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 3장 1~6절을 보겠습니다.
1 예수께서 다시 회당에 들어가셨다. 그런데 거기에 한쪽 손이 오그라든 사람이 있었다.
2 사람들은 예수를 고발하려고, 예수께서 안식일에 그 사람을 고쳐 주시는지를 보려고, 예수를 지켜 보고 있었다.
3 예수께서 손이 오그라든 사람에게 "일어나서 가운데로 나오너라" 하고 말씀하셨다.
4 그리고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안식일에 선한 일을 하는 것이 옳으냐? 악한 일을 하는 것이 옳으냐? 목숨을 구하는 것이 옳으냐? 죽이는 것이 옳으냐?" 그들은 잠잠하였다.
5 예수께서 노하셔서, 그들을 둘러보시고, 그들의 마음이 굳어진 것을 탄식하시면서, 손이 오그라든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 사람이 손을 내미니, 그의 손이 회복되었다.
6 그러자 바리새파 사람들은 바깥으로 나가서, 곧바로 헤롯 당원들과 함께 예수를 없앨 모의를 하였다.
예수께서 안식일에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고쳐주셨다는 내용입니다. 예수님 당시에도 안식일이라고 해서 무조건 아무 일도 하지 말라는 건 아니었습니다. 생명을 살리는 급박한 일이 있으면 그와 관련된 일은 해도 되는 것으로 용인되었습니다.
서기전 2세기 시리아의 독재자 안티오코스 4세에 저항해서 유다 마카비우스가 이끄는 독립전쟁이 한창이었을 때, 시리아 군대가 안식일에 쳐들어온 적이 있었습니다. 안식일에는 어떤 일도 하지 않는 유대인들의 종교 전통을 이용한 작전을 편 것입니다.
유대 독립군들은 안식일에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 때문에 맞서 싸우지 않고 죽는 길을 선택해서 수백 명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 사건 이후로, 당장 대응하지 않으면 사람이 죽고 사는 급박한 경우에는 싸워도 된다고 좀 더 유연한 해석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한걸음 더 나아가서, 안식일이 결국은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니 선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도 괜찮다고 더 넓게 해석하신 것입니다.
이 본문은 마태복음 12장에도 기록되어 있는데, 마가와 마태 사이에 기록의 차이가 좀 있습니다. 마태복음 12장 9~14절을 보겠습니다.
9 예수께서 그 곳을 떠나서, 그들의 회당에 들어가셨다.
10 그런데 거기에 한쪽 손이 오그라든 사람이 있었다. 사람들은 예수를 고발하려고 "안식일에 병을 고쳐 주어도 괜찮습니까?" 하고 예수께 물었다.
11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가운데 어떤 사람에게 양 한 마리가 있다고 하자. 그것이 안식일에 구덩이에 빠지면, 그것을 잡아 끌어올리지 않을 사람이 어디에 있겠느냐?
12 사람이 양보다 얼마나 더 귀하냐? 그러므로 안식일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은 괜찮다."
13 그런 다음에, 손이 오그라든 사람에게 "네 손을 내밀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가 손을 내미니, 다른 손과 같이 성하게 되었다.
14 그러자 바리새파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서, 예수를 없앨 모의를 하였다.
차이점을 느끼셨는지요. 마태는 마가의 본문을 가져가면서, ‘안식일에 선한 일을 하는 것이 옳으냐? 악한 일을 하는 것이 옳으냐? 목숨을 구하는 것이 옳으냐? 죽이는 것이 옳으냐?’ 라고 물으셨다는 기록을 빼고, 이런 내용으로 바꾸었습니다. ‘너희 가운데 어떤 사람에게 양 한 마리가 있다고 하자. 그것이 안식일에 구덩이에 빠지면, 그것을 잡아 끌어올리지 않을 사람이 어디에 있겠느냐? 사람이 양보다 얼마나 더 귀하냐? 그러므로 안식일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은 괜찮다.’
이어지는 본문은 갈릴리 호숫가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기록입니다.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는데 너무 혼잡해서 예수께서 작은 배를 타시고 호숫가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씀하셨다는 내용과, 악한 귀신들이 예수님을 보기만 하면 그 앞에 엎드려 ‘당신은 하나님의 아들입니다’ 하고 외쳤는데, 예수께서 ‘나를 세상에 드러내지 말아라’ 하고 그들을 꾸짖으셨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예수께서 하신 사역을 개괄적으로 소개하는 내용인데, 예수께서 군중들에게 거국적인 환영을 받으셨을 뿐 아니라, 그 위대하심을 귀신들까지 알아보고 하나님의 아들로 고백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내용은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는 없습니다. 이렇게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는 없고 마가복음에만 있는 본문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비율은 매우 적고, 마가복음 본문의 95%는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 들어있습니다.
마가복음의 기록이 다른 복음서에는 없는 경우는, 마태와 누가가 보기에 빼도 될 만한 내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겠지요. 그렇다면 마태와 누가는, 마가복음이 기록된 그대로 하나님의 말씀인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뜻이 됩니다. 그래서 마가복음을 가져다가 내용을 바꾸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아예 빼버리기도 한 것이지요.
이어지는 본문 후반부에는, 예수님이 열 두 제자를 부르시는 내용과, 귀신이 들렸다는 모함에 반박하시는 내용, 그리고 소문을 들고 찾아온 가족과 친지들 앞에서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자매이며 어머니다.’ 라고 냉정하게 말씀하셨다는 기록이 담겨있습니다.
이 본문들은 모두 마태복음 10장과 12장에 거의 같은 내용으로 담겨있기에 다시 설명 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가족보다 공동체를 우선시하는 듯한 본문의 마지막 내용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그 의미에 대해 숙고해볼 필요가 있기에 31~35절을 보겠습니다.
31 그 때에 예수의 어머니와 형제들이 찾아와, 바깥에 서서, 사람을 들여보내어 예수를 불렀다.
32 무리가 예수의 주위에 둘러앉아 있다가, 그에게 말하였다. "보십시오, 선생님의 어머니와 형제들과 누이들이 바깥에서 선생님을 찾고 있습니다."
33 예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누가 내 어머니이며, 내 형제들이냐?"
34 그리고 주위에 둘러앉은 사람들을 둘러보시며 말씀하셨다. "보아라,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이다.
35 누구든지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사람이 곧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다."
이 본문은 예수께서 실제로 하신 말씀일 가능성보다는 당시 예수공동체의 급박하고 특수한 환경과 열정을 반영하는 기록일 가능성이 크다고 현대 신학자들은 말합니다. 마치 일제시대 독립군들이 나라를 되찾겠다는 뜻을 이루기 위해 공동체의 결의를 다지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의 독립군들 대부분은 급박하고 특수한 시대적 환경에서 가정을 돌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본문을 이용하여 가정과 사회를 부정하거나 경시하고, 자기들의 종교단체에 헌신하고 몰두하라고 가르치는 사이비 종교단체가 있습니다. 그들의 거짓된 논리에 빠져드는 일이 없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