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SF와 스타트렉
스타트랙은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미국의 대표적인 장수 SF TV시리즈이다. 1966년에 미국 NBC TV에서 처음 방송을 시작한 스타트렉은 저조한 시청률로 1969년에 종영되었다. 진 로덴베리(Gene Roddenberry)가 창조한 스타트렉은 수없이 많은 컬트매니아를 거느리며 지금까지도 새로운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스타트렉(Star Trek)은 역사상 가장 성공한 사이언스 픽션(SF) 시리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주선 엔터프라이즈(Enterprise)호가 23세기의 광활한 우주를 누비며 겪는 모험담이 이 시리즈의 주된 내용이다.
사이언스 픽션(science fiction, SF)은 오랜 기간 한국의 문학이나 영화 등 문화계에서 별다른 존재감이 없었던 장르이다. 미국 등 외국에서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운 SF작품들은 한국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70년대에 개봉하여 전 세계적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영화 ‘스타워즈’도 유독 한국에서는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흥행으로 이후 한국에서 SF영화는 흥행실패라는 공식이 기정사실화 되다시피 했다. 최근들어 큰 성공을 거둔 인터스텔라와 같이 흥행에 성공하는 SF영화가 등장 하고 있기에 이제 더 이상 한국이 SF영화의 불모지는 아니지만, 여전히 스타트렉이나 스타워즈와 같은 영화는 흥행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SF장르가 유독 한국에서 맥을 못 췄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우선적으로 SF라는 장르 자체가 현실성이 떨어지는 미래를 주로 다루고 판타지적인 성격이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런 측면이 한국의 독자나 영화관객들에게 SF는 어린이용이라는 편견을 심어주었다. 1990년대까지 숨가쁘게 고도성장기를 거치고, 민주화투쟁 등 격변의 시대를 살아왔던 한국인들에게 SF는 사실 마음에 와 닿기 어려운, 배부른 자들의 한가한 공상이란 의미가 강했을 것이다.
SF를 흔히 공상과학이라고 번역하는데, 과학소설이라고 했어야 할 장르가 원래 의미와 전혀 무관없이 붙여진 “공상”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 뉘앙스도 SF가 아이들의 치기정도의 가벼운 장르로 인식되는데 기여했다. 특히 비교적 최근까지도 무거운 사회적 주제를 다룬 작품들만이 인정을 받는 한국 풍토에서 SF의 입지는 극히 좁을 수밖에 없었다. “공상”이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게 인간 본성과 인류에 대한 지극히 심오한 성찰을 담고 있는 뛰어난 SF작품들이 수없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유독 한국에서 오랜 기간 푸대접을 받았다. 21세기에 접어들며 경제적 발전과 더불어 한국사회는 과거 볼 수 없었던 다양성이 폭발하게 되고, 따라서 SF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회적 기조가 자리 잡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흥행에 성공하는 영화들이 다수 등장하게 되었다.
진지한 SF를 논할 때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손꼽을 수 있는 스타트렉은, 여러 사회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에서는 극히 소수만이 접하고 알고 있는 SF이다. 하지만 SF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SF시리즈의 고전으로 꼽히는 스타트렉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2009년부터 제작되어 리부트시리즈라 불리는 영화 시리즈는 이전의 스타트렉 분위기와는 많이 다르게 흥행을 염두에 둔 상업성을 갖추고 있어 새로운 팬을 형성하고 있다.
진 로덴베리가 1966년 처음 스타트렉을 선보였을 때, 이 시리즈가 이렇게 성공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사실 저조한 시청률로 인하여 1969년에 3시즌 총 79회로 종영한 스타트렉은 당시에는 실패작으로 간주되었다. 물론 파일롯 단계에서 엎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인 환경에서, 3시즌동안 제작되었다는 것 자체가 실패라고 보기에는 어렵지만, 주 시청자들이 십대를 중심으로 형성되었고, 이는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는 민영방송국에서 원하는 시청자들이 아니었다. 예나 지금이나 미국의 TV는 절대적으로 광고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따라서 시청률 경쟁은 상상은 초월한다. 구매력을 갖춘 시청자들이 아닌, 주머니가 가벼운 십대들이 주로 시청하는 시리즈가 3시즌이나 이어진 것은, 시청률 이외의 여러 요인에 기인한 것이었다.
시리즈가 종영된 이후 1970년대를 지나서야 스타트렉은 재조명을 받게 된다. 네트워크에서 종영된 후, 신디케이션(syndication)에 팔려나가 재방송을 시작한 스타트렉은 오히려 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얻게 된다. 이 시리즈가 방송될 당시 주요 시청자였던 십대들이 소위 트레키(Trekkies)라 불리는 매니아층을 형성하였고, 이들이 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세대로 성장하며 자연스레 스타트렉도 재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스타트렉 초기 방영 당시 십대였던 열혈 팬들이 경제력을 갖추고 미국 사회의 주류로 등장하며 자연스레 스타트렉은 상업성을 갖추게 되었고 이런 사회적 의미에 힘입어 60년대 말에 종영된 시리즈가 20여년이 지난 80년대에 들어와서 후속 시리즈 제작이 가능해진 것이다.
현재 스타트렉은 총 5개의 TV시리즈와 13개의 영화가 제작되었다. 오리지널 시리즈 영화 6편, TNG 영화 4편, 리부트 시리즈 3편이 제작되었다. TV와 영화 이외에, 공식적으로 발간된 소설은 물론 많은 팬들이 쓴 팬픽(fanfic), 컴퓨터 게임등 많은 다양한 유관제품이 발매되었고, 지금도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1966년 방영을 시작한 최초 시리즈의 제목은 단순히 스타트렉(Star Trek)이었으나, 추후 제작된 시리즈와 구별하기 위해 TOS(Star Trek: The Original Series)라 불린다. 그 이후 TNG(Star Trek: The Next Generation), DS9(Star Trek: Deep Space 9), VOY(Star Trek: The Voyager), ENT(Star Trek: Enterprise) 시리즈가 제작되었다. 2017년 현재, 새로운 시리즈인 Discovery가 제작되고 있고, 곧 방영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