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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준교쌤입니다.
오늘은 피곤하지만 잠이 잘 안오는 밤이네요..
좀 있으면 제가 학원 강사를 시작한지 1년이 되는데, 그동안 학원가에 있으면서 제가 경험하고 느낀 점들을
짬짬이 글로 써볼까 합니다.
솔직히 얘기해 보자면 사교육은 학부모님과 학생들에게 상업적인 이익을 추구하고, 부모님들께서는
불안해서 자녀들을 학원에 맡기면서도 항상 사교육비의 부담에 시달리며 학원을 사기꾼으로 보는 시선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대한민국 학생들 중에 아주 조그마한 학원이라도 하나 다녀보지 않는 학생이 거의 없는 현실을 볼 때,
도대체 사교육이란 무엇인지, 정말 이 나라를 좀먹는 암덩어리인지 아니면 무너진 공교육을 대체할 수
있는 단 하나뿐인 대안인지 여기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해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학원은 사기다!? #1
- 학부모에게는 면죄부, 학생들에게는 마약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 대치동은 불타고 있는가??
대한민국에는 수많은 학원이 있고 전국 어디에도 입시학원이 없는 곳은 없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브랜드 밸류(?)가 높은 곳은 단연 대치동입니다. 언론에서 항상 사교육의 주범 1순위로 등장하는 곳이
바로 이곳 대치동이며 또한 제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곳이기도 합니다.
저는 아직 조그마한 학원에서 강의하고 있고 학생수도 별로 많지 않지만, 만나는 사람들마다 대치동
강사라고 하면 뭔가 엄청나게 대단한 스타 강사급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수입도 대단할
걸로 생각하시는데, 사실 현재 제가 버는 돈은 대기업 신입사원 월급 정도입니다.
그리고 제가 대치동에서 학원 생활을 시작해서 그런지 몰라도, 특별히 대치동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높다거나 대치동 학생들의 학구열이 뜨겁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워낙 학원 밀집지역이고
학원들이 많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경쟁 구도가 형성되어 학원들의 경쟁력이 높아진 것이고, 기본이
안되어 있는 학원들은 며칠 못가서 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니 간판을 달고 수업하고 있는 학원들은
어느 정도의 일정 퀄리티 이상을 보장하고 있는 곳이 대치동 학원가입니다.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집에서 가깝기 때문에 대치동에서 강의하고 있습니다만, 대치동이 그렇게
매력적인 곳만은 아닙니다. 까다롭기로 치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까다로운 학부모님들이 모인 동네가
대치동이고, 다른 지역에 비해 워낙 학생 모으기가 힘들어서 섣불리 문을 열었다 파리 날리는 학원도
부지기수인 곳이 이곳입니다.
대치동 학원들은 떼돈을 번다??
앞의 글을 읽어보신 분들 중에 눈치 빠르신 분들께서는 이미 깨달으셨겠지만, 일부 경우를 제외하면
대치동 학원들이 떼돈을 번다는 일반적인 사회의 인식은 사실과는 많이 다릅니다.
일단 가장 큰 이유는 천정부지인 이지역의 "임대료" 때문입니다. 사실 "대치동 학원들은 떼돈을 번다"
는 말 대신 "대치동 건물주들은 떼돈을 번다"는 말이 훨씬 사실과 가깝고 일리있는 말이 되겠습니다.
(실제로 대치동 빌딩들의 임대료는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입니다)
또한 올해 들어서 시작된 "오후 10시 이상 수업 금지"는 사실상 학교 수업이 끝나는 5시부터 시작해
심야까지 이어지는 학원들의 수입을 반토막내는데 일조했으며 현재 많은 수의 학원들이 직격탄을 맞고
학원문을 닫기 일보직전이라고 합니다. 대치동에서는 아주 조그마한 학원들까지도 인건비와 임대료
부담이 만만치 않기에, 여름방학이 끝난 이후로 많은 학원들이 심각한 경영난에 처해 있음은 안봐도
뻔한 일입니다.
사실 예전에 이지역에 학원들이 지금보다 훨씬 적었을 때는 돈을 갈퀴로 쓸어담던 시절도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경제 상황도 많이 안좋을 뿐더러 불과 5년 전에 비해서 2~3배 늘어난 학원수
에 오히려 학생수는 줄어들고 있는 현실은 더이상 사교육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환상을 깨기에
충분합니다. 과당 경쟁에 내몰린 학원들은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자기 발전에 힘써야 하고 또한
입시 트렌드에 발맞추지 못하는 곳은 도태될 수밖에 없지요.. 한때 엄청나게 성공적이었던 학원도
어느새 학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망하고 문을 닫아버리는 일들도 이곳 대치동에서는 비일비재합니다.
보통은 그래도 월급쟁이인 강사들보다는 원장선생님이 많은 수입을 올리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상식이었지만, 요즘같이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는 오히려 강사들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계신 원장선생님들도
많다고 합니다. 아무튼 지금 바로 이시점에서는 소수의 스타급 학원 원장이나 강사들을 제외하면 이곳
대치동 학원가의 대부분은 그냥 먹고 사는 정도로 떼돈을 버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간혹 너무 상업적인 태도의, 즉 학생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계신 것이 사실인데
꼭 돈독이 올랐다거나 돈에 눈에 멀어서만이 아닌 이러한 힘든 경영 환경과 높은 임대료 부담 때문인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분들이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사정들을 다 알고 나면
이해가 아주 안가는 것도 아니긴 합니다. (다만 학생들을 상대로 돈벌이하려고 하는 것은 좀 그렇지만요)
아무튼 목이 쉬도록 강의하는 강사들, 한쪽 어깨에 가방을 메고 부지런히 학원 사이를 오가는 학생들,
그리고 시간 맞춰서 그들을 라이드하며 한편으로는 학원 쇼핑에 열을 올리는 대치동의 학부모님들
모두가 결국 임대료 받는 건물주들 좋은 일만 시켜주고 있는 꼴인데,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대한민국이
자본주의 사회라고는 하지만 적어도 부동산쪽에는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해서 사회에 이바지한다 한들 결국 이득보는 것은 소수의 건물주 및 부동산 부자들
뿐인데, 한두푼도 아니고 수십억 수백억짜리 건물을 가지고 한달에 수천만원~수억씩 임대료 수입이
들어온다면 저라도 공부를 열심히 하거나 일에 열중하기보다는 술먹고 놀러다니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하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아무런 노력없이 가지고 있는 땅만으로 놀고먹는다는 건 일종의 사회적인
모순 또는 부조리가 아닐까 하네요)
대한민국 1등 대치동, 서울대 입학생은 대치동에서만 나온다??
확실히 대치동 학교들의 수준은 높습니다. 수학을 비롯한 각종 경시대회 수상 성적도 가장 많고, 비대치동
학생 및 학부모들의 질투와 동경어린 시선을 한눈에 받습니다. 요즘은 중계동과 목동쪽에서도 올림피아드나
영어 경시대회 및 외고/과학고 입학생 실적이 대치동 못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아직까지 대치동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학업 경쟁력이 있는 지역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다만 대치동에서 강사를 하면서 느끼게 되는 점은 상위권 학생들의 질은 대치동이 대한민국 최고지만,
중위권 이하는 다른 지역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듯 합니다. 또한 동네 자체가 워낙 교육열이 높은 곳이다
보니 학부모님들의 욕심과 학원들의 상술, 마케팅이 결합하여 평범한 학생들에게 영재교육, 무리한
선행학습을 강요하기도 합니다.
또한 대치동이라고 혼자서 공부잘하는 학생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이 너무 어려서부터
숟가락으로 떠먹여주는 교육에 익숙한 나머지 학원을 5~6개씩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이 다니는 학생도 있고
어머니의 매니지먼트 없이는 (참고로 대치동 어머님들의 스케쥴 관리는 웬만한 연예인 매니저 뺨칠 정도로
정교하고 치밀합니다 ^^;;;) 아무것도 못하는 학생들도 있어서 안타깝기도 합니다.. 자신이 원해서 한다면
중학교 때 미적분을 못할 게 뭐가 있으며 대학교 화학을 공부하지 못할 것도 없지만, 옆집 아이가 한다고
해서 혹은 어머님 자신의 욕심으로 아이를 다그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생각해 볼 일이기도 합니다.
(다행히 요즘은 어머님들께서도 많이 현실적이 되셔서 무리한 선행 열풍이나 영재교육은 사그라진 듯 합니다.
그래도 학원을 많이 다닐 수록 공부를 잘할 것으로 생각하시는 어머님들도 간혹 계신데 정말 대단한 착각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되도록이면 모국어 수준으로 익혀서 평생 동안 써먹어야 할 영어나 혼자서 공부하기
대단히 까다롭고 정확하고 체계적인 지도가 필요한 수학 이 두 가지 과목 이외에는 논술이나 과학 중
한 가지 정도 학원을 더 다니는 것이 적절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가끔씩 지방에서 대단한 실력을 가진 학생들이 방학 동안 대치동에 올라와서 수업을 듣는 경우도
있는데, 혼자서 공부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단기간의 수업에서 대다수의
대치동 학생들보다 훨씬 훌륭한 성과를 내고 돌아가곤 합니다. 이런 것을 볼 때마다 꼭 대치동에서 교육을
받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잘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이런 학생들을 방학 동안에 가르치면서
짚어준 만큼 쭉쭉 올라가는 것을 볼 때 역으로 이것이 대치동의 힘이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방학때
뿐이라지만 지방에서 대치동까지 올라와서 한두달 동안 수업을 듣는다는 것도 학생이고 학부모님이고
보통 일은 아니겠지요.. 친척집이 없는 경우에는 원룸 등을 얻어서까지 수업 들으러 온다고 들었습니다)
아무튼 대치동 학부모님들의 극성과 학생들에게 들어가는 돈과 노력을 생각해 볼 때 오히려 서울대 입학생
비율은 대치동이 적다고 느껴질 정도이고, 결국 꼭 대치동에서 교육받아야 한다기보다는 자기 자신이 얼마나
야무지게 노력하느냐에 따라 입시 결과는 달라지게 되어 있습니다. (사실 소수의 상위권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대치동도 별 거 없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인터넷 강의를 포함해서 혼자서 공부할 수 있는 환경들이 10년 전에
비해서 어마어마하게 발달했고 좋아졌기 때문에 꼭 대치동 학원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 덕분에 오프라인 학원들이 점점 죽어가고 있기도 하죠..)
작성자 준교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