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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의 3중 의미 : 1) 죽음 2) 이집트 탈출 3) 죄로부터의 탈출 |
또한 탈출기의 서문 역할을 했던 창세기와는 편집적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창세기 50장과 탈출기 1장을 의도적으로 연결하는 ‘편집요약(epanalepsis)' 기술을 통해 두 책을 연결하고 있는데, 이집트에 살게 된 배경을 창세기에서 설명하고 있다면, 탈출기에서는 “야곱과 함께 저마다 가족을 데리고 이집트로 들어간 이스라엘의 아들들 이름”을 제시함으로써 상호 연결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수적으로 급격히 불어난 이스라엘을 부각시키는 내용을 통해 창세기가 가족 중심이었다면 탈출기에서는 거대한 무리로서 ‘하나의 민족’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결국 탈출기는 성조를 중심으로 가족단위의 이야기인 창세기를 넘어 이스라엘 민족 공동체의 탄생을 다루고 있다 하겠다.
이집트에서 억압받는 이스라엘 (1,1-7,7) | 이집트 탈출 전승 | 역사서술 - 학가다 |
이집트에 내려진 재앙들 (7,8-11,10) | ||
파스카와 이집트 탈출 (12,1-15,21) | ||
광야를 가로지르는 행진 (15,22-18,27) | 광야 전승 | |
시나이 계약 (19,1-24,18) | 시나이 전승 | 법률부분 - 할라카 |
성소와 직무에 관하여 (25,1-31,18) | ||
황금 송아지 사건과 계약갱신 (32,1-34,35) | ||
성소 건설과 봉헌 (35,1-40,38) |
2. 구조와 내용
탈출기의 내용은 이집트의 노예였던 이스라엘 백성의 해방 ➝ 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준비기간(광야) ➝ 계약체결(시나이) ➝ 이스라엘의 배신(황금송아지 사건)으로 인한 계약파기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안에 함께 계시고자 하시는 하느님(성막 건설) 의 내용으로 전개된다.
2. 탈출기의 종교적 가치
신약성경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 즉 그분의 탄생에서 죽음 및 부활까지의 생애가 구원역사의 절정을 이루는 사건이다. 복음서들은 바로 이 사건을 중심적으로 다루었고, 그밖의 신약의 다른 저서들도 이 사건을 바탕으로 하여 엮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초대 교회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교회의 기본신앙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 죄 때문에 죽으셨고 무덤에 묻히셨으며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셨다”(1코린 15,3-4)는 말에 집약된다.
마찬가지로 모세의 탄생에서 그의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사건은 이스라엘의 구원역사에서 핵심을 이룬다. 오경, 그 중에서도 탈출기는 바로 이 사건을 주된 내용으로 기록한 책이며, 그 외에 구약의 대부분의 책들도 이 사건을 토대로 기술되었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기본 신앙은 “주님께서 이스라엘을 이집트에서 구해내셨다”로 표현된다.
이러한 이유로 탈출기는 구약의 복음서의 위치를 차지한다. 사실 탈출기는 복음서처럼 기쁜 소식을 전하는 책이다. 이 책은 하느님의 개입(4,31)으로 이스라엘이 하느님의 백성으로 태어난(19,46) 기쁜 소식을 담고 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로 교회가 탄생한 것처럼, 이집트 탈출도 하느님께 선택된 이스라엘 백성이 탄생한 역사를 전하는 책이다.
또한, 이집트 탈출 사건은 이스라엘 민족의 종교, 신앙, 예식, 법률, 사회제도, 희망 등 모든 생활을 지배하는 원동력이었다. 이스라엘의 역사를 보면 가나안 정복, 다윗 왕국의 건설, 남북분열, 유배 등 큰 사건을 많이 겪지만 이집트 탈출과 광야생활은 그들 역사의 가장 큰 체험이었으며 삶의 중심축이었다. 그래서 학자들은 탈출기를 구약의 중심교리가 들어 있는 가장 중요한 책이라고 말한다. 탈출기를 모르면 구약성경을 이해할 수 없고, 신약성경도 바로 깨닫지 못한다. 또한 탈출기를 알아야 이스라엘의 역사와 종교를 알 수 있다 하겠다.
3. 신학적 주제
탈출기의 대 주제는 하느님의 구원이다. 한결같이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역사 안에 직접 개입하시어 그들을 구원하시고 보호하심을 전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탈출기 안에서 사용되는 단어를 보면, 해방시키다. 구원하다. 구속하다. 인도하다, 능한 행위, 표징과 기적 등의 단어가 빈번히 중요한 문맥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는 구약전체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탈출기 1장이 강제 노역에 시달리는 이스라엘의 상황에서 출발하는데 40장은 구원된 백성 가운데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의 영광을 전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탈출기는 구원의 책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하느님의 구원이라는 대 주제를 바탕으로 탈출기 안에서 제시하는 몇 가지 주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하느님에 대한 앎
탈출기는 전체적으로 ‘앎’에 대한 주제를 바탕으로 전개된다. 하느님이 누구이시며 이스라엘 자신은 누구인지, 하느님과 그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진정한 인식을 목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너희는 내가 주님임을 알아야 한다’로 표현되는 이른바 ‘인지형식(formule de reconnaissance)’이 자주 등장하고(10번), 하느님께서도 당신이 누구이신지를 모세를 통해 알려주신다. “나는 야훼다”(6,2)라는 표현 안에서 당신의 이름을 주시고 있다. (새 번역에서는 ‘야훼’라는 이름 대신에 ‘주님’이라고 표기되고 있지만 하느님께서 당신을 계시하실 때는 그대로 ‘야훼’를 사용하고 있다).
* 하느님의 이름 : 야훼 하느님께서는 호렙 산에서 모세를 부르신 후 자신을 ‘나는 야훼다’(2,6)라고 계시하셨다. 모세의 소명사화(6,2-8)안에서 하느님의 이름은 담은 ‘나는 야훼다’라는 표현은 하느님 편에서는 자기 계시를(6,2. 6), 이스라엘 백성 편에서는 신앙고백의 핵심내용을 의미하며(6,7),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의 조상들에게 맹세하신 약속의 보증(6,8)이기도 하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의 조상들에게 자신을 ‘전능하시 하느님’(엘 샤다이)라고 알리셨지만 모세와 이스라엘 자손들에게는 ‘야훼’라는 당신의 본 이름을 계시하셨다. 하느님의 이름이 계시된 이집트 탈출 사건은 하느님의 자기 계시인 동시에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하느님이 어떤 분인지를 제대로 깨닫게 하는 체험의 장소인 것이다. 다시 말해 본다면 전능하신 분으로 성조들의 하느님으로 생각되던 하느님께서 이제 이스라엘과 직접 관계하시는 ‘자신들의 하느님’으로 변화되는 것이다. * 참조. 나는 너를 이집트 땅, 종살이 하던 집에서 이끌어 낸 주 너의 하느님이다.(20,2) |
2) 이집트 탈출의 의미와 목적
이스라엘은 이집트 탈출 사건을 통하여 파라오의 압제와 우상을 섬겨야 했던 삶에서 해방되어 야훼 하느님만을 섬기게 되었다. 이것이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자손을 이집트에서 탈출시키신 목적이다.(“네가 이 백성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면, 너희는 이 산 위에서 하느님을 예배할 것이다”(3,12)). 이스라엘 백성에게 이집트 탈출은 파라오와 그의 우상을 섬기던 종살이에서 해방되어 하느님의 소유로서 그분을 섬기는 삶으로 전환된 것을 의미하며, 이 사건을 통해 이스라엘은 하느님만을 섬기는 그분의 백성으로 태어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해방은 ‘하느님에 대한 앎’을 이루는 계기가 되며, 하느님에 대한 신앙고백을 할 수 있는 원체험으로 자리잡게 된다. 특히 해방자 하느님을 넘어서는 하느님에 대한 인식이 광야생활을 통해 이루어진다. 메추라기를 보내시고, 만나와 물을 주시는 보호자 하느님, 함께 하시는 하느님에 대한 체험을 통해 옛 백성의 틀을 넘어서 새로운 하느님 백성으로의 탈출의 의미가 이어지는 것이다.
3) 계약 ( ) : 성경에 총 287회 나옴
하느님과 이스라엘이 맺은 ‘계약’은 이스라엘의 야훼 신앙의 출발점이며, 하느님과 이스라엘 상호 간에 이루어져야 할 변함없는 ‘충실함의 원인’이다. 탈출기에 나오는 하느님과 이스라엘의 계약은 ‘주종계약’이다.
고대 근동의 사료에 따르면 주종계약의 주도권은 언제나 강자에게 있었다. 계약 체결을 승인하는 서명이나 몸짓도 불필요한 것이고 강자가 가슴에 손을 얹은 상태에서 맹세와 약속을 선언하면 그에 따른 의무만이 약자 편에 부과될 뿐이었다.
하느님께서 이스라엘과 맺으신 계약도 주종계약의 성격을 띠기는 하지만 조건없는 일방적 불평등 계약은 아니었다. 하느님의 계약이 이스라엘에게 계약법을 철저히 준수하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하느님께서 먼저 베풀어주신 주도적 구원행위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고 응답인 것이다. 하느님의 계약은 당신 백성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이스라엘은 계약의 법을 실천함으로써 자신들의 유일한 구원자이며 주님이신 하느님 야훼께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표현하게 된다. 따라서 계약의 주도권은 하느님께서 가지고 계시지만 하느님의 사랑과 이스라엘의 신뢰를 바탕으로 체결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탈출기가 묘사하는 하느님의 계약은 강압적이거나 일방적인 주종계약의 성격보다는 상호간의 친교를 바탕으로 하는 계약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시나이 계약을 통해 하느님께서 이스라엘과 특별한 관계를 맺으신다는 것은 이스라엘을 당신의 ‘소유’로 삼으신다는 것을 뜻한다(19,5). 이스라엘은 하느님께서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구해내시어 계약을 통해 얻으신 당신의 ‘소유 이며 재산’이다. 계약을 통해 맺어진 하느님과 이스라엘의 특별한 관계는 다른 백성과는 비교되는 것이며, 이 특별한 대우는 하느님의 사랑과 그분의 자유로운 선택을 근거로 하고 있음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신명 7,7-8 참조)
4) 전례 : 이스라엘의 섬김
이집트 탈출 사건은 단순히 이스라엘을 노예 생활에서 해방시키고 하느님의 위력을 드러내기 위한 사건이 아니었다. 이스라엘과 하느님의 계약을 통해 하느님을 예배하는 ‘계약-예배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는 탈출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전례 규정과 법규를 통해 제시되고 있다. 전례는 하느님을 섬기는 것을 의미하고, 이스라엘이 하느님을 ‘주인’으로 고백하는 자리가 곧 전례임을 탈출기에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이스라엘의 전례 안에서의 하느님에 대한 섬김은 강제적인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섬김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탈출기는 계약의 최종 완성점을 ‘성막 건설’과 연결시키고 있다. 이스라엘 한가운데에 계시게 될 야훼의 현존을 눈으로 볼 수 있는 뚜렷한 징표를 통해 드러내기 위함이다. ‘성막’은 히브리어로 ‘오헬 모에드( )’인데 이는 ‘만남의 천막’으로 번역된다. 하느님과 이스라엘이 만나는 곳이라는 의미가 강하게 부각되는 이름이다.
바로 하느님과 만나는 성막을 건설한다는 것은 계약에 충실하면서 이집트 탈출과 광야생활을 통해 인식한 하느님에 대해 그들의 자발적 섬김이 이루어지는 것이며, 그러한 섬김의 공동체가 유일한 하느님에 대한 ‘계약-예배 공동체’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오경 안에서 전례 규정이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지를 알 수 있겠다. 바로 이 성막을 매개체로 하여 탈출기와 레위기가 편집적으로 연관성을 이루고 있다. 즉 레위기는 건립된 성막에서 어떻게 예배드려야 하는지 그 구체적 방식이 제시되고 있다.
(주제 요약)
탈출기는 구약신앙의 핵심인 선택, 계약, 구원이라는 주제가 중심이 되고 있다.
앞서 우리가 살펴 본 바에 따라
❶ 가장 부각되는 것은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에서 구원하신 ‘야훼 하느님’에 대한 것이다. 이집트 사건을 통해 이제 야훼 하느님은 구약의 중심사상이 되었다. 이와 더불어 모세와 관련된 사건들, 재앙, 빠스카 등에 관한 묘사는 ‘야훼 하느님’이라는 주제를 해설해 주는 이차적인 요소이다.
❷ 두 번째는 시나이 산에서의 ‘야훼의 나타나심’과 계약이다. 이 주제는 야훼의 영광과 시나이 계약을 통한 야훼와 이스라엘 백성과의 일치를 나타내준다. 이스라엘의 모든 법은 이 시나이 계약에서 유래한다.
❸ 중심사건과 연결되는 부수적인 주제들로서 광야의 이스라엘에 대한 평범한 이야기들이 있다. 이 이야기 배후에는 광야에서 역사하신 야훼 하느님의 권능과 역사 안에 현존하시는 야훼께 대한 신앙이 담겨있다. 탈출기에서의 하느님은 “나는 야훼, 너희 하느님이다. 너희를 이집트에서 이끌어 낸 자로다”(탈출 20,1 “나는 너를 이집트 땅, 종살이 하던 집에서 이끌어 낸 주 너의 하느님이다”)는 말로써 특징 지워진다. 창세기에서는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으로 특징 지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