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는 독서 관문 ‘중국 4대기서’
중학생 몇이 오더니 “한문 선생님이 읽으라고 하셨는데 중국 4대기서 있어요?”하고 묻습니다. 신통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여 말을 시켰더니 4대기서의 제목도 제대로 대지 못하더군요.
나이 먹은 값으로 아이들에게 이런저런 아는 척을 하였는데 그때의 일을 빌미삼아 소위 ‘중국 4대기서’의 읽을거리로서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삼국지(三國志), 수호지(水湖誌), 서유기(西遊記), 금병매(金甁梅)를 일컬어 4대기서로 부르는 모양인데 금병매를 대신하여 홍루몽(紅樓夢)을 꼽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저도 홍루몽에 호감이 가는 쪽입니다만, 아무튼 대세를 따라서 앞서의 네 편을 소개하겠습니다.
‘스무 번 읽은 사람에게는 말도 걸지 말라’는 속담이 있는 삼국지는 2세기 말부터 3세기 후반까지의 혼란기 중국대륙을 배경으로 한 난세의 기록입니다. 후한이 몰락하기 시작했던 2세기 말부터 위, 촉, 오가 세워져 서로 다투다가 서진이 중국을 통일하는 3세기 후반까지를 시대배경으로 갖습니다. 황건의 난이 시작된 184년부터 오가 진에게 멸망한 280년까지의 전란의 시대에 많은 영웅호걸들이 천하를 다툰 기록이라고 하겠습니다.
민란으로 시작된 난세였기 때문에 초기의 병사들이란 대부분 농민들을 강제로 끌고 와 창과 갑옷을 입혀 놓은 정도였다고 합니다. 후한 말의 인구조사에서는 당시의 인구가 약 5000만 정도였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서진 초에는 1600만 정도로 기록되어 있다하니, 백성들에게는 참으로 가혹한 시기였겠지요.
우리가 흔히 읽고 있는 삼국지(三國志)는 서진(西晉) 초기 진수(陳壽)가 쓴 정사(正史) 삼국지를 송(宋)나라 초기의 사학자 배송지(裵松之)가 주석을 단 배송지주(裵松之註:裵註)를 명나라 초기 나관중(羅貫中)이 소설로 엮은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의 번역본이라지요. ‘도원결의(桃園結義), 비육지탄(髀肉之嘆), 읍참마속(泣斬馬謖), 칠종칠금(七縱七擒), 사제갈주생중달(死諸葛走生仲達) 등 익숙하게 쓰는 한자숙어의 기원이 되기도 하는 시대의 소설적 기록인데 동아시아 문화에 큰 영향력을 끼친 작품이라니 반드시 읽어두어야겠습니다. 물론 유비 관우 장비 삼형제의 의리와 여포 조운 마초 등 장수의 용맹, 조조의 시대를 꿰뚫는 처세관, 제갈공명과 사마중달의 두뇌싸움 이야기는 TV 드라마, 영화, 비디오 게임 등으로 제작되어 익숙하게 접하고 있는 만큼 잘 아시고 있으리라 믿습니다마는.
수호지(水湖誌)는 원말 명초(元末明初)에 시내암(施耐庵)이 쓰고 나관중이 손질한 것으로 북송 말기 휘종(徽宗)시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오대십국(五代十國)의 난세를 끝내고 중국천하를 통일한 송나라가 여진족이 세운 금나라의 침입 등으로 혼란기에 있던 시절, 수령인 송강(宋江)을 중심으로 108명의 유협(遊俠)들이 양산(梁山:山東省 壽張縣 南東) 산록 호숫가에 산채를 만들어 양산박(梁山泊)이라 일컫고 조정의 부패를 통탄하고 관료의 비행에 반항하여 민중의 갈채를 받는다는 스토리입니다. ‘급시우 송강’ ‘옥기린 노준의’ ‘지다성 오용’ ‘표자두 임충’ ‘흑선풍 이규’ ‘행자 무송’ ‘화화상 노지심’ 등 총 108명의 호걸들로 묘사된 인물들의 이미지와 성격이 매우 다채롭고 이야기가 다양하여 읽을거리로서는 최상급이 되겠습니다. 당시 말기적 부패 정권인 송나라 조정에 귀순하여 같은 민란의 주역인 방랍을 토벌하는 등으로 현대의 우리와는 이해가 같지 않는 점이 적지 않지만, 의기를 목숨보다 중히 여기는 양산박 호걸들의 훈훈한 인간미는 배울 바가 많다고 생각됩니다.
4대기서의 세 번째인 서유기(西遊記)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손오공 이야기입니다. 당나라의 융성기인 7세기 초의 태종 때에 현장법사가 천축으로 불경을 구하러 다녀온 실화를 전설화한 작품인데, 손오공을 비롯한 요괴성(妖怪性) 세 제자를 등장시켜 요술 마술의 대전쟁을 그려놓는 바람에 정작 본래의 이야기는 뒷전이 되어버린 재미있는 읽을거리입니다.
“‘정관의 치’로 알려진 현군 당태종은 나라를 다스릴 방법으로 불법을 널리 펼 것을 작정하고 천축으로 현장법사를 보내어 대승을 배워오게 하였다. 현장법사를 호종한 세 제자가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인데 그들의 도움으로 온갖 고난을 물리치고 많은 경전을 가져와 불법을 널리 펼 수 있었다.”
위는 소설의 기둥 줄거리인데, 실은 현장법사가 무단으로 구법여행을 다녀온 게 맞는다더군요. 현장법사의 장장 18년 동안의 천축여행기인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를 모본으로 구전되어 온 설화들을 명나라 때에 오승은(吳承恩)이 읽기 쉽게 번역한 게 우리가 알고 있는 서유기입니다. 옥황상제, 염라대왕, 태상노군, 석가여래, 관음보살과 용왕에 산신, 토지신을 등장시키고 온갖 요괴를 대항마로 내세우는 등, 천계와 지옥계, 도교, 불교, 민간신앙까지 고루 선보여 중국인의 종교관과 세계관을 엿볼 수 있게 만든 재미있는 작품이니 반드시 거쳐야 할 독서 관문의 하나가 되겠습니다.
4대기서의 마지막인 금병매(金甁梅)는 수호전의 ‘행자 무송편’에서 잠깐 등장했던 서문 경(西門慶)과 반금련(潘金蓮)의 정사(情事)에 이야기를 보태어 상인(商人)과 관료, 그리고 무뢰한들의 어둡고 추악한 작태를 폭로한 소설입니다. 책 이름은 주인공 서문경의 첩 반금련·이병아(李甁兒), 그리고 반금련의 시녀 춘매(春梅)에서 한 글자씩 땄다는데 내용에 19금 장면이 많으니 어린이들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지만 아래 줄거리를 조금 설명해 보겠습니다.
금병매의 주인공 서문경은 관리와 결탁하여 재산을 모은 질이 좋지 않은 상인으로 이미 많은 첩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추남인 만두장수 무대의 처 반금련과 밀통하여 남편을 독살하게 하고 첩으로 삼습니다. 무대의 아우 무송은 형의 원수를 갚는다는 것이 다른 사람을 살해하여 유죄에 처해지는데 이 부분부터 수호지의 내용과 다른 금병매의 전개가 시작됩니다.
금병매는 주인공 서문경과 처첩들이 벌이는 진한 춘담, 친구인 응백작의 냉소적인 기행 등을 기둥 스토리로 하고 당시의 사회상을 볼거리로 합니다. 등장인물의 치밀한 성격 묘사와 흥미를 느낄만한 문장, 현대의 추리소설 기법이 무색한 스토리의 반전 등으로 4대기서의 반열에 드는 데 손색이 없는 작품이지만, 노골적인 에로티시즘의 장면이 많아 어린이용 읽을거리에서는 열외로 하고 싶습니다.
이상 미흡하나마 4대기서를 소개해 드렸습니다만, 중국의 고전소설들에는 이외에도 읽을거리가 많습니다. 유명한 홍루몽(紅樓夢)이며, 초한지(楚漢志), 요재지이(聊齋志異), 봉신방(封神榜) 등 재미와 교양을 아울러 얻을 수 있는 좋은 책들이 많으니 기회가 닿는 대로 읽어주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읽어주셨군요.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감사를 드립니다. 매번 읽어주시고 친절한 댓글을 주셔서.....
저도 젊은 시절국지는 영화,
국지 속 전투장면을 다시
이런 중국 소설을 아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납니다.
특히
비디오로도 심취하였지요.
앞으로도 시간적인 여유가 있으면
디비디 시리즈를 구입하여
보고싶을 정도 입니다.
이러한 기서들을 전에는 소설로도
그 재미를 충분히 느꼈으나
언젠부턴가 만화를 좋아하게 되었고
그 다음엔 영화,비디오 그리고
디비디로 보는 것을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난세에 영웅들이 나타나서
역사를 이끌어 간 것은 좋으나
전쟁 때문에 당시의 백성들은
많은 고생을 했을 것 같습니다.
인제 세상의 영웅도 필요없으니
더 이상 전쟁은 없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난세에 민중이 겪는 고난은 멀리 전국시대로 갈 필요도 없이 60년전 6.25로 충분히 증명되었겠지요. 민간인 희생자만 100만이 넘었다니까....
전쟁은 없어야 합니다. 더구나 온갖 대량 살상무기가 개발된 현대는 더욱.....
요즘 남북관계가 조금 소강상태인데 서로 양보해서 원래대로 교류를 계속했으면 싶습니다. 밉다고 내 동생 때려서 울리면 집안 소문만 나쁘게 나는 법인데 왜들 저러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