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조립식 책장인데..
그걸 분해하여 탁자와 선반으로 변신시키는데..
마땅히 받칠 만한 게.. 보이질 않았다...
"벽돌!! 벽돌이면 딱 좋겠어여!!"
소미님의 제안에.. 벽돌을 찾아나섰다...
춥다..싶었지만
막상.. 밖으로 나오니.. 공기도 시원하고.. 기분이 좋아졌다...
산책하는 기분으로..
이리..저리.. 둘러봤다..
주변에 공사판이 없어서.. 벽돌을 구하기 어려울꺼라고
선미님은 우려하셨지만...
벽돌 없는 시장은 없다!!는.. 내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여기저기 널린 게 벽돌이었는데..
죄다 시멘트 브로꾸(블럭의 일본어일까? 울 엄니는 늘 보루꾸
혹은 브로꾸라고 부르신당..쩝..)밖에 보이질 않았다..
그래도.. 기왕이면.. 빨간 예쁜 벽돌을 구하고 싶었는데..
고건.. 영.. 찾기 힘들었다..
모양이 온전하다 싶으면 시멘트가 발라져있고..
색깔이 예쁘다 싶으면 어김없이 깨져있었다..
그러나.. 빨강고양이.. 한 번 찾겠다고 나섰는데..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석수시장을 기점으로 둥글게 .. 탐색을 한 끝에...
드뎌.. 괜찮은 빨간 벽돌 두장.. 발견!!! 오예!!!
근데.. 벽돌 두 장을 손에 들고 돌아서는 순간!!
허걱!!! 달걀 도매 가게를 발견해버렸다...
으아악!!! 달걀이 태산처럼 쌓여있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기쁠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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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연설명: 왜 빨강고양이가 달걀가게를 보고 환호를 질렀냐..하면
빨강고양이는 이번 스톤앤워터 전시회에서의
물물교환 프로젝트를 하려고.. 뼝아리를 만들었습니다...
이 뼝아리는 판매용으로 만들었다기 보다는..
오로지 '석수시장 물물교환 프로젝트'를 위해
부랴부랴 만들어진.. 것인데......
요즘.. 마트에서 파는 달걀들이 무쟈게 고급화되고 있지 않습니까....
전 가끔.. 달걀을 사러 가서는.. 그만 그 고급달걀들을 보면서..
소외감을 느끼곤 합니다...
기껏해야 달걀 주제에.. 꽤 비쌉니다.
그래서리..
고급달걀...
그 중 '풀X원'에서 출시하고 있는
'목초를 먹고 자란 건강한 닭이 나은 달걀'이라는 10개짜리
달걀 판에다가 손뜨개로 9마리의 뼝아리 인형과
1마리의 미운오리새끼를 만들었고..
그 뼝아리 중 한 마리를 재래 시장의 달걀 도매 가게 같은 곳의
싸구려 달걀이 엄청 쌓여있는 곳에다가
혼자 방치해놓고.. '너도 함 소외감 느껴봐라'...라는
제목의 사진 작품을 만들거나..
혹은 .. 갤러리를 달걀 가게까지
연장시켜.. 제 뼝아리들을 달걀가게에 전시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물론.. 뼝아리 한 마리와 달걀 하나씩을..
매일매일 바꿔먹으면 더욱 좋구여.. 푸캬캬..
암튼..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막상 갤러리에 가서는.. 늘 정신이 없어서..
어제까지 달걀 가게를 찾지 못해서..
울쌍이었었거든요...
이제.. 제가 왜 달걀 도매 가게의 태산같은 달걀을 보고..
환호를 질렀는지.. 이해가 되시죠??
낯선.. 여자애가 벽돌 두 장을 들고 들이닥쳤으니..
주인 아지매 ..얼마나.. 당황하셨을꼬...
한창 출고 때문에..
전화 받으랴..계란 판 세랴...
정신없어서.. 말은 미처 못 건네면서도..
아줌마는 내게서 계속 시선을 떼지 못하고 계셨다..
아줌마의.. 그 황당한 표정과.. 그러나..
경계심을 풀지 못하는.. 그 눈빛.. 내가 정말.. 잊을 수가 없다..
그런데.. 기껏해야.. 빨강고양이..
아줌마한테 첫 마디를 건넨다는..게...
"아줌마!! 제일 한가한 시간이 언제예요?"
쩝...
아줌마의 표정에 순간.. 공포감이 스칠 때...
아! 내가 말을 잘못 꺼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버렸당...
그러나.. 뭐.. 우째.. 이미 말은 던져버렸는데...
주저리..주저리.. 설명을 해드렸다..
이리저리해서.. 제가 뼝아리를 만들었는데..
전시회를 하는데.. 주저리..주저리...
그래서.. 혹시 사진을 찍거나.. 해도 방해가 되지 않으실만한
시간대가 언제인지가.. 궁금해서요.......
그제서야.. 아줌마.. 웃는다..
"오후 2시경이 제일 한가해요~~"
그럼.. 그때쯤.. 제가 다시 찾아올께요.. 헤헤헤~
인사를 하고 돌아서려는데.. 아줌마가.. 조심스레.. 물으신다...
"근데... 그 벽..돌은... 모하시려구여......?"
^^;;;;;;;;
그리하야.. 두 장의 벽돌을 들고..
갤러리로 돌아왔다...
큐레이터.. 소미님
너무 놀란 표정으로 날 반긴다...
"와!! 정말 벽돌을 줏어오셨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