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트]돌아온 계절
온갖 철새와 나그네새가 우후죽순처럼 돋아나는 시절이 돌아오면 이해타산을 따라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사부대중과 필부범부가 어깨동무를 하며 ‘우호적인 너무나 우호적인’ 꽹과리를 연신 쳐대는 상쇠의 희한한 팔놀림과
추임새에 따라 아라리 난장의 객꾼들의 눈도 휘둥그레지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이생의 자랑에 발을 들여 놓았던 사람들’,
그 주위를 어슬렁거리다가 ‘떡고물이라도 만진 사람들’
게다가 한 술 더 떠 일확천금의 단꿈 내지 노다지 개꿈에 사로잡혀 헛물만 켜다가 은근슬쩍 부화뇌동하는 사람들,
이런 저런 온갖 사연들로 뒤엉켜 그야말로 먼지가 뿌옇게 일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이전투구의 장에다
한마디라도 거들지 않으면 무언가 허전하다는 나그네 설움까지 그야말로 총체적인 온갖 인간 군상들이 모여 펼쳐내는
아리랑 고개 경연은 갈수록 점입가경이었다.
원래 경연장이란 곳에는 ‘한가락 한다’, 혹은 ‘재밌게 논다’하는 가객들의 장기 자랑에다 오가는 온갖 어중이떠중이까지
함께 합세하여 신명나는 한 판 굿판을 벌이는 것이니 그게 다 시절 따라 오가는 풍류인심이라.
이런 재미, 저런 구경거리라도 없으면 인생살이 세상사는 낙이 그 무엇이랴 !
아 들뜬 허파 바람 들어갔다 새어나올 때 새더라도 세정(世情)따라 쾌춤을 추는 이 재미가 쏠쏠한 것을 그 누가 알랴 !
풍진 세월의 누런 황토색 바람이 불어온대도 거기에 절대 개의치 않고 오직 독불장군(獨不將軍)과 기개세(氣蓋世)로
세상을 향해 천군만마를 질타하는 듯 우렁찬 한마디 출사표로 뭇 사람들의 심금을 알알이 울릴 제,
이해타산을 따라 출렁대던 세상사 장삼이사와 갑남을녀도 거기에 부화뇌동을 하니 저자거리 풍류인심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상종가와 하한가를 거듭해서 치더라. 한 쪽에서 우거지상으로 인상을 찡그리면,
다른 한쪽에서는 희희낙락과 파안대소로 맞장구를 쳐대니 저자거리의 선남선녀들은 도무지 그 갈피를 알지 못하더라.
풍설이 분분히 날리는 곳에는 철도 아닌데 백설이 날리고,
때도 아닌데 운무가 자욱하니 앞뒤도 분간 못하고 좌우도 못 가리는 얼치기 떼거리들이
바닷물 속 멸치 떼 큰 고기 피해 달아나듯이 이리 저리 좌충우돌하다 어떤 놈은 큰 고기 아가리 속으로 쏘 ~ 옥 들어가고,
또 다른 놈은 쳐놓은 그물에 왕창 쌓이고 마니,
저 삼국지에 등장하는 조조군사처럼 ‘죽나니 조조군사’라는 별호가 그냥 생긴 것이 아니더라.
어떤 똑똑하다는 놈 뒷골목 용하다는 점술, 사술, 복술가 이야기 듣고
그 쪽으로 왕창 뒷돈 대고 탑승했더니 그게 꽁지라도 예사 꽁지가 아니라, 떨거지 꽁지이고 보면,
‘애고, 애고, 억울해라. 내 판돈’ 본전 생각이 간절한지라.
이놈의 병은 이상하게도 철만 돌아오면 도지는 병이라, 별무신통한 약도 없으니,
할 수 없이 면상에 철판 깔고 그냥 BJR로 나가는 수밖에 별무 도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여기저기서 같은 떼거리 군상들이 한가지로 요동을 쳐대니 저자거리에
온통 난장도 아니면서 뿌연 황색 먼지가 이리 저리 분분히 날리더라.
어떤 용하다는 사람 자기 체면에 걸려서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 돌리려고 애쓰는 폼이 참으로 가상하다.
여기저기 ‘난다 긴다.’, ‘ 용하다’, ‘한가락 한다’ 는 사람들도 그만 꼼수에 빠져서
흙탕, 진창에 발을 담그고 마니, 원래 이 물은 계절마다 끓어오르는 팔난봉 갯벌인 것이다. gaeg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