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상과 사무엘하는 원래 한 권이었지만 70인역에 둘로 나뉘어 기록되어 있기에 기독교의 구약성서에서도 두 권이 되었습니다. 제목은 마지막 사사였던 사무엘의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사무엘은 사사이면서 제사장이었고 또한 예언자의 역할까지 한 영웅으로 사사시대의 막을 내리고 왕정시대를 여는데 큰 역할을 한 인물입니다.
사무엘서도 대부분의 구약문서들이 그렇듯이 바벨론 포로기 이후에 완성되었습니다. 그 이전에도 왕정시대 초기부터 여러 개의 단편적인 설화들이 입으로 전해졌고 그 중의 일부는 기록으로 전해지기도 했지만 최종적으로 편집된 것은 바벨론 이후라는 데에 일부 보수적인 신학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학자들이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1장은 사무엘의 탄생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탄생설화가 전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위대한 인물이라는 뜻이 됩니다. 1~2절을 보겠습니다.
1 에브라임 지파에 속한 숩의 자손 엘가나라는 사람이, 에브라임의 산간지방에 있는 라마다임에 살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여로함이고, 할아버지는 엘리후이고, 그 윗대는 도후이고, 그 윗대는 숩이다.
2 엘가나에게는 두 아내가 있었는데, 한 아내의 이름은 한나요, 또 한 아내의 이름은 브닌나였다. 브닌나에게는 자녀들이 있었지만, 한나에게는 자녀가 하나도 없었다.
사무엘의 아버지인 엘가나가 먼저 소개되고 있습니다. 본문에는 그가 에브라임지파 사람이라고 되어 있는데, 역대상 6장에는 사무엘이 레위지파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어느 기록이 맞는 지는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사무엘을 에브라임지파 사람으로 알았던 전승과 레위지파 사람으로 알았던 두 개 이상의 전승이 사무엘서와 역대기의 저자에게 나누어 채택되면서 발생된 결과라고 추측할 수 있을 뿐입니다.
엘가나에게는 아내가 둘이었답니다. 한나와 브닌나인데, 브닌나는 자식이 있었고 한나는 자식이 없었답니다. 야곱의 아내 레아와 라헬이 생각나는 내용입니다. 야곱은 레아보다 라헬을 더 사랑했지만 아들은 레아가 먼저 낳았습니다. 본문에서도 엘가나가 사랑하는 아내는 한나였는데 브닌나가 먼저 아들을 낳았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두 여인의 사이가 원만해지기 어렵습니다. 이어지는 이야기를 보겠습니다. 10~20절입니다.
10 한나는 괴로운 마음으로 주께 나아가, 흐느껴 울면서 기도하였다.
11 한나는 서원하며 아뢰었다. "만군의 주님, 주께서 주의 종의 이 비천한 모습을 참으로 불쌍히 보시고, 나를 기억하셔서, 주의 종을 잊지 않으시고, 이 종에게 아들을 하나 허락하여 주시면, 저는 그 아이의 한평생을 주께 바치고, 삭도를 그의 머리에 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12 한나가 주 앞에서 계속 기도를 드리고 있는 동안에, 엘리는 한나의 입술을 지켜보고 있었다.
13 한나가 마음 속으로만 기도를 드리고 있었으므로, 입술만 움직이고 소리는 내지 않았다. 그러므로 엘리는, 한나가 술에 취한 줄로 생각하고,
14 그를 꾸짖었다. "언제까지 술에 취해 있을 것이오? 포도주를 끊으시오."
15 한나가 대답하였다. "제사장님, 저는 술에 취한 것이 아닙니다. 포도주나 독한 술을 마신 것이 아닙니다. 다만 슬픈 마음을 가눌 길이 없어서, 저의 마음을 주 앞에 쏟아 놓았을 뿐입니다.
16 이 종을 나쁜 여자로 여기지 마시기 바랍니다. 너무나도 원통하고 괴로워서, 이처럼 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
17 그러자 엘리가 말하였다. "그렇다면 평안한 마음으로 돌아가시오.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그대가 간구한 것을 이루어 주실 것이오."
18 한나가 대답하였다. "제사장님, 이 종을 좋게 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한나는 그 길로 가서 음식을 먹었다. 그리고 다시는 얼굴에 슬픈 기색을 띠지 않았다.
19 다음날 아침, 그들은 일찍 일어나 주께 경배를 드리고 나서, 라마에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엘가나가 아내 한나와 동침하니, 주께서 한나를 기억하여 주셨다.
20 한나가 임신을 하고, 달이 차서 아들을 낳았다. 한나는, 주께 구하여 얻은 아들이라고 하여, 그 아이의 이름을 사무엘이라고 지었다.
앞에서, 두 아내 사이가 원만해지기 어렵다는 말씀을 드렸지요. 브닌나는 남편이 더 사랑하는 한나를 괄시했고 한나는 그 서러움을 풀기 위해 성전에 가서 기도에 매진한 가운데 본문의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한나는 하나님의 제단이 있는 실로로 가서 통곡하며 서원기도를 드립니다. 아들을 주시면 평생을 하나님의 사람인 나실인으로 살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너무나 기도에 몰두한 나머지 기진맥진해서 술에 취한 것으로 오해받을 정도로 온 정성을 쏟았노라고 본문의 기자는 강조합니다.
마침내 한나가 아들을 낳아 사무엘이라고 이름을 짓습니다. 직역하면 ‘그의 이름은 하나님이다’ 라는 뜻인데, ‘하나님의 이름이 그의 머리 위에 있다’ 또는 ‘하나님께서 들으셨다’ 라는 의미로 읽어야 한다고 학자들은 해석합니다. 아이가 젖을 떼었을 때, 사무엘의 부모가 다시 실로의 성전에 가서 제사장 엘리에게 아이를 맡깁니다. 26~28절까지 보겠습니다.
26 한나가 엘리에게 말하였다. "제사장님, 나를 기억하시겠습니까? 내가, 주께 기도를 드리려고 이곳에 와서, 제사장님과 함께 서 있던, 바로 그 여자입니다.
27 아이를 낳게 해 달라고 기도하였는데, 주께서 내가 간구한 것을 이루어 주셨습니다.
28 그래서 나도 이 아이를 주께 바칩니다. 이 아이의 한평생을 주께 바칩니다." 그런 다음에, 그들은 거기에서 주께 경배하였다.
이렇게 해서 사무엘은 어머니 한나가 서원기도를 드리면서 하나님과 약속한 대로 성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