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1주간 목- 자기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슬기로운 사람
남궁 민 루카신부님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는 이는 모두 자기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슬기로운 사람과 같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지 않는 자는 모두 자기 집을 모래 위에 지은 어리석은 사람과 같다."
쉬운 길, 편하고 이득 되는 길을 찾기에 급급한 세상이다.
모래 위에 집 짓기는 반석 위에 집 짓기보다 쉽다.
그런데 집을 왜 짓는가?
안전하고 튼튼한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 거기서 비롯되는 평화를 누리기 위해서 아닌가?
안전하고 튼튼한 집을 지을 비법은 집 짓는 바탕에 달렸다는 말씀으로 들린다.
집을 짓는 과정은 신앙인의 삶을 꾸려나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반석이나 모래는 어떤 의미이고, 비바람에 집이 무너진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요한 크리소스토무스 교부의 해석이 깊은 울림을 준다.
"그리스도 안에 뿌리를 둔 사람은
어떤 것에 의해서도, 폭풍우에 의해서도 홍수에 의해서도 상처받지 않는다.
내가 만약 예수님의 말씀을 기초로 내 집을 지으면,
나에 대한 사람들의 판단이나 태도가 아니라 예수님을 토대로 나를 정의한다면
(예수님 보시기에 어떠실까? 하는 기준으로 나를 정의하고 내 생활을 평가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나에게 던지는 모욕과 투사도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그와 반대로 모든 이들의 인정과 사랑을 받는다는 환상 위에 집을 지으면,
한 사람이 나에게 상처를 주거나 아프게 하는 즉시 무너질 것이다.
복음 말씀은 내 집이 다른 사람들이 주는 상처에도 무너지지 않고
견고하게 서 있을 수 있는 진정한 토대를 보여 주신다.
그 토대는 내가 조건 없이 사랑받는 하느님의 아들이나 딸이라는 사실이다.
내가 만약 이 반석 위에 집을 지으면 내 인생은 성공할 것이다.
사람들이 나에게 아무리 많은 상처를 준다 해도 내 집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A. 그륀, 예수, 구원의 스승, 69-70에서 재인용)
'그리스도 안에' 내적으로 자신의 뿌리를 두고,
외부의 비바람을 '그리스도 안에서' 받아들이며,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을 찬미하라는 초대로 말씀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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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같이 징역살이한 노인 목수 한 분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그 노인이 내게 무얼 설명하면서 땅바닥에 집을 그렸습니다. 그 그림에서 내가 받은 충격은 잊을 수 없습니다. 집을 그리는 순서가 판이하였기 때문입니다. 지붕부터 그리는 우리들의 순서와는 거꾸로였습니다. 먼저 주춧돌을 그린 다음 기둥, 도리, 들보, 서까래, 지붕의 순서로 그렸습니다. 그가 집을 그리는 순서는 집을 짓는 순서였습니다. 일하는 사람의 그림이었습니다.
세상에 지붕부터 지을 수 있는 집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지붕부터 그려 온 나의 무심함이 부끄러웠습니다. 나의 서가(書架)가 한꺼번에 무너지는 낭패감이었습니다. 나는 지금도 책을 읽다가 '건축''이라는 단어를 만나면 한동안 그 노인의 얼굴을 상기합니다." (신영복, 나무야 나무야, 90쪽)아 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