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언 각종 낚시잡지에 남해안의 여러 지역이 자주 소개되지만 서해권, 특히 목포.무안을 포함한 서해 남부권은 그렇게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지 않는다. 아마 갯바위 낚시인들의 손길이 닫기 어려운 지형적인 특성과 계절별 해수의 온도차이가 크다는 이유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그래도 이곳을 좋아하여 이곳에 살면서 이곳의 바다낚시를 개척한다는 자세로 서해남부를 찾아 다녔던 나의 서해 남부권의 낚시사계(四季)를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서해 남부권의 특징 서해안은 지역의 지형적 특성상 겨울에는 낚시가 힘들다. 한겨울에는 수온이 섭씨 4도까지 떨어지므로 물고기들이 근해에서 살아나기는 힘이 들 것이다. 서해남부권 역시 마찬가지이다. 감성돔의 경우, 회유론과 붙박이론 등의 갑론을박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서해의 수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계절적 특성상, 아주 깊은 곳이나 먼바다로 고기가 떠나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목포.무안권의 대상 어종 목포.무안권에서의 일반적인 낚시대상어는 감성돔과 농어, 그리고 숭어가 주어종이며 간혹 민어를 대상으로 삼는 꾼도 있다. 타 지역에서와 같이 벵에돔이나 참돔, 돌돔 등은 이 바다에서는 일반적으로 구경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이다. 물론 금년 들어 군산의 어청도 등에서 돌돔과 참돔, 그리고 부시리 등의 어자원이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고 있지만 서해의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일반적인 사실은 아니다. 감성돔의 산란과 월동 이 지역의 감성돔의 산란은 4월경부터 시작하여 6월말이면 거의 끝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해 중부의 격포, 군산권과 같이 감성돔 산란철부터 그 해의 낚시가 시작된다. 산란처로는 무안군 복길리와 톱머리 일대, 그리고 무안군 홀통 일대 등이 알려져 있으며, 4월경부터 이 일대를 중심으로 선상낚시가 주로 이루어진다. 갯벌지역이 많고 갯바위 낚시터가 그렇게 많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다가 6월 한 달간은 약간의 소강상태를 보이며, 7월 하순경부터 찌낚시가 이루어지면서 9월, 10월의 피크타임을 거쳐 11월 중순까지 낚시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농어낚시 반면 농어는 12월에 무안군 톱머리 일대의 기수면에서 산란을 시작하여 1월경이면 수온이 안정적인 깊은 바다로 잠적하지 않는가 하는 추리를 한다. 이곳에 사는 어부들의 말에 의하면 덤장에 12월까지도 농어가 들어와 있다는 말을 한다. 사실 농어는 어부들에 의하면 일 년 열두달 잡을 수 있다는 고기이다. 일반적으로 3월 초순부터 꾼들은 낚시를 시작하여 다음해 1월까지도 낚시를 한다. 주로 3월 초순경에는 신안군 증도의 우전리 해수욕장 일대와 화도 일대의 김발 양식장 사이의 말목을 중심으로 낚시를 하며, 심지어는 자은도, 임자도 까지 진출하여 낚시를 하는 꾼들도 있다. 그러다가 4월 중순경부터는 매화도 일대와 병풍도와 선도 사이에 있는 잔벌등 등지에서도 낚시하는 꾼들이 많아지면서 농어낚시가 활발해진다. 6월경부터는 내만 깊숙이 농어 무리가 들어와 감성돔 찌낚시 채비에도 간혹 입질을 보여 꾼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기도 한다. 민어낚시 민어낚시는 많은 메니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철에 따라 색다른 손맛과 입맛을 보기 위해 시도를 하는 꾼들이 있다. 주로 신안군 임자도나 증도에서 민어낚시를 하는데 갯바위나 선상에서 원투낚시를 주로 한다. 물발이 세지 않는 조금 전후로 하여 낚시가 이루어지는데, 그 이유는 사리전후에는 흙탕물로 인해 낚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민어 낚시인들의 이야기로는 민어는 멍청하여(?) 농어나 감성돔같이 파워 풀 한 힘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냥 묵직하게 따라 온다는 것이다. 잡어낚시 잡어의 일종으로 취급받는 숭어도 이 지역에서는 빼 놀 수 없는 낚시대상어이다. 아마 낚시인의 숫자로는 가장 많은 꾼 들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이 곳의 숭어낚시에는 4월 말경이면 벌써 꾼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숭어입감을 미끼로 찌를 투척하여 살살 끌어주면 덥썩 입질하는 숭어는 낚시기술도 어렵지 않고 맛도 훌륭하여 대중들에게 인기가 있는 어종인 것이다. 실전 농어 선상낚시 요즈음 서해, 특히 군산등지에서는 농어 루어 낚시가 일반인들에게 보편화되어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목포.무안권에서의 농어낚시는 주로 선상낚시에서 원투 처박기 낚시를 위주로 행해지는데 봉돌은 12-14호 정도를 사용하며, 물 발의 세기에 따라 약간씩 가감한다. 목줄은 4호에서 6호 정도까지를 주로 사용하며, 길이는 한발(150cm)정도에 바늘은 15-25호 정도의 농어바늘, 미끼는 숭어입감을 바늘에 끼어 목줄까지 올린 후, 밑으로 처지지 않게끔 목줄에 한번 묶어주고 바늘 끝에는 청갯지렁이 3-4마리를 주렁주렁 먹음직스럽게 달아서 포인트에 던져 준다. 2000년 4월30일(일) 새벽 5시 30분. 필자의 친구 송00 선생, 정00 교수, 김00 선장, 필자 이렇게 4명이 무안군 톱머리에 집결하였다. 입감은 숭어미끼 80개와 청갯지렁이 500g을 준비하였다. 그러나 비와 바람이 심상치 않아 출조를 망설이다 6시 30분에야 결국은 출조로 결정하였다. 실전 민어낚시 민어는 농어목 민어과에 속한 물고기로 9-10월에 산란을 하며, 주로 근해의 바닥이 뻘인 곳에서 산다. 우리 나라에서는 서해와 남해에서 잡히며, 특히 서해에서 많이 잡힌다. 주로 어부들의 그물채비와 주낚 채비로 잡아들인다는 정도 외에 별로 알려진 것이 없다. 포인트는 신안군 증도와 임자도, 그리고 자은도 주변(烏島 혹은 까마귀섬) 등에 형성된다는 정도의 정보일 뿐이었다. 무안군 성내리 실전 감성돔 낚시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무안군 성내리 앞 바다는 신안군 압해도 복룡리와 바로 맞닿아 있어 성내리 선착장에서 불과 배로 3분거리에 지나지 않을 만큼 지척에 있다. 그런데 성내리 일대는 인근의 복길리, 남촌 등과 달리 온통 여밭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다. 성내리의 장점이 참 많지만 나에게 있어서 가장 큰 장점은 가깝다는 것이다. 맘만 먹으면 20-30분 안에 낚시를 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인데, 이야말로 보배 같은 곳이지 않는가? 오늘은 몸이 무거워 늦잠을 좀 잦다. 별로 낚시를 할 생각도 나지 않았는데, 바다를 보니 생각이 달라져서 배를 띄웠다. 실전 잡어낚시 6월 15일(목). 시간이 마침 나서 초들이를 전후해서 간단히 손맛 좀 보고자 오전 7시에 무안군 톱머리에서 5분 거리인 강정리 앞 바다에 쌍 닻을 놓고 낚시삼매경에 들어갔다. 주변에도 배가 2척이 떠있었고 비교적 조용한 가운데 낚시에 임하고 있었다. 아들로 인하여 빠져든 나의 낚시인생 지금부터 5년 전인가? 그러니까 1996년 5월 말경, 하나밖에 없는 아들놈이 중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낚싯대를 사달라고 하였다. 이 조그만 사건이 나의 인생을 뒤바꿔 놓을 줄이야 그때까지만 해도 전혀 몰랐다. 물론 즐겨하지는 않았지만 대학시절 친구들과 같이 바다낚시를 간혹 다녔던 덕에, 몇 벌의 채비가 있었지만 그래도 낚시를 해 본다는 아들녀석에게 볼품없는 낚싯대를 넘겨주기는 싫었다. 아름다운 무안 앞 바다를 지키며... 서해의 낙조는 동해의 해돚이 같이 장엄하지는 않지만, 멀리 지평선이나 섬 너머로 지는 해가 온통 빨갛게 물들여 놓은 모습은 거의 넋을 잃을 만큼 황홀한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만든다.
아울러 겨울에는 일주일에 한 두 번씩 내려지는 잦은 폭풍주의보로 인해 낚시꾼들이 먼바다로 나가기가 힘들다는 특징도 가지고 있다. 전남 신안군의 홍도, 태도, 만재도, 가거도 등은 이 지역 목포에서 출항할 수 있는 먼바다의 낚시터이다. 그러나 여기서 본인이 말하는 먼바다는 근해권 중에서도 그래도 먼 곳에 위치한 임자도, 당사도, 증도, 사옥도 등을 말한다. 여기서 본인은 목포.무안 근해, 즉 전국의 낚시인 들에게 그렇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지역을 중심으로 낚시이야기를 펼치고자 한다.
또한 갈치낚시로 유명한 금호방조제 일대도 유명한 낚시터이다. 이 곳이 막아지기 전에는 영암만과 해남만 일대가 감성돔 산란장이었다. 지금도 이러한 영향으로 금호방조제 주변은 감성돔, 농어, 숭어를 노리는 낚시꾼들이 항상 북적거린다. 이곳은 본인의 경험으로 붙박이 감성돔이 월동을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요즘은 본인이 이쪽에서 낚시를 자주 하지 않지만 3년전 경험으로는 4월 초순경부터 찌낚시에 40cm 안팎의 감성돔이 낚이기 시작하여 엄청 손맛을 보았던 기억이 있다. 또한 12월 초순까지도 낚였던 기억으로 보아서 이곳에서의 월동을 고려해 본 것이다. 앞으로 계속 이 지역에서 낚시를 시도하여 월동처를 밝혀 보는 것도 개인적인 욕심중 하나이다. 해도(海圖)를 보면 이쪽 수심이 깊은 곳은 30m까지 나오는 것으로 봐서 가능성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재미있었던 일로는 낚시꾼 중에 이 근처에 사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분은 이곳 포인트를 주로 섭렵하시는 분이다. 목포공항의 활주로는 바닷가를 매립하여 만든 곳으로서 허사도와 이 일대를 포함하고 있는데, 이곳에 포인트가 형성되니까 목포공항 활주로에 배를 묶어 놓고 밑밥을 뿌려가며 낚시를 하는 것을 본인도 몇 번 목격하였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계속해서 공항활주로에 배를 묶어놓고 낚시를 하니 공항관리 직원이 나와 주의를 주었다는 소식을 듣고 배꼽을 잡고 웃었던 일이 생각난다.
작년 5월 초순경에는 진기한 광경을 본인이 직접 목격하였다. 신월리에서 낚시를 하고 톱머리로 회항을 하기 위해 남촌리를 거쳐 성내리로 가고 있는데 뱃전 밑으로 고기들이 놀라서 이리저리 피하는 것을 우연히 목격하게 된 것이다. 배 위에서 보니 엄청나게 많은 농어들이 수심 1-2m 정도에서 우왕좌왕하는 것이었다. 이 광경은 성내리에서 뿐만 아니라 복길리 앞, 그리고 톱머리까지 계속되었다.
특히 톱머리 앞에 어민들이 만들어 놓은 덤장 위로 농어무리가 이리저리 튀는 모습은 일대 장관이었다. 그때의 기억으로는 농어들이 주로 뻘등 위로 움직이는 것 같았고, 농어의 개체 수가 수십만 마리 정도로 각인되어 있다. 그 후로는 정말 서해 농어의 가능성을 실감하고 확신에 차 있는 것이다.
또한 잡어 중의 하나인 문절망둑어(운저리)도 대중에게는 인기가 있는 낚시 어종이다. 늦은 봄부터 보이기 시작하는 운저리는 낚시를 모르는 사람들도 긴 대나무에 낚싯줄만 연결하여 청갯지렁이를 바늘에 살짝 걸쳐 잡아내는 어종으로, 낚시의 삼매경에 빠지게 만드는 손맛을 처음 가르쳐 주는 대상어 이기도하다. 이 곳에서는 운저리를 깨끗이 손질하여 갖은 양념과 함께 고추장과 초장에 버무려 내는 운저리 회판을 값싸고 맛 좋은 음식으로 높이 쳐준다.
잡어라고 하기엔 이상하지만 황가오리도 재미있는 어종이다. 5월 말경부터 산란을 위해 기수면 뻘 밭으로 들어오는데 평균 3-4kg 정도 크기로서 원투처박기 채비에 올라온다. 묵직하게 따라오면서 한번씩 옆으로 처박는 손맛과 함께 입맛도 일품이다. 간혹 30kg짜리도 낚시에 올라오는데, 이런 크기를 한 마리 정도 잡고 나면 며칠은 몸살이 날 정도이다.
이외에도 갈치낚시도 빼놓을 수 없는 낚시대상어이다. 찬바람이 나기 시작하면 방조제에서 주로 이루어지는데, 밤낚시에 주로 입질을 하기 때문에 밤에 나가보면 방조제 주변에 수백대의 차가 주차해 있는 광경과 찌에 달아 놓은 수많은 불빛으로 인해 일대 장관을 이루기도 한다.
보통 김 양식장의 말목 사이가 포인트가 되는데, 구(久)양식장의 폐 말목이 얼키설키 놓여있는 곳이 일급포인트인 것 같다. 아무래도 여밭이 아닌 뻘밭에서는 얼키설키 놓여있는 말목 사이가 여밭 역할을 하지 않을까 추측된다. 또한 김 양식장의 발장 사이는 해초들이 자라있고 이러한 곳에서 먹이사슬이 형성되어지지 않나 추측된다. 또한 뻘밭은 수심이 낮아 물살이 빠르고 뻘물이 적당히 흘러 물색이 흐리니 농어도 겁 없이 덜컥덜컥 먹이를 취하는 것 같다.
어디나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낚시꾼들의 특성상 자신만의 포인트는 공개하지 않고 숨기는 경향이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포인트개발의 여지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된다. 본인은 가보지 않은 지역에서 처음 낚시를 할 때는 일요일 날, 즐겨 찾는 포인트는 평일에 출조를 하는데 그 이유는 새로운 지역에서 낚시할 때 아무래도 포인트 잡기가 힘드니까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에서 낚시를 해보고 다른 꾼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눈여겨보다가 포인트에 대한 감각을 익히는 것이다.
신안군 매화도를 지나고 등대가 있는 황도를 지난 후, 화도에 있는 김양식장의 말목(귀곡산장 폐말목 사이어서 귀신이 나올 것 같은 으스스한 포인트)에 배를 묶고 낚시를 시작하였다. 물때는 중물이 시작되고 있어서 입질시간을 약간 놓쳤지만 부지런히 채비를 던져놓고 약 30여분을 기다리고 있는데, 내 낚싯대의 초릿대가 심상치 않아 살며시 들어주니까, 갑자기 '원다 농어전문대'의 초릿대가 처박혀 버린다. 어렵사리 낚싯대를 세우고 한참을 싱강이 한 끝에 올라온 것이 2.6kg(67cm) 농어였다.
"아이고! 이제는 더이상 원도 없다!"하고 있는데, 장난삼아 던져 논 1.5호대(5.3m 찌낚싯대) 채비가 끌려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간신히 잡아 싱갱이에 들어간 후, 엄청나게 파워풀한 손맛을 선사해주고 나온 씨알이 2.2kg(65cm) 농어였다. 그 후로 상황은 끝이 났다. 이후 더 이상 입질이 없어서, 증도에 있는 우전리 해수욕장 입구에 있는 여로 진입했으나 조과는 더 이상 없었다. 참고로 이여는 끝날물때 2개의 여가 잠깐 보이며, 여가 물에 잠길 때부터 농어가 이 여를 타고 놀면서 입질을 한다.
우리 00 낚시회에서는 작년(1999년) 9월경에 회원 1명의 건의로 민어낚시가 시도되었다. 신안군 증도의 갯바위에서 7명의 회원이 참석하여 1박 2일 동안 낚시를 하였는데, 조과는 신통치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30cm 안팎의 2마리라는 조과에 실망을 하였지만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갖게 되었다. 회원 중 1명은 70cm 정도를 끌어내다 얼굴만 보고 낚시바늘이 입에서 빠져 버렸다는 것이다. 그 당시 채비는 일반적인 감성돔낚시의 처넣기낚시 채비를 그대로 사용하였는데, 결과적으로 감성돔 5호 바늘이 민어에게는 맞지 않고 농어바늘 17호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미끼 역시 참갯지렁이만을 준비했었는데 좀 더 다양한 미끼를 사용해 보자는 취지에서 집갯지렁이와 참갯지렁이, 그리고 숭어입감, 청갯지렁이, 중하 등을 준비한 후, 2000년 8월 5일(토)과 6일(일), 12물과 13물을 노려 다시 민어낚시에 도전하기로 했다.
이곳은 평소 물발이 아주 센 곳이라 낚시를 위해서는 12물에서 살아나는 물때까지가 낚시하기에 양호하다는 귀뜸을 받았었기 때문이다. 8월5일, 오전 8시에 아지트인 톱머리에 집결하여 준비물을 점검한 뒤, 1진 2명은 김00 선장의 90마력 엔진을 장착한 1T의 선외기인 00호로, 2진 8명은 승합차로 각각 출발하여 무안군 지도면 송도 선착장에서 합류하였다. 다시 가져간 고무보트에 15마력 엔진을 장착하여 2명은 고무보트, 나머지 8명이 00호로 10시 30분 출발하였다. 30여분을 항해한 후, 대망의 목적지인 증도 서편의 호감도에 도착하여 짐정리와 함께 간단히 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한 후, 각자의 포인트로 향하였다. 물때는 이제 초들이가 시작되고 있었다.
일행인 회원 5명은 그 자리에서 채비를 준비하기 시작하였고, 회원 2인은 호감도앞의 무명섬에서, 김00 선장과 회원 1명은 00호에서, 회원1명과 본인은 고무보트에서 각자 낚시를 시작하였다. 미끼는 준비한 집갯지렁이, 참갯지렁이, 고린재(숭어미끼), 청갯지렁이, 중하새우 등을 사용했는데 이는 어떤 미끼에 입질이 빠른가를 파악하고자 함이었다.
낚싯대는 일인당 5대 정도를 폈으니까 호감도와 무명섬 사이 일대는 거의 훑어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기가 있다면 일단은 낚시의 사정권을 벗어 날 수는 없다는 판단이었다. 제일 먼저 함께 고무보트에 탄 회원이 1kg 정도의 붕장어를 낚은 후, 필자 낚싯대의 초릿대도 쑥 빨려 들어가 챔질에 성공하여 끌어 들여 보니 30cm 크기의 보구치였다. 물고 나온 미끼는 새우였다. 보구치는 민어와 같은 농어목 민어과에 속해 있는 물고기여서 서서히 기대감이 고조되기 시작하였다. 갯바위 낚시 회원은 25cm 크기의 비드락(감성돔 새끼)을 걸어 냈고, 00호에 탄 김00 회원도 부지런히 무언가를 잡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물발이 약해지자 미끼는 없어지고 바늘만 달랑 나오는 것이 잡어들이 설치고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물발이 있는 곳으로 다시 포인트를 잡고 낚시를 다시 시작하였으나 별 소득 없이 오후 6시가 되어 버렸다. 다시 전체가 모여 조과를 확인하였으나 민어를 낚은 사람은 없고 보구치, 감성돔, 붕장어, 이빨장어 등의 조과가 고작이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전략을 토의하기 시작하였다. 1조는 증도 본 섬 쪽의 김발 말목 사이의 물길을 공략하고, 2조는 본인 혼자 보트를 타고 호감도와 무명섬 사이를 다시 공략하되 호감도 쪽으로 바짝 붙어 낚시를 하기로 하였다. 3조의 나머지 7명은 호감도 갯바위에서 흩어져 각자 공략하기로 하였다.
어둑해지면서 3조 쪽에서 2kg 정도의 숭어와 붕장어, 보구치 등을 잡아내는 모습이 보였다. 시간이 흘러 케미를 초릿대에 꼽았던 필자의 낚싯대도 케미가 갑작스럽게 밑으로 쳐지는 입질이 왔다. 낚싯대를 힘차게 세우니 무언가 덜커덕하는 하는 무거운 느낌의 어신이었다. 그러나 금방 낚싯대가 허전해 버리는것이었다. 가지고 간 중하새우가 떨어져 버려 집지렁이를 사용하였는데, 집지렁이가 밑으로 축 처져 있는 것이 대물의 입질이 분명하였다. 농어바늘18호에 집지렁이를 먹음직스럽게 꽤서 채비를 완성한 후, 다시 입질장소로 던졌으나 전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었다. 그 후로 입질이 전혀 없었고 오후 11시가 되어 보트에서 잠시 새우잠을 잤다.
다음날 오전 5시쯤 날이 훤해져 가기 시작해서 다시 채비를 갖춰 낚시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갯바위에서는 2껄떡(40cm 전후의 농어새끼를 칭함) 한 마리를 잡아내는 모습이 보였다. 필자의 채비는 또 먹게들이 장난을 치는지 미끼가 너덜너덜 해져 있었다. 이렇게 먹게들의 장난으로 낚시가 불가능할 정도여서 8시쯤에는 갯바위로 철수를 하고 말았다.
9시쯤, 회원1명이 증도에 공사현장이 있어 먼저 철수를 해야겠다고 하여 고무보트로 현장까지 실어다 주고 오니, 갯바위 낚시를 하던 회원이 2떡(40cm 정도 크기의 농어) 한 마리를 잡아 포를 뜨고 있었다. 결국은 아침식사와 함께 철수준비를 하기로 결정하고 민어낚시의 대장정을 마감하기로 했다. 이번 출조에서의 민어낚시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민어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철수를 하고 말았지만 회원들의 가슴속엔 언젠가는 묵직한 민어라는 고기를 반드시 낚싯대로 건지겠다는 나름대로의 투지를 간직하고 있었다. 민어가 뻘밭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입질은 갯바위 주변의 여밭에서 한다는 것이다.
갯바위를 벗어나 뻘밭에 미끼가 머물면 다른 잡고기들이 입질을 하고 만다. 채비가 뜯기더라도 반드시 여자락에 미끼가 위치해야 한다. 이번 출조에서 증도 어민들의 분위기를 보니까 민어 잡이를 위해서 그물을 손질하고 있는 모습이 많이 보이고 있었다. 이 일대에 민어가 있다는 것은 사실인 것 같은데 낚시에서 민어 꼴을 볼 수 없었던 것은 정확한 포인트와 정보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 같았다. 계속된 관심으로 정보를 쌓아가다 보면 새로운 장르인 민어낚시도 우리에게 쉽게 다가설 날이 있으리라 믿는다.
그래서 감성돔 산란이 끝나고 나면 많은 낚시꾼들이 이 일대의 여밭을 누비며 감성돔 낚시를 하고 있다. 감성돔의 산란이 끝난 후, 왕성한 식욕과 휴식을 위해 물골과 여밭이 풍부한 이 곳으로 모이지 않나 생각된다.
주로 6월경부터 낚시꾼들이 보이는데, 주로 선상에서 원투 처박기 낚시를 시도한다. 50cm에서 60cm 이상되는 대물들의 출현이 많을 때가 이때이다. 7월 말경이 되면 찌낚시 꾼 들이 눈에 많이 띄는데, 주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1. 성내리 선착장 옆의 철탑 밑 곶부리는 끝날물과 초들물 사이 때 집중적 공략이 필요하며, 주로 사리 전후의 간만 차이가 클 때 대물입질이 온다.
2. 효지도 철탑 밑의 곶부리는 초들물부터 만조까지를 노려 볼 수 있는 들물 포인트이다.
3. 효지도 가두리 양식장 옆의 곶부리는 들물 포인트이다.
4. 그리고 복룡리 앞의 간출여는 주로 중썰물부터 여가 보이기 시작하여 중들물까지 낚시가 가능하다.
5. 또한 성내리 선착장 앞과 남촌 가까이 있는 공사장에서는 원투 처박기 낚시를 많이 하는데 주로 복룡리쪽으로 멀리 칠수록 큰 씨알이 나오는 특징을 갖고 있다.
6. 성내리에서는 낚시꾼마다 제마다의 포인트를 한 두개씩 가지고 있는데, 본인은 성내리 선창장에서 가까운 큰 여 일대를 선호하는 편이다. 큰 여는 3물부터 11물 사이의 끝날물부터 초들물 사이에 얼굴을 비치는데, 이 여에 올라가든지 혹은 이 여를 등지고 쌍닻을 놓아 배를 고정시키고 15m 앞의 물골을 노린다. 수심은 8m에서 12m 사이로 그 날의 물발과 수온에 따라 임의로 조절을 해야 한다. 필자의 경우는 2호찌에 2호 수중찌를 채비하여 조개봉돌 팥알 사이즈 1-2개를 그 날의 상황에 따라 목줄에 달아 사용한다.
7. 이밖에도 크고 작은 간출여와 아에 보이지도 않는 여가 산재해 있기 때문에 선상찌낚시가 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이유로 포인트에 대한 기억을 대부분 동서남북에 있는 지형지물에 맞추고, 배를 고정시켜 낚시를 하기 때문에 결국 초보자들은 경험이 많은 분들의 배에 동승하는 수밖에 없다. 일단 쌍 닻을 내려 배를 고정시키면 그 날 그 시각의 수심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구멍봉돌을 바늘 끝에 매달아 이곳 저 곳을 쑤셔보면 대략의 지형파악과 수심을 알 수 있게 된다. 물발의 세기에 따라 적당히 찌매듭을 고정하여 낚시에 임할 수 있다. 이 곳은 비교적 수심이 깊어 1호찌도 많이 사용하지 않고 2호 이상의 찌를 주로 사용한다. 8월 24일(목) 성내리에 출조하였다.
오늘 목포 끝들물(만조)이 08:18분, 필자는 10시 30분쯤 되어서 무안군 성내리에 도착했다. 김00 선장은 벌써 50cm 1마리와 30cm 전후 4마리 등등을 물칸에 넣어 두고 있었다. 회원 3명은 45cm 1마리 30cm 전후 3-4마리, 등등...
열이 쬐끔 났다. 하지만 물때가 맞지 않아 바닷물은 강물같이 엄청 빠르게 흐르고 있는데, 물발이 약하게 흐르는 포인트를 찾아 낚시를 할 수도 있겠지만 이쪽에서 큰 씨알들이 나왔기 때문에 이 주변을 사수하기로 마음먹었다. 회원들이 가져온 수박 좀 얻어먹고 물발이 죽기를 한참을 기다렸다.
1시쯤 되니까 물발이 약해지면서 반대편으로 흐를 기세가 보이 길래, 얼른 밑밥을 치면서 미끼를 던졌다. 곧바로 찌가 쑥 들어가는데, 환상적인 입질과 손맛을 만끽하면서 올라온 이쁜 놈은 38cm 감성돔이었다. 그런데, 하늘이 시샘하듯이 그때부터 미친 듯한 바람과 비가 몰아치는데, 할 수없이 철수를 하고 말았다.
이 날 채비는 0.6호 대에 2.5호 원줄, 2호 목줄을 2발(3m), 2호찌에 2호 수중찌로 채비를 하였다. 요즘 필자가 1.75호 내지 2호 목줄을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깊은 수심(20m 안팎)을 공격하다 보니 채비가 얽혀, 1.5호에서 좀더 굵은 목줄을 사용하였더니 채비 엉킴이 사라졌다. 그리고 미끼는 크릴 밑밥통 속에 들어있는 조금은 건강해 보이는 크릴 두 놈을 골라 바늘에 꿰어서 사용했다. 조금 무식하게 사용했지만 입질 받는데는 전혀 애로가 없었다.
이 날 낚시포인트는 성내리 선착장 앞에서 신안군 압해도 복룡리가 바라다 보이는 쪽의 1/4쯤 되는 곳으로서 수심은 12m 였다.
미끼는 참갯지렁이. 펼쳐 논 5대의 낚싯대가 미동도 하지 않아 슬슬 지겨워 지는 판에, 미끼라도 새로 갈아주려고 낚싯대를 살짝 들려는 순간, 옆에 있는 낚싯대의 초릿대가 사정없이 처박아 버린다.
얼른 낚싯대를 들고 릴을 감으니 엄청난 무게로 무엇인가 딸려 오는데, 혹시 해초가 따라 오는 것이 아닌가 걱정을 했다. 한참 낑낑대며 끌어올리는데 얼굴은 보여 주지 않고 다시 쳐 박아 버린다. 그때부터는 확실히 대물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온몸이 긴장이 되면서 팔이 저려오고, 한 10여분을 승강이 하다가 드디어 얼굴을 보여 준다. 누런 가오리가 양날개를 퍼덕이며 배 밑으로 다시 처박아 버린다. 그때부터는 낚싯대를 높이 세우고 버티기에 들어갔는데, 한 2분 정도 버티니 다시 떠오른다. 뜰채에 들어가지 않는 것을 얼굴 윗 부분만 살짝 걸쳐 배로 끌어 올려놓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쉴 수가 있었다.
온몸은 땀으로 뒤덮였으나 기분 좋은 나른함으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더 이상 낚시는 무리라는 생각으로 귀항한 후, 광주에 있는 어머니 댁으로 예쁜 가오리를 보냈더니 그리 좋아하실 수가 없었다. 무게는 7.2kg이었다.
나의 가장 친한 벗인 송00선생이 마침 낚시에 조예가 깊은지라 송선생과 같이 낚싯대와 릴, 그리고 기타 소품 등을 구입한 후, 기왕이면 낚시도 한번 데리고 가자며, 목적지를 완도로 하여 출조 계획까지 세우고 말았다.
완도 선상낚시에서 아들, 나, 그리고 송선생 3명이 거둔 조과는 뜻밖에도 쿨러를 가득 채우고 말았다. 2주 후에 또 완도행을 하였는데, 조과는 또 쿨러를 가득 채웠다. 그런데 이후, 아들놈은 낚시에 시들하였고, 반면 나는 송선생과 궁합이 맞아 아편과도 같은 손맛에 점점 빠져들고 말았다. 이후 찌낚시란 새로운 기법과 완도가 아닌 목포에서도 감성돔이 낚인다는 사실 등에 매료되어 낚시는 내 생활의 일부가 되어 버리고 만 것이다.
나의 직업이 교직인지라 비교적 시간을 내기가 수월한 점이 있고, 또한 나의 전공이 환경디자인인지라 낚시터를 찾게 되면 전공과 관련지어 이모저모를 궁리하는 버릇이 생기는 등, 꽤 괜찮은 부수입까지 올리고 있다. 실제로 논문 몇 편은 어촌 및 바다환경과 관련된 논문인데, 낚시도중 떠올린 아이디어를 이용해 쓸 수 있었다.
3년전 나와 인과관계가 있는 지인 한 분이 무안군 톱머리에 있는 자신의 땅에 콘테이너 한 채를 마련해 주어, 그 곳에다 나에게는 보물같은 낚시장비며, 보트장비를 보관하면서 시간 나는 대로 낚시를 하거나 장비를 손질하고 있다. 3년 정도를 톱머리에서 지내다보니 이제 마을 분들과도 친하게 되었으며, 또 그 곳으로 낚시를 자주 오는 분들과도 교류를 하게 되어, 낚시회를 조직하게 되기까지 이르렀다. 낚시회 회원들도 낚시에 미친(?) 사람들이 많아 틈만 나면 새로운 포인트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곳이 예부터 다양한 어종의 산란처로 유명하였으나 간척지사업과 불법어로작업 등의 환경파괴로 인해 고기들이 자꾸 우리 곁에서 멀어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목화낚시회와 이 지역의 뜻 있는 분들과 교류하며 푸른바다 가꾸기, 어린 고기 방생하기, 불법 저지르지 않기 등을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나는 아름다우며, 가능성이 있는 이 무안 앞 바다를 사랑한다. 많은 세월이 흐르더라도 나는 이 곳을 떠나지 않으며 바다와 함께 하는 삶을 계속 유지하고 싶은 생각이다. 다양한 어종들과의 즐거운 만남을 기약하면서...
그리고 아름다운 무안 앞 바다의 바다낚시를 개척하는 자세로...(피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