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사는 여동생의 짐을 들어 줄겸 시내로 나갔다. 평소에도 늘 보던 거리, 육교 마지막 계단 밑의 정부 지원없는? 천사의 집, 그리고 유적지를 도는 봉황동 카페거리와 70년대 풍의 거리모습들...
이면도로를 걷다보니 멀리 파라솔들이 보였다. 5일장인가? 그렇다. 생각하니 오늘이 장날이다. 나는 일부러 크게 원을 그리며 시내를 돌아 보기로 하였다. 여느 때와 같이 많이 눈에 띄는 외국인들...베트남, 태국,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 러시아계 그리고 어디서 왔는지 짐작이 어려운 흑인들까지.
김해는 언제부터인가 국제도시가 되고 말았다. 공항과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인접해 있고, 시내 도처에 외국 근로자들을 위한 편의시설들이 산재해 있다. 그리고 그러한 근원은 김해가 공장과 크다란 농장들이 많아 외국인들에게 인자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여건에서다.
이곳의 외국인들은 이제 자신들의 삶의 터전이 되어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다. 거리를 활보하고, 쇼핑을 하며 식당에서 한국인들과 나란히 앉아 음식을 먹는다.
나는 그러한 모습들이 좋다. 비록 가난한 나라지만 가족의 생계를 위하여 먼 이국땅까지 와서 땀흘려 일하는 모습이 더욱 그러했다. 어쩌면 지금쯤 삶에 대한 열정과 순수성은 그들이 한 수 위인지도 모른다.
인터넷을 대하며 어떤 글들을 보면 외국인들의 입국을 못마땅하게 표현하는 것들을 본적이 있었다. 자신들은 그곳에서 일하기를 꺼려하면서 외국인들이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시기심의 발로에서 나온 것이다.
삼성전자가 노조와 기업환경이 어려운 우리나라를 떠나 베트남에다 현지 공장을 세우고 2만명이 넘는 그곳 근로자들을 고용한다고 하였다. 일자리를 제공받는 현지인들은 매우 만족해하며 열심히 일하고, 베트남 정부에서도 삼성전자에 많은 편의를 제공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현지 투자를 점차 확대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것이다. 박수 받을 일이다.
우리가 언제부터 잘 살았는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그 흔해빠진 대학을 나왔다는 이유로 자신들의 손은 거친 일을 해서는 안되며, 품격에도 맞지않는 일이라고 배척하며 살아가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자신들에게 맞는 그 무엇인가를 찾아내어야 할텐데 그것은 국가의 책임이라고? 단정 지은 것 같다. 순간 이 귀절이 생각났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 성경에 나오는 말씀이다.
거짓말 보태지 않고 내가 걷는 시내와 시장통의 사람들 중 삼분의 일은 외국인으로 채워졌다. 그들은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차를 몰고 대형 마트에 가서 마치 잔치라도 치루는양 대형 카트에 가뜩 물건을 구입하는 것에 비하여 외국인들은 5일장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사는 것이 저렴하다는 것을 알기에 검은 비닐봉지마다 채소 등 식품 원재료와 생필품들을 담아 나르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김해의 5일장은 외국인들이 접수되었다. 나는 이러한 현상들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마음이 들었다. 언젠가는 거꾸로 우리가 그들의 나라에 일자리를 찾아 들지는 않을런지 심히 걱정스러웠다. 세상일은 모르는 법이다. 그들이 고맙게 느껴졌다.
생각에 몰두하며 길을 걷는 뒷편에서 조금 전 신발을 살펴보던 외국인 아가씨의 경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모! 이거 얼마예요."
"그거 6천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