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온몸의 미토콘드리아를 조목조목 생성시켰던 조각들을 떠올려봅니다.
아시다시피 22개의 소제목으로 한 편의 파노라마를 연상시키는 곡이었죠.
짧은 음악적 소견으로
알프스 교향곡은 음반으로 들은 네 다섯 번의 기억뿐이어요.
그때마다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의 구조라 치더라도, 이런 대곡은 악곡의 패턴을 잡기가 힘들죠.
귀에 들을만은 했지만, 도대체 이런 곡을 작곡한 편성하였던
라트의 뇌구조가 궁금해올 따름이었고.
오늘날 실연으로 듣게 된 이 대곡 역시
어찌 이런 스펙터클한 구조의 대곡을 기억에 맡기지 않고
새로운 탄생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지..구자범지휘자를 향해 정말이지 몇 번이고 고개를 내저었는지 모릅니다.
이해는 암기 이후에 오는 것이라 하지요.
이해와 재해석은 이미 기억이라는 전제가 바탕이 되었을 때 가능하며
그것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걸 저는 어렴풋이 압니다.
다시 한 번 구자범샘의 암보와 해석 능력에 감탄할 따름이었어요.
도대체 리트와 구자범샘 같은 분들의 뇌구조는 어떻게 편성되었을까..
지난 날을 돌이켜보니,<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도 그렇고,
이번 <알프스 교향곡>도 구자범지휘자님과
적당한 타임에 적당한 장소에서 즉각점으로 느낄 수 있었던
절호의 찬스였던 거 같습니다.
저 역시 구자범샘의 연주회를 찾았던 몇 번의 기억 중 떠올려보아도
충분한 행운이었습니다.
(실제로 구자범샘의 연주회 참석율은 제개인적 형편상 극히 기회가 드뭅니다.몇몇 분들은 제가 광팬이라 생각하시지만
실로 그분을 향한 광팬이 아니라 철저히 객관적인 음악적 감수성을 향한 팬입니다.)
2009년~2011년 때는 겨우 2회, 경기필로의 이적이후로도 겨우 3-4회가 전부였이니까요.
그 중 말러교향곡이 2회,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2회였으니
제게도 말러와 리하르트의 인연이 있다면 또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저는 아직도 악기 소리를 잘 익히지 못합니다.
어떤 관악기는 이름도 잘 알지 못하는 말 그대로 음악의 무치입니다.
오케스트라음악보다는 단조로운 음악곡을 좋아해서 그런지
지금도 악기편성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실로 호른이 8대이든, 콘트라베이스가 몇 대이든, 하프가 2대이든 오르간이 나오든
그것의 편성으로 감성이 더하거나 증폭되거나 그렇진 않았던 거 같습니다.
사실 제가 사오정 소리를 종종 듣는 편인데, 그래서인지 더더욱 가는귀 먹은 막귀라고 볼 수 있지요.
귀는 섬세하지 못하는데
감성은 열려있다는 게 조금 신기하기도 하고, 신비스럽기도 한데..
그 감성향유력이 신체 기관이라면 어디에서 키워지는 건 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프스 교향곡은
22개의 소제목의 구성이 짧은 단막극처럼 한순간에 지나쳐갔습니다.
밤에서 시작하여 일몰과 여운을 지나 밤으로의 회귀이지만
그 24시간의 하루가 아닌, 2분 40여 초 같다고 느꼈으니 말입니다.
종종 말러나 브루크너의 곡을 들을 때도 느꼈던 것인데
저도 제가 몰랐던 부분을 발견했던 게
시간이라는 모호한 추상성을 나름으로 주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역시 대자연이라는 영속성 앞에서 작곡하게 되었을 때
인생도 한낱 소풍처럼 짧은 여정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건 아닌지 궁금해왔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막 시작하려는 <숲의 입구>에서는 몰입해서 산림 속에 빠져 들어가는 거 같았고
실제로 <꽃으로 덮인 풀밭에서>는 보리밭이 부는 언덕처럼 바람을 느끼며
저도 모르는사이 몸을 흔들고 있었음을 느꼈습니다.
가장 절정이었던 몇몇의 순간들.
가장 보편적인 순간들은 제게 별 의미가 없었습니다.
어떠한 스토리든, 어떠한 곡이든 크라이막스는 제일 돋보이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니까요.
어느 사진작가처럼, 작가는 남들이 안찍는 것을 찍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아름다웠던 순간 말고, 누구나 좋아하는 순간 말구요..
저는 이 곡에서 가장 깊은 여운을 주는 부분은 단연코 <여운>이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부분만큼은 제가 이번 연주회장에서 가장 제자신을 그리고 삶의 여정의 마지막을 잘 마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깊은 안도감과 휴삭을 전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다시 밤으로의 회귀..
어둡고 고요한 밤은 또 다른 정적과 호흡의 멈춤..
실로 연주와 지휘가 음악당홀에 침묵으로 울렸지만
우리 청중들 역시 그 침묵의 호흡에 함께 연주했던 거 같습니다.
침묵도 언어이며 침묵도 음악일 수 있다는 거...
새삼 저는 이나이에 실감할 수 있는게 그나마 다행같기도 하구요...
감정은 명령받지 않는다하지요..
제가 이런 구구절절한 감상문아닌 잡문을 쓰는 것도
어떤 분들껜 불필요한 쓰레기일 거란 생각도 듭니다.
왜냐하 면 정말 음악적으로는 아무 쓸모도 없는 구절들 뿐이거든요.
하지만, 저는 건강한 판단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알프스 교향곡>의 실연을 접하고서
대자연으로 소풍을 가벼이 시작할 수도 마칠 수도 있을 거 같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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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님, 감사합니다. 브라보까지 외쳐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ㅎㅎ그리고 저 완전 평범한 소인입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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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이 좀...부끄럽네요.ㅋ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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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끄르님~~저희는 언제나 한 번 인사드릴 수 있을까요..^^
관심 댓글 넘넘 감사드려요~ㅎㅎ
또 다른 기회가 꼭 오리라 믿습니다.^^
사랑내게님의 진솔한 후기 잘 봤습니다^^
율리시즈님의 후기에 비하면, 알맹이는 하나도 없죠~^^
그래도 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율리시즈님의 한줄 댓글은 특히나 힘이 되어요~ㅎ
사랑이 내게님 그날 손을 꼬옥 잡고 어찌나 반가워 하시던지 잊을수가 없네요. 글도 이렇게나 잘 쓰시고!! 이번 알프스교향곡은 그날 연주도 기가 막혔지만 다양한 후기도 풍성하여 횡재한 기분이랍니다.감사합니다^^
아~칼라스님~!!
저도 그날 꼭 뵙고싶었던 한 분을 우연히 만나 넘넘 행복했어요.
첫눈에 봬도 음악하실 줄 알았어요~ㅎ
저는 이세상에서 예술하시는 분이 제일 부러워요~~
이렇게 소중한 댓글까지...저야말로 힘이 되네요~^^저도 감사해요~칼라스님~**
사랑님의 공연 후기를 앞으로 더 자주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정말 오랜만이라 반가웠어용^^
어머, 귀요미 디디님~!!
우린 드디히 상봉을 하였네요~앞으로도 종종 자주 뵙고 싶어요~~ㅎㅎ
디디님 후기도 기대되는데....앙~~써 주세요~~^^
짧은 감상이 아닌데요?^^; 사랑님의 감동까지 함께할 수 있어 즐거운 밤이었어요~ 다른사람 기분을 좋아지게 만드는 특별한 매력이 있으시더군요^.^
ㅎㅎ고마워요~뤼야님!잡글 정도인데요..그래도 <알프스교향곡>을 접하게 된 감사멘트로 말러카페에 고백하는 정도쯤이예요..히히...참!저도 넘 즐거웠어요~~저도 뤼야님 뵈면 기분업 되는데요?ㅋ말러카페에서 제일 먼저 아는척해주셨던 무척 셀렜던 추억이 있거든요~ㅎㅎ
아니 제가 그랬나요?^^ 영광인데요ㅎㅎ
맞아요~~말러분들 중 제일 먼저 알아봐주신 분이셨어요.어떻게 사진만 보고도 한눈에 알아보실 수 있으세요?ㅎㅎ전 정말이지, 안면인식장애도 살짝 있어요~ㅠ이번에도 단박에 못알아본 거 아세요?ㅋ
모처럼의 행복을 누리시고 리뷰도 나눠주시고 . . 사랑이 가득한 봄날되시길.
아~하늘나리님~정말이지 간만의 나들이였어요.^^히히..사랑 가득한 봄날이라...예전에 조인성이 나온 <봄날>드라마가 막 생각나려해요~~ㅎㅎ감사합니다.하늘나리님도 봄날의 사랑 가득하세요~^^
지나의 행복해하던 미소가 떠오르네.^^
언니,제얼굴에 넘 티가 났죠ㅎㅎ좋은마음 좀 숨기기도 해야는뎅, 그게 잘 안돼요~ㅋㅋ
언니, 그날 뒤풀이 어묵, 제입에 넣어주셔서 살짝 눈물 났어요~~무한 감동...
울 엄마도 그렇게 안해주시는데..^_____^
지나님 장문의 글 멋지네요. 소풍처럼 멋진 2막을 기대해 볼께요.^^
우보님과 함께 예당을 걸어나오면서 이야기나눌 수 있어서 넘 좋았어요.~^^
참,소풍의 2막은 역시 뒤풀이이죠~~감사합니다. 우보님의 미소만큼이나 응원은 언제나 힘이 되어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