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은태(극단시키 프로듀서실)
대충 훑어보는 일본 뮤지컬계와 극단시키
‘일본 뮤지컬계’라는 거창한 말을 쓰기에는 내 지식이 너무 보잘것없다. 정보력도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다만, 없는 시간 쪼개 본 뮤지컬 한편 때문에 ‘내 피와도 같은’ 시간과 돈이 아까워 밤잠을 설치기도 하고, 때로는 뮤지컬과 인연이 없었던 친구를 데리고 가서는 고맙다는 말까지 들은 적도 있다. 그야말로 직접 보고 듣고 느낀 일본 공연계에 대해서는 내 언어로 풀어낼 수 있다. 다만, 대단히 주관적으로!
지나친 주관을 피하기 위해 그리고, 대충이라도 뮤지컬계를 훑어보고자 아래 표를 소개한다.
※ 극단 시키 www.shiki.gr.jp/kr
흥행규모 랭킹 뮤지컬(2007년) 출처-피아백서
순위 |
작품 |
단체 |
공연회수 |
흥행규모(만명) |
1 |
드라리온(Dralion) |
태양의 서커스 |
379회 |
103.0 |
2 |
라이온킹 |
극단시키 |
323회 |
40.5 |
3 |
캣츠 |
극단시키 |
324회 |
38.8 |
4 |
레미제라블 |
토호 |
213회 |
37.2 |
5 |
오페라의 유령 |
극단시키 |
298회 |
34.1 |
6 |
발렌시아의 뜨거운 꽃 |
다카라츠카 |
142회 |
30.5 |
7 |
유타와 불가사의한 친구들 |
극단시키 |
242회 |
28.2 |
8 |
마리 앙트와네트 |
토호 |
153회 |
27.5 |
9 |
파리의 하늘보다 높게 |
다카라츠카 |
113회 |
25.8 |
10 |
위키드 |
극단시키 |
190회 |
23.1 |
일본 뮤지컬계를 읽어내려면 극단시키, 다카라츠카, 토호를 먼저 알아야 한다. 좀 과장된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많은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성격도 특징도 다 다른 단체이기에 다카라츠카와 토호를 다루려면 시키만큼이나 많은 페이지를 할애해야 한다. 여기서는 위 표를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하겠다. 간단한 현황과 숫자만을 통해 전체시장을 가늠해 보겠다는 말이다. 대단히 미안하지만 그야말로 대충 훑어보자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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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키극장 하루, 아키 (촬영: 아리이 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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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로 연극을 상연하는 자유극장 (촬영:우에하라 타카시) |
비싼 티켓가격에 큰 맘 먹고 보는 토호와 다카라츠카 작품은 시키와는 다른 시스템과 다른 색깔의 공연을 맛볼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다카라츠카는 다카라즈카대극장과 도쿄다카라즈카극장 등 2개의 전용극장에서 공연을 올림과 동시에 2005년부터는 우메다예술극장을 비롯하여 국내 극장에서 정기적으로 공연을 올리는 독특한 ‘가극단’이다. 참고로, 시키와 다카라즈카 양극단의 매출액(입장료수입)이 일본 뮤지컬시장의 50%를 차지한다고 한다.
물론 일본에는 세 단체 이외에도 수십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태양의 서커스 투어 공연과 ‘근육으로 음악을 연주한다’라는 콘셉트로 2001년 탄생한 머슬(muscle) 뮤지컬 <브라스트> 코믹만화가 원작인 <테니스의 왕자> 등 새로운 타입의 뮤지컬을 선보이며 관객의 호응을 끌어내고 있다. 또한, 아뮤즈나 폴리프로와 같은 연예프로덕션도 뮤지컬 산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런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는 2007년도 일본시장의 동원 수는 930만 명, 시장규모는 748억 엔이다.
스타마케팅을 중심으로 하는 토호 작품과 관객들을 위한 스타를 만들어 내고 팬클럽을 비즈니스 차원으로 끌어올린 다카라츠카, 독자적인 방법론에 근거해 작품중심의 뮤지컬을 올리는 시키를 비롯하여 일본시장은 그야말로 다양하다. 그 다양성이야말로 관객발굴로 이어지고 이것이 또 다시 시장규모 확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싶다.
엉성하게 풀어가는 극단시키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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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일본 뮤지컬계의 30% 이상을 차지하며 오직 무대공연만으로 수익을 내는 극단시키는 어떤 곳인가? 1953년 7월 14일 결성된 극단시키는 1954년 1월 <아르델 또는 성녀>로 첫선을 보였다. 지금도 매년 연극을 공연하고 있지만 여기서는 뮤지컬의 역사만 살짝 들여다보겠다.
1971년 <어플로즈>(Applause)가 성공을 거두며 이후 뮤지컬에도 손을 대기 시작한 극단시키는 일본에서 첫 뮤지컬전용극장을 지어 <캣츠>를 상연,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1983년 11월 11일 막을 올린 <캣츠>는 첫날 16,000장이 팔려나가면서 일찌감치 대박 조짐을 보이며, 1984년 11월 10일 707회로 막을 내릴 때까지 연일 화제를 몰고 다녔다.
◀ 캣츠(촬영 : 아라이 캔) |
<캣츠>의 1년은 당시로선 파격적인 롱런에 해당했다. 지금도 1~3개월 단위의 공연이 중심인 일본시장에서 3개월 동안 극장을 빌릴 계획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생명보험증서까지 내놓으며 <없으면 짓는다>라는 말과 함께 과감한 선택을 감행한 프로듀서 아사리대표의 힘이 이후 전용극장 건설로 이어졌다.
<캣츠>의 성공을 기점으로 시키에서는 롱런 작품을 올림과 동시에 전용극장을 짓기 시작했다. 돌아보면 약 40년간 뮤지컬을 해 온 셈이다. 처음에는 다들 열정과 열의로 가득 찬 가난한 극단원들이었다. 스테이지만으로 돈을 벌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철학은 당시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캣츠>는 지금도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이다. 전국에서 롱런 공연을 이어가며 2005년 도쿄로 다시 돌아온 <캣츠>는 극장의 임대계약이 끝나는 관계로 2009년 5월 2일 막을 내린다. 막공일정이 발표된 날은 하루에 수천 장이 팔리기도 했다. 유료관객률 98.99%의 <캣츠>의 힘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아사리대표는 수천 장의 표가 팔린 날 조용히 “수십 년간 이 일을 해왔지만, 여전히 모르겠어”라는 말을 했다. 예측하기 어려운 시장이라는 말이다. 극단시키를 이끌어가는 대표가 모르겠다고 하니 관객동원에는 정말 정답이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캣츠 가설극장(1983) (촬영 : 야마노우에 마사노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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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적어도 어딘가에 힌트가 숨어 있지 않을까? 정답에 가까운 답이 있지는 않을까? 시키에는 <캣츠>보다 더 오랜 동안 일본관객에게 사랑받아온 <라이온킹>이 있다. 상당히 엉성할 수 있지만 <라이온킹>을 통해 아주 작은 힌트라도 얻고자 한다. 관객동원을 위한 다양한 몸부림 중 하나가 그곳에 숨어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기 때문이다.
진정한 관객동원은 무대의 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모으기 위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너무 당연하고 뻔한 이야기부터 하겠다.
관객에게 사랑받는 작품은 무엇보다 작품 자체가 좋아야 한다. 이런 면에서 극단시키의 <라이온킹>은 언제나 일정수준 이상의 레벨을 유지하며 뮤지컬 팬을 만들어내고 있다. 꼼꼼한 일본인의 성격이 무대의 컬리티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는데 한몫 하고 있다. 실수를 최소화하는 메뉴얼을 가진 극단시키의 기술 수준은 무대의 컬리티를 일정수준으로 유지해주는 원동력이다. 그리고 10년간이나 무대를 운영하려면 배우도 끊임없이 키워야 한다. 배우 육성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시간이 허락한다면 꼭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배우는 스스로 크지 않는다. 기본적인 소양이 있는 배우의 에너지를 제대로 뽑아주기 위한 시스템이 꼭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시키의 경우는 인터넷을 이용한 새로운 티켓판매시스템 개발과 회원관리 등의 요소도 뒷받침되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멋진 작품과 훌륭한 배우 이를 뒷받침하는 스텝만으로 한 작품이 10년간 갈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브로드웨이처럼 전 세계 관광객이 오는 것도 아니다. 내수 시장을 대상으로 10년을 넘어 15년 공연을 향해 여전히 관객을 끌어모으는 <라이온킹>의 또 다른 요소를 여기서 짚고 넘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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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온킹 무대사진(촬영 : 아라이 켄) |
시어머니도 며느리도 모른다는 라이온킹 현상
<라이온킹>은 약 1,200석 규모의 극장에서 1998년 오픈이래 10년째 공연을 계속해오고 있다. 평균 관객동원율 95%.
솔직히 털어놓자면 <라이온킹>의 관객동원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김새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30년 가깝게 시키에서 일하신 분들도 하나같이 말한다. ‘잘’ 모르겠다고.
눈에 보이는 것만 집어내서 이야기하자면 마케팅이 티켓판매로 이어질 수 있게끔 영업부서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 그것뿐이다. 그리고 실제로 지금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영업이다.
<라이온킹> 동원현황표는 다름과 같은 목록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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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
시키노카이 (회원) |
일반 |
합계 |
목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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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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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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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를 읽는 방법은 간단하다. 기본적으로 시키의 티켓판매는 ①영업 ②회원(시키노 카이) ③일반인으로 구성돼 있다. 대체적인 수치이긴 하지만 그 비율이 3:3:3이다. 나머지 1을 때로는 영업이 때로는 회원들이 때로는 일반인들이 채워가고 있다. 회원 시스템에 대해서도 기회가 있다면 다루고 싶지만, 오늘은 어디까지 영업에 초점을 맞추기로 하겠다.
시키의 영업은 단체라는 이름으로 크게 할인을 해주지는 않는다. 할인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무대는 ‘신선식품’이다. 백화점에서 할인딱지가 붙은 식품을 생각해보면 알듯이 상품에 자신이 있고 신선함을 무기로 한다면 결코 할인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단체영업의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인가? 선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약문화가 정착돼 있기에 원하는 시간대에 다른 사람보다 먼저 표를 살 수 있다는 강점을 이용해 단체영업을 하는 것이다. 물론 다른 단체가 모두 할인을 하는 일본시장에서 대단히 힘든 시도였다. 하지만, ‘시장의 건전성’이라는 명확한 명분과 나름의 철학과 신념을 굽히지 않았기에 오늘의 시키가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어려운 길을 어렵게 돌고 돌아가는 것이 진정한 지름길이었던 것이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기보다 여기서는 <라이온킹> 영업의 일례로 학교단체를 어떻게 극장으로 끌어왔는지를 보겠다.
10년 전 작품이 가진 힘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고 그 아이디어에 따라 전국에 있는 학교를 일일이 찾아나섰다. 뮤지컬 관람을 수학여행 프로그램으로 제안한 것이다. 작품이 가지고 있는 교육적 가치에 주목한 결과다. 모든 작품은 저마다 테마를 가지고 있다. 이 테마를 마케팅의 재료로 삼아 영업을 하는 것이다. 작품의 테마가 어떤 관객층을 극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지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다. 뮤지컬 관람이 일반화되어 있는 층이 아니라 아이디어로 극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층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그럼 여기서 이를 뒷받침해줄 수치를 살펴보자.
1998년 12월 20일 막을 올린 <라이온킹>은 2009년 8월 30일분까지 판매가 진행되고 있으면 3월 17일 현재 공연횟수는 3,521회. 지금까지 총동원 수 즉, 한국에서 말하는 유료관객 수는 약 410만 명으로 10년째 꾸준히 90% 이상의 동원률을 보이고 있다. 이중 오늘 말하고 싶은 영업동원 수는 약 160만으로 전체티켓 판매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이중 수학여행으로 유치한 판매인원수가 약 6,000건으로 총 40여만 명의 학생들이 <라이온킹>을 보았으며 학생단체 수는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수학여행 프로그램으로 유치하기 위해 각 지방학교단체를 ‘무턱대고’ 찾아가 현장에서 얻은 노하우를 제대로 살리기위해 학교영업그룹을 사내에 따로 두었다. 이 그룹은 정기적으로 학교를 찾아가 신뢰관계를 유지하고 매년 이루어지는 수학여행을 ‘예술감상’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시키의 회원을 대상으로 하는 할인 이외에 유일하게 할인혜택이 부여되는 학생단체는 미래의 잠재적 고객이라는 점에서 혜택을 주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영업하는 사람들은 할인을 협상카드로 내놓지는 않는다. 어디까지나 작품이 가지는 힘과 그 작품을 통해 어린이들이 얻게 될 감동, 그리고 이를 교육에 살려줄 것을 피력한다. 이를 통해 의도치 않았을 수도 있지만 10년 전 수학여행 때 시키의 작품을 본 학생들은 20대가 되어 친구와 그리고, 연인과 함께 극장을 찾는다. 그리고 10년 전 <라이온킹>을 본 20대는 30대가, 30대는 어느덧 학부형이 되어 아이들의 손을 잡고 극장으로 온다. 선순환구조가 생긴 것이다.
결코, 고객은 제 발로 찾아오지 않는다
문화는 수도권의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의 것이어야 한다는 신념이 바탕에 있었기에 지방의 학교를 대상으로 한 영업이 가능했을 것이다.
또한 영업은 아이디어 싸움이다. 10년 전의 아이디어가 <라이온킹>의 10년을 지탱하는 중요한 기둥이 되었다. 수학여행은 문화를 접할 기회라고 피력해왔다. 이는 물론 단지 <라이온킹>만이 아니라 전국아동초대공연과도 맞물려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자세히 다루고자 한다.
정말이지 너무 뻔한 처방전이지만 정답은 언제나 너무나 뻔한 그곳에 존재한다. 고객은 결코 제 발로 찾아오지 않는다. 그 발길을 극장으로 돌리게끔 ‘몸부림을 쳐야한다’. 정말로 다양한 몸부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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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른쪽이 좀 짤렸어요 ㅠㅠ
밑에 스트롤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