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논술로 보는 이주의 시사
- 2008. 1. 25 <36호> -
Ⅰ. 허경영 신드롬
Ⅱ. 인수위, 언론사간부 성향조사 논란
Ⅰ. 허경영 신드롬
※ 다음 제시문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제나라가 송나라를 쳤을 때, 송나라 왕은 사람을 보내 제나라 침입군의 동정을 살펴 오게 했다. 첩자가 돌아와서
“제나라 침입군은 가까이까지 와 있습니다. 백성들은 온통 정신을 못 차리고 있습니다.”
하고 보고를 하자, 옆에 있던 간신들은 모두 왕에게
“이건 뜬소문에 불과합니다. 송나라는 강하고 제나라는 약한데 그럴 리가 있사옵니까?”
하고, 첩자의 보고를 거짓으로돌렸으므로 왕은 성이 나서 그 첩자를 죄도 없이 죽이고 말았다. 그리고는 다시 사람을 보내 알아오게 했더니 역시 똑같은 보고를 해 왔다. 왕은 그를 또 죄 없이 죽였다. 이런 일이 세 번 있은 다음에 네 번째로 사람을 보냈다. 제나라 군사는 더욱 가까이 와 있었고 성안 백성들은 떨고만 있었다. 첩자가 돌아오던 길에 그의 형을 만났더니, 형이
“당장 적군이 쳐들어오게 생겼는데 어디를 갔다 오는 길이냐?”
고 물으므로 그는
“왕의 명령으로 적군을 살피러 갔었는데, 이렇게 적이 가까이 와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그런데 걱정되는 것은 지금까지 정탐을 나갔던 사람들로서 적이 가까이 쳐들어오고 있다고 말한 사람은 다 죽고 만 일입니다. 이번에도 사실대로 보고하면 죽게 될 것이며, 거짓말 보고를 하더라도 역시 적군의 손에 죽게 될 것입니다. 대관절 어떻게 해야만 좋겠습니까?”
하고 걱정을 하자, 형은
“사실대로 보고하면, 제나라 군사가 들어오기 앞서서 죽게 될 것이 아니냐?”
하고 말했다.
그래서 이 첩자는 왕에게
“제나라 침입군은 어디에 있는지 전연 알 길이 없었습니다. 성안 사람들도 모두 조용히 있습니다.”
하고 보고했다. 왕은 몹시 기뻐했고, 옆에 있는 사람들도
“지금까지 죽은 놈들은 모두 거짓말 보고를 했으니 그럴 수밖에 더 있겠습니까?”
하고 좋아했다. 왕은 이 첩자에게 많은 상금을 주어 보냈다. 침입군이 밀어닥치자, 왕은 맨 먼저 도망을 쳤고, 이 첩자 역시 받아 둔 상금 덕으로 무사히 이웃 나라로 피난을 가서 부자가 되었다.
- 《여씨춘추(呂氏春秋)》에서
(나)
“아 영락없이 남 보매는 좋아도 내 팔자가 꼭 그와 같소. 당신 팔난(八難) 세상(世上) 참 잘했소. 내 흥미는 그렇다 하고 그 수국(水國) 흥미는 어떻소?”
“수국 흥미 말할 것 뭐 있소. 좋지요.”
“아 좋으면 시방 이르시오. 좀 들어 봅시다.”
“듣고 좋으면 따라가련다고 하게?”
“나 영락없이 내 좋으면 내 듣고 따라가려오.”
“내 이를게 들어보시오. 우리 수국 별천지라. 천양지간(天壤之間)에 해위최대(海爲最大)하고 만물지중(萬物之中)에 신위최령(神爲最靈)이라. 무변대해(無邊大海)에 천여 간 집을 짓고, 유리 기둥 호박 주초(柱礎) 주란화각(朱欄畵閣)이 반공(半空)에 솟았는데 우리 용왕 즉위하사 백성이 앙덕(仰德)이요, 왕모금병(王母金甁) 천일주(千日酒)와 천빈옥반(千賓玉盤) 담은 안주를 싫도록 먹은 후에 자언거수승거산(自言居水勝居山)에 요지(瑤池)로 돌아들 적에 칠백 리 군산(群山)은 물속에 벌여 있고 삼천사장(三千沙場) 해당화는 약수(弱水)에 붉었도다. 해내(海內) 태평하여 월청명(月淸明) 추강상(秋江上)에 어적(漁笛) 소리 화답하며, 경수(輕水) 위수(渭水) 낙수(洛水) 회수(淮水) 양진(洋津) 포진(浦津) 팽려(彭蠡) 소상(瀟湘) 혹거혹래(惑去惑來) 왕래할 적에 채석강(采石江) 태백(太白)과 적벽강(赤壁江) 소자첨(蘇子瞻)이 예 와서 살았으면 이 세상에 있더란 말이냐. 원컨대 토서방은 나를 따라 수국 들어감이 어떠하오?”
“그러면 내 따라가려오.” (중략)
강가에를 내려가니 물결이 워리렁 출렁 출렁하니,
“아이고 내가 저 물 무서워 어찌 간단 말이오, 대관절.”
“수궁(水宮) 천리 멀다 마소. 맹자도 불원천리(不遠千里) 양혜왕(梁惠王)도 가 보았고, 위수(渭水) 어부 강태공도 문왕 따라 입주(入周)를 하고, 한기도창촉도난(漢旣渡倉蜀道難)에 황면장군(黃面將軍) 한신(韓信)이도 소하(蕭何) 따라가 한중(漢中)을 들어가서 대장단(大將壇)에 올랐으니 토서방도 나를 따라 우리 수궁을 들어가면 훨씬 벗은 저 풍물에 소년대장(少年大將)을 할 것이요 미인미색(美人美色)을 밤낮없이 데리고 만세동락(萬歲同樂)을 할 것이니 나를 따라 수궁을 갑세.”
“그러면 어서 갑시다.”
(중략)
눈만 감작감작 뜨고 이놈이 앉았는데 용왕이 돋보기 쓰고 딱 보더니,
“과연 약 되게 생겼다. 네 토끼 듣거라. 내 우연히 병이 들어서 명의(名醫)더러 물어본즉 백약이 다 쓸데가 없고 하필 네 간(肝)이 으뜸이라 하기로 어진 신하를 보내어 너를 잡아왔으니 부디 죽노라 한(恨)을 말아라. 어서 토끼 배를 갈라 가지고 간을 더운 김에 소금 찍어서 한 두어서너 점 올려와 봐라.”
하 이 토끼란 놈이 생각해 보니,
‘죽을 데 들어왔구나. 인자 죽을 데를 들어왔어. 아뿔싸, 나 이놈한테 돌려서 죽을 데 들어왔구나. 어떻게 했으면 내가 살꼬?’
한 꾀를 얼른 생각하고 배를 용왕한테다 왈칵 내밀며,
“자 내 배 따보시오.”
아 용왕이 생각키에 저 놈이 배를 아니 때이려고 잔말이 무수히 있을 판인데 배를 저놈이 왈칵 내미니 필유곡절(必有曲折)한 일이란 말이여.
“여봐라 이놈, 이왕 어떻거나 너는 여기서 죽을 놈이니 할 말이 있걸랑은 말이나 하고 죽어라.”
“아니올시다. 말을 해야 이 자리에서 곧이도 아니 들으실 터이요, 그저 배를 따보면 내 속을 알 것이니 그냥 촥 질러서 따버리시오.”
“아 이놈아, 이왕 죽을 너이니 네가 할 말이 있으면 말을 해야 될 것 아니냐.”
토끼란 놈 기가 막혀,
“말을 하라니 하오리다. 말을 하라니 하오리다. 태산(泰山)이 붕퇴(崩頹)하여 오성(五星)이 음음(陰陰)한데 시일갈상(時日曷喪) 노래 소리 억조창생(億兆蒼生) 원망 중에 탐학(貪虐)한 상주(商紂) 임군 성현의 뱃속에 칠(七) 구멍이 있다기로 비간(比干)의 배를 갈라 무고히 죽였으나 일곱 구멍 없었으니 소토(小兎)도 배를 갈라 간이 들었으면 좋으련만 만일에 간이 없고 보면 불쌍한 토명(兎命)만 끊사옵고 누구더러 달라고 하며 어찌 다시 구하리까? 당장에 배를 따보옵소서.”
용왕이 화를 내어
“이놈 네 말이 당치 않은 말이로다. 의서(醫書)에 이르기를 비수병즉(脾受病則) 구불능식(口不能食)하고, 신수병즉(腎受病則) 이불능청(耳不能聽)하고, 담수병즉(膽受病則) 설불능언(舌不能言)하고, 간수병즉(肝受病則) 목불능시(目不能視)라. 간이 없고야 눈을 들어 만물을 보느냐?”
“예, 소토(小兎)가 아뢰리다. 소토의 간인즉 월륜정기(月輪精氣)로 생겼삽더니 보름이면 간을 내고 그믐이면 간을 들입니다. 세상의 병객(病客)들이 소토 곧 얼른하면 간을 달라고 보채기로 간을 내어 파초 잎에다 꼭꼭 싸서 칡넝쿨로 칭칭 동여 영주석상(瀛洲石上) 계수나무 늘어진 상상가지 끝끝트리에다 달아매놓고 도화유수(桃花流水) 옥계변(玉溪邊)으로 탁족(濯足)하러 내려왔다 우연히 별주부를 만나 수궁 흥미가 좋다기로 완경(翫景) 차로 왔나이다.” (중략)
어떻게 말을 적당하게 이놈이 주워 붙여 놨던지 용왕이 발딱 넘어가 버렸구나.
“아서라, 잠깐 보니 까딱했으면 아까운 인물을 하나 여기서 없앨 뻔했구나. 허허, 그것 참. 여봐라, 이제 막 자네를 데리고 내 잠깐 기정(欺情)하던 노릇은 자네가 훈련대장을 해가지고 시석중(矢石中)에 다닐지 못 다닐지 담기(膽氣) 보느라고 좀 그래 본 것이니 그걸랑은 너무 섭섭히 생각지는 말게, 토공(兎公). 여 술상 갖다 드려라.”
- 임방울 창본 <수궁가(水宮歌)> 에서
(다)
허00씨가 지난해 12월 대선 당시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려놓은 사진. 허씨가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식장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 나란히 앉아 있다. 검찰은 허씨가 노태우 전 대통령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이 자리에 앉아 측근을 시켜 사진을 찍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의 수사로 허00 경제공화당 총재의 ‘허위 경력’에 대한 물적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서울 남부지검 형사6부는 23일 허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했다.
이날 허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서울남부지법 김선일 판사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선거에 이용한 사실 등이 드러났고, 사진 합성 등으로 과장된 경력을 공표했다는 의심이 든다”며 “특히 다가오는 총선에 국민을 미혹해 새로운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있다”고 구속 사유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허씨의 자택과 당사 압수수색 과정에서 검찰은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한 여성과 함께 찍은 사진을 찾아냈다. 검찰은 허씨가 부시 대통령과 함께 찍었다는 사진과 이 사진을 비교한 결과 얼굴 표정이나 시선 등이 똑같아 허씨가 이 사진을 이용해 합성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허씨가 부시 대통령에게서 유엔 사무총장직을 제안받았다는 주장도 외교부 등에 확인한 결과 터무니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의 혼담설에 대해서도 검찰은 허씨가 스스로 혼담설을 주장하는 동영상을 확보, 허씨가 주도해 퍼뜨린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허씨는 “내가 ‘박 전 대표를 좋아한다’고 말한 것을 들은 측근들이 부추겨 뜬소문이 퍼진 것”이라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허씨가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식에서 박 전 대표와 찍은 사진도 노태우 전 대통령이 잠시 자리를 뜬 사이 허씨가 그 자리에 앉아 몰래 찍은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허위경력을 선거공보에까지 기재해 대한민국의 국격을 떨어뜨리고 대통령 선거를 희화화했다”고 말했고, 검찰의 다른 관계자는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라고 했다.
유태영 [세계일보]2008-01-24
<문제 1> 제시문 (가), (나)에서 남을 속이는 언행의 여러 양상을 찾아 분석하고 그 정당성 여부에 대하여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1000~1200자)
<문제 2> 위의 논의를 참고해서 제시문 (다)에 나타난 허00씨의 행동을 분석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500~600자)
<읽기 자료>
1. 정치무관심이 낳은 스타, 허경영의 정체는?
언론 부채질속에 자리잡은 허상…언제까지 관심끌지가 관심
◇ 경제공화당 허경영 총재 ⓒ 허경영 미니홈피
대선이 끝난 지 한 달여가 다 돼 가지만, 경제공화당 허경영 총재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허 총재가 “대선 이후에 인기가 높아진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단언할 정도다.
이를 반영하듯 허 총재는 연일 각종 매체에 출연, 스타급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허 총재가 방송에 출연하고 나면 항상 각종 포털 사이트에선 허 총재와 관련한 검색어 1위 자리를 차지한다.
지난 15일 방송된 MBC 도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졌다. PD 수첩은 ‘허경영 신드롬의 함정’이라는 주제로 허 총재의 높은 인기에 틈타 벌어지고 있는 허 총재의 공천장사, 당 관계자들의 수익사업 의혹 등 불법행위를 보도했다. 아울러 허 총재가 각종 매체에서 초능력을 갖고 있다며 주장했던 ‘병치유능력’, ‘축지법’ 등을 직접 검증했다.
PD수첩이 끝난 이후 각종 검색 사이트에선 ‘허경영’, ‘허경영 축지법’ 등의 검색어가 1위를 기록했다. 16일에도 10위권 이내에서 오르내렸다.
분석가들 사이에선 ‘신드롬’으로 평가될 정도인 허 총재를 향한 국민들의 관심에 대해 “기존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정치 컨설팅 업체인 <포스 커뮤니케이션> 이경헌 대표는 16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허 총재는 정치인 같지 않은 정치인이고, 기존 정치권에 배치되는 상징적 인물”이라며 “정치에 대한 부동층과 무관심층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정치적 무관심에 대한 하나의 상징을 만들려고 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허 총재의 대선 공약이었던 △결혼시 1억 무상지원 △산삼뉴딜정책 △유엔본부의 판문점으로의 이전 등이 실현불가능한 극단적 공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도 이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정치적 의미나 의사표현이 아닌 재미를 좇는 사람들의 관심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마술사의 마술이 눈속임인 것을 알면서도 거기에 빠져드는 것과 똑같다”는 얘기다.
연세대 황상민 심리학과 교수는 “신드롬은 보통 뭔가 컨텐츠가 있어 일어나는 현상인데 반해 이건 완전히 개그 콘서트를 보면서 ‘웃기다’, ‘재미있다’ 하며 사람들이 더 많은 재미를 찾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 교수는 또 “(허경영 신드롬은) 진지한 의미나 가치가 있는 게 아니다. 어찌보면 사기꾼의 쇼와 똑같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허경영 신드롬’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결국 허경영 신드롬의 핵심은 언론이라는 지적이다.
황 교수는 “대중에게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끊임없이 언론노출을 해 주는 것이다. 그런데 언론이 그러한 가치와 의미에 대한 기준이 없는 데다 인터넷 상에서 재미만을 찾는 네티즌들과 이를 증폭시키는 일부에게 (언론이) 동조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한편 PD 수첩의 허 총재에 대한 방송과 관련, 네티즌들은 해당 게시판 등을 통해 찬반 격론이 뜨겁다. 일부 네티즌들은 “속이 시원한 방송”이었다며 제작진을 추켜세운 반면 다른 네티즌들은 “시청률 높이기 위한 선정적 방송”이라고 맞받으며 논쟁이 불붙은 것.
임지선 씨는 ‘PD수첩’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지금까지 미디어들은 허 후보의 허풍을 ‘이건 정상이 아니다’는 전제로 웃음을 유발하는 기사나 영상으로 다뤘다”면서 “‘PD수첩’은 허 후보를 진지하게 다뤄줘서 좋았다. 국민을 상대로 허풍치는 이 사람을 취재하고 고발했다”고 긍정 평가했다.
이영승 씨도 “(방송은) 허 총재의 매관매직 뿐 아니라 경제공화당 내에서 벌어지는 사기조짐에 대해 초점을 둔 것”이라며 “시청률을 의식한 점도 있겠지만 허경영 신드롬의 이면에 묻힐 뻔한 것이었는데 (지적해 줘) 방송이 좋았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이한호 씨는 “뻔히 농담반 진담반인걸 모든 국민이 아는데도 시청률 높이려고 이런 유치한 걸 방송하다니 실망”이라면서 “굵직한 사안과 사건은 묻히고...PD수첩은 오직 시청률 높이기 위한 국민을 우롱한 한심한 방송”이라고 질타했다.
나아가 일부 네티즌들은 허 총재를 옹호하는 모습까지도 보였다. 배동삼 씨는 “모든 지지자들이 처음부터 (허 총재를) 지지한 건 아니다. 나 또한 5개월이나 안티하다 깨달았다. 모든 것을 알면 알수록 열성팬이 될 수밖에 없다”며 “(허 총재에겐) 진실이 숨어 있다. 개인보다 타인을 위해 생활해 온 것을 볼 수 있다. 언론에서 왜곡된 보도만 보지 말고 경제공화당 가서 제대로 공부하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허 총재는 PD 수첩의 방송에 대해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허 총재는 tvN 현장토크쇼 <택시>(26일밤 11시 방송)의 녹화 도중 PD 수첩을 시청, “나에 대한 문제제기는 하나의 통과의례라고 생각한다”며 이 같이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 총재는 “모자이크 처리한 당원은 경제공화당원으로 생각하기 어렵다”며 의문을 표시했고, 매관 매직에 대해서도 “인터뷰 앞뒤 내용을 편집했다”고 주장했다.
김현, 데일리안 2008-01-17 08:56:41
Ⅱ. 인수위, 언론사간부 성향조사 논란
※ 다을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전문위원으로 파견된 문화관광부 모 국장이 언론사 간부들의 성향을 포함한 신상명세 조사를 문화부 실무자에게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지시에는 언론계뿐만 아니라 문화계 각 분야 주요 인사와 산하단체 기관장, 심지어 주요 광고주에 대한 조사 자료까지 포함됐다.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 터지고 보니, 정보기관이 언론인의 개인 파일까지 만들어 ‘관리ㆍ통제’를 시도했던 과거 독재정권 시절의 부정적 유습이 아직까지 완전히 뿌리가 뽑히지 않았다는 우려가 싹틀 수밖에 없다. ‘기자실 못질하기’로 상징되는 현 정권의 언론정책을 전면 수정해 언론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다짐에 비추면 더욱 그렇다.
인수위는 이 같은 사실을 즉각 시인하고, 유감을 표시하는 동시에 당사자를 문책하는 등 조기 진화에 나섰다. 또 현재까지는 인수위의 조직적 시도라기보다는 ‘개인적 돌출행동’의 성격이 짙은 것으로 보인다. 이 당선인도 ‘옥에 티’라며 “차기 정부에서 그런 일이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일이 설사 한 전문위원의 독자적 발상에서 비롯했더라도, 당사자를 문책하고, 서둘러 불을 끄는 것만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언론사 간부들의 성향뿐만 아니라 광고주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면 ‘광고 압력’을 통한 간접적 영향력 행사까지 고려했다고 볼 수 있다.
그저 개인적 돌출행동이라고 치고 넘어가기에는 그 정도가 심하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혹시 인수위 내부에 그런 엉뚱한 발상을 가능하도록 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것은 아닌지, 인수위 내부의 충성 경쟁이 인수위원들을 과잉행동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아울러 언론의 자유와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확고한 정책구상을 밝히고 서둘러 실행에 옮겨야 한다. 무엇보다 현 정권을 반면교사로 삼아, 인위적으로 언론과 우호적 관계를 맺으려 하거나 거꾸로 적으로 돌리려는 극단적 사고를 피해야 한다. 이번 일을 쓴 약으로 삼을 수 있기를 바란다.
[한국일보]2008-01-14
(나)
다른 곳 아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교육문화분과위의 한 전문위원이 언론의 자유와 자유언론의 본령을 또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인수위에 파견된 박광무 문화관광부 문화도시정책국장이 2일 문화관광부에 대해 언론계 주요 인사의 ‘성향’을 조사해 보고하라고 주문한 사실은 노무현 정권 차원의 ‘언론 대못질’과 그 본질에 있어 다를 바 없다는 게 우리 판단이다.
언론의 자유는 모든 자유를 의미있게 하는 원초적 자유이며, 우리가 자유언론을 옥죄어온 노 정권의 신문관련법 제정과 지난해 5월 이래의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운운에 맞서온 것도 그 원초성 때문이다. 하지만 언론에 대한 노 정권의 독재 시대가 그 종언을 앞두고 있는 상황, 더욱이 ‘살아 있는 언론, 언론의 자율성과 공정성 확보’를 공약으로 제시해온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에 대해 우리가 ‘언론자유는 민주주의 생명선’임을 또 강조해야 하기에 이른 점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그같은 ‘언론 사찰’이 박 국장의 독자적인 판단에 의해 저질러졌는가 하는 점이 현재진행형 의혹임을 특기하지 않을 수 없다. 백보를 양보해 박 국장의 단독 행위라 하더라도 우리는 그같은 반언론 행각을 그동안 쉬쉬해온 ‘침묵의 카르텔’ 또한 재조명해야 한다고 믿는다.
인수위도 즉시 사안의 심각성을 직감하고 12일 박 국장의 인수위 전문위원직을 면직 처리하고 문화관광부에 대해 엄중 징계를 요구했다. 이경숙 인수위원장의 사죄에 이어 이명박 당선인도 13일 ‘옥에 티’라고 거듭 시인하면서 “그런 일이 용납돼서는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우리는 그저 용납되지 않는 차원을 넘어 정부의 민간부문 사찰 그 자체가 불법행위일 수밖에 없음을 지적해 둔다. 의법 조치의 밀도 여하가 그대로 이명박 정부 언론정책의 시금석이기 때문이다.
[문화일보]2008-01-14
(다)
28년 전 전대미문의 ‘언론학살’이 벌어졌다. 수많은 언론인이 강제해직당하고 언론들이 통·폐합됐다. 전두환 사령관의 보안사는 1980년 2월 정보처를 신설하고 그 밑에 언론반을 구성했다. 언론 담당 특별팀이었다. 보안사 준위인 언론반장 이상재는 ‘단결된 군부를 기반으로 지속적 국력신장을 위한 안정세력 구축’이란 명분 아래 ‘K공작 계획’을 수립해 전사령관의 결재를 받았다. 이는 언론사 간부의 성향 파악과 회유, 우호적 여론 조성을 위한 것이었다. K공작을 통해 신군부는 언론인들의 정치성향과 정책 주장을 분석하는 표를 작성했다.
신군부는 보도지침으로 언론을 통제했다. 서울지역의 경우 서울시청 3층에 신문대장(臺狀)을 들고 가서 검열을 받아야 했다. 신아일보 해직기자인 신충우씨는 도리어 하달되는 보도지침을 통해 일선기자들은 시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파악했다고 전했다. 기자들도 몰랐던 사실들이 보도통제 사안으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신군부는 일선 언론인들이 검열을 거부하고 5·18 광주항쟁 보도통제에 저항하자 칼을 들이댔다. 계엄사는 제작 거부를 주도한 언론인 8명에게 ‘악성 유언비어 유포, 국론통일 및 국민적 단합 저해’ 혐의를 씌워 구속했다. 80년 7월부터는 언론인에 대한 대대적인 해직을 감행했다. 국보위는 ‘국시부정 행위자’ ‘제작 거부 주동자’ ‘부조리 행위자’ 등을 해직한다는 기본지침을 수립했고, 보안사가 해직대상자를 선정해 명단을 작성한 뒤 문화공보부가 언론사의 ‘자율정화’란 형식을 빌려 강제 해직시켰다. 신군부가 작성한 정화대상자 명단에는 982명의 이름과 직급, 사유 등이 기록되어 있다.
언론사 강제 통·폐합은 당시 청와대 허문도 비서관이 작성한 ‘언론창달계획’을 문화공보부 이광표 장관이 전두환의 결재를 받아 강행됐는데 언론사주들을 한꺼번에 불러 모아놓고 포기각서를 받는 형식이었다.
김철웅, 경향신문, 2008년 01월 14일
(라)
윈스턴 스미드는 방 오른쪽 벽에 붙어있는 흐릿한 거울 같은 장방형의 금속판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줄였다. 텁텁한 목소리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또렷했다. 텔레스크린의 소리는 줄일 수는 있어도 깨버릴 수는 없다. 창밖은 추워 보였다. 층계 창마다 붙어있는 커다란 포스터와 똑같은 포스터가 골목 곳곳마다 붙어 있었다. 포스터에는 덥수룩한 검은 수염의 마흔 다섯쯤 돼 보이는 멋진 남자의 초상이 그려져 있고 얼굴 아래에는 “대형(大兄)이 감시하고 있다.”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길 아래 한 구석에서 또 다른 포스터가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영사(영국사회주의)”라는 글자가 보였다. 멀리서 헬리콥터가 지붕 사이로 선회 비행했다. 사람들을 감시하는 경찰기였다. 그러나 이런 순찰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문제는 사상경찰이었다. 텔레스크린은 방송을 송신하는 동시에 이쪽 것을 전송하기도 한다. 이 금속판의 시계 안에 있는 한, 윈스턴의 행동은 다 보이고 다 들린다. 그러나 사상경찰의 감시는 은밀해서 어떤 방법으로 감시하는지 추측밖에 할 수 없다. 따라서 그는 모든 동작은 감시되고 있다는 전제에서 살아가고 또 이러한 상황에 본능적으로 습관화되어가고 있었다.
런던은 제1공대(第1空帶)의 중심이며, 오세아니아에서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다. 그는 창 밖을 바라보며 씁쓸한 기분이 되었다. 어릴 적 런던은 지금처럼 황량한 폐허가 아니었다. 진리성(眞理性) 건물 전면에 신어(新語:오세아니아의 공용어)로 슬로건이 걸려져 있었다.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
그의 직장인 진리성은 보도, 연예, 교육 및 예술을 관장하고, 전쟁은 평화성, 법과 질서는 애정성, 그리고 경제 문제는 풍부성이 각각 다루었다. 특히 애정성은 대단한 곳이었다. 그곳엔 창문이 없고 가시철망이 둘러쳐져 있으며, 기관총으로 무장된 검은 제복의 고릴라처럼 무시무시한 위병이 지키고 있었다. 그는 방안을 향하여 돌아서며 미소지었다. 텔레스크린에 얼굴이 보일 때 유리한 표정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텔레스크린 왼쪽에 있는 작은 책상 앞에 앉았다. 이곳은 움푹 들어간 곳이고 책장을 놓았던 곳인 듯 했다. 이 구석에 앉아 움츠리면 텔레스크린의 감시망을 피할 수 있었다. 그가 며칠 전 당원은 못 가도록 되어 있는 일반 상가에서 40년 전에 제조된 듯한 노트와 펜대를 구입하여 일기를 쓰기로 작정한 것도 이 방의 독특한 구조가 부분적인 동기가 되었다. 발각되면 적어도 사형이나 강제노동 25년형이었다.
그는 작고 서투른 글씨로 썼다. 자동 구술기는 텔레스크린 때문에 사용할 수 없었다. 1984년 4월 4일 그는 무력감 때문에 되로 제껴 앉았다. 올해가 1984년인지, 그의 나이가 39인지, 정확한지 알 수 없었다. 누구를 위해서 일기를 쓰는가? 미래를 위해서? 미래와 소통할 수 있단 말인가? 불가능하다. 미래가 현재와 비슷하다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요, 다르다면 수난의 기록은 아무 의미도 없을 것이다.
조지오웰, 1984
<문제 1>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언론사 성향조사에 대한 제시문 (가), (나)의 공통된 입장을 정리하시오.(300±50자)
<문제 2> 모든 제시문을 참고해서 대한민국 헌법에 아래의 <자료>와 같은 조항을 두고 있는 이유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800~900자)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가 정부 부처에 언론사 간부들과 산하기관 단체장 등에 대한 대규모 ‘성향 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인수위는 언론사 간부진은 물론 언론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광고주, 산하 단체장 등 광범위한 대상을 조사대상에 포함하도록 지시했다.
이는 차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언론사의 정부 및 정책에 대한 입장을 분류하고 향후 정책수단 등을 통해 통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돼 헌법이 보장한 언론자유 침해 및 직권남용 등의 논란이 예상된다.
인수위의 이같은 대언론 성향조사 지시 사실은 경향신문이 11일 단독 입수한 정부 공문서에서 확인됐다. 공문서는 언론을 관장하는 정부 부처가 인수위의 지시로 지난 3일 산하기관들에 해당 기관장과 상임이사, 감사 등에 대해 출신지와 함께 성향·최근 활동사례 등을 조사토록 요청한 것이다.
‘인수위 요청자료’로 명기된 공문에 따르면 인수위는 성향 조사 대상으로 ‘언론사 사장단 및 편집국장, 정치부장, 문화부장의 명부’를 요청했다. 이들에 대해 ‘약력과 성향을 포함’하도록 지시했다.
언론사의 논조와 지면제작 방향을 관장하는 편집국장과 정치부장을 주요 조사대상으로 적시한 것은 언론사의 정치적 성향 파악이 목적임을 시사한 것이다.
인수위는 또 조사대상으로 해당 부처 산하의 ‘주요 단체장, 상임이사, 감사’와 함께 언론사의 ‘주요 광고주 업체대표’를 포함하도록 명시했다. 인수위는 ‘신문·방송·광고·주요 종교신문 및 방송·케이블 중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방송사 대표’에 대한 성향조사도 요구했다.
이에 따라 해당부처는 공문에서 ‘직책·성명·생년(출신지 포함)·최종학력(전공 포함)·주요경력·성향·최근활동·연락처’의 8가지 항목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표 형태로 작성, 당일(3일)까지 보고하도록 산하기관에 전달했다.
인수위 지시로 진행된 언론사 간부들의 성향·활동 파악은 그간 기자실 복원 등 언론 자유를 최우선적 가치로 보장하겠다던 이당선인과 한나라당의 공약과 배치된다.
앞서 이명박 당선인은 지난해 5월31일 제주에서 열린 편집·보도국장 세미나에서 “대통령으로서 친한 정도에 따라 (언론을) 따지는 것은 옳지 않다. 그렇게 하고 싶어도 참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대선 공약집에서 “정부는 간접지원하는 방향을 통해 언론이 자율적이고 건전한 여론 형성기관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언론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성공회대 김서중 교수(언론학)는 “과거 군사정권에서도 정보기관들이 조심스럽게 행한 것이 사회 주요 인사와 언론인 등에 대한 성향 파악이었는데 인수위 단계에서 이같은 일을 벌인 것은 지극히 우려되는 언론탄압 사태”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광고주를 조사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광고압력을 통해 언론을 장악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으로서 친한 정도에 따라 (언론)을 따지는 것은 옳지 않다. 그렇게 하고 싶어도 참아야 한다.” 이명박 당선자가 지난 해 5월에 한 말이다. 이 당선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언론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표리부동한 발언들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토요일 경향 신문은 인수위원회의 언론사 간부 성향 조사 의혹을 단독 보도하자 인수위는 즉각 이번 사건이 문광부에서 파견 온 박모 전문위원의 단독 행동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인수위측의 해명은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았다. 얼마 전 그들이 했던 말들이 아직 귓가에 생생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연말 대선 과정에서 MBC의 몇몇 프로그램이 BBK 의혹을 추적하자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집권하면 MBC를 가만히 두지 않겠다. 민영화해 버리겠다.”고 협박했었다. 또한 이명박 캠프에서 미디어 정책 핵심 참모로서 활동했던 인수위 진모(조선일보사 기자 출신)씨는 “네이버(NAVER)는 평정됐지만 다음(Daum)은 폭탄”이라는 발언도 했었다. 이런 발언들을 뻔히 기억하고 있는데 어떻게 인수위의 간단한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이명박 정권의 개발지상주의적, 과거회귀적 ‘성향’과 정책들을 볼 때도 그렇다. 따라서 인수위측의 해명은 도마뱀 꼬리 자르기로 보일 뿐이다.
이 시대에 5공식 언론 사찰 발상을 하다니 참으로 시대착오적이다. 1980년 신군부는 ‘K 공작 계획’을 통해 언론인들의 정치 성향과 정책 주장을 분석하는 표를 작성, 언론을 통제했었다. 당시를 경험한 언론인들은 이번 사건을 접하면서 그 방식이 좀 더 은밀해졌지만 그 본질은 마찬가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이번 조사 대상에는 ‘광고주 성향 파악’ 지시까지 들어 있었다. 광고를 통해 언론을 조종하고 탄압하는 방식은 이미 70년대 중반 동아 자유 언론 수호 투쟁 과정에서 그 효과가 입증된 방식이다.
이번 인수위는 출범 당시부터 인수위원장 자격이 문제 됐었다. 이경숙 위원장의 과거 국보위 입법의원 전력 때문이었다. 이번 사건의 뒤편으로 5공 당시 언론사찰의 어두운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이유도 이 위원장의 전력 때문일 것이다. 이 위원장의 인식으로 볼 때 언론사 간부 성향 조사는 무의식적으로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인수위원장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 물론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당선자가 국민들께 진정으로 사과하고 철저한 진상 조사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만 이번 사태를 진정시키고 그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당선자는 인수위가 다른 것은 다 잘 해 왔는데, 이번 사태는 옥의 티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옥의 티 정도로 보는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것이다.
앞으로 정치 지형은 한나라당의 독주가 예상된다. 이대로 가면 한나라당이 총선에서도 압승할 것이라는 여론 조사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행정 권력과 의회 권력 둘 다를 장악하고 여론 권력마저 장악하려고 하는가? 만일 그렇게 되면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는 파괴된다. 우리가 이번 사건을 심각하게 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언론현업단체들과 시민단체들은 어제 긴급기자 회견을 한 데 이어 오늘부터 1인 릴레이 시위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사건이 언론 보도를 통해 초기 단계에서 폭로됐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언론은 이 문제를 계속 추적 보도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권의 대 언론 정책을 예의 주시해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 본연의 임무인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 기능은 더욱 살아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