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9대책'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주택의
매매가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는 반면 전세가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자 일부이지만 "전세가 상승세가 매매가를 밀어 올릴 것"이라거나 아예 "이 참에 집 한 번 사볼까'하는 식의 제목을 단 선동보도들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레퍼토리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세가가 상승할 때도 등장했으나 이후 매매가격이 하락세를 지속함에 따라 왜곡 선동보도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이 또 다시 무책임한 선동보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부 군소 경제신문들의 선동적 보도를 다음 등 인터넷 포털이 '제목 장사' 에 이용하는 바람에 이 같은 선동적 정보들이 많은 서민 가계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부동산정보업체의 호가 지수로도 수도권 대부분 지역의 매매가가 하락하는 가운데 한두 군데 일부 반등한 곳을 두고 "전세가가 매매가를 밀어올렸다"는 식으로 근거 없는 선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전세가격은 주택 가격 대세하락기에 접어들면서 주택 매도후 전세전환수요 및 매입포기수요 증가로 일시적으로 전세수요가 늘어난 측면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대세상승기 때의 통념과는 달리 주택 매매가는 하락하는 가운데도 전세가는 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도표1>에서도 보는 것처럼 1990년대 초중반의 대세하락기에도 일어났던 일이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주택가격 상승기 때의 환상에 젖어 전세가 상승이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은 심각한 착각일 뿐이다.
이런 가운데 주택가격이 떨어지면서 전세 수요는 전세
보증금 확보에 문제가 없는 '안전한 전세' 수요로 집중되고 있다. 수도권 곳곳의 입주 단지에서 여전히 빚 많은 주택 소유자의 전세가 제대로 빠지지 않고 있는 것이 단적인 증거다.
<도표1> 서울 아파트 사이클에 따른 전세가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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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ERI(김광수경제연구소) 작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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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전세 공급 측면에서는 가계 부채 부담으로 인한 '안전한 전세' 공급의 부족과 일부 지역의 월세 전환 증가로 인한 전세물량의 상대적 부족, 빚 많은 다주택자들이 주택 처분을 위해 전세를 내보내는 사례 증가, 수도권 입주 아파트에서 잔금을 치르지 못해 전세로 내놓지 못하는 입주 물량의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정부의 전세자금 지원으로 인한 전세시장 유동성 증가와 언론의 선동보도, 이에 차입비용을 줄이려는 주택소유자들의 전세가 끌어올리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마디로 주택시장이 대세하락기에 접어들면서 잠재적 주택매도자와 매수자간 힘겨루기가 전세시장을 배경으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같은 힘겨루기의 승자는 이미 정해져 있다. 당장 전세시장에서 마찰적인 수급 미스매치가 있지만, 수도권 주택시장 전반의 주택 공급은 매우 과잉된 상황이다. 또한 전세가가 상승하면 전세 공급이 일정한 시기가 지나면 자연스레 증가해 가격 안정화 역할을 하기 마련이다. 더구나 주택 가격이 본격적으로 하락하면 전세가도 본격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외환위기 때나 2008년 말에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집값 하락에는 온갖 부양책을 동원하는 현 정부가 전세가 상승세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식의 태도를 보이는 것은 큰 문제다. 현재 수도권 주택 가격은 소득이나 물가 상승수준, 전세가 대비로 매우 높다는 점은 거의 대부분 가계가 체감하고 있고 지표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지나치게 부풀어오른 '미친' 주택 가격은 어떤 식으로든 정상적 수준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 같은 주택 가격이 조정되는 시장의 가격조절 메커니즘을 교란하며 DTI규제를 해제하는 등 온갖 부양책을 남발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약 250조 원의 공공부문 부채를 늘려 직간접적으로
건설 및 부동산 부양에 쏟아부었다. 저금리 정책과 가계대출 상환 만기 연장, 재건축 규제 완화, 각종 부동산세 감세 등 온갖 제도적 부양책도 아끼지 않았다. 그에 비하면 진짜 서민들이 겪고 있는 전세난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는 태도가 역력하다. 오히려 전세난을 방치하며, "서러우면 집을 사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황당하기 짝이 없다.
더구나 주택
건설업체들의 부설
연구소나 상당수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언론들도 주택 매매가가 떨어질 때는 온갖 부양책을 내놓으라고 난리를 치더니 전세가 상승세에 대해서는 "시장에 맡겨라" "소형 주택 사는 것을 고려하라"는 식의 조언(?)이나 내놓고 있다.
8.29대책 이전까지 곧 공급 과잉으로 부동산시장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호들갑 떨던 언론들이 이제는 표변해 공급 부족으로 금방이라도 전세가와 매매가가 뛸 것처럼 선동보도하고 있다. '전세대란' 등의 용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해 세입자들의 불안감을 키우며 다주택 소유자들의 전세가 끌어올리기를 '엄호사격'하고 있는 꼴이다.
하지만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정부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부동산 부양책을 통해 다주택 소유자들이 계속 최대한 '버티기 모드'로 들어가 주택 처분을 미루며 버티게 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들의 대출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거나 전세가를 최대한 끌어올리게 방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세시장조차 교란돼 전세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부가
국민주택기금 등에서 전세 대출을
확대해 당장은 서민가계에 도움을 주는 것처럼 생색내고 있지만, 이는 길게 보면 서민가계를 더욱 힘들게 할 뿐이다. <도표2>를 보면 해마다 전세대출금도 급증하여 서민들이 전세를 얻는데도 빚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전세가가 올라 서민주거 생계를 위협하면 전세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이지 "돈을 더 빌려줄 테니 그 돈으로 오른 전세값을 내라"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배추값 만 원 오른 것은 문제가 되며 전세값 수천만원 오른 것은 전혀 문제가 안 된다는 식의 황당한 생각인 셈이다. DTI 규제를 해제한 '8.29대책'에서 보듯이 정부가 주택가격이나 전세가를 적극적으로 낮추려고는 하지 않고, 가뜩이나 빚더미에 올라있는 서민들에게 빚을 더 내 거품이 잔뜩 낀 주택가격과 전세가격을 떠받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도표2> 전세자금 대출 및
공공임대/
분양주택 공급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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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2010년 수치는 연환산치(위)이거나 8월 현재 수치임(아래) |
주택가격이 본격적으로 하락하면 전세가도 떨어지게 돼 있다. 그 같은
자연스러운 시장의 가격조정을 정부가 나서서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주택시장의 침체는 길어지고, 서민들의 고통은 더욱 가중될 뿐이다. 서민들이 전세가 상승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은 한두 해가 아니다.
OECD국가 수준인 10~35% 수준에 비해 형편없이 적은(4% 수준) 공공
임대주택 비중을 시급히 늘려야 한다고 우리 연구소는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공공
임대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리면 이처럼 매년
이사철만 되면 많은 서민들이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오히려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줄이고 분양용, 매매용 주택을 대대적으로 짓는
보금자리정책을 펼치면서 '친서민' 주택정책이라고
포장하고 있다.
<도표2>에서 볼 수 있듯이 2005년 이후 공공임대주택 공급량 변화(
인허가 실적 기준)를 보면 10.3만(2005년)→10.6만(
2006년)→13.3만(2007년)→10.8만(2008년)→7.7만(2009년)으로 현 정부 들어 가파르게 줄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예고편에 불과하다. 올해는 현재까지 2491가구만이 승인됐다. 연말에 인허가 실적이 많이 는다 해도 이것은 정말 심각한 수준이다.
반면 공공부문의 분양주택 공급은 2005년 4.1만 호에서 지난해에는 9.9만 호까지 두 배 이상 늘었다. 공공이 공공임대주택은 짓지 않고, 분양주택만 열심히 지어대고 있으니 역주행도 이런 심각한 역주행이 없다. 이것이 MB가 '친서민 주택정책'이라고 포장하고 있는 보금자리주택정책의 실체다.
물론 지금 임대주택 물량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주로 2007년 인허가된 공급물량이므로 사실 지금 주택 임대시장에서 공공임대 공급은 줄어든 것이 아니라 매우 늘어난 상태다.
MB정부 들어 공공임대 물량 공급이 본격 줄어든 2009년 물량이 영향을 미치는 것은 2012년 이후다. 그때 쯤에는 지금의 전세시장 내의 마찰적 미스매치가 상당히 해소되고 매매가 하락세가 본격화돼 전세가가 많이 떨어진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전략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향으로 주택정책 방향을 수정해야 함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정부가 추구해야 할 주택정책의 기본 목표는 서민 주거 안정과 집값 안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주택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주택 서민들에게 주거비를 보조해주거나 주택
융자금을 지원해주는 제도 등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비중이 큰
사업은 역시 주택공급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올바른 주택정책이라면 한국 경제사회의 구조적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미 지난 7~8년 동안 잔뜩 부풀어 올랐던 부동산 투기 버블이 붕괴하고
성장잠재력이
바닥나다시피 한 상태에서 한국 사회는 저출산 고령화와 극심한 양극화 현상을 겪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한국경제는 더 이상 경제 활력을 회복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따라서 주택정책은 이 같은 장기 경제성장 정책의 한 부분으로서 기능해야 한다.
이 같은 경제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은 소유보다는 활용 위주의 주택공급을 확대해 국민들이 저렴하게 쾌적한 주거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저렴하면서도 쾌적한 장기임대아파트(임대에는 전세주택까지 포함)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선진국의 평균 공공임대주택
재고 수준인 20% 전후 수준까지 정부는 공공임대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민간부문은 거래투명성과 보유세 합리화를 선진국 수준으로 현실화하는 것을 전제로 시장자율에 맡기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흔히 공영개발
장기임대주택의 입주조건은
저소득층 서민으로만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럴 필요는 없다. 무주택 중산층까지 범위를 확대해갈 필요가 있다. 주택을 보유한 은퇴한 고령자가 쾌적한 장기임대주택에 입주하여 안심하고 살 수 있다면 자신이 보유한 주택을 매각하고 장기임대주택에 입주하려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들 고령자들을 위한 사회보장비용 부담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주택시장에 매물이 늘어나 실질적인 주택공급 증가로 가격도 안정된다. 또한 기존 주택의 활용도도 높아지게 돼 경제 전체적으로 과다한 자원을 주택에 낭비하는 것도 줄일 수 있다.
가상의 예를 들어 생각해보자. 은퇴한 60대
부부가 30평대 5억 원 짜리 아파트에 사는 경우에 비해 1억 5000만 원짜리
장기전세주택에 사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장기전세주택에 살면 노부부는 5억 원짜리 아파트에 살 경우에 비해 3억 5000만 원의 여윳돈이 생기게 된다. 이 경우 노부부는 이 여윳돈을 적극적으로 소비에 지출할 수 있고,
건강 유지 등에 쓸 돈도 늘어난다. 이런 주택정책이 정착되면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노령인구 증가로 인한 소비 위축 효과가 줄어든다. 또한 각 노후세대가 자력으로 건강을 돌보고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재정적 여력이 생겨 정부의 복지 부담이 줄어든다.
또한 공영개발 장기임대주택 공급 확대는 전체적으로 주택보급률과 주택소유율을 동시에 높여줄 뿐만 아니라 건설 물량을 늘린다는 점에서 건설경기 활성화에도 반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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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도시 건설 현장. ⓒ뉴시스 |
더구나 판교에서와 같은 로또식 투기판을 조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주택매매 수요의 상당 부분을 흡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택 가격 폭등기에 매우 뛰어난 가격안정화(price stabilizer)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 따라서 공영개발 장기임대주택의 공급확대가 대규모로 이루어지면 부동산가격이 매우 빠르게 하향 안정세를 찾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하향 안정세가 장기간 지속되어 부동산 가격이 적정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상황에 따라 그때 장기임대아파트를 실수요자인 입주자를 중심으로 시가로 분양함으로써 주택소유율을 높여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민간부문의 주택가격도 공공부문의 주택가격에 수렴할 것이다.
그러면 앞서 언급한 공공주택 공급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쾌적하면서도 저렴한 장기임대주택을 어떻게 공급할 수 있을까. 그 단서는 현행 공공택지 및
신도시 개발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개발이익이 배분되는 구조에 있다. 지금까지 공공택지와 신도시에서 공동주택이 공급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은 땅주인과 거주자, 개발
공기업(토공, 주공 및 각 지방개발공사),
시행사, 설계사,
시공사 및 투기세력 등에 배분돼 왔다. 그런데 이들 공공택지나 신도시 지역에서 공급돼 온 분양주택의
분양가 가운데
택지비와
건축비가 전체의 90%가량을 차지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정부는 이 같은 막대한 개발이익을 공공이 흡수해 저렴한 공공주택을 공급하기보다는 이들 개발이익을 공기업과 건설업체, 투기세력 등에 돌아가도록 방치했다.
그렇게 해서 분양가가 높아지면 여론 무마용으로 분양가를 주변시세보다 낮게 책정해 주택을 분양 받은 당첨자들이 로또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줌으로써 투기를 조장했다.
하지만 비정상적으로 배분돼 온 개발이익 전부를 흡수해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 인하로 환원한다면 깜짝 놀랄 정도로 저렴한 임대료로도 충분히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정부가 별도의 대규모 재정을 들이지 않고 공공 영구
임대사업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보자.
먼저 국민연금이나 국민주택기금과 같은 공공기금 등 공익
사업자 또는 장기임대
주택 사업 의향을 가진 은행,
증권사, 리츠(REITs), 보험사 등 민간투자기관 등을 공익사업자로 정부가 지정한다. 그리고 민간건설업체는 공공이나 민간의 공익사업자가 발주하는 주택
건설 공사만을 맡아 공급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기존의 '정부 택지개발→건설업체 분양→주택 시공'이라는 선분양 구조 하에서 지금까지 건설업체가
금융조달과
주택시공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던 문제점도 해결할 수 있다.
즉 투자재원 확보는 공익사업자인 금융투자기관이,
주택건설은 건설업체가 각각 분담함으로써 장기임대주택을 대량 공급할 수 있게 된다. 공익사업자는 건설업체에 발주한 주택건설 단가를 낮추고
품질관리를 더욱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판교신도시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2006년 1차 분양 당시 판교신도시에 공급되는 2만5000가구 아파트를 전부 분양할 경우 총 개발비용은 6조 원, 분양가는 8조 원(택지비 5조 원+
건축비 3조 원) 가량으로 추정되었다.
또 당시
분당지역 시세를 기준으로 한 판교신도시 2만5000가구의 총 시세는 13조 원 가량으로 추산되었다. 이 경우, 판교신도시 개발에서 발생하는 총 개발이익은 주택건설 개발이익 2조 원(분양가 8조 원- 개발비용 6조 원)과 분양 시세차익 6조 원(=13조 원-8조 원)의 합계인 8조 원이 된다.
공익사업자로 지정 받은 금융투자기관 등은 전체 개발비용 6조 원의 투자재원을 투입해 판교신도시에 공급되는 전체 장기임대주택을 소유하게 된다. 대신 공익사업자인 금융투자기관은 개발이익 8조 원을 장기임대주택에 입주하는 무주택서민들의 임대료 인하로 환원해주는 것이다.
대신 공익사업자인 투자기관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6조 원에 대한 적정 투자
수익률만 확보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정부는 민간 금융기관 등의 투자재원을 활용해 충분히 저렴한 임대료의 장기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할 수 있다. 건설업체는 적정마진을 보장 받는 주택건설 물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모두가 윈-윈(win-win) 할 수 있는 사업구조인 것이다.
공익사업자로서 국민연금기금을 가정하여 장기임대주택의 사업성에 대해 구체적인 시나리오 분석을 해보자. 2006년 당시 국민연금 전체의 평균투자수익률은 5% 정도였다. 이를 바탕으로 공익사업자인 국민연금의 장기임대주택 투자수익률을 5%로 간주하고, 은행
예금이자율은 4%로 가정하자. 공익사업자의 평균투자수익률과 예금이자율은 상호 연동하는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으며, 경기사정에 따라 바뀔 수 있는 변수다. 즉 은행 예금이자율이 높아지면 공익사업자의 평균투자수익률도 높아지고, 반대로 이자율이 낮아지면 투자수익률도 낮아지는 구조인 것이다.
또,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여기서는 판교신도시 지역의 아파트 매매시세 및 전세가는 분당지역과 동일한 것으로 가정한다. 이 같은 조건 하에서 집값을 얼마나 낮출 수 있을까.
자세한 계산 과정은 생략하고 결과만 소개하면, 판교신도시 32평형 아파트의 경우 택지비 2560만 원에 건축비 8000만 원을 더한 다음 감리비와 설계비 등
기타 비용 10% 정도를 더 감안할 경우 32평형 아파트의 총 분양가는 1억1616만 원이면 충분한 것으로 나왔다.
이 같은
분양원가를 바탕으로 국민연금 등 공익사업자가 장기임대주택 사업을 전개할 경우 아래 <도표3>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막대한 임대사업 수익이 발생한다.
국민연금은 장기임대주택을 소유하는 순간 곧바로 4억3919만원의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다. 이 시세차익을 임대료로 환원할 경우 이론적으로는 국민연금이 입주자에게 임대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월 134.6만 원까지
생활비를 지급해도 손해가 나지 않는다.
이 경우 정부는 입주자에게 저렴한 수준의 임대료를 받은 돈까지 합쳐 향후 지속적으로 장기임대주택사업을 확대해갈 수 있는 기금을 축적할 수 있다. 또는 여기에서 발생한 재원을 축적해 장기임대주택 입주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상당액의 주거보조비를 매월 지급해줄 수도 있다. 또한 향후 집값이 대폭 하락해 시세차익이 준다고 해도 여전히 임대주택사업이 성립하게 된다.
<도표3> 장기임대주택사업 시나리오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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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 KSERI 작성 |
이론적으로는 주변 시세가 약 1억5000만 원까지 떨어져도 이 같은 임대사업이 성립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주변 주택시세가 떨어지면 일반적으로 용지 보상비 또한 떨어져 분양원가를 더욱 낮출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그렇다. 설사 시세가 1억5000만 원 이하로 떨어진다고 해도 이는 이미 집값 안정이 필요 없을 만큼 시세가 충분히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적절한 기준에 따라 국민연금이 임대주택을 주택시장에 매매용으로 내놓아 차익을 실현하도록 하면 된다.
지금껏 본 것처럼 정부와 정치권이 공공주택정책의 목표를 분명히 하고 공익성을
강화하면서 그 목표를 달성할 최적의 방법을 찾는다면 저렴하고 쾌적한 장기임대주택을 얼마든지 공급할 수 있다. 또한 지금처럼 주기적으로 전세가가 상승해 서민 가계가 주거 불안에 떨지 않아도 된다.
물론 이 같은 사업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익사업자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과
토지보상,
감정평가, 감리제도, 금융기관 공사보증 제도,
하도급 구조, 건설업역 제도 등 건설산업 제도 전반의 개혁이 병행돼야 한다.
하지만 현 정부는 그럴 의지도, 그래야 한다는 문제의식조차도 없어 보여 안타까울 뿐이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장기공공임대주택 사업은 서민 고통을 가중시키는 부동산 거품을 해소하고 서민주거 안정을 도모할 뿐만 아니라 향후 본격화할 고령화 충격을 줄이는 일석삼조의 방책임을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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