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 신은 강아지
긴 장마 끝으로 이어지는 폭염 때문에 우리 집 칸쵸는 두문불출중이다. 작년 슬개골 탈골로 뒷다리 모두를 수술하기 전까지는 여름도 아랑곳없이 날아다녔던 강아지였다. 가게 근처에서는 소문이 자자할 정도로 남편은 칸쵸를 데리고 틈만 나면 근처의 산책로와 가까운 들과 산으로 함께 다녔다. 적게는 2~3키로 많게는 6~7키로 정도를 걷고, 달렸다. 남편의 갱년기가 시작될 무렵 그 언저리쯤으로 시작해서 계속적으로 이어졌다. 운동 친구로 칸쵸만한 친구가 있을 까할 정도로 환상적인 친구로 그만이었다. 만약 나를 그 만큼 마구 데리고 다녔으면 상상도 하기 싫은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다. 그 점에서 칸쵸가 얼마나 고맙던지, 점점 나가는 횟수와 운동량이 늘어서 나는 내심 걱정이 됐다. 나설 때마다 30분 내로 오라며 말했지만 남편은 그 때마다 귓등으로 들곤 했다.
"칸쵸가, 얼마나 좋아하는데. “
남편은 칸쵸 덕에 우울한 기분은 차차 회복이 됐지만 칸쵸는 후유증에 사달이 나고 말았다. 칸쵸 생각은 안하고 골격이 형성되는 시기에 너무 격하게 운동을 많이 했던 것이다.
국대(국가대표) 수준의 운동 시간은 슬개골 수술 이후로는 횟수와 강도 면에서 대폭 줄였다. 과체중은 관절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사료량, 간식량도 필수적으로 줄였다. 그렇지만 산책은 꾸준히 나갔다. 올해 여름이 시작되고 장마와 폭염 때문에 산책을 너무 못가서 그 후유증일거라 생각을 해보지만 칸쵸는 무기력한 모습으로 잠만 쿨쿨 잔다. 동절기의 곰처럼 움직임도 거의 없어졌다. 더군다나 일주일 전부터 칸쵸에게 앞발에 양말을 신겨놨다. 출퇴근을 함께 하다 보니 발바닥은 퇴근 후 매일 전용세제로 씻긴다. 세제가 맞지 않아서인지, 너무 씻겨 건조해진 탓인지 갈라진 곳을 하도 빨아 앞발에 상처가 났다. 양쪽 앞 발바닥을 피가 나도록 핥는다. 그 때문에 짓물러져 발가락 사이의 털까지 붉은색으로 변했다. 연고를 발라줘도 금세 핥아 없애버려서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결과다. 처음에 양쪽 앞발을 신겨놨더니 엉거주춤 하는 모습이 가관이더니 차츰 시간이 지나니 적응을 했다. 다행히도 이빨로 벗겨내지 않고 얌전히 있어 대견스러웠다.
"칸쵸야, 내 마음 알지?"
칸쵸한테 뼈에 좋은 간식거리와 영양제를 사료에 섞어 먹여 본다. 기력을 찾아야 할 텐데 하며 등을 쓰다듬는다. 새까만 눈으로 나를 애틋하게 바라본다. 더 없이 사랑스럽다. 칸쵸가 주인을 잘 만난 것인지, 우리가 때에 맞춰 칸쵸를 잘 만난 것인지 모르지만 어쨌든 칸쵸는 이미 내 가족에게 더 없이 귀한 존재임에 틀림이 없다. 양말 신은 칸쵸가 모쪼록 빨리 양말을 벗고 씩씩한 걸음으로 산책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 칸쵸와 함께 한다면 어떤 길이든 즐겁고 웃음꽃이 필것이다. 양말 신고 잠든 모습이 왜 이렇게 짠한지, 우리 과욕으로 칸쵸가 힘겨워진 것은 아닌지 미안해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