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용 장수풍뎅이 등을 대량으로 사육해 한 해에 순수입을 2억원 이상 거두는 농민이 있다.주인공은 전남 영암군 신북면 용산리 '삼우곤충농장'의 최영환(47)씨.
그의 농장은 겉보기에는 보잘것없다. 노지 사육장(면적 7000평)이라고 하는 곳은 야산 군데군데에, 표고버섯을 재배하고 남은 폐목과 반쯤 썩은 참나무 톱밥을 부어 놓았을 뿐이다. 이곳에서 장수풍뎅이들이 짝짓기를 해 알을 낳는다. 녹두만한 알이 깨 애벌레가 2 ̄4㎝ 크기로 자라면,최씨는 이를 동네 주민들의 품을 사 수집해 실내 사육장으로 들인다.
실내 사육장(면적 100평) 또한 예전에 버섯을 기르던 비닐하우스로 특별한 게 없다. 이곳에서 참나무 톱밥 통 안에 들어간 애벌레들은 번데기를 거쳐 성충 장수풍뎅이가 된다.
최씨는 "알이 성충이 되기까지 자연상태에서는 1년이 걸리지만, 온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6개월 만에 끝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생산한 장수풍뎅이는 100여개에 이르는 인터넷 곤충 쇼핑몰과 애완용 동물 판매점,어린이용 교구 취급 점포 등에 도매로 넘겨진다.
한 해 평균 성충은 암수 5만여쌍을 쌍당 5000원안팎에, 애벌레는 10만여마리를 마리당 1000원가량씩 받고 출하하고 있다.
최씨는 쌍당 8000~3만원인 사슴벌레와 애벌레도 연간 10만여마리가량을 길러내고 있다.
또 먹이통과 산란 나무,톱밥 등까지 만들어 공급해 연간 총 매출이 6억원을 넘는다. 상시로 일하는 사람은 자신과 부인(신희영.40), 직원 4명이다. 최씨는 "재료비.인건비 등을 뺀 순수입은 연 2억원 정도"라고 말했다.
고교를 중퇴한 뒤 서울로 올라갔던 그는 1990년 귀향, 처음엔 표고버섯을 재배했다. 하지만 일은 힘들고, 수입은 시원찮았다. 그러던 중 버섯 재배 후 버린 폐목에서 장수풍뎅이들이 서식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관상 곤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을 알고 95년 사육에 나섰다.
최씨는 "시행착오를 거듭해 빚을 3억원 넘게 지기도 하는 등 고전했으나 5년여 전부터 점차 자리를 잡아 이젠 아주 괜찮다"고 했다. 최씨가 성공을 거두자 4년 전부터 이웃 농민 5명이 따라 사육하고 최근 30명이 또 뛰어들어 영농조합법인까지 구성하게 됐다.
또 영암군은 신북면 용산리.명동리 일대 4개 마을(총 261가구)에 2010년까지 체험학습장 등을 갖춘 친환경 생태마을(장수풍뎅이마을)을 조성하기로 했다.
최씨는 "우리가 어렸을 땐 지천에 널릴 만큼 흔하던 곤충들이 이젠 귀해졌다"며 "관상용.전시용.교육용 수요가 점점 커지기 때문에 곤충이 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장수풍뎅이 사육 농가가 늘어나자, 새 곤충상품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울음소리가 귀뚜라미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방울벌레를 내년부터 본격 생산할 예정이다. 또 계단 논 800평의 벼 농사를 접고, 물방개.게아재비.물자라.장구애비 등을 넣어 기르고 있다.
◆성공 포인트=최씨는 주 재료인 참나무와 부산물 등을 최대한 활용, 장수풍뎅이 등의 생산 원가를 대폭 낮추고 있다.
참나무가 많은 숲을 사서 벌목하면, 가는 가지로는 먹이통과 산란 나무 등을 만들고, 중간 굵기의 것은 표고버섯 재배 목으로 쓴다. 아주 굵은 나무는 불을 때 천연 살충제.거름인 목초액을 뽑아 파는 한편 그 열로 실내 사육장을 난방한다.
곤충 사육 후 처진 톱밥을 거름으로 팔아 거두는 수입만도 3000여만원이다.
최씨는 "장수풍뎅이 등을 처음에는 소매도 했지만 소비자들을 일일이 직접 상대하자니 수입에 비해 시간과 공력이 너무 많이 들어, 지금은 사육에만 치중하면서 인터넷 쇼핑 몰 등에 도매로 넘기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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