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初伏(초복)부터 末伏(말복)까지 20일 동안은 개나 약병아리들에게는 수난의 계절이다. 하지만 개와 닭 대신 쏘가리 매운탕으로 伏날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민물고기의 황제」로 불리는 쏘가리에 칼집을 내서 냄비에 안치고, 고추장을 풀고 대파와 쑥갓을 얹어 끓인 뒤 고춧가루를 한 숟가락 뿌린 얼큰한 매운탕을 먹고 나면 「더위는 무슨 더위야」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남한강 쏘가리는 멀리 단양과 영월, 정선, 괴산까지 오르내리며 서식하는 한강의 명물이다. 얼룩무늬 군복을 입은 병사처럼 힘이 가득 차 보이는 모습과 화려한 등지느러미가 바닷고기인 돔이나 다금바리를 연상케 한다. 쏘가리는 회와 구이, 매운탕 어느 요리든 가능하다. 회를 쳐 놓으면 돔이나 숭어회로 착각할 만큼 아름답다. 매운탕을 끓이면 국물이 담백하면서 시원하고, 살은 부드러우면서 탄력 있고 고소하다. 다른 물고기에 비해 살이 많고 잔가시가 없어 먹기에 좋고 소화도 잘 된다. 조선시대 士大夫(사대부)들도 동호에서 遊船(유선)을 타고 오르내리며 남한강 쏘가리 매운탕을 즐겼다고 한다. 1) 오성회관 / 팔당 옛 「조개울」 나루 매운탕촌의 터줏대감 팔당교 북단에 닿아 있는 옛 팔당유원지 매운탕촌의 터줏집이다. 북한강과 정선, 영월 등지에서 내려오는 뗏목이 부려지던 시절부터 술과 밥을 내던 주막집이다. 뗏목길이 끊긴 후, 시어머니의 뒤를 이어 매운탕집 간판을 내걸었다는 허길순(76세) 할머니의 손맛을 다시 아들 부부가 물려받아 3代째 家業(가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3代를 합치면 문을 연 지 60년이 넘는다고 한다. 代물려 내려오는 한옥을 계속 늘려 가며 100석 남짓한 방을 들여 놓았다. 예봉산 중턱에서 흘러내리는 실개천을 따라 20여 개 평상을 펴놓았는데, 야생 뽕나무와 후박나무 그늘에 가려 한여름에도 더위를 모른다. 싱싱하게 살아 있는 쏘가리를 횟감과 탕감으로 구별해 놓고 회와 구이, 탕으로 낸다. 지금도 할머니가 직접 담가 사용하는 고추장을 풀고 태양초 고춧가루로 맛을 돋운다. 간장에 담가 삭힌 풋고추지와 토속적인 찬들이 제격으로 어우러진다. 서울·경기 지역의 고유한 매운탕 맛을 유감 없이 즐길 수 있다. 쏘가리 매운탕(2인 기준·4만5000원)은 10년 전 가격이 그대로다. ●주소: 남양주시 와부읍 팔당2리(팔당유원지) 전화: 031-576-0816 2) 감나무집 / 다산기념관 옆, 팔당 호반 경관이 가장 아름다운 곳 茶山 丁若鏞(다산 정약용)의 생가와 묘가 있는 茶山기념관 앞마당을 지나 팔당 호반에 위치한 매운탕집이다. 시원한 강바람과 호수의 풍광이 마냥 머물러 앉고 싶은 느낌을 준다. 代물려 오는 한옥에 따라 지은 식당건물과 물가에 펼쳐 놓은 평상이 한 폭의 그림 같다. 팔당댐이 들어서면서 문을 열었다는 매운탕집이 아들 부부에게 대물림되면서 30년을 헤아리게 됐다. 쏘가리 매운탕과 장어 구이가 경인지역에 소문나 있다. 쏘가리 매운탕은 자신들만의 고유한 조리법을 자랑한다. 직접 담근 고추장을 생수가 아닌 육수에 풀어 쏘가리를 안친다. 장어를 손질하고 남은 뼈를 압력솥에 푹 곤 육수를 사용해 국물이 한결 부드러우면서 진하고 보양효과가 뛰어나다고 한다. 매운탕감으로 알맞은 20cm 안팎의 쏘가리를 골라 안치고 수제비를 넉넉히 뜯어 넣은 개운한 경기도식 쏘가리 매운탕 맛이 각별하다. 고객의 취향에 따라 고춧가루를 덧얹어 주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맵거나 짜지 않아 어린이나 주부들이 먹기에 편한 것이 특징이다. 쏘가리 매운탕(2인 기준) 6만원. ●주소: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마현마을) 전화: 031-576-8263 3) 강변집 / 팔당과 덕소로 이어지는 강 언덕 위 경관이 빼어난 집 강변북로 워커힐 호텔 앞을 지나 덕소와 팔당교 중간쯤인 강 언덕에 있다. 느티나무 그늘이 시원하게 드리워진 마당에 들어서면 미사리와 굽이치는 한강 물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충북 청주가 고향인 주인 부부가 충청도식으로 끓이는 쏘가리 매운탕이 30년을 이어 온다. 서울·경기 지역 매운탕과 달리 국물에 된장을 약간 풀어 넣어 얼큰하면서도 뒷맛이 구수한 것이 특징이다. 다소 씨알이 굵은 것은 토막을 내 안치고, 무·대파·청양고추·미나리·쑥갓·팽이버섯 등을 골고루 얹고 매생이(민물새우)를 한 줌 덧얹는다. 들어가는 입구가 불확실해 사전에 예약을 하고 근처에 도착하기 전 미리 전화로 안내를 받아야 불편이 없다. 마당에 펴놓은 평상은 미리 예약을 해야 사용할 수 있다. 쏘가리 매운탕(2인 기준) 4만원. ●주소: 남양주시 와부읍 팔당리 785 전화: 031-576-6155 4) 비원매운탕 / 2代째 어부집의 진솔한 매운탕 맛 양평교와 양근교 사이를 잇는 남한강 강변길 중간쯤에 있다. 주인은 2代째 한강의 漁撈(어로) 허가를 갖고 직접 고기를 잡는 어부다. 한강을 오르내리며 잡은 쏘가리와 메기, 빠가사리와 잡고기들을 알맞게 추려 놓고 탕을 전문으로 한다. 민물고기는 피를 말끔히 제거해야 비린내를 근본부터 없앨 수 있다며 쏘가리 목덜미를 절단해 순간적으로 피를 빼주는데, 냄비에 안친 뒤에도 쏘가리가 몸부림을 치는 광경이 인상적이다. 양평과 여주, 이천 등 경기내륙의 토박이 원주민들이 매운탕이 생각날 때 제일 먼저 떠올린다는 집이다. 순 경기도 식으로 고추장을 풀고 수제비를 넉넉하게 뜯어 넣은 매운탕은 칼칼하면서 시원하다. 특히 쏘가리의 부드럽고 탄력 있는 질감과 고소한 맛을 누구보다 확실하게 살려 내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주인은 『쏘가리는 살이 워낙 부드러워 조금만 냉동기를 쏘여도 살이 팍팍해지고 싱거워지기 때문에 안치기 전에 살아 있는 것을 확인하거나 살이 입 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드는 느낌이 아니면 진짜 쏘가리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쏘가리 매운탕(1인분 기준) 2만5000원. ●주소: 양평군 양평읍(양평교 앞) 전화: 031-771-2406 5) 여주船집 / 여주군청 뒤, 여주江에서 2代 45년을 이어 온 어부집 여주군청 뒤 강변길에 조성된 음식촌에 있다. 주인은 40여 년간 남한강에서 물고기를 잡아 온 박이훈(76세)씨 가족이다. 예전에는 강에 띄워 놓은 뱃집에서 매운탕을 내 「여주뱃집」로 불려 온 것이 상호인 「여주船(선)」이 됐다. 지금도 집 앞 여주江에 옛 배가 그대로 떠 있다. 주 메뉴는 예나 지금이나 매운탕이다. 직접 담근 고추장을 풀고 대파와 쑥갓 이외에는 절대 넣지 않는 전통적인 방법을 고집한다. 싱싱한 쏘가리는 아무것도 넣지 않고 고추장과 고춧가루, 대파만 넣어도 제 맛이 난다. 손님들이 원하는 경우에는 수제비를 넣어 주기도 하는데, 매운탕이 식어도 비린내가 나지 않고 시원하고 개운하게 감치는 맛이 일품이다. 쏘가리 매운탕(2인 기준) 4만원. 쏘가리 고추장구이(kg당) 10만원. ●주소: 여주군 여주읍 상리 201 전화: 031-884-261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