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코드, 제로. 4590. 불길이 솟고 있다.
후미에서 불길이 솟고 있다!”
사를 드골 공항 26R 활주로에서 뉴욕을 향하여 이륙하려는 에르 프랑스 4590편에게
관제탑으로부터 비상 연락이 온 것은 7월 25일 오후 4시 43분 13초였다. 관제탑에서
연락이 올 때까지 조종실의 말티 기장을 비롯하여 부조종사, 기관사 3명은 자신들의
콩코드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하였다. 콩코드는 좌익에서 거대한 불길이
솟아 오르고 있었는데, 이때 이미 시속 400km까지 속도가 증가되고, 바늘처럼 뾰족한
기수를 올려 이륙 태세에 돌입하고 있었다. 안전하게 이륙을 중지할 수 있는 속도를
넘어섰기 때문에, 급 정거를 할 수도 없었다. 이제는 날아 오를 수밖에 없다.
43분 20초, “엔진 고장. 제트 엔진 고장.” 이륙한 콩코드로부터 엔진 상태의 악화를
알려 왔다. 이어서 화재의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한다.
43분 22초, “심하게 타고 있는 것 같다.”는 목소리가 들려 온다.
43분 24초, “제2엔진, 컷.”이라는 기관사. 이 시점에서 콩코드에 장착된 4기의 엔진 중
1기가 정지하였다.
43분 25초, “엔진 화재 조치를 취함.” 기장이 보고해 온다.
43분 28초, 관제탑이 콩코드에게 연락한다. “불길이 심하다. 엔진에서 나오는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43분 37초, “비상 착륙은 어떤가?” 관제탑이 콩코드에 의사를 타진했으나, 조종실에서는
콩코드의 고도를 올리고 랜딩 기어를 끌어넣기에 기를 쓰고 있었다.
44분 5초, 관제탑은 다시 콩코드에 호소한다. “남쪽 활주로에 착륙하는 게 어떤가?” 그러나 기장은 U턴을 하여 드골 공항에 회항하는 것이 아니라 남서쪽으로 약 8km 앞쪽에 있는 부르제 공항에 비상 착륙하려 하였다.
불길을 내뿜는 콩코드는 속도가 나지 않고 고도 역시 생각대로 올라가지 않는다. 게다가 기장은 기체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왼쪽 2기의 엔진 중 제2엔진은 활주로를 달리고 있는 동안에 정지해 있었는데, 게다가 그 이웃의 제1엔진마저 정지하고 만 것이다. 콩코드는 고도 약 60m의 초저공을 시속 370km 속도로 겨우 비행하면서, 어떻게 해서라도 부르제 공항까지는 가려고 하고 있었다.
44분 14초, “르 부르제, 르 부르제.” 부조종사가 연락을 취해 왔다.
44분 16초, “이젠 늦었다.”고 말하는 말티 기장.
44분 19초, “시간이 없다.” 다시 기장의 목소리.
44분 22초, “르 부르제 공항에 착륙한다.”고 또 부조종사가 연락해 왔다. 그러나
콩코드는 공항까지 갈 수가 없었다.
44분 30초, 조종실의 필사적인 노력도 헛되어 콩코드는 르 부르제 공항의 바로 앞에 있는
고네스시에 추락하였다. 아름다운 기체는 보기에도 처참한 잔해가 되고, 승객과 승무원
합하여 109명, 추락 지점에 있던 호텔 종업원 4명을 더하여 모두 11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사고는 콩코드가 1970년대에 취항한 이래 처음 있는 추락 사고였다. 에르 프랑스는
사고 후 즉시 콩코드의 비행을 중지시켰다. 브리티시 에어웨이스(영국)는 사고 후에도
콩코드를 운항하고 있었지만, 8월 16일 콩코드의 비행 허가 취소에 따라 비행을 중지
했다. 이 초음속 여객기가 언제 다시 하늘을 날게 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초음속 여객기는 1960년대에 개발이 시작되었다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으로 콩코드의 개발을 착수한 것은 1960년대 초였다. 당시 초음속
여객기는 차세대 여객 수송의 주역으로 간주되었다. 미국도 개발에 착수하였으나,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계획을 단념하였다. 소련은 콩코드와 아주 닮은 초음속 여객기 투폴
레프 TU-144를 등장시켰지만, 1973년 파리의 에어 쇼에서 추락하는 등의 사고가 생기자
마침내 모습을 감추었다. 결국, 콩코드만이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콩코드는 원형 2대, 양산 직전형 2대, 양산형 16대가 제작되었다. 원형기의 첫 비행은
1969년 3월, 양산 직전형의 첫 비행은 1971년 12월, 양산형의 첫 비행은 1973년 12월
각각 이루어졌다. 그리고 7월 25일의 사고가 일어날 때까지 브리티시 에어웨이스가 7대,
에르 프랑스가 6대를 운행하고 있었다. 사고를 일으킨 에르 프랑스의 콩코드 203은
1975년 1월에 첫 비행을 한 초기의 양산형인데, 사고 직전까지의 비행 시간은 연 1만
1989시간, 이착륙 횟수는 3978회였다. 3979회의 착륙에 실패한 셈이다. 203은 또
콩코드를 무대로 한, 알랭 들롱 주연의 영화 ‘에어포트 80’에 등장한 기체이기도 했다.
활주로에 떨어져 있던 금속 조각이 사고의 원인
사고 조사 위원회에 의하여 사고의 전체 내용이 해명되기까지에는 1년 이상이 걸릴 것
같다. 그러나 이 사고가 어떻게 하여 시작되었는가에 대해서는 대략 밝혀지고 있다. 8월
31일, 사고 조사 위원회는 조사 속보를 발표하였다. 이 속보에서는 활주로에 떨어져 있던
길이 40cm 가량의 금속 조각이 사고의 방아쇠 구실을 하였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것을 밟고 지나가던 콩코드의 랜딩 기어 타이어가 그 때문에 파열되고, 타이어의
파편이 기체에 치명적인 손상을 주었다는 것이다.
사고 후, 콩코드의 타이어의 파편이 26R 활주로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에, 타이어의
파열이 사고에 관계가 있다는 것은 일찍 밝혀지고 있었다. 파열된 것은 왼쪽 메인 랜딩
기어의 오른쪽 앞부분 타이어이다. 콩코드는 시속 400km라는, 보통의 항공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이륙한다. 콩코드의 타이어 자체에 어떤 결함이 있어서 전속력으로
주행 중에 파열하였다는 견해도 있었으나, 문제의 금속 조각의 형상과 타이어의 파열
형상이 일치하였기 때문에 이 금속 조각이 파열의 원인으로 단정되었다.
활주로에 남아 있던 몇몇 타이어의 파편 가운데 가장 큰 것은 그 무게가 4kg이나 되었다.
이것이 시속 300km 이상의 속도로 콩코드의 날개를 직격한 것이다. 타이어의 파편은
랜딩 기어의 거의 바로 위에 있는 날개를 뚫고 들어가 내부의 5번 연료 탱크를 파괴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5번 탱크의 파편도 활주로 위에서 발견되고 있다. 타이어의
파편에 의하여 다른 탱크도 파괴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탱크의 파괴로 흘러나온 연료에 불이 붙은 것은 파열로부터 겨우 몇 초 후의 일이었다.
이륙하는 순간의 콩코드를 포착한 사진을 보면, 이 시점에 날개의 아래쪽으로부터 이미
거대한 불길이 솟아 오르고 있다. 고네스시에 추락할 때까지 콩코드의 연료 탱크로부터는
합계 17t의 연료가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
화재가 발생한 뒤 곧 제2엔진이 정지하였다. 또 제1엔진도 활주로 위에서 일시 정지
했다가, 그 후에 회복하였지만 이륙한 뒤 약 1분 만에 다시 정지하고 말았다. 또 랜딩
기어를 끌어넣는 장치도 작동되지 않았다. 이들이 타이어의 파열이나 연료 탱크의 화재와
어떻게 관계되고 있는가는 아직도 분명하지 않다.
고속 주행 중 몇 초 사이에 심각한 파괴가 일어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활주로를 달리는 콩코드는 43분 3초에 V1에 도달하고 있었다. V1
이라는 것은 이제는 급정거할 수 없는 속도를 말하는데, 콩코드의 경우 시속 280km
정도이다. 불운하게도 타이어의 파열이 일어난 것은 그 몇 초 뒤의 일로서, 이때 콩코드의
속도는 시속 315km로 이르고 있었다. V1을 넘어섰기 때문에, 콩코드는 이륙할 수밖에
없고, 드골 공항이나 가까운 공항에 비상 착륙할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말티
기장이 드골 공항에 되돌아가지 않고 부르제 공항으로 향한 것은 옳은 판단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심각한 화재에다가 4기의 엔진 중 2기를 잃은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중요한 것은 몇 초 사이에 심각한 파괴가 발생한 것이다.”고 사고 조사 위원회의
아슐라니앵 조사관은 말하고 있다. “매우 짧은 시간에 파멸적인 사고가 연속적으로
일어났다. 승무원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타이어를 파열시킨 금속 조각은 그후 콩코드가 이륙하기 4분 전에 이륙했던 컨티넨털
항공사 소속 DC-10의 오른쪽 엔진에서 탈락된 것으로 밝혀졌다. 드골 공항에서는 매일
정기적으로 활주로를 점검하고, 이물질이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26R 활주로에서는 당일 오전 4시 30분과 정오에 점검이 실시되었다. 오후에도 점검을
할 예정이었는데 소방대가 활주로 위에서 훈련을 하였기 때문에 점검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타이어가 파손되는 사고는 이제까지 여러 번 있었다
콩코드의 타이어가 파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실은 콩코드에서는 이제까지
몇 번이나 타이어가 파열하거나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그 가운데 1979
년에는 이번과 흡사한 사고가 일어났다.
그 하나는 6월 14일에 워싱턴의 덜레스 공항에서 이륙한 콩코드에서 발생한 것인데,
이륙할 때 왼쪽 메인 랜딩 기어의 타이어 2개가 파열하였다. 타이어의 파편은 제2엔진에
손상을 주고, 3개의 연료 탱크와 유압 계통, 전력 라인을 파손시켰다. 또 7월 21일에도
같은 사고가 일어났다. 이때도 덜레스 공항을 이륙할 때 2개의 타이어가 파열하였는데,
그 파편은 탱크의 여러 곳에 구멍을 내었다. 덜레스 공항으로 긴급 귀환할 때까지 7.2t의
연료가 유출되었다고 한다.
1979년부터 1981년까지 이러한 타이어의 파열 내지 파손에 관한 사고가 빈발하였다.
그에 따라 미국의 교통안전위원회(NTSB)는 1981년 11월 9일 콩코드의 타이어는 극히
심각한 사태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하였다. 그 결과 콩코드의 타이어에는 랜딩
기어의 설계 변경, 타이어의 강도 향상, 파손 인지 시스템의 도입 등 대책이 취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사고는 그 후에도 발생하였다. 1993년 7월 15일에는 히스로
공항에 착륙할 때 타이어가 파열하고, 그 파편이 유압 계통에 파손을 주었다. 또 동년
10월 25일에는 히스로 공항에서 이동하는 도중에 파열된 타이어의 파편이 메인 랜딩
기어 앞에 부착되어 있는 워터 디플렉터(배수판)를 떨어뜨려, 이것이 탱크를 파괴하는
바람에 연료 누설로 이어졌다. 브리티시 에어웨이스에서는 이 사고 후 워터 디플렉터가
빠지지 않도록 개량을 가하였다.
콩코드의 타이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이처럼 20년 전부터 분명하였다. 문제가 일어날
때마다 대응책은 취해졌지만, 이번의 사고를 미연에 막을 수는 없었다. 100%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일은 불가능할지는 모르지만, 이제까지의 조치가 충분하였는지 아닌지 검증이
필요하다. 현재의 시점에서 적어도 확실한 것 하나는 겨우 1개의 금속 조각에 의하여
항공 기술의 정수를 집중시켜 개발한 대형 항공기가 마지막을 맞을지도 모를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는 일이다.
콩코드의 기술은 다음 세대에 계승되어 간다
콩코드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런던의 스카이 텔레비전에서 일하고 있는 록스버라는
사람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콩코드는 세계에 12대밖에는 남아 있지 않다. 영국에
7대, 프랑스에 5대이다. 프랑스 정부는 콩코드는 아직 죽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많은 항공 전문가는 두 번 다시 날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번 사고의 원인과 추락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해명되고, 안전 대책이 강구될 때까지
콩코드가 다시 날아 다니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영국도 프랑스도 콩코드의 비행 재개를
원하고 있으나, 콩코드에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지는 아직 알 수가 없다. 콩코드는
지상에만 머물게 될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미래가 여하튼 콩코드의 비행 실적은 차세대 초음속 여객기의 개발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 “이번의 사고는 연료 탱크의 파괴나 엔진의 고장을 기장이 신속하게 알지 못했다는
점이나, 날개의 보강이 필요하다는 점 등 안전 대책을 세우는 데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
였다고 생각한다. 또 사고만이 아니라, 개발된 뒤로부터 약 30년이 지난 콩코드는 여러
가지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으며, 따라서 매우 훌륭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 이것은
항공기 개발에 종사하는 일본 과학자의 말이다.
음속의 2배 속도로 하늘을 나는 괴조의 모습을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 기술은 다음 세대에 계승되어 나갈 것이다.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
대서양을 마하(M) 2로 횡단하여 런던∼뉴욕 사이를 3시간 50분, 파리∼뉴욕 사이를
3시간 45분 만에 비행하는 콩코드는 전체 길이 62.1m, 지름 2.9m의 가늘고 긴 동체를
지니고 있으며, 삼각형의 날개는 좌우의 폭이 25.5m나 된다.
1960년대에 개발이 시작된 콩코드에는 첨단 기술이 도입되었다. 마하 2의 초음속 비행을
가능하게 한 것은 원래 폭격기 애브로 벌컨용으로 개발되고 있던 애프터버너가 부착된
터보 제트 엔진인 롤스로이스 SNECMA 올림퍼스 593이다. 콩코드는 이 엔진을 좌우에
2개씩 모두 4기를 탑재하고 있다. 애프터버너는 엔진으로부터 나오는 연소된 가스에
연료를 혼합하여 다시 한번 연소시키는 것이다. 급가속할 때 사용되는 것으로, 민간
항공기의 엔진에 애프터버너가 갖추어져 있는 것은 콩코드뿐이다. 공기 취입구는 가변
면적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기체의 주요 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재료는 RR58 알루미늄 합금이다. 초음속 비행 때,
콩코드의 기체 외벽은 공기와의 마찰에 의하여 120∼130。C에 이른다. 그래서 이
온도에서도 강도가 저하되지 않는 특별한 알루미늄 합금이 채용되었다.
삼각형의 날개는 비행 때의 안정성 확보를 위하여 미묘한 곡면을 이루고 있다. 연료
탱크는 날개 부분과 동체의 일부에 배치되고 있다. 탱크에는 3종류가 있다. 메인 연료
탱크, 엔진에 연료를 공급하는 컬렉터 탱크, 콩코드의 무게 중심의 위치를 조정하기 위한
트림 탱크이다. 콩코드는 비행 속도에 의하여 기체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기 때문에,
연료를 이동시켜 균형을 유지시킬 필요가 생기는 것이다.
조종 계통에는 전기 신호로 제어하는 플라이 바이 와이어 방식이 처음으로 채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