고)
형준 바람 맞는 거 아니야? 핸드폰 해봐.
재인 없어, (그러면서도 걱정되고 시계 다시 바라보는)
올거야. 또 어디서 헤메고 있겠지.
형준 여태 핸드폰 없는 여자도 있니 ? 있으면서 번호 안가르쳐
주는 건 아니구 ?
재인 아까 얘기했잖아. 촌스럽다고.
형준 아무래도 오늘 못보겠다. 너무 늦었어. (말하다 말고 형준
눈돌아가며 낮은 휘파람)
우와, 죽이는데.
(재인 형준따라 시선돌리고 다시 시계향하다 형준 얼굴바라보고
다시 기겁해서)
다현 오래 기다렸지요. (두사람 반응보고 기분 좋은)
재인 이게 무슨 짓이야 ? (재인이 의자 넘어질 정도로 벌떡 일어
나고)
다현 뭐가요 ? (환하게 웃으면 형준 얼른 일어나 의자 빼주는 그
런 형준에게) 고마워요.
재인 옷차림이 그게 뭐야 ? (주위 둘러보며 소리 죽여 말하지
만 화 나있는)
다현 (자신의 모습 바라보며, 아까 재인이 억양 생각해내고) 이
게 어때서요 ? 어디 이상해요 ?
재인 전부 다 이상해! (다현 말 떨어지기도 전에),
형준 (재인과 거의 동시에) 이상하긴요. 딱 좋으신데요.
재인 쫙하고 형준 노려보면 움찔하고.
재인 아예 다 벗고 나오지 그랬어 ?
다현 이만하면 평범한 건데,... 사실 그 동안 좀 고리타분했잖아
요.
(남자 종업원 나타나 다현 바라보고 있으면)
오렌지 쥬스요.
(여전히 미소지으면 종업원 따라 미소짓고 재인 인상긋는,
종업원 찔금하고 형준 웃음참고)
재인 그게 훨씬 나았어. (아래위로 다현 입은 옷 훑어보며 인상
쓰고)
이게 학교선생님이 입고 다닐 옷이야 ? (아무래도 기분나쁘
고)
다현 학교선생님은 입고 다닐 옷이 따로 정해져 있어요 ? 교복
도 아닌데.
재인 그래도 이렇게 외설스럽게 입으면 안되는 거 잖아 ?
형준 (형준 끼어들고) 그만해... 외설은 무슨... 보기만 좋은
데...
(재인 형준 째려보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다현향해 싱글거리
고)
형준 저희 구면이지요 ? 처음 만났을 때보다 훨씬 이뻐지셨네
요.
다현 고마워요. 변호사님도 여전히 근사하네요.
(형준 환히 미소지으면 재인 마음에 안들어 인상 긋고있는, 다현
그런 재인 무시하고)
재인 아주 둘이 살판 났구만... (옆으로 몸돌려서 물 들이키며 째
려보는)
(두사람 아는 척 안하고...)
# 5 재인네 식당
선희 식당에서 차따르고 있는데 재영 들어오는
재영 할아버지 ?
선희 그래. 니가 좀 갖다 드려.
재영 응. 알았어. (쟁반 받으며)
재영 서재 들어갔다 나오면 쟁반 내려놓으며 재영은 자리에 앉아
있고. 선희는 사골국물 골라내는
재영 할아버지 하루종일 꼼짝않고 서재에 계시네.
선희 아마 자서전 쓰시는 게 잘 안되시는 모양이야.
재영 대필하시지, 그걸 왜 직접 쓰셔. 불러주면 써주는 사람들
많은데.
선희 할아버지 성격에 그걸 하시겠니 ?
재영 (귀엽게 웃으면서) 아마 돈 들어서 안하실 거야.
선희 말버릇하고는. (냄비한번 바라보고) 아직도 한참 끓여야
겠네.
재영 왠 사골이야 ?
선희 ... (재영은 아직 무슨 날인지 모르고 있고...)
복날도 아무 것도 않하고 그냥 넘어갔잖아.
재영 그럼 오빠도 오라고 그럴까 ?
선희 형준이꺼 따로 해놨어.(철없고)
재영 아니, 재인이 오빠. 요즘 할아버지 하고도 사이 좋잖아.
선희 그럴래 ? 그럼 니가 전화해볼래. (재영 그러마 하고 나가
면, 선희 혼잣말)
... 내일 아침에 올래나.
# 6 라운지
(재인 뚱해 있고 다현 새침한 표정이고. 그런 두사람 바라보며 ..
형준 재미있고.)
재인 너 안가? 바쁘다며.
(빨리 가보라고 눈치주지만 형준 그런 재인 안중에 없고)
형준 천천히 가도 돼. 어차피 늦었는데 뭘. (하는데 핸드폰 벨 소
리 들리고) 잠시만요.
핸드폰 들고. 잠깐 실례하는 얼굴로 나오는.
재인 얼른 웃옷 벗어 다현에게 건네주는.
재인 이거 입고 있어.
다현 왜요 ?
재인 다른 녀석들이 자꾸 흘끔거리잖아. 형준이도 그렇고.
다현 뭘 흘끔 거려요? 그냥 보는 거지.
재인 아무튼. 입어. 걸치고 있어.
다현 싫어요. 이옷이랑 그거랑 어울려요 ?
재인 안 어울려도 괜찮으니까 입고 있으라고.
다현 싫다니까요.
재인 입어, 안입으면, 나도 가만 안있어. 여기서 또 한판 할까 ?
다현 재인 노려보고, 할 수 없이 웃옷 걸치고 있는.
재인 겨우 안도의 한숨 쉬면, 형준 자리에 앉고, 다현 웃옷 걸치고
있는 거 바라보며 웃음 삼키는.
다현 재인 노려보고, 재인 괜히 딴청 피는.
# 7 다현네 집
미정 전화들고 있는.
미정 (좀 시큰둥한 목소리로) 의사 ? 인턴이면 아직도 한참 멀었
잖니 ?
우리집에도 의사 많아... 응. 그래. 신경써 줘서 고맙긴 한
데...
우리 애 아직 나이도 그렇고. 좀 두고 보려구. 그래, 다음에
보자.
준현 엄마, 의사 좋아하잖아요 ?
미정 그야... 음... 니 누나가 싫다잖아.
진수 그전에는 다다가 좋다구 했구 ? 이미정 여사. 속보여요. 속.
미정 상황이 바뀌었잖아요. 남자가 하나도 아니고 둘씩이나 생겼
는데...
얘는 왠 안온데요... 연락도 안되고.
진수 오겠지. 괜히 바쁜 애 기다리지 말고 밥이나 먹읍시다.
미정 알았어요. 밥 타령 좀 그만해요. 맨날 먹는 밥, 한끼 안 먹
고 살면 안되나....
(궁시렁 대며, 주방 향하는)
#8 라운지.
(다현 일어서면 재인도 따라 일어서고)
다현 저 약속 있어서 먼저 일어날게요.
재인 그러고 또 무슨 약속이야? 한눈 팔지 말고 곧장 집에 가. 데
려다 줄까 ?
다현 ?어요. (재인 옷 벗어 주는)
재인 괜찮으니까 이거 입고 가.
다현 재인 노려보고, 옷 던져두고... 재인 다시 입히고 싶지만 형
준 눈치 보이고.
형준 두 사람 바라보며 재미있는.
다현 일어나서 나가고 턱하고 다시 앉은 열받은 재인 앞에 있는 냉
수잔 손에 들고
재인 저 여자 미쳤어.
형준 멀쩡해 보이던데. 눈 튀어나올 만큼 섹시하더라.
재인 섹시한 여자가 아니라니까. 아까 그랬잖아. 평범하고 고리
타분한....
(무언가 생각나서 냉수 마시다 말고 탁하고 테이블 치며 욕
하는)이런... 젠장할.
형준 야, 어디가 ?
# 9 지하철 입구
재인 얼른 고개 돌려 다현 찾으면, 저쪽에 다현 걸어가고.
얼른 뛰어서, 다현 붙잡는. 숨에 턱에 차서. 잠깐.
재인 무슨 걸음이 이렇게 빠른 거야 ?
다현 또 그 옷 입으라구요 ? 싫어요. (재인 손에 든 옷 바라보고
인상쓰는)
재인 옷도 옷이지만... 나한테 할 말 있잖아.
다현, 재인이 깨달은 거 알고.
다현 내가 아니라 재인씨가 나한테 할 말 있는 거 아니에요 ?
# 10 공원. 의자.
(한가하고 조용한, 사람들 몇 명 자전거 타고 다니고.)
(다현 재인 웃옷 입은 상태이고)
재인 몰래 엿듣는 건 예의바른 행동이 아니잖아. 입만 열면 예
의 찾으면서.
다현 몰래 욕 하는 건 예의가 넘치는 행동이구요.
재인 (할 말 없고, 얼른 다현 바라보며) 아무튼 다시는 이렇게
입지마. 이게 뭐야 ?
(딱 잘라서 말하는데 다다는 별 감응 없고)
다현 그럼 다시는 뒤에서 욕하지마요.
재인 누가 뒤에서 욕을 했다고 그래 ? 내 뒷통수는 당신이 봤잖
아. 어쩐지 머리가 뜨겁더라.
있으면 있다고 말을 해야지. 이렇게 심술부릴게 아니라...
다현 심술이요 ? 누가 누구한테 큰소리에요 ? 앞에 있든 뒤에 있
든 없을수록 좋은 말만 해야지요.
눈에 안보인다고 욕할게 아니라.
재인 욕한거 아니야.
다현 그럼 그게 칭찬한 거에요 ?
남자들은 칭찬을 그런 방법으로 하나보지요.
재인씨도 고리타분해요. 평범하고.. 또 뭐 있더라.
(다현 방글거리고 웃고 그런 다현 재인 노려보면서... 미치겠다라
는 표정. 특별히 할말없고)
재인 당신 여우야. 그거 알아 ? 아주 약았어.
다현 고마워요. 그것도 칭찬이지요 ?
(재인도 할수 없이 웃음 터뜨리고)
재인 맞아. 칭찬이야. 그래도 벗고 다니지는 마.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으니까.
다현 (재인 빤히 바라보다 느릿하게) 하는 거 봐서요.
재인 하는 거 봐서라니... 무슨 대답이 그렇게 삐딱해 ? 잘못을 알
았으면 고쳐야지.
다현 내 말이 그말이에요. 잘못을 했으면 사과를 해야지요. 정중
하게.
(재인 가만 있으면 다현 재인 겉옷 벗고, 그럼 사람들 바라보고...
재인 얼른 기겁해서 다시 옷 덮어주며)
재인 알았어. (한참 바라보고 있다가)... 잘못했어.
다현 진짜 ?
재인 진짜! 진짜로 잘못했어. 다시는 흉 안봐. 앞에서든, 뒤에서
든. 됐지 ?
(다현 새침하게 고개끄덕이는, 재인 그런 다현 바라보며 한숨 비슷
하게 그렇지만 얼굴 웃고있고)
# 11 의상실 앞 거리.
재인 차 서있고. 재인 차 밖에 나와서 다현 기다리는.
옷갈아 입은 다현 한손에 재인 웃옷 들고 의상실에서 나오면, 얼
른 훑어보는.
다현 자요. (재인 양복 돌려주면, 다시 다현 차림 바라보고, 다현
도 따라서 자기 모습 보고)
재인 당신이 봐도 그게 낫지. (차문 열어주며) 훨씬 예쁘잖아.
다현 아까 것도 괜찮았는데.
(차에 올라서)
재인 괜찮긴, 뭐가 괜찮아. 그거 진짜 끔찍했어. 가자.
다현 어딜요 ?
재인 밥 먹자. 사과하는 의미로 비싼 걸로 살게.
차 출발하고.
# 11-1 고급 레스토랑.
어쩐지 어색하고, 조용한. 달그락 거리고 포크 소리만 나는.
다현 재인씨 이상해요.
재인 내가 왜 이상해? 오늘은 당신이 훨씬 이상했어.
다현 남들은 남들은 다 좋다는데... 왜 재인씨만 잔소리에요 ?
재인 말 막히고. 다현은 아무래도 이상하고.
다현 촌스러운 거 별로라면서요 ?
재인 내가 언제 별루라고 그랬어 ? 그렇다는 거지.
다현 그럼 평범하고 고리타분한게 마음에 들어요 ?
재인 어! 당신한테는 그쪽이 훨씬 더 어울리니까 그냥 촌스럽고
고리타분하게 입어.
그게 몇배는 더 이쁘니까.
다현 이뻐요 ?
재인 (어 하려다, 아무래도 그렇고, 얼른 음식 먹으며)
뭘 그렇게 자꾸 물어, 그만 물어보고 밥이나 먹어.
다현 어쩐지 어색하고, 재인 역시 어색한.
# 12 다현네 거실
과일 같은 거 먹으면서 진만 저도 모르게 푹하고 한숨 쉬면.
준현 무슨 걱정있으세요 ?
진만 니 누나 때문에... 큰일이야.
준현 누나가 왜요 ? 누나 사고쳤어요 ?
미정 얜, 니 누나가 어디 사고치는 애야. 왜요 ? 다다한테 무슨
일 있어요 ?
진만 엄마라는 사람이...
딸내미가 어디 이상한 집 아들하고 만나고 다닌다는데 이거
보다 큰일이 어딨어 ?
미정 성현그룹이 왜 이상한 집이에요 ? 그리고 뭐, 난 생각이 없
는 줄 알아요.
나도 그거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요. 잘?다 싶다가도,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진만 잘되긴... 저러다 신문에라도 나면 완전히 제 인생 끝나는
건데.
결혼이라도 하면 다행이지만 결혼이 어디 쉽겠어.
미정 가만... 그럼 그때, 그 재벌이 데리고 간 여자가 우리 다다에
요 ?
진만 누구 ? 뭐 ?
미정 왜요? 저번에 신문에 났잖아요. 성현그룹 손잔가 하는 사람
이 여자 만난다고.
준현 그럼 그게 누나 얘기였어요 ? 와아!
미정 세상에... 큰일날 뻔 했네. 사진이라도 나면 그걸 어쩔 뻔 했
어요.
아직 확실히 사귀는 것도 아닌데 이상한 소문이나 나고 그러
면 어떡해요 ?
진만 당신이 애한테 단단하게 일러둬. 어디, 요란한데 다니지 말
라고. 괜히 이름 오르내리면
다다만 고생이야, 소문나기 시작하면, 어디 다른데 시집이나
갈 수 있을 거 같아 ?
준현 그래도 누나 글루 시집가면, 진짜 손하나 까딱안하고 폼나
게 살수 있어요.
우리도 어깨에 힘 팍주고.
진만 어디 가면 요새 고생하고 살아 ? 다 저하기 나름이지. 기우
는 혼사 해봤자 무시나 당해.
미정 그건 그래요. 여자는 친정이 없으면 괜히 주눅들고 눈치보
이거든요.
뭐하러 그런 집에 가서 눈치보며 무시당하고 살아요.
진만 후... 일이 어렵게 꼬였네. 당신, 다다한테 얘기 확실하게 하
고, 당신도 입조심하고 다녀.
혹시라도 어디 소문나고 그러면 그때는 우리 딸 정말 큰일 나
는 거야.
미정 당연하지요. 아무리 세상이 좋아졌어도 그게 그런거 아니잖
아요.
남자한테는 아무렇지도 않아도, 여자는 고스란히 흠으로 남
는 세상이니. 주니, 너도 입조심해!
준현 알았어요. 저보다 문제는 누나에요.
워낙 순진해서 자꾸 만나다 보면 또 홀깃 할텐데. 그런 남자
들 머리 좋잖아요.
누나 살살 꼬셔서 이용하고... 그럼 어떡해요 ?
진만, 미정 바라보면 정말 걱정스럽고.
미정 지가 좋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결혼한다고 날자 잡기 전까지는 조심해서 만나라고
해야겠지요 ?
진만 몇번이나 만났다고 벌써 좋겠어? 주니 말대로 혹할까봐 문
제지.
미정 (푹하고 한숨쉬며) 재벌이라... 놓치기 아깝다 했더니 아까
운게 아니네요. 골치만 아프고.
진만 내 딸보다 아까운게 어딨어 ?
재벌타령 그만하고 다들 생각을 해봐. 뭐가 다다한테 제일
좋은지...
생각 같아서는 시집이고 뭐고 다 그만두고 딱 옆에 붙여두
고 싶구만.
(준현과 미정 얼핏 웃는데, 다현 들어오는)
다현 다녀왔습니다. (가족들 다현 얼굴 바라보고) 왜요 ? 무슨
일 있어요 ?
준현 누나, 진지하게 생각해. 알았지.
(준현 아주 진지한 얼굴로, 다현 아무래도 이상하고)
# 13호텔 정경 보이고.
# 14 기획조정실
이부장 하여튼 한번 앉으면 일어나질 않아요. 낮에 나갔다 왔으
면, 저녁때도 들어가야지.
왜 안들어가는 거야?
인규 부장님, 너무 심하신 거 아니에요. 이제 겨우 여섯시에요.
부장 지금이 왜 6시야. 6시 5분이지. 벌써 5분 지났잖아.
밥먹을때랑 퇴근할 때 시간 안지키는 사람이 제일 예의 없
는 사람이야
인규 그럼 눈치보지 말고 들어가세요. 있으나 없으나 별로 티
도 안나니까.
이부장 이 사람이... 내가 어떻게 그러나. 저기 젊은 실장이 떡 자
리잡고 앉아서 눈치를 주는데.
창수 그럼 열심히 일을 하시던지요.
이부장 자네랑 우리 실장은 홀몸이니까 집에 안들어가도 상관없
지만 난 말야.
(일어나서 여기저기 일하는 직원들 사이를 우왕좌왕)
가장으로서의 의무가 있단 말이야. 애들하고 놀아도 좀 주
고 마누라 비위도 좀 맞춰주고.
수신제가, 그래야 치국을 평정하지.
유경 (창수에게 소근대는 목소리로) 수신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
시나 봐. 우리 부장님.
인규 그만 궁시렁대고 들어가세요. 수신을 하던, 치국을 하던,
시끄러워서 일을 못하겠어요,
이부장 왜 안들어가는 거야, 눈치없이.
(쫙 째려보는데 문소리. 얼른 자기 자리잡아 열심히 일하는
척.)
재인 핸드폰 들고 사무실 나오면서
재인 응. 그래, 나가는 길이야. 집에서 보자.
(재인 고개 살짝 끄덕여 나간다는 시늉하면 이부장 얼른 고개 숙이
고)
재인 나가자. 이부장 화색돌며.
이부장 어때 한잔. 응. 최과장.
창수 가장으로서 막중한 의무가 있으시다면서요.
유경 (얼른 말 받아)수신하고 치국하셔야지요.
인규 오늘은 우리끼리 갈테니까 중요한 의무를 수행하세요.
수신제가 치국평천하, 그거 아주 중요한 거에요.
창수 기본부터 잘해야 나라가 서지요.
직원들 부장 빼놓고 나가는. 부장 혼자 남아 궁시렁대는데 집에서
전화오는.
이부장 알았어요. 알았어. 지금 들어가요. (전화끊고)
이러니 내가 맨날 수신제가만 하고 있지. 치국을 못해요. 치
국을.
# 15 재인네 집
형준 어, 왔니 ? 잘 끝났어 ?
재인 너 일 안해 ? 아주 오나가나 ?아 다니면서 진치고 있어.
형준 왠 심술이야 ? 나도 너처럼 전화받고 오는 길이야. 밥 먹으
러.
(재영과 선희 주방에서 나오는)
재영 오빠! 딱 맞춰왔네. 엄마가 오늘 하루종일 사골 궜는데.
사골이라는 이야기에 재인 잠시 멈칫해서 눈들어 선희랑 마주치
고.
선희 할아버지한테 인사 먼저 하고 와라.
재인 얼굴 굳어진 채이고.
# 16 규철 서재
서재에서 규철과 동석 바둑 두고 있는.
노크 소리나면 재인 들어오고. 재인 꾸벅하고 인사하면, 규철 흘
긋 바라보고. 동석은 자리 비켜주며.
동석 이제 오니 ? (앉으라고 자리 옆으로 옮겨주는)
(재인 동석 얼굴 바라보지 않고 규철과 눈마주치는, 그때야 규철
도 반응 보이고)
규철 다현이하고는 잘 되가고 있는 게야 ? 내 재산 욕심나면 알
아서 잘해.
재인 제가 할아버지 재산 때문에 이러는 거 같습니까 ?
규철 (흥하고 코웃음 치며. 내가 그 말을 믿을 줄 아나 하는 눈빛
으로) 그럼 아니란 말이냐 ?
니 애비는 모르겠다만... 욕심 없다는 소릴 내가 믿으리라 생
각하니 ?
넌 니애비 보다 날 훨씬 많이 닮았어.
재인 (아버지 얘기 나오면 발끈해서 벌떡 일어나고)
아니요. 전 제 아버지 아들입니다.
저희 아버지... 할아버지 도움 없이도 끄덕없이 잘 살았어요.
저 역시 마찬가지에요.
(문쪽으로 향하면 동석 놀라서 부르고)
동석 재인아!
(문 앞에서 재인과 규철의 눈 마주치고)
규철 (동석 향해) 가만있게, 아무 관심 없다는 녀석이 왜 달려든
거야 ? 장난하자는 게야.
재인 아버지 몫이었습니다. 그거까지 태하한테 양보 못합니다.
절 시험하려고 들지 마세요.
규철과 동석 얼굴 바라보며 깊은 한숨 쉬고.
# 17 재인네 거실
재인 씩씩거리고 거실에 놓여있는 웃옷 들고 나가는
재인 어머니, 저 갑니다.
재영 오빠?
선희 재인아 ?
형준 야!
재인 나갔다 다시 들어오는. (엄마 걱정할까봐, 나름대로 안심시키
려는)
재인 (선희에게) 또 올게요. 호텔에 급한 일이 생겨서 그래요.
형준 얼른 따라나서는.
# 18 재인네 마당
마당 걸어나가는 재인 팔 붙잡고 돌려 세우는
형준 너 왜이래 ? 재영이 놀랬잖아. 어머니고 그렇고.
재인 너 엄마가 왜 사골 끓이는 줄 알아 ?
형준 ? (질문이 뜬금없고)
재인 내일... 아버지 생신이야.
우리 엄마, 미역국 하나도 할아버지 눈치 보느라 여직 못 끓
이시고 때마다 곰국이다.
아직도 말이야.
형준 가만히 재인 바라보면.
재인 돌아가신 아버지 제대로 고기국 한번 못 끓여 들인 거 가
슴에 한이 되신 분이 우리 어머니야.
형준 재인아!
재인 뒤돌아서 나가는. 형준 한숨 푹쉬고. 재영 걱정스러운 얼굴
로 따라나오는
# 19 다현네 집.
과일 있고, 준현, 진수, 미정 앉아있는데 인터폰 소리 들리면, 준
현 일어서고.
진수 다 저녁에 누가 온거야 ?
미정 올 사람 없는데. 현진이 못온다고 했고...
준현 엄마! 누나 손님.
미정 다현이 ?
(하며, 일어나서 현관 향하고. 현관에 선우 부 나타나고, 미정 안내
하는)
미정 너, 누나 좀 불러와. 손님 오셨다고.
진만 우선 앉으시지요. 학부형 되시나 보지요 ?
선우부 (그런건 아니고)... 저 강선우 애비되는 사람이올습니다.
(명함 건네주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진만 명함 받고. 명함에 세림병원 원장... 뭐 이
렇게 써있고.
명함 바라보며 가족들 눈 커지고.
선우부 죄송합니다. 제가 마음이 급해서 그만... 실례인 줄 알면
서도 자식문제라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가족들 서로 얼굴 바라보고 있는데 다현 나오는
진만 인사드려. 강선생 부친되신단다.
다현 예 ? 강선생님이요 ? 아-안녕하세요 ? (어정쩡하게 인사하
지만, 예의바르게)
선우부 나는 안녕한데... 우리 아들이 별로 안녕치 못해서.... (다
현 앉으면)
우리애 상태가 지금 심각합니다.
미정 강선생, 어디 아파요 ?
선우부 아프지요. 아주 불치병에 걸려 꼼짝도 못하는데...
명색이 병원원장인 저도 손을 볼 수 없는 상탭니다.
다현 얼마 전만해도 건강했었는데... 많이 아프세요 ?
미정 무슨 병인데요 ? 못고친대요 ?
선우부 아는 병이긴 한데... (다현 바라보다, 다시 진수 향하는)
원인도 치료약도 이 집 따님 밖에는 없습니다.
(가족들 무슨 뜻인줄 몰라 바라보고, 다현도 느닷없고)
선우부 난데없이 이사를 가겠다고 하질 않나, 나이는 꽉찬 녀석
이 선도 안보겠다고 버티고...
정상이 아니에요. 지 엄마가 답답해서 채근을 해대니까 마
음에 둔 여자가 있다고 하는데...
바보같은 녀석이 그러고는 또 감감 무소식입니다. 당체 소
식이 있어야지요.
(가족들 전부 다현 향하는)
선우부 그래서 염치불구 하고 제가 나섰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혼사문제는 어른이 나서는게 나을 듯 싶어
서...
미정 혼사요 ?
(다현과 눈마주치고, 다현 아무래도 자리 어색하고)
선우부 우리 집 녀석이 이집 따님 아니면 결혼 안하겠답니다.
미정 우리 집애요 ?
(준현 다현 쿡 찌르고, 다현 준현 향해 인상쓰고. 미정과 진만 좋기
도 하고... 좀 당황스럽고)
선우부 예. 집도 다 장만했겠다, 직업 튼튼하겠다... 애 착실하
고...
정말 여자만 하나 데리고 들어오면 되는데.. 그걸 못하네요.
(잘난척 하는거 아니라 조금 걱정되듯 이야기하다, 단호하
게)
제 아들이긴 해도 크게 모자란 구석 없는 녀석입니다.
자식 자랑은 팔불출이나 하는 거라지만...
작년에 미술대전에서 상도 탔어요. 입선이긴 하지만... 그래
도 어디 그게 쉬운겁니까 ?
진만 저도 들어서 알고 있지만 그게 쉬운게 아니지요.
준현 (미정 향해 작은 소리로) 엄마, 그거 정말 어려운 거에요.
선우부 그 쪽 바닥에서 그래도 인정받고 있는 모양입니다.
학교 교수님들도 공부 더 하라고 많이 밀어주시고.
미정 정말 실력 있는 모양이네요. 교수님들이 그럴 정도면...
선우부 그럼요. 지금도 미국 무슨 대학에서는 오라고도 하고...
한참 공부한다고 하던 녀석이 혼자서만 끙끙거리고 도무지
입을 열지 않으니...
뭔일인가 싶기도 하고...
미정 저희도 이번에 알았어요. 우리 애도 아무 소리 안하고 있어
서...
(다현향해 얼굴 돌리면, 다현 할 말 없고)
선우부 도대체 어떤 여자길래 우리 집 녀석이 이런가 싶어...
지엄마랑 저랑 나름대로 알아봤습니다.
(다현 한번 바라보고)
그랬더니... 제 자식놈이 이러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따님
이 아주 반듯하고 참합니다.
미정 진만 바라보면 흐뭇하고. 다현은 얼굴 뜨겁고.
진만 아이구, 예쁘게 봐주시니 고맙습니다. 아직은 부족한 점
투성이지만...
한번도 속 썩인 애가 아니에요. 다 지 알아서 하고.
선우부 압니다. 물어보는 사람마다 칭찬이 자자해서 외려, 물어
보는 저희가 다 으쓱했습니다.
학교 다니면서 그렇게 주말마다 봉사활동 다니기도 쉽지
않고,
어려운 애들, 때마다 도와주기도 힘든 일인데...
다현 (약간 놀란 눈으로)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
선우부 고아원으로 양로원으로... 그렇게 열심히 다니는데 어떻
게 몰라.
생각은 있어도...선뜻 몸으로 실천하는 게 이 나이에도 어
려운데.... (진만 향해)
정말 따님 바르게 키우셨습니다.
진만 강선생도 반듯하고 참하지요. 얼마나 어른한테 깍듯한데
요.
선우부 그래서 말씀인데... 우리 집 녀석이 부족한 부분도 있긴
하지만,
따님주시면 저희가 우리 딸처럼 귀하게... (이러는데 선우
들어오는)
준현 형! (하고 반기면, 식구들 다 선우 바라보고)
선우 아버지! 여길 오시면 어떡해요 ?
선우부 이 녀석아. 니가 이 아가씨를 꽁꽁 싸두니까 내가 궁금해
서 왔지.
언제까지 기다려? 니 애비, 기다리다 숨넘어가겠다.
선우 아버지! (아버지 향해 인상한번 쓰고, 다현네 가족들 향해
고개 숙이는)
죄송합니다. 아버님, 어머님. 미안해요. 다현씨.
진만 죄송하긴. 오죽 궁금하시면 그래, 진작 말씀을 잘 드리지
그랬어.
선우부 이 녀석이 워낙에 입을 꾹다물고 있으니 저라도 나설 수
밖에요.
그래 제가 오늘 큰 실례를 했습니다.
진만 실례라니요. 그럴 수도 있지요. 저흰 괜찮습니다.
선우 가요, 아버지. 어서요.
선우부 그래도 갈려고 그랬어. 저기... (다현 향하는)
다현 네 ?
선우부 이 녀석, 내 자식이라서 아니라, 정말 괜찮은 놈이거든.
내가 잘 키웠으니 눈한번 찔금감고 시집와요.
내가 딸처럼 고이 여길테니까.
다현 네 ? (뜨악하고)
선우 아버지! 가세요. 어서. 죄송합니다.
# 20 동석 집
형준 키들고 나가는.
동석 재인이 보러 가는 거면... 잘 달래봐. 그 녀석도 힘들지만,
회장님도 마음이 편치 않으셔.
형준 (나가다 말고) ... 회장님도 내일이 무슨 날인지 아세요 ?
동석 모르실 리가 있어? 먼저 간 자식은 부모가슴에 묻히는 거
야.
형준 푹하고 한숨 쉬고.
# 21 재인집
재인 문열어 주는.
재인 너 뭐하러 왔어 ?
형준 인사하고는. 맥주나 한잔 하려고 왔다. (맥주켄 6개 들어있
는 상자 들고 나타나는, 스타우트.)
그렇게 성질 부리고 가니까 좋으니 ?
재인 그만해. 너한테 잔소리 듣고 싶지 않으니까.
(형준 맥주 재인에게 건네주면서)
형준 앉아봐. 잔소리 아니니까.
(재인 풀썩하고 자리에 앉으면, 형준 진지하게)
형준 너 참 똑똑한 녀석이야. 좋은 조건 다 팽개치고 나가서, 니
혼자힘으로 여기까지 온거
아무나 할 수 있는 일 아니야.
재인 무슨 얘길 하려고 이렇게 띄어주는 거야? (의심스럽게 친
구 바라보고)
형준 .... 회장님이, 왜 너한테 이런 기회를 주셨는지 한번이라
도 생각해 봤어 ?
재인 이게 기회라는 거야 ? 니눈에는 이게 기회로 보여 ?
형준 우리, 인정할 건 인정하자. 회장님, 돈버는데는 너보다 더
악착같은 분이셔.
그런 분이 그 귀한 재산 담보로 그 선생님을 선택했어. 왜 그
랬을까 ?
재인 뭐 ?
형준 너 똑똑하잖아. 생각 해봐. 그 선생님한테 뭐가 있는지.
회장님이랑.. 널 움직이는게 뭔지...
재인 있긴 뭐가 있어 ? 내가 왜 그 여자한테 움직여 ?
(재인 발끈하면서도 형준 눈 피하고, 그런 재인 바라보며 잠시 침
묵하고)
형준 난 말이야. 사실 그 선생님 별로였는데... (표정 밝아지고
씩 웃는) 오늘 진짜 죽이더라.
재인 너 가! 임마, 보기 싫어.
형준 (여전히 히죽거리며) 너 그 다현씨, 그러고 다니는 거 열나
지 ?
재인 그럼 그 꼴 보고 좋아하는 남자도 있어 ?
형준 남자라면 당연히 좋아해야지, 왜 열을 내? 보기만 좋더구
만. 너 (몸에) 어디 문제있냐 ?
재인 뭐야 ?
재인 발끈해서 형준 바라보면. 형준 진지해지고.
형준 그렇지 않으면 ? 다른 남자들은 다 좋은데 왜 너만 그렇게
기분이 나쁘니 ?
재인 별로 할 말 없고. 형준 일어서는.
형준 난 말이야. 여자들이 적당히 섹시한 거 마음에 들거든.
그런데... 돌아가신... 우리 엄마랑, 재영이는 꼭꼭 싸매두
고 싶더라.
(재인 형준 말에 멈칫하는)
형준 난 우리 엄마 사랑한다. 재영이 좋아해.
# 22 미정 안방
미정 여보, 우리 다다, 저만하면 잘 컷지요 ?
애 칭찬을 얼마나 하는지... 아깐 얼굴이 다 뜨겁드라구요.
그 어르신데...정말 다다 마음에 들어하는 거 같아요 ?
진수 얘기하는 거 듣고도 몰라.
강선생 보다, 강선생 아버지가 더 우리 애 마음에 두고 있는
것 같은데.
미정 그러고 보면 강선생네 집도 보통이 넘네요. (명함 찾아 들
며)
이 병원이 강선생거라는 거 아니에요 ?
진수 그게 왜 강선생꺼야? 강선생 아버지꺼지.
미정 아무튼간요. 그 집안꺼라는 거 잖아요. 우리 서현이도 의산
데...
진수 서현이가 의사면 ?
미정 병원 원장님이신데... 또 누가 알아요 ? 우리가 서현이 때문
에 신세지게 될일 있을지.
진수 이 사람이... 사돈이 얼마나 어려운 자린데....그런 쓸데없
는 부탁을 해 ?
미정 사돈이라니 ? 당신은 그럼 강선생이 더 마음에 들어요 ?
진수 둘다 마음에 안들어. 한쪽이 너무 잘났고... 한쪽은 너무 좋
대고... (하지만 강선생 쪽이고)
미정 강선생도 그만하면 잘났지요. 난 그 재벌 손주보다 강선생
쪽이 사람 확실하고 더 괜찮아요.
진수 당신도 그래 ?
미정 그럼 당신도 그래요 ? 처음엔 재벌이라니까 솔깃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싶어요.
재벌이래봤자, 그저 돈 많은 거 밖에 없는데...
진수 아니, 강선생네는 돈이 부족해서 ? 그만하면 충분하지.
돈 많아봐야, 좀 떵떵거리는 하겠지만... 사는데 그게 뭐 그
렇게 중요해.
둘이 애껴가며, 살면되지.
미정 맞아요. 그런거에 욕심 부려 봤자에요. 이게 어디 욕심 가
지고 되는 일이에요.
우리 딸 평생이 걸린 문젠데...
진수 지들끼리 그냥 계약인가 뭐 했다는데... 남들은 어디 그
래 ?
그런 거 소문나봤자 여자만 손해지.
(진수도 답답한)
미정 당신이 다다 데리고 얘기 좀 해봐요 ? 오늘도 그 남자 만나
고 온 모양인데...
정말 기자들이나 따라 붙고 그럼 어떡해요 ?
# 22-1 재인네 방
재인 혼자 맥주 마시고 있는.
생각 좀 하라는. 형준 말 생각하고 있는데.
재인 자식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혼잣말) 뭘 좋아해 ? 뭐
가 사랑이야? 이건 계약이야, 계약.
(핸드폰 줄 바라보는... 핸드폰 열었다가... 번호 보고 다시 닫는.)
# 23 다현이네 주방
(진수 나와서 물한모금 먹고. 후유... 한숨 한번 쉬고. 안방 들어가
다 무슨 생각나서 다시 나와
다현 방 향하는)
# 24 다현이 방
진만 (들어오는) 들어가도 되니 ?
다현 그럼요. 앉으세요.
(다현은 책 보고 있다가 일어나는. 진만 약간 어색하게 침대에 걸
터앉고)
진만 흠흠... 안잤니 ?
다현 네. 뭐 하실 말씀 있으세요 ?
진만 흠... (한참 다현 얼굴 바라보고)
넌... 어려서부터 특별했어. 동네공원을 데려가도...
언제나 혼자 저만큼 뒤쳐서 걸어오던 아이야.
다현 (진만 바라보면) 그때도 저 뭐 흘리고 다녔어요 ?
진만 아니... 종종거리고 발끝 들고 다니느라 남들보다 늦었
지...
발 밑에 개미 한 마리, 풀 한포기라도 다칠까봐.
다현 제가 그랬어요 ?
진만 좀 불쌍하다 싶으면 집에 있는 거 다 퍼서 나눠주고,
누가 아파 울면 같이 울다가 나중엔 너 혼자 앓아 눕더라.
다현 ...
진만 넌 여태도 잘해왔으니까 이번 일도 잘 생각해서 잘하리라
믿지만...
이제는 네가 결정을 해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우리도 니 마
음을 알아야 하고.
다현 ...
진만 말을 해봐, 어느 쪽이 마음에 있는지...
다현 아버지는 누가 마음에 드시는데요?
진만 니가 원하는 남자. 우리는 무조건 니 편이야. 둘다 아니다
싶으면... 둘다 정리하고.
꼭 그 사람들이랑 결혼하라는 법은 없어.
다현 아빠. 저 아직 잘 모르겠어요. 남자도 그렇고 결혼도 그렇
고...
너무 갑자기 이런일이 생겨서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진만 찬찬히 생각을 해봐. .. 다른 사람 마음도 아예 모른 척 할
수는 없으니까.
저렇게까지 나오는데 .
다현 강선생님 마음, (전) 몰랐어요.
진만 너야, 당연히 몰랐겠지. 솔직히... 부모입장에서는 강선생
아까워.
그만큼 널 아끼는 사람도 없을 게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니 엄마랑 나는 그 재벌집이 부담스러
워. 니가 그 집하고 약혼을 한것도
아니고... 그냥 만나기만 하는 거면, 여자한테 좋을 거 하나
없다.
다현 그 사람이랑 결혼 생각 아직 안해봤어요
진만 그러니까 더 조심해야지. 너야 아무 사심없이 만나지만,
나중에 누구라도 알게되면...
좋은 얘기보다 나쁜 얘기를 훨씬 많이 할거야.
다현 조심할게요. 아버지. 죄송해요. 걱정시켜드려서.
진만 죄송하긴...넌 여태... 속한번 안썩이고 곱게 자라줬어.
열이 펄펄 나도, 우리 힘들까봐 아프다는 얘기 한번 안하고
혼자 끙끙거리고
뭐 갖고 싶은 게 있어도 혹시 내가 못해줄까봐 매일 고개만
흔들던 애가 너야.
세상에 불쌍한 건 사람이든 짐승이든 다, 집으로 데리고 와
서 품에 안고 보살피고...
너무 착하게만 자라줘서, 그래서 다른 사람들도 널 알아보
는게 아닌가 싶다.
다현 ...
진만 쉽진 않겠지만... 잘 생각하고 판단해. 난 널 믿는다.
그저 사람 하나만 놓고 바라봐. 어느 쪽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 더 나을지.
돈이 많은게 행복한 건 아니야.
다현 알아요. 아버진... 강선우 선생님이 마음에 드시는 거에
요 ?
진만 내 욕심이 그렇다 이거지. 너보고 그렇게 결정을 하라는
게 아니라.
내딸이 아니라면, 나도 아니야.
강선생 아버지 아니라, 그 회장인가 하는 사람이 와도 그건
안 변해.
대통령이 와봐. 내가 눈하나 깜짝하나... 누가 뭐래도 난 내
딸편이야.
다현 ... 아빠. 고마워요. (후우 하고 한숨 쉬고)
다현 고개 숙이고 있으면... 진만 다현 가까이와 따뜻하게 툭툭 치
는.
진만 여태도 잘 해왔으니까 넌 앞으로도 잘할거야. 그만 자거
라.
# 24-1 다현네 거실.
진만 나오면 미정 얼른 떨어지는. 다현 진만이랑 문가까지 같이 나
왔다가, 옆에 서있는.
진만 뭐하는 거야, 잠 안자고.
미정 잠이 와야 자지요. 당신이랑 다다가 그러고 있는데 내가 잠
이 와요?
진만 아니, 우리 딸 그렇게 못 믿어.
미정 우리 딸이야 믿지요, 세상 사람들을 못믿으니까 그렇지.
난 너 믿는다, 다현아.
다현 알아요. 엄마. 걱정 마세요.
진만 제 말대로 걱정말고 가서 잡시다. 딸을 믿어야지 누굴 믿
어.
(두 사람 안방으로 들어가고, 다현 방문도 닫히는.)
# 24-1 다현방
다현 후우 하고 한숨 쉬는. 열쇠고리 빤히 들여다보는. 다시 한숨
쉬고. 밤 지나가고.
# 24-2 공원 (조금 큰데요)
아이들 인라인 스케이트 타고, 자전거 타는.
벤치에 앉아서 둘이 나라힌 앉아 있고. 재인을 한참 바라보고 있
는 다현.
음료수 마시다 말고.
재인 뭘 그렇게 쳐다보는 거야? 내 얼굴에 뭐 묻었어 ?
다현 아니요. (고개 젓고, 한숨 쉬고)
재인 그럼 무슨 걱정있어 ?
다현 (고개 흔들고, 다시 재인 빤히 바라보다)
재인씨 ? 재인씨는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게 뭐라고 생각해
요 ?
재인 (뜬금없고) ?
다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 없어요 ?
재인 왜 없어. 돈! 돈이 최고야.
다현 약간 인상쓰고. 푹하고 한숨 쉬며.
다현 돈이요 ? 제일 중요한게 겨우 돈이에요 ? 재벌3세라면서 무
슨 돈을 그렇게 좋아해요 ?
재인 겨우 ? 세상에 돈 안 좋아하는 사람도 있어 ? 그리고 그거
내 돈 아니야. 다 우리 할아버지꺼지.
... 난 재벌3세가 아니라 내가 재벌이 되고 싶어.
다현 됐어요. (푹 한숨 쉬고, 혼잣말하는) 물어본 내가 바보지! 내
가 뭘 기대해요 ?
다현은 푹하고 한숨 쉬는데, 재인 갑자기 얼른, 일어나는.
다현 (영문 몰라서) 재인씨 ?
자전거 타는 학생이랑 인라인 스케이트 타는 꼬마랑 부딪히는 순
간에
재인, 얼른 꼬마 잡다가, 넘어지고.
(자전거 비실거리면서 서고, 아이와 재인 툭툭 털고 일어나고)
재인 (꼬마 향해) 괜찮아 ? 임마, 잘보고 다녀. 안다쳤어 ?
꼬마 고개 끄덕이고 가면, 재인 스케이트 타는 거 바라보고, 다현
은 그런 재인 바라보고 있다가.
재인 (다현 빤히 바라보고 있고) 오늘 왜 그러는 거야 ?
다현 뭘요 ?
재인 아까부터 계속 빤히 쳐다만 보잖아.
다현 쳐다도 못봐요? (일어나서, 표정 좀 환해지고) 우리도 저거
타요.
재인 탈 줄 알아 ?
다현 (고개 흔들면서) 아니요. 그런데 한번 해보고 싶어요.
# 25 두사람 인라인 스케이트 타는 장면 보여지고.
다현 넘어지면, 재인 옆에서 받쳐 주고. 잘은 못타지만... 두 사람
즐거운.
# 26 재인네 집
선희 왜요. 아버님 더 드시지요 ?
규철 됐다.
(일어서서 나가고)
재영 할아버지. 아침 진지도 다 남기셨는네. 오빠 때문에 그런거
지 ?
선희 어제도 한술도 못드셨는데... 너 니 오빠한테 좀 갔다와.
재영 가서 데리고 올까 ? 와서 싹싹 빌라고.
선희 니 오빠 몰라서 그래, 누가 빌란다고 빌 녀석이야.
재영 하긴... 오빠가 누구한테 뭘 빌면 그게 더 이상하지.
선희 오늘 저녁땐 뭘 드실 걸 좀 마련 해야겠다. 식사를 이렇게
못하시니...
재인 진짜 어지간하다... 대체 잘하는게 뭐가 있어 ? 이 쉬운 걸
왜 못타는 거야 ?
(그 자리에서 한바퀴 빙 돌고)
다현 처음인데 못 탈 수도 있지. 누군 처음부터 잘타요?
재인 (재인도 앉아서 스케이트 벗는) 그만큼 가르쳐 줬으면 바보
라도 타겠다.
다현 바보요 ? 허! 정말 별것도 아닌거 가지고 생색내고 있어, 진
짜!
재인 당신, 자전거도 못타지 ?
다현 쫙 노려보고. 탁하고 일어나서 걸어가려 하면, 재인 얼른 다
현 잡고.
다현 왜요 ?
재인 봐봐. (뚝뚝하게)
다현 뭘요 ?
재인 아까 제대로 넘어졌잖아. 괜찮나 보자구.
(다현 넘어진데, 팔꿈치 같은데 재인 바라보면서 손수건 꺼내 묶어
주는)
재인 (혼자 궁시렁거리는) 암튼 넘어지는 거 빼고는 잘하는 게 없
어요.
재인 혼잣말에 다현 노려보고 뭐라고 하려는데 전화오는. 재인 전
화기 들면 형준이고.
# 27-1 형준 사무실 + 공원
형준 너 그 선생님 만나는 거지 ? 거기 어디야, 나도 갈까.
재인 여길 니가 왜 와! 넌 변호사가 할 일이 그렇게 없어 ?
형준 혹시 오늘도 섹시니 ? 그럼 꼭 가야... (이러는데 전화 끊어
버리는 재인)
# 28 차안
(전화 탁 끊는 재인 보며 혀 끌끌차며)
다현 다행이에요. 그 성격에 그나마 친구라도 한명 있어서요.
재인 뭐야 ?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
다현 뭐 많이 알 필요도 없어요. 친구라고는 형준씨 밖에 없지
요. 아니에요 ?
재인 아니야.
다현 그래요 ? 난 진짜 친한 친구는 한명 밖에 없는데. 아참. 말
이 나와서 그런데 내친구 한번 봐요.
재인 친구 ?
(다현 고개 끄덕이면)
다현 어제 재인씨 친구 만났잖아요. 그러니까 내 친구도 만나야
지요. 공평하게.
재인 공평한거 진짜 좋아하네. 좋아. 그 친구. 만나지 뭐, 아무때
고 시간 정해.
대신에... (공평하자고) 나보고도 (당신처럼) 벗고 나오라고
하지마.
(재인 농담이었지만 다현은 그냥 진지한 표정으로)
다현 그래도 되요. 내 친구는 벗은 남자를 더 좋아해요.
(재인 기가막혀 발끈해서)
재인 뭐야, 그런 여자 절대 만나지마.
다현 그런 여자라니, 내친구를 언제 봤다고 그런 여자래요 ?
재인 언제고 뭐구 빨리 약속이나 정해. 내가 보고 판단할테니까.
선생님이라면서 어디서 그런 이상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
는 거야!
(재인 투덜거리고, 다현 살짝 웃음 깨물고)
# 29 병원벤취
현진 옷벗는 남자 ? 멀쩡한 날 왜 변태로 만들어 ?
다현 너 인체 탐구하면서 남자 나체는 통달 했다며. 옷입혀 놓
고 수술하는 것도 아니잖아.
(할 수 없이 키득거리고)
현진 인턴은 그런 큰 수술 아직 못해.
다현 괜찮아. 그 사람은 그거 아직 모르니까.
(현진 키득거리고)
# 30 재인네 집
재인 기분 좋은 얼굴로 씻고 나오는데
벨소리 나는, 재인 문 열어주면 작은 보온병 같은 거 들고있는 재
영 들어오고.
재인 뭐하러 왔니 ?
재영 엄마가 이거 싸보내셨어. 갑자기 그러고 나가면 어떡해 ?
남은 사람들 황당하게,
할아버지는 오빠 때문에 진지도 못 드신단 말이야.
재인 나 때문에 못 드시는 거 아니야.
재영 알아... 아버지 때문에 못드시는 거.... 나도 알아. 오늘이
무슨 날인지...
재인 재영 얼굴 바라보면, 재영 표정 조금 변해있고.
재영 오빠 생각나 ? 우리 살던 집.
재인 그럼. 나 너보다 나이 더 먹었어.
재영 그럼 아버지도 생각 나 ?
재인 가만히 재영 얼굴 바라보면, 재영 시선 피한채
재영 난 아버지 얼굴이 기억이 안 나.
사진을 봐도 아버지구나 하고 이러지.....
아빠 사진을 보고 있으면, 난 내가 나이를 먹을까봐 무서워.
재인 왜 ? 넌 나이 먹어도 이쁠거야.
재영 (조금 고개 흔들며) 난 지금도 사진 속의 아버지가 낯설어.
(사진 속의) 아버지는 그대로 가만히 계신데...
조금 더 있으면... 내가 사진 속의 아버지보다 나이를 더 먹
겠지.
그럼 진짜.. 진짜 우리 아버지 같지 않을거야. 그때는 정말
아버질 기억 못할 것 같아.
(한참 재인하고 재영 바라보고 있고, 재인 재영 손 잡아서 자기 가
슴 가리키며)
재인 그냥... 마음속에 담아놔. 여기에 담아둔건 잘 잊혀지지 않
으니까.
또 잊혀져도... 누가 너보고 뭐라고 안그래. 괜찮아. 넌 그래
도, 돼.
재영 할아버지는 우리 아버지가 그렇게 미웠을까 ?
왜 병원에 있는 그 순간까지 아버지를 돌아보지 않았지 ?
재인 사고였어. 그건.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할아버지도 그렇게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시란 생각 못하
셨을 꺼야.
재영 할버지가 도와줬으면 사고같은 건 없었을지도 모르잖아.
재인 ‘만약’ 이라는 건 아무도 모르는 거야...
두 사람 눈 마주치고.
재인 가자. 데려다줄게.
재영 됐어. 어디 잠깐 들렀다 가야돼.
하고 거실 나가는데... 재인 재영 부르고.
재인 재영아.
재영 (응 ?)
재인 아버지 가시기 전에 마지막 말씀이 뭔 줄 아니 ?
재영 ?
재인 어머니랑 너 부탁한다고... 그리고... (재영 한참 바라보며
천천히)할아버지한테 잘하라고 하셨어.
그러니까 너 할아버지 잘 모셔. 아버지 마지막 부탁이니까.
(두 남매 얼굴 바라보고... 얼굴 속에 그리움 같은 거 남아있고...
다시 표정 밝아지며)
재영 치 오빠는 하나도 못하면서. 어제도 성질만 부리고 나갔잖
아.
재인 그러니까 니가 내 몫까지 잘해야지.
(문 닫히고 핸드폰 줄 바라보며...)
재인 (입술 가만히 깨물고) 만약이라는 건 없는 거에요. 할아버
지.
# 26 설렁탕집
(다현 심각한 얼굴이고)
규철 여자는 하난데 남자가 둘이라... 복잡하긴 하구만... 자네
는 어떤가 ?
다현 아직 잘 모르겠어요. 저랑 어울리는 사람은 강선생님 쪽인
데...
규철 물 마시다말고. 긴장해서 다현 바라보는데... 다현은 혼자 생
각에 빠져있고.
다현 솔직히... 선우씨한테 시집가면 마음 고생은 안 할 것 같아
요. 비슷하거든요.
준현 그래 ? (어쩐지 섭섭한데. 뭐라 말하기도 그렇고, 다현 그
런 속내 모른 채 혼잣말 하듯)
다현 자란 환경도 그렇고, 지금 사는 것도 그렇고... 나한테 성질
도 안부리고
규철 그래서, 마음을 굳힌게야? 그 재벌집 손주는 하나도 마음
에 안들어 ?
잘 찾아보면 마음에 드는데도 있을 거야.
(쓰고 있던 모자 벗어 펄럭거리고... 어쩐지 더운데...)
다현 (딱잘라서) 없어요. 한 군데도.
성격도 꽝이고 인간성도 별루고... 돈도 너무 많고... 99프로
저랑은 안어울려요.
규철 돈이 그렇게 많은데도 싫어 ?
다현 적당히 많아야지요. 주체하지 못할 정도면 피곤해요...
(이러다... 가만 생각해보면) 그저 한가지 있다면...
규철 한가지 뭐 ? (그나마 반갑다)
아줌마, 설렁탕 갖다 놓으면, 다현 수저 같은거 건네주면서.
다현 (고개 들고 규철과 눈마주치며) 일프로 가능성이요.
규철 ... (뭔말인지 아직 이해 못하고)
다현 성질은 참 더러운데... 가끔은 사람 같아 보일 때가 있어
요.
저 그래도 명색이 선생님인데 가능성 있는 남자를 그렇게 막
살게 내버려두면 안되잖아요.
규철 (얼른 맞장꾸치며) 그럼 안되지. 알고보면 그 녀석, 아주 막
대먹은 놈은 아니거든.
덕 쌓는다 하고 사람 만들어봐.
다현 어려울 것 같은데요. 그런다고 대마왕이 사람이 되겠어요 ?
규철 또 누가알아 ? 진짜 인간 될지. 마술을 한번 부려봐.
다현 그럴까요....
# 31 학교
아이들 가방들고 지나가고.
다현 흠. 오랜만이다. 다들 건강하게 이렇게 만나니까 좋다. 방학
동안 공부만 했지 ?
(학생들 우 하는데.)
학생 선생님, 경은이 유학 간 거 맞아요 ?
다현 그래. 빨리 준비하다보니까 니들한테 인사도 못하고 갔어.
선생님한테 이멜 보낸다고 했으니까,
편지 오면 니들한테도 알려줄게, 그때 인사해,
그럼 오늘 여기까지고, 월요일에 보자.
# 32 학교 현관
(다현 가방 들고 있고 현관앞에서 선우 다현 붙들고 이야기 하는)
선우 같이 가시지요 ?
다현 먼저 가세요. 전 전철 타고 갈게요.
선우 혹시 저희 아버지 때문에 화나셨어요. (그래서 이래요 ?)
다현 (고개 흔들고) 아니에요. 선생님, 좋은 사람이라서, 제가 미
안해서 그래요.
(지나가던 선생님 두 사람 향해)
선생1 두 사람 여기서 뭐해요 ? 안가고. 첫날인데 일찍 갑시다.
선우 갈겁니다. 가시지요. 선생님!
다현 할 수 없이 따라나서고.
# 33 차안.
선우 정말 화 안났어요 ? (그래도 다현 눈치 한번 보고 사과하는)
미안해요. 다현씨. 설마 진짜 찾아가실 줄은 몰랐어요.
다현 일부러 그러신 것도 아닌데요. 뭘...저희 엄마도 그러세요.
몇번이나 선보게 하고... 남자 있을까봐 궁금해 하시고... 아
버님이 걱정하실 만하지요.
고개 끄덕이던 다현 갑자기 픽 웃고. 그런 다현 바라보며 선우
선우 왜요 ? 무슨 재미있는 일 있어요 ?
다현 아니요. 선우씨, 아버님이랑 많이 닮았어요.
선우 제가요 ? 전 외탁이라는데...
다현 선우씨도 어느날 갑자기 저한테 고백했잖아요...
아버님도 저렇게 불쑥 찾아오시고... 부자간에 닮으셨나봐
요.
선우 그렇게 생각하니까 닮긴 닮았는데요. 저기...
다현 네 ?
선우 우리 아버지 말대로 저만한 남자 없어요. 놓치면 후회할 거
에요. 그러니까 꽉 잡으세요.
다현 웃고. 그런 다현 바라보며 선우도 웃고.
# 34 커피?
태하 손님이랑 이야기 하고 있고.
# 35 커피? 앞 거리.
재인 차 내리면, 현진 저쪽에서 재인 얼굴 알아보고.
현진 이재인씨 ?
재인 ?
현진 저, 유현진이라고 해요. 다현이 친구.
재인 아... 들어가시지요.
(재인 현진 위해 문 열어주고 안에 들어가는데, 태하 저쪽에서 나
오는, 두 사람 눈 마주치고.)
재인 먼저 들어가세요.
현진 고개 끄덕이고. 태하 걸어가는 현진 뒷모습 바라보고
태하 한가한가 보군. 바쁘다면서 여자 사귈 시간은 있나보지 ?
누구야 ?
재인 니 일이나 알아서 잘해. 남의 일 간섭하지 말고.
재인 무시하듯 이야기하고 뒤돌아서는.
남은 태하, 자리에 앉으며 미소짓는 두사람 바라보고 전화기 드는.
그때 다현 두리번 거리며, 나타나고, 얼른 안으로 들어가다, 태하
랑 살짝 부딪히는.
다현 죄송합니다. (하고 안으로 들어가고, 태하 차에 오르는)
# 35-1 차안 + 혁주 사무실.
태하 저 아무래도 늦을 것 같습니다. 회의주재 아버지가 하세요.
혁주 왜 늦어 ? 무슨 일인데... 매장회의에 니가 빠지면 나혼자
어떡해 ? 되도록 빨리와. 응.
그래, 그때까지 내가 끌어볼테니까.
(이러고 전화 내려놓으면)
혁주 큰일났네. 나혼자 들어가게 생겼네.
수영 왜요 ? 태하 무슨 일 있대요 ?
혁주 여자가 어쩌구 그러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있
어야지.
수영 여자요 ? 걔 만나는 여자 있대요 ?
혁주 아니, 그게 아니라, 재인이가 만나는 여자, 지금 보고 있
대.
수영 태하가 그 여자를 어떻게 안대요 ?
혁주 아,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전화로 뭐라고 뭐라고 하는
끝는 걸.
난 회의 늦는다는 얘기밖엔 못알아 들었어요.
수영 당신은 그 중요한걸 그렇게 대충 들으면 어떡해요 ?
혁주 태하, 오면 얘기하겠지요. 지금 그게 문젠줄 알아요. 거기
들어가서 뭐라고 말을 하나...
수영 그런 혁주 한심하게 쳐다보고. 답답한.
# 36 커피?
다현 (자리에 앉으며) 두 사람 인사는 했어요 ?
현진 응. 그런데 너무 빤히 바라보시네요. 제가 그렇게 이쁜가
요 ?
다현 키득거리고, 재인은 얼른 고개 저으며 시선 돌리고
재인 어, 아닙니다. 그냥...
현진 걱정마세요. (빙긋 웃고) 저 별루 잘 안벗고 다녀요.
(재인 찔금하고, 다현 기회 놓치지 않고)
다현 얜 잘 안벗어요. 주로 벗은 남자를 상대하지.
(재인 인상 굳어지고, 현진 웃음 참고)
현진 아직 다다가 제 직업, 얘기 안했나 보지요 ?
저 의사에요. 아직 인턴이긴 하지만. 그래도 환자가 옷입고
있으면 치료 못하잖아요.
(재인 상황 파악하고 다현 노려보는데, 핸드폰 울리는.)
현진 봐요. 금방 불러대지. (전화통화하는)
재인 나 놀려먹느라 아주 재미있었겠어 ?
다현 긍정의 표시로 빙긋거리고. 재인 할 수 없이 픽하고 웃고,
# 38 차안.
(병원 앞에 차 서있는.)
재인 (병원 한번 흘끗 바라보고) 같이 내릴 거야 ? 아니면 타, 집
에까지 데려다 줄게.
(재인 어쩐지 집에 데려다 주고 싶은, 그런 마음 현진 이해하고, 다
현은 모르는)
현진 먼저 가, 나 호출 왔으니까 시간 걸릴지 몰라.
다현 아니야, 기다릴게. 너 오늘 오프니까 끝날거 아니야. 먼저
가요, 재인씨.
재인 쇼핑백 하나들고 로비에 뛰어들어가면 다현 없고.
현진 재인 발견하고.
재인 현진씨!
(하고 부르면, 그 소리에 현진과 태하 동시에 재인 향하는, 재인은
태하 발견 못하고)
현진 재인씨 ? 우리 다다 그렇게 못잊겠어요 ? 헤어진지 5분도
안?는데. (장난스럽게)
(태하 저쪽에서 두 사람 보고 있는.)
재인 그게 아니라... 이거 전해 주는 거 깜빡했습니다.
(쇼핑백 들어보이며, 현진 픽하고 웃고)
현진 별걸 다 닮아가시네요. 깜빡하는 거 다다 특긴데...
재인 그런 말씀마세요. 왠만하면 닮고 싶지 않는 습관입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입가에 미소 있고)
다현이는 ?
현진 (손으로 밖에 가리키며) 길건너 커피?이요. 안에서 기다리
는 거 싫어해요. 소독약 냄새 별로라고.
# 58 신경외과 의국.
현진 의국 푯말 노려보고 있고.
(미치겠다. 라는 심정으로)
똑똑하고 노크하는.
(남자 등돌리고 의국에 있는 작은 미니자판기에 커피 꺼내는)
서현 부른지 10분도 넘었어. 그 동안에 급한 환자 두명은 죽었
다.
현진 죄송합니다. 의국에서 부르셔서 환자라고 생각 안하고 있
었습니다.
서현 인턴이 벌써 그걸 판단하나. (서현 등돌려서) 다음주부터
우리과라고.
(현진 혹시 해서 바라보면 서현 환하게 웃고있는)
현진 (얼굴 표정 달라지며 앞으로 달려가고) 오빠. 오늘 아니잖
아. 다음주나 온다고 그랬잖아.
서현 어쩌다보니 한 사나흘 빨라졌다. 앉아. 그렇게 빤히 바라보
고 있지 말고. 뚫어지겠다.
(자판기 커피 한잔 건네주고)
현진 (가슴 두근거리지만 애써 표정관리하고) 집에 안가고 병원
부터 먼저 들른거에요 ?
서현 병원이 더 가깝잖아. 모처럼 오픈데 불러서 미안하다.
현진 아니에요. 오빠, 집에 내려갈 거지요? 같이 내려가요. (말
빠르고 조금 간절하게)
서현 그럴까. 나 여기저기 인사 좀 해야 하는데... 기다릴래 ?
현진 얼른 고개 끄덕이는.
서현 정말 오랜만이다. 다다랑 봄에 보고 처음이지.
현진 네... 너무 오랜만이라서... 무슨 얘길 먼저 해야 할지 모르
겠어요.
현진 너야, 니 사정 뻔히 아니까 이해한다만... 다다 고건 방학해
도 코빼기도 한번 한비췄어.
현진 걔, 방학때 바빳어요. 아참, 다다 지금 여기 있어요.
서현 여기 ? 왜 ?
# 59 커피?
(재인 혼자 앉아있고, 다현은 없고, 서현 저만치서 재인 단번에 알
아보고. 저 녀석인가 싶은...)
서현 이재인씨 ? 맞지요 ?
재인 ? 네 이재인입니다만.
서현 다현씨는 어디 갔나요 ?
재인 ? (얼굴 굳어지고 두 사람 눈 마주치면) 잠깐 화장실에 갔는
데.... 누구십니까 ?
서현 (아주 느긋하게 턱하고 자리에 앉아서) .. 지금 다현이랑 한
집에 같이 살고 있는 사람인데...
재인 뭐 ? (얼른 일어나서 노려보는) 누구랑 한집에 살아 ? 너 누
구야. 뭐하는 놈이야 ?
서현 (na 어이구... 다다야, 어쩌다 이렇게 성격 고약한 남자를
만난거니 ?)
앉아서 얘기하지요. 우리. 배울만큼 배운 것 같은데... 이게
뭐하는 겁니까 ?
커피? 화장실에서 손닦고 나오는 다현, 재인 서 있는 거 바라보
고 의아한 듯 쳐다보면,
재인 다현 발견하고, 재인 눈 ?아 서현도
다현 발견하고 일어서는, 다현 그제야 서현 발견하고 눈 커지는.
다현 오빠 ? 오빠!
(하고 달려드는. 두 사람 안길 듯하면, 재인 기겁해서 두 사람 떼어
놓고.
얼른 자기 옆으로 다현 끌어다 놓는)
재인 지금 뭐하는 거야? (씩씩거리면서)
다현 왜요 ? (하고 재인 타박하다가...) 가만. 그런데 오빠 여기
왜 있는 거야 ? 여길 어떻게 왔어 ?
재인 내가 묻고 싶은 얘기야? 왜 이 녀석이 여기... 아니 그게 중
요한게 아니고...
이 남자랑 정말 같이 살아? (아니지 하는 얼굴이고)
다현 그럼요. 당연하지요. (그냥 대충 얘기하고 서현 바라보는)
어떻게 된거야 ? 집에 온거야 ?
재인 뭐야! (재인 소리 빽지르는) 당연하긴 뭐가 당연해!
서현은 웃음 터뜨리고 재인은 열받고, 다현은 상황파악 하지 아직
못하고.
서현 응, 완전히 집에 왔다. 김다다.
재인 다다 ? 이 남자도 (당신을) 다다라고 불러 ?
그럼 둘이 진짜 아는 거야 ? 정말 같이 산단 말이야 ?
다현 그럼요. 지금은 아니더라도.... 거기 가기.. (군대 가기전에
는 그랬어요. 이러다 재인 뜻 알아채고)
뭐에요, 두사람 아직 인사 안했어요 ?
서현 인사하는 중간에 니가 온거야.
재인 내가 왜 저런 자식하고 인사를 해!
다현 또 자식이래지요 ?
(다현 노려보면 재인 할 수 없고. 말 고쳐서, 그 모습에 서현 웃음
삼키고)
재인 (이 악물고 또박또박) 내가 왜 저 남자랑 인사를 해!
서현 뭐, 난 별 상관없지만... 나중에라도 계속 볼려면 지금 인사
하는 게 낫지 않나요 ?
재인 누가 당신을 또 봐 ? 또 볼일 없으니까 당장 우리 다다한테
서 떨어져.
(우리 다다라는 이야기에 서현 웃음 삼키고)
다현 재인씨, 제발 좀 조용히 해요. 우리 오빠에요.
재인 내가 지금 조용하게 (?어... 이러다) 오빠 ?
서현과 다현 말끔히 재인 바라보고 있고. 두 사람 번갈아 보면, 어
쩐지 닮은 것도 같고.
서현은 느긋하게 웃고 있고.
재인 친오빠 ?
다현 친오빠요. 오빠 ? 어떻게 된거야 ? 여길 어떻게 알고 왔어 ?
서현 집에 가기 전에 병원 들렀다가... 현진이가 니들 여기서 만
난다길래,
궁금도 하고... 얼굴이나 보러 왔지.
다현 현진이 이게 또 배신을... (하고 중얼거리는 사이)
서현 김서현입니다. (얼굴 정중해지고)
재인 (당혹스럽고, 하지만 얼른 고개 숙이고) 이재인입니다. 죄송
합니다. 제가 실수한 거 같습니다.
서현 뭐 그럴 수도 있지요, 그래도 성격 좀 죽이셔야 겠는데요.
(다현 가만히 재인 바라보면 재인도 서현 바라보다 다현 얼굴보
고, 다시 서현에게 향하는)
# 60전철
서현과 현진 전철 타고 내려가고. 입구 쪽에 둘다 서있는
서현 (다다는) 남자친구 절대 안생길 것 같더니만... 넌 남자친구
는 없어 ?
현진 없어요. 그럴 시간이 어딨어요? (얼른 부정하는)
서현 있으면 무조건 데리고 와. 심사를 하게. 남자는 남자가 봐
야 아는 거야. 응 ?
현진 네... (시무룩한) 오빠는 언제부터 출근해요.
서현 병원은 다음주부터나 출근할거야. 낼모레 세미나 있다고 거
기부터 내려가랜다.
넌 소아과 하기로 한거지 ?
그냥 현진 웃음 비슷하게.
#61커피?
다현 도대체 왜그래요 ?
재인 뭐가 ?
다현 왜 아무한테나 성질을 부리냐구요 ?
재인 누가 그 사람이 당신 오빤 줄 알았어? 무슨 남매가 그렇게
안 닮았어. 진짜 오빠 맞는 거야 ?
(의심스러운 얼굴로 삐딱하게)
다현 호적등본 띄어와요 ?
재인 됐어. 본인들이 그렇다니까 믿어야지.
다현 (한번 흘겨보고) 그런데 왜 도로 온거에요 ? 무슨 볼 일 있
어요 ?
재인 응 ? 아.
다현 ??? 뭐에요 ?
(재인 핸드폰 건네주는데.... 다현 눈 말똥말똥 재인 바라보고... 진
짜 최신식 핸드폰이어야 해요)
재인 핸드폰.
다현 핸드폰인건 아는데 이걸 왜 날 줘요 ?
재인 갖고 다녀. 요새 핸드폰 없는 사람 다다 하나 뿐 일거야. 초
등학생도 있어.
다현 난 이런 거 필요 없어요
(얼른 재인손에 다시 주려하지만, 재인 주머니에 한쪽 손 넣고. 삐
딱하게)
재인 다현이한테는 몰라도 나한테는 필요해.
도대체 연락을 할 수가 있어야지.
어딜 헤매고 다니는 줄 알아야 만나든 말던 할거 아니야. (투
덜거리는 어조로)
다현 내가 얼마나 헤맨다고 그래요 ?
재인 얼마나 헤매는지는 본인이 더 잘 알겠지. (다현 짹하고 노
려보면)
아무튼 갖고 다녀. 헤매는 당신보다 기다리는 내가 더 답답
하니까.
(재인이 강경하고 다현 푹하고 한숨쉬며 핸드폰 손에 쥐고는)
다현 틀림없이 한달밖에 안 갈 거야. (투덜거리고 혼잣말 하는)
난 잘 흘리고 다닌단 말이에요
재인 나도 알아. 그러니까 이번에는 좀 신경을 써.
다현 이건 낭비에요. 재인씨 말고는 연락 올 때도 없는데.
재인 그게 바라던 바야.
다현 뭐가요 ? 낭비가요 ?
재인 아니. 연락할 사람이 나 밖에 없는 거. 아무 놈팽이한테나
번호 가르쳐 주지마.
(재인은 만족하게 미소짓고 다현은 약간은 기가막힌데... 재인 웃
고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