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달라졌어요! (brunch.co.kr)
밥이 달라졌어요!
한 달 전이였다.
치매 환자인 어머니 밥을 형님은 바꾸기 시작했다.
몇 년을 먹은 약 효과가 없다며 형님은 밥부터 바꿀 생각을 했다.
나는 주는 밥이나 먹고 지켜보기로 했다.
흰쌀밥만 먹던 순간을 기억하며내일부터 어떤 밥을 해줄까 하는 기대반 걱정반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어머니!
오늘은 콩나물밥입니다.
양념간장에 맛있게 비벼드세요."
하고 아침 상을 차린 형님이 말했다.
"콩나물밥을 먹으라고!
콩나물 국을 끓이지 않고 밥을 했어."
어머니는 추억이 생각난 듯 말했다.
"네!
콩나물밥을 한 그릇 뚝딱 드셔보세요."
하고 말한 형님은 어머니 밥그릇에 양념간장을 한 숟가락 떠주며 말했다.
"이것은 무엇인가?"
어머니는 양념간장에 담긴 것을 물었다.
"어머니!
이건 쪽파, 달래, 부추, 멸치를 넣었어요.
간장에 매실청을 넣어서 달콤할 거예요."
하고 형님이 양념간장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맛있다!
그런데 국은 안 끓인 거야?"
하고 어머님이 물었다.
"네!
오늘은 콩나물밥이랑 양념간장으로 잡수세요.
물가가 너무 비싸서 시장보기가 두려워요!"
하고 말한 형님은 양념간장에 비빈 밥 한 숟가락을 떠 입에 넣었다.
"맛있다!
콩나물국도 끓이지 그랬어."
하고 말한 어머니는 국물이 먹고 싶었다.
"내일 끓여드릴게요!
오늘은 그냥 잡수세요."
형님은 어머니를 바라보며 밥을 맛있게 먹었다.
어머니도
더 이상 국 타령을 하지 않고 콩나물밥을 맛있게 드셨다.
형님이 달라졌다.
매일 먹는 밥도 달라졌다.
콩나물밥, 시금치밥, 꼬막밥, 톳밥, 양송이밥, 팽이버섯밥, 느타리버섯밥, 대추밥, 밤밥, 홍합밥, 미역밥, 굴밥 등그동안 먹어보지 못한 밥을 만들어 어머니와 함께 드셨다.
도시에서 온 동생들도
형님이 해준 밥을 양념간장에 맛있게 먹었다.
"어머니!
오늘은 파래밥입니다.
소고기양념간장에 맛있게 비벼드세요."
하고 형님이 저녁 밥상을 들고 와 말했다.
"파래밥!
한 번도 먹어보지 않았어.
그런데파래밥도 먹는 거야?"
하고 어머님이 물었다.
"네!
나도 처음 먹어 봐요.
양념간장에 비벼 맛있게 드세요!"
하고 형님이 말하며 어머니 밥그릇에 양념간장을 한 숟가락 넣어 비볐다.
"미역이 아니고 파래라고?"
"네!
파래입니다.
미역처럼 바다에서 나는 거예요."
하고 형님이 대답했다.
형님은매일 시장을 갔다.밥에 무얼 넣어서 지을까 고민했다.
"다음 주에는연근, 당근, 우엉, 도라지, 인삼을 넣고 밥을 해야지!
어떤 재료가 제일 맛있을까."
형님은 궁금했다.
세상에
없던 밥을 나도 처음 먹었다.
콩나물밥은 자주 해 먹어 큰 기대는 없었다.
그런데
매일 달라지는 밥을 보고 놀랐다.
팽이버섯밥이나 양송이밥도 맛있었다.
톳밥이나 대추와 느타리버섯을 넣은 밥도 기막히게 맛있었다.
우선
맛보다 몸이 건강해지는 것 같았다.
"형님!
이런 생각을 언제부터 했어요."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약 먹는 것보다
맛있는 밥 한 그릇이 몸에 좋겠다 생각했다.
어릴 적
어머님이 콩나물밥 해주던 기억을 떠올리며 밥에 뭘 넣어 지을까 했더니 생각보다 많더라.
어머님이 건강하게 사는 비결은 밥 한 그릇 잘 먹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래서
자연을 첨가하는 밥을 지어보기로 했다."
하고 형님은 어머니 건강을 생각하며 짓기 시작한 밥 철학을 이야기했다.
"형님!
밥이 이렇게 맛있는지 몰랐습니다.
사실!
형님이 몇 번 하고 그만둘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매일 새로운 밥을 기대하게 되었어요."
하고 나는 그동안 먹게 된 밥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그렇지!
너도 먹어보니까 맛있지.
조금만
부지런하면 이렇게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형님은 고생한 보람이 있다며 좋아했다.
"형님!
봄이 되면 꽃잎도 넣어 밥을 지어봐요.
어떤 향기가 날지 궁금합니다."
하고 나도 거들었다.
"꽃잎을 넣어도 좋을 거야!
우선 밥 색이 달라질 거야.
진달래, 벚꽃, 매화꽃, 사과꽃도 넣고 밥을 해봐야겠다."
하고 형님은 빨리 봄이 오길 기다리는 듯 말했다.
어머니는
약을 다 끊었다.
치매, 고혈압 약 등 한 주먹씩 먹던 약을 형님은 주지 않았다.
몇 번 죽을 위기를 넘긴 어머니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 먹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어머니!
오늘은 당근 밥을 지었어요.
밥이 빨갛게 변했어요.
밥에서 달콤한 향기가 나니까 맛있게 드세요.
오늘은 소고기양념간장입니다."
하고 말한 형님은 어머니 앞에 들고 온 아침상을 내려놨다.
"당근!
당근밥도 팔아?"
하고 어머니가 물었다.
"아니요!
아들이 당근밥을 했어요."
"당근은 어디서 났어?"
"손녀가 제주도서 보낸 당근입니다!
양념간장에 맛있게 비벼보세요."
하고 형님은 양념간장 통을 열어 어머니 앞에 내밀었다.
"당근밥!
세상에 이런 밥도 있어.
난!
콩나물밥이나 고구마밥을 해봤어!"
하고 어머님이 말하며 밥그릇을 들고 냄새를 맡았다.
"달콤한 냄새가 난다!
당근 넣어서 달콤할까.
옛날에 쑥을 넣어서 밥을 지었더니 쓴 맛이 났어.
쑥밥은 먹기 싫었어!"
하고 어머니가 옛 추억을 생각하며 말했다.
"어머니!
당근밥 먹어 보세요."
하고 양념간장에 비빈 당근밥을 어머니 앞에 내려놨다.
"어머니!
지금까지 몇 가지 밥을 먹었는지 알겠어요?"
하고 나는 물어봤다.
"몰라!
몇 가지 밥을 먹었는데?"
하고 어머니가 물었다.
"형님이
밥에 재료를 넣어서 하기 시작한 지 한 달 되었어요.
그러니까
삼십 가지 밥을 먹었어요.
콩나물, 시금치, 우엉, 당근, 파래, 톳, 굴, 홍합, 꼬막, 백합, 미역,고구마, 감자, 연근, 대추, 밤, 낙지, 새우, 멸치, 마늘종, 고추, 또 뭐가 있었지!단호박, 말린 감, 도라지, 인삼, 표고버섯, 양송이, 싸리버섯, 느타리버섯, 팽이버섯, 죽순 또 뭐가 있었더라!"
나는 더 이상 생각나지 않았다.
형님이
새롭게 선보인 밥 한 그릇의 축복이었다.
어머니도어느 때보다 건강해 보였다.
"내일은 또 어떤 밥을 해줄까!"
나는 입안에서 침샘이 자극했다.
어떤 밥이듯한 그릇 뚝딱 해치우는 어머니 모습이 보기 좋았다.
어머니께서
톳밥과 파래밥이 맛있다며 좋아했다.
바다 냄새가 난다며 양념간장에 맛있게 비벼먹는 어머니 모습을 나도 봤다.
형님은
어머니가 좋아하는 밥을 다시 해준다며 저녁에 파래밥을 해 내놨다.
"어머니!
오늘 파래밥입니다.
어머니가 아주 맛있게 먹는 걸 보고 다시 했어요.바다를 밥에 가득 넣었으니 양념간장에 맛있게 비벼드세요."
하고 형님이 말하자
"파래밥!
난 먹어본 적 없는데.
그리고
바다를 밥에 어떻게 넣어!
말도 안 돼는 소리를 하고 있어.
썩을 놈!"
하고 어머니께서 말씀하고 양념간장을 한 숟가락 떴다.
어머니는
파래밥 한 그릇을 뚝딱 순식간에 해치웠다.
내일은
또 어떤 밥이 밥상에 올라올까!어머니보다내가 더 새로운 재로가 들어간 밥을 기다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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