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중 한의학박사(경희장수한의원 원장, 중앙약무위원)
한·양약의 병용, 올바른 복약지도 <5>
3) 한약과 양약의 불리한 병용사례
1-1 한약과 양약은 상호 길항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며, 약물 흡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치료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 한약과 양약은 상호 협동과 길항작용을 통해 약물 흡수에 영향을 미친다. 이 둘의 병용으로 약효가 감소되는 경우도 있는데, 각각 나타나는 반응과 결과가 다르다. 한약과 양약의 병용이 불합리하면 화학반응으로 인하여 약물 흡수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약효를 감소시킨다.
ⅰ. 산·알칼리 중화반응과 약물의 가수분해 반응
사례)
= 오매·산사 등의 산성을 띄는 한약을 제산제인 aluminium hydroxide gel 등과 병용하면 산·알칼리 중화반응이 발생한다.
= 감초 및 glycyrrhizic acid를 함유한 한약제제도 quinine·ephedrine 등의 알칼리성이 비교적 강한 알카로이드 성분과의 병용이 적당하지 않다.
= 인삼·삼칠근·원지·길경·양유근·사삼·속단 등 사포닌 성분을 함유한 한약은 산성이 비교적 강한 약물과 병용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산성환경과 효소 작용 하에서 사포닌은 매우 쉽게 가수분해되어 효능을 잃기 때문이다. 사포닌 성분을 함유한 한약은 ferrous sulfate ·차탄산창연 등 금속이온을 함유한 염류약물과 병용할 수 없다. 왜냐하면 병용한 후 침전물을 형성하여 흡수를 어렵게 하고 치료효과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 Quinone을 함유한 대황·적하수오 등은 알칼리성 약물과의 병용이 적합하지 않다.
= 약산성 약물·aminoglycoside antibiotics· aspirin·barbiturates·tetracycline 등은 붕사 및 붕사제제와의 병용이 적합하지 않다. 붕사 등의 알칼리성 약물은 파킨슨병 치료약인 levodopa를 신속히 분해시키고 불활성의 멜라닌을 생성시킨다.
= Sulfonamides는 인체의 알칼리 소변 중에 용해도가 높고 배설이 신속하므로 산성 소변 중에 결정이 생성되어 신장을 손상시킨다. Sulfonamides와 대량의 유기산을 함유한 한약 및 한약제제(예 : 산사·오미자·목과·오매 및 보화환·산사환 등)의 병용은 sulfonamides는 산성조건 하에서는 아세틸화(acetylation)를 진행하지 못해 항균작용을 상실하며 sulfonamides의 부작용을 증가시켜 비뇨기의 출혈을 유발하기도 한다. 또, 이들 한약은 nitrofurantoin·rifampicin·aspirin·indomethacin 등과도 병용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러한 한약은 이들 양약의 신장 흡수를 증가시켜, 양약의 신장 독성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 와릉자·해표초·주사 등과 같이 알칼리성이 비교적 강한 한약 및 한약제제는 펩신제제·aspirin 등과 같은 산성약물과 병용하면 치료효과가 감소한다.
= 알칼리성이 비교적 강한 한약 및 한약제제는 tetracycline류의 항생제·quinine 등과 병용할 수 없다. 왜냐하면 tetracycline류 항생제와 quinine 등의 장관 흡수를 감소시켜, 혈액 내의 약물농도를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 알칼리성 성분을 함유한 한약 및 한약제제는 비타민B1과 병용할 수 없다. 왜냐하면 위산을 중화하고 비타민B1의 분해를 촉진, 비타민B1의 약효를 떨어뜨린다.
= 대황·호장근·적하수오 등 anthraquinone류를 함유한 한약은 알칼리성 양약과 병용할 수 없다. Anthraquinone류의 화학성분은 알칼리성 용액을 쉽게 산화시켜 약효를 저하시킨다.
ⅱ. 침전 형성
사례)
= 호장·편축·사계청·황약자·대금전초·마편초·오배자·지유·가자·석류피·대황·산수유·목과·금앵자·계내금 및 황련상청환·육미지황탕 등 탄닌을 비교적 많이 함유한 한약 및 한약제제는 펩신제제·디아스타아제·multienzyme 등의 소화효소류 약물과 병용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러한 소화효소류 약물의 화학성분은 주로 단백질로, 펩티드결합 혹은 아민결합을 가지고 있어, 탄닌과 쉽게 결합하여 수소결합 화합물을 형성한다. 이는 위장에서의 흡수를 어렵게 하고, 소화불량과 식욕부진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 탄닌을 비교적 많이 함유한 한약 및 한약제제는 비타민B1과 병용할 수 없다. 왜냐하면 병용하면 체내에서 강력한 결합물을 생성시켜서 체외로 배출시켜 약효를 잃게 하기 때문이다.
= 탄닌을 비교적 많이 함유한 한약 및 한약제제는 양약의 진통제·chlorphenamine 등과 병용할 수 없다. 왜냐하면 병용하면 침전물을 생성시켜 체내 흡수를 어렵게 한다.
= 탄닌을 비교적 많이 함유한 한약 및 한약제제는 tetracycline류 항생제 및 erythromycin·rifampicin·griseofulvin·nystatin·lincomycin·clindamycin·neomycin·ampicillin 등과 병용할 수 없다. 왜냐하면 병용 후 탄닌산염 침전물을 생성시켜 흡수를 어렵게 하고, 결국 약물의 생물이용도와 치료효과를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 탄닌을 비교적 많이 함유한 한약 및 한약제제는 ephedrine·berberine·strychnine·quinine·reserpine·atropin류 약물과 함께 쓰면 안 된다. 병용 후 용해되지 않는 탄닌산염 침전물을 생성시켜 체내 흡수를 어렵게 하고, 치료효과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 탄닌을 비교적 많이 함유한 한약 및 한약제제는 칼슘제·철분제·염화코발트 등 금속이온을 함유한 양약과 함께 병용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병용한 후 회맹부 결합에 침전물을 형성하여 약물의 흡수를 어렵게 하고 약효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 알카로이드 성분을 대량 함유한 한약 및 한약제제(예 : 황련·부자·마황·현호색·지백지황탕·부자이중탕 등)는 효소제제와 병용하면 침전을 일으키므로 병용이 적당하지 않다.
= 단삼주사액을 lomenfloxacin주사액과 혼합하면 다량의 백색 침전물을 형성하므로 혼합해서는 안 된다.
= Scopolamine과 atropin은 금속이온을 가진 석고 등과 병용되면 침전 혹은 변색반응을 유발하고 약효를 감소시킨다.
ⅲ. 착화합물(coordination compound) 형성
사례)
= 여러 종의 금속원소(예 : 알루미늄· 칼슘·마그네슘·철·인 등) 광물질 성분의 한약 및 한약제제(예 : 석고·해표초·석결명·용골·모려·와릉자·명반·자연동·자석·대자석·적석지·종유석·시호가용골모려탕 등)는 tetracycline류·macrolides antibiotics·isoniazid·rifampicin 등과 병용되면 금속이온들이 tetracycline류 등 약물의 분자내의 amide와 R-OH 결합을 하여 착화합물을 형성한다.
= Quercetin 성분을 가진 약물(예 : 시호·선복화·상엽·괴화·괴각·산사·측백엽)은 calcium sulfate·magnesium sulfate·ferrous sulfate·aluminium hydrate·bismuth carbonate과 병용되면 착화합물을 형성하므로 병용해선 안 된다.
= 단삼 및 단삼제제와 strychnine·ephedrine·lobeline·비타민Bl·비타민B2는 cytochrome c oxidase와 착화합물을 형성, 침전을 일으키므로, 이들 약물과는 병용해서는 안 된다. 또, 단삼 및 단삼제제는 제산제(gastric antacids) 중의 금속이온과도 착화합물을 형성하므로 제산제와 병용을 피해야 한다.
= 중국의 중성약인 급지당장(急支糖漿 ; 어성초·금교맥·사계청·마황·감초 등)과 효소제제를 병용하면 견고한 수소결합을 형성하므로 이를 피해야 한다.
= 결핵약인 Isoniazid는 철·마그네슘·알루미늄·칼슘 등의 금속이온과 만나면 금속 환원반응을 유발하므로 우황해독편(牛黃解毒片 ; 석고 함유)·복방오미자편(複方五味子片 ; CoO· ferric glycerophosphate 함유)·당귀침고편(當歸浸膏片 ; MgO 함유)등과 병용하면 안 된다.
= 칼슘·마그네슘·철 등 금속이온을 포함하는 한약 및 한약제제는 levodopa와 병용할 수 없다. Levodopa에는 유리페놀수산기가 있어서, 위 한약들의 금속이온과 만나 침전반응을 일으킨다. 이 침전물은 약물의 흡수에 영향을 주고, levodopa의 효과를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