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직급에 따른 존대 어법에 관해?
[질문] : 의사가 간호사보다 나이가 많으면 의사가 간호사에게 말을 놓는데 간호사가 의사보다 나이가 많으면 간호사가 결코 말을 놓지 않는다. 왜 일까? 목사가 전도사보다 나이가 많으면 목사가 전도사에게 말을 놓는데 전도사가 목사보다 나이가 많으면 전도사는 목사에게 결코 말을 놓지 않는다. 왜 일까?
회사나 여타 조직에서도 대체적으로 직급으로 대화 시 존대와 하대를 하게 되는 것 같다 직급이 계급 서열인가? 왕정시대 아들이 왕이면 부모와 조부모도 존댓말을 한다. 어저께만 해도 주일학교에서 가르쳤던 내 제자였고 그냥 교회 후배였는데 갑자기 신학을 하니까 전도사님(?)이라고 대접해야 한다고 하는데 때론 너무 헷갈리기도 합니다. 부모가 자식이 신학을 한다고 존대를 해야 하나요? 교회도 그리스도 안에서 가족 공동체라고 하는데 왜 갑자기 아들에게 제자에게 후배에게 존대를 해야 하는지? 우리나라만의 특징인지 아님 다른 나라 특히 서양도 그런지(서양은 존댓말이 없다던데?) 교회의 직분은 상하의 계급이 아닌 단지 직임(맡은 일)이라고 이야기는 하는데 왜 현실은 수직적 관계로 이루어지는지? 이게 과연 성경적인지요?
[답변] : 이는 성경에는 구체적으로 가르치지 않는 문제입니다. 성경은 인생사에 대한 기본 원리만 밝혀놓았지 모든 개별적 케이스들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 질문자님이 지적하신대로 서양에는 우리말 같은 존댓말 어법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대화 상대를 존대하지 않은 것은 결코 아닙니다. 저로선 영어사용권 문화밖에 경험이 없기에 그쪽 예만 들어보겠습니다. 우선 직급의 명칭을 부르는 것 자체가 존대입니다. 장군이면 General, 대통령이면 President, 목회자는 Reverend 라고 부르면 존경 즉, 그런 직분자로서 대우해준다는 것입니다.
일반인에게도 이름 앞에 Mr나 Madam 등의 호칭을 붙이면 존대의 표시로, 또는 공식적인 사안을 말하겠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런 경우들에 대체로 처음이나 마지막에 “Sir!”라는 존대수식어를 붙입니다. 단 우리말처럼 대화 전반에 적용되는 존경어법은 아예 없기에 구사하지 않습니다. 성경에 구태여 그런 문제를 논할 이유도 필요도 전혀 없었던 까닭입니다.
교회는 일반 사회단체와, 정확하게는 이익집단과 다른 특이한 성격을 지닙니다. 지도자가 주도하는 상하주종계급사회와 달리 대표자만 필요한 모든 구성원이 동일한 자격으로 연합하는 공동체입니다. 그리스도 사랑 안에서 모든 이가 형제요 자매입니다. 성도들의 개별적 모임이나 조직체계를 갖춘 지역교회에서나 그 머리는 오직 예수님이며 모든 이가 그 머리이신 예수님에게 붙은 지체입니다.
그럼에도 교회에서 직분을 가진 자는 당연히 사랑과 신뢰와 특별히 존경을 표시해야 합니다. 이는 교회뿐 아니라 모든 인간 공동체의 윤리이자 상식입니다. 특별히 교회 직분자 중에서도 말씀을 전하고 가르치는 자는 더욱 존경해야 한다는 것은 성경도 권면하는 바입니다. “잘 다스리는 장로들은 배나 존경할 자로 알되 말씀과 가르침에 수고하는 이들에게는 더욱 그리할 것이니라.”(딤전5:17)
물론 성경이 말하는 절대적 원칙은 다시 말하지만 주님 안에서 모두가 동일한 신분, 자격, 위치, 계급, 권리, 의무를 지닌 형제와 자매입니다. 당연히 목사도 예외는 아닙니다. 예컨대 교회의 중요 의사결정에 목사도 다른 정규 회원과 동일하게 한 표만 행사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교회에서 말씀을 가르치고 또 상하주종이 아닌 연합공동체에서 대표자의 역할을 맡았으므로 모든 구성원들이 그에 상응하는 존경과 신뢰와 사랑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한국인은 고래로 직분과 그에 따른 호칭 및 어법에 아주 민감합니다. 또 성경의 이 말씀에 주목하여 신학교에 가면 목사가 될 예비후보생이라 보고 나이가 어려도 꼭 존대를 하는 관습이 생긴 것 같습니다. 이런 한국 고유의 관습을 두고 꼭 성경적 의미를 따질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신자 이전에 한국인입니다. 오래 되고 좋은 관습이라면, 그래서 다른 이들이 큰 거부감이나 반발 없이 그 관습을 지속한다면 구태여 버릴 필요는 없습니다.
당연히 아들에게, 제자에게, 후배에게까지 그렇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본인들이 적절히 알아서 부르면 됩니다. 그런데 독재적 비상식적 야비한 상관에게 호칭과 어법은 깍듯이 해도 속으로는 미움과 저주를 가질 것입니다. 반면에 아무리 나이 어린 상관이라도 정말로 실력과 인품과 배려가 뛰어나다면, 그래서 모든 부하 직원들에게 자기부터 스스로 기꺼이 깍듯이 존대를 한다면 나이 많은 부하도 저절로 존대할 것입니다. 간혹 제자나 후배에게 하대를 해도 진정으로 존경심이 가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지 않습니까?
거꾸로 따지자면 이런 문제에 민감해지는 것은 나이 든 자는 나이 들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반드시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아집과 편견의 발로일 수 있습니다. 물론 질문하신 주된 의도는 어린 제자나 후배에게까지 존대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지만 확대 적용하면 그렇게 해석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해하기 쉽게 말해 이런 경우를 상정해 보십시오. 교회 안의 모든 이들이 담임목사부터 교회수위까지 모두가 나이 따지지 말고 서로에게 존대하면 간단히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까? 최고령 장로님도 주일학교 학생에게 존대한다고 가정해 보십시오. 또 그것이 성경이 권면하는 대로의 교회의 참 모습 아닙니까? 요컨대 서로 존경하고 신뢰하고 사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그럼 누가 강요하든 안 하든, 관습이든 아니든, 규칙으로 정하든 안 하든 서로 호칭만 아니라 어법에서도 존대할 것입니다.
저희 교회의 예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자랑으로 듣지 말고 순수하게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저희는 모든 성도들의 호칭을 형제자매로 통일하기로 했습니다. 아직 너무 연약하여 집사를 세우지 않았지만 집사를 세워도 호칭만은 그렇게 부르기로 했습니다. 혹시 새로 오는 교인이 곤혹 내지 반발할 것이 염려된다는 오직 한 가지 이유로 교회 정관에 미리 못을 박아놨습니다. 실제로 교회 공식행사에서도 올해 팔순 되신 어른을 형제님으로 부르고 있으며 그분도 삼십대 청년을 형제님으로 부릅니다. 물론 평소 어법에선 존대와 하대는 적절이 친밀도와 상황에 따라 각자 알아서 하며 그에 대해 아무도 문제 삼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저와 제 집사람에게만은 모두가 목사님과 사모님으로 불러줍니다. 그렇다고 제가 일부러 형제자매라고 고쳐 부르라고 말하지도 않습니다. 처음에는 한두 번 그래야 옳지 않느냐고 권해봤지만 그러는 것은 한국인의 정서상, 믿음과 성경원리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뜻임, 서로 어색하다고 모두가 사양했습니다. 호칭과 어법 이전에 서로의 신뢰 존경 사랑이 우선이고 그런 점에 우리 모두 일절 의심 않고 문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하나님의 나라의 원칙과 표본에 대해서 제시하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 땅에 사는 동안에는 아직 연약하고 죄의 본성이 남아 있어서 완벽한 모습으로 실천하기 힘듭니다. 하나님 나라를 배우고 훈련하여 세상 앞에 실현해야 보여야 할 교회에서도 성경과 언뜻 모순되어 보이는 모습이 아무렇지 않게 전통과 관습으로 남아 있습니다. 교회도 이런데 다른 사회단체는 두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 이유는 목사를 비롯한 성도들 모두가 완성된 천국을 향해 넘어지고 일어서는 일을 여전히 반복하면서 꾸준히 한 걸음씩 걸어가고 있는 중이지 천국에 완전히 도착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교회 안에서의 직분에 따른 호칭과 어법의 모순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하시면 될 것입니다. 나아가 현재의 관습을 한국인 특유의 아름다운 전통 내지 관습이라고 긍정적으로 너그러이 봐줄 필요도 있을 것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모든 교회가 저희처럼 형제자매로 부르게 되면 더욱 좋을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말입니다.
1/2/2017 박 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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