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나트론 호수엔 왜 홍학이 많을까
홍 학
몇해 전 체코의 한 동물원에서 어린이들이 장난으로 던진 돌에 맞아 수컷 홍학(紅鶴)이 죽은 안타까운 일이 있었어요. 죽은 홍학은 여덟 마리의 새끼를 거느리고 있었다니 마음이 더 아픕니다. 여러분은 절대 이런 장난을 해선 안 돼요. 모든 생명은 소중하고 귀합니다.
홍학은 영어로 플라밍고(flamingo)라고 부르는데 '홍학목'에 속한 새들을 모두 가리키는 말이에요. 홍학은 태어날 때는 은회색 깃털을 갖고 있지만, 자라면서 털이 점점 붉게 변해 3년 안에 온몸이 분홍색으로 변합니다. 홍학 중에 작은 녀석은 키 1.2m, 큰 종류는 키가 1.9m 정도예요. 가느다란 한 발로 3시간씩 서 있다가도 배가 고프면 발로 흙탕물을 일으켜 물 위로 떠오른 갑각류 동물이나 곤충, 벌레를 주머니처럼 생긴 부리로 걸러 먹습니다.
홍학은 보통 수백 마리가 무리를 지어 살아갑니다. 한 무리가 나란히 발을 맞추어 행진하기도 하지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척척 앞으로 가다가 갑자기 90도로 방향을 바꾸어도 다시 호흡을 맞춰 척척 앞으로 나아가요.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나트론 호수에는 무려 250만 마리의 홍학이 살고 있어요. 호수에 스피룰리나(Spirulina)라는 붉은색의 미세광합성 조류가 번성하면 갑각류와 벌레가 늘어나는데, 이때 먹이를 먹고 번식을 하려는 홍학들이 몰려들어 호수 일대가 온통 분홍색으로 물드는 장관을 이룹니다. 나트론 호수는 람사르 협약을 통해 국제적으로 보호하는 습지이기도 해요.
나트론 호수 근처에는 사자나 하이에나 같은 맹수도 얼씬거리지 못해요. 호숫물이 강한 염기성을 띠기 때문입니다. 이 일대 하천이 토양에 든 탄산수소나트륨(소다)을 씻겨내어 호수로 가져오면서 호수 물이 강한 염기성을 띠는데, 사람은 물론 맹수도 물에 닿으면 몸에 큰 화상을 입어요.
반면 홍학은 염기성을 견딜 수 있어 나트론 호수에 발을 담가도 끄떡없어요. 호수 물의 강한 염기성이 홍학을 천적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셈이지요. 그래서인지 전 세계에 사는 '작은 홍학'의 75%가 나트론 호수 일대에 살고 있습니다.
케냐에는 홍학 관광지로 유명한 나쿠루 호수가 있어요. 나쿠루 호수는 나트론 호수보다 면적도 작고 홍학의 수도 적어요. 하지만 나트론 호수보다 교통이 편리하고, 1700m 고지대에 있어 적도 부근임에도 날씨가 서늘해 홍학을 구경하기 좋은 곳입니다. 케냐 정부도 나쿠루 호수 일대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지요.
19세기 초 북미 대륙에는 약 50억 마리의 나그네비둘기가 살고 있었어요. 나그네비둘기 무리가 미국의 남부와 북부를 오갈 때는 사흘 내내 나그네비둘기가 온 하늘을 덮을 정도의 장관을 연출하였지요. 하지만 인간이 나그네비둘기를 마구 사냥하고, 서식지를 파괴하면서 단 100여 년 만에 50억 마리가 있던 나그네비둘기는 멸종하고 말았습니다.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대륙, 인도 등에 퍼져 있는 홍학도 때를 놓치기 전에 미리 잘 보호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