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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쇠뿔도 단김에 빼라~
그가 하던 말을 마저 계속했다.
“매달 드는 그 많은 경비를 장평이 감당 못할 것이다”
그때 황유정이 이미 생각해둔 해결책이 있는듯이 말했다.
“표국일을 하면 충분하잖아요. 그리고 처음 입관때의 신원
보장과 비싼 입관료는 먼저 아버지가 죄송하지만 대신
내어주시고요. 나중 급료에서 제하면 되지 않나요”
자기 부친이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쳐다
보는 황유정과 그리고 그냥 자신에 관한 이야기이기에 시선을
음식에만 돌리고 못들은 채 앉아 있는 맞은편의 장평을 보더니
결국 황대녕이 수긍을 하고는 마지막으로 본인인 장평의
의사를 들어보았다.
장평 역시 아침에 황유정의 권유하는 말이 있었고 무관에
다닌다하여 화산파에 소속되는 것은 아니다 했고 한편 시중의
무관에서 가르키는 강호의 제반 무공에 대한 흥미도 있었으며
그 역시 매일의 수련장소가 필요했다.
무엇보다 그녀와 같은 무관에 다니는 것이 좋았다.
장평이 조심스레 긍정의 의사를 밝히자 황대녕이 결국 승낙
했다.
하기는 장평이 무관에서 뛰어난 무공을 익히는 것이 결국
그의 표국에도 도움이 되는 법이다.
그때 그제껏 두 사람의 하는 말을 죄지은 사람모양 입도 벙긋
못하고 귀만 기울이고 듣고 있던 셋째인 진명이 신이난 듯
장평을 돌아보며 말했다.
“하하, 장평 숙부가 유천무관에 입관하면 제 밑에 들어오네
요. 제가 이제부터 선배가 되지요. 앞으로 본 옥룡유협이 잘
지도 해드릴께요”
“옥룡유협이 무어냐?‘
옆 자리의 황대녕이 둘째 아들의 처음 듣는 명호에 의아해
하며 물었다.
진명이 부친의 물음에 화들짝 놀라더니 눈치를 보며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옥룡유협은 ... 제가... 직접 지은 제 명호입니다”
“......?”
“인석아! 앞으로 토룡소귀(土龍小鬼)라고 바꾸어 불러라!”
한 소리 꾸짖고는 황대녕의 신랄한 말이 쏟아졌다.
“아직 매화 72검중 풍우비화의 초식을 시전하며 공중으로 채
일장도 못 뛰오르는 네녀석이 어떻게 구름 위를 노니는 옥룡이냐!
그리고 거울을 한번 쳐다보아라. 네가 무슨 반안과 같이 잘생겼고
옥으로 된 흰 거죽을 쓰고 있느냐. 무공과 생긴 것은 차체하고라도
어떻게 공자와 맹자의 학식과 덕을 알고 익혀 유협이라고 스스로
명호를 정하고 부르느냐”
부친의 신랄한 나무람에 진명이 젓가락을 쥔채 그냥 변명도
못하고 고개만 푹숙이고 있었다.
“자고로 별호는 아비의 별호인 진천신권 같이 남들이 지어주는 것
이다. 아비의 이 별호는 강호동도들이 내 뛰어난 무공을 보고
하늘을 흔드는 신권이라고 인정하여 별호를 지은 것이다.
본래 내가 공산의 뛰어난 내공심법을 어릴때 배워 내력이 유독
뛰어나지”
말을 하며 그가 자랑스레 장평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그 자리의 아무도 장평을 제외하고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가 젊은 시절 잘못 귀한 약재를 먹어 신력이 남다른 것으로
여겼고 결코 호남성의 한 이름 없는 문파의 심법이 그렇게
만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때 이집 안주인인 여백령이 남편이 아이들을 꾸짖으며 자신
자랑만하자 장평을 향해 말했다.
“사실 저이가 처음에는 검을 배웠어요. 그러나 술만 마시면 손에
들고 있던 값비싼 검을 잃어버리고 돌아왔기에 아예 청년시절부터
윗어르신들이 검을 포기하게 하고 권법을 익히게 했어요.
물론 진천신권이라는 명호는 타고난 신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술자리에서 허풍과 호언을 일삼는 저이의 술친구들이 즉석에서
지었어요. 그리고 당연히 그날 술값은 저이가 계산했고요”
“어허!-”
여백령의 말을 자르며 황대녕이 그녀를 나무라는 듯이 눈을 크게
부릅떴으나 말은 사실인지라 그녀의 모르는척 하는 표정에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녀들 역시 겉으로 웃지는 못하고 소리죽여 킥킥대기만 했다.
장평 역시 그러한 가족들의 격의 없는 대화에 마음이 푸근
해졌다.
본래 산은 높아질수록 청정해지며 외로왔고, 강은 작은 물줄
기들이 모이며 많은 사연을 서로 나누었다.
산은 귀 기울이면 산정의 바위를 스치는 바람소리 쓸쓸했고
강은 눈을 감으면 수많은 지난 과거의 이야기까지도 다정하게
들려주었다.
그의 귓가에, 머릿속에 맑은 강물 한줄기가 흐름되어 흐르고
있었다.
이윽고 시간이 지나 소란스럽던 식사시간이 끝났다.
그리고 쇠뿔도 단김에 뺀다고 황유정이 장평을 데리고 오전
에는 바로 이웃 유천 무관에 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