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속기전이라지만 무적을 자랑하는 이창호의 '번기(番棋)'를
깨고 '괴동' 목진석이 첫 메이져타이틀을 쟁취했다.
이창호의 첫 타이틀 역시 13년 전 바둑왕전. 시작이 반이라는데,
첫 타이틀 출발이 아~주 좋다. 괴동(怪童)의 괴속(怪速)이었다.
지난해(1999년)엔 그동안 여러 차례 도전자로 나섰지만 번번이 이창호 9
단에 가로막혀 좌절을 맛보았던 최명훈 7단이 LG정유배를 품은 것을 비
롯해 이세돌 3단이 박카스배 천원전과 배달왕기전을 석권, 일약 2관왕에
오르는 등 신예돌풍이 거센 한해였다.
여기에 뒤질세라! 이들과 더불어 오래 전부터 신예유망주로 지목 받아
온 '괴동(怪童)' 목진석 5단이 제19기 KBS바둑왕전 결승에 올라 2년전
기성전에 이어 두번째 정상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번에도 넘어야 할 산은 높디 높은 이창호 9단. 하지만 기성전과 다르
게 속기전이라는 점에서, 또 20여일 전에 두었던 결승1국에 이겼던 터라
목 5단으로서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중
략...)
지난 5년간의 바둑계의 화두는 단연코 "누가 이창호를 꺾을 것이냐"였다.
스승 조훈현 9단과의 '사제전쟁'에서 승리하며 어느 틈에 국내 일인자에
올라선 이창호는 그야말로 천상천하(天上天下) 유아독존(唯我獨尊)을 방
불케 할 정도로 가히 넘보지 못할 존재처럼 여겨졌었다.
간혹 조훈현. 유창혁 9단에게 한 두 개쯤 타이틀을 내주기는 했지만 나
머지 기사들한테는 감히 이창호를 꺾고 타이틀을 차지한다는 것은 불가항
력처럼 여겨질 정도였다.
그런 반상의 지존과도 같은 이창호를 목진석 5단이 꺾고 타이틀을 거머
쥔 만큼, 올 2관왕으로 바둑문화상 MVP를 차지한 이세돌 3단이나 감투상
을 받은 최명훈 7단보다도 오히려 그의 타이틀이 더 빛나지 않을까 싶다.
(중략..)
출처: 2001년 월간 바둑 2월호중에서...
2000년 12월 20일 KBS 본관 스튜디오 제한시간 각 5분 (덤 6집반)
백: 九단 이창호 흑: 五단 목진석 147수 끝 (흑 불계승)
첫댓글 햐 ~~ 저그님.... 정말 멋진데요 ~~ ^^ 멋진기보 계속 지원사격 바랍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