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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낚시인이 태종대 앞바다 도다리 선상낚시에서 살이 통통하게 오른 도다리를 낚아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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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향 가득한 해쑥과 궁합, 겨우내 움츠린 몸에 원기
- 3~4월엔 회로 먹어야 제맛, 초보자도 쉽게 잡는 어종
계절이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는 요즘은 날씨의 변화가 무척 심하다. 마지막 가는 겨울이 봄이 오는 것을 시샘이나 하는 듯이 변화무쌍하게 날씨가 바뀐다. 그러나 어김없이 봄은 어린 강아지 싸리 대문 넘어오듯이 살금살금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다. 봄의 시작과 함께 바닷속에도 봄이 왔다는 것을 알려주는 어종이 도다리다. 여러 어종 중에서 도다리만큼 봄과 궁합이 잘 맞는 어종이 없다. 봄소식과 함께 겨우내 지친 우리 몸의 원기를 북돋아 주는 어종이 도다리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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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다리는 보통 12월에서 이듬해 2월까지 산란을 마치고 3, 4월이면 살이 포동포동하게 오른다. 이때가 봄 도다리 특유의 향긋함과 쫄깃함이 더해져서 일 년 중 최고의 맛을 뽐낸다. 그뿐만 아니라 봄 도다리는 3월에서 5월 딱 한 철인데도 그 시기에 따라 먹는 방법, 궁합이 맞는 음식이 각각 달라진다. 특히 겨울의 추위를 이기고 봄에 처음 고개를 내민 해쑥과의 궁합은 그 향기와 함께 계절 별미 중의 별미를 자랑한다. 오직 봄 한 철만 맛볼 수 있는 희소성도 봄 도다리 맛의 비결 중 하나이다. 도다리쑥국은 꼭 해쑥이어야 한다. 보들보들하게 막 올라오기 시작해 봄 향을 내뿜는 해쑥이 아닌 일반 쑥을 사용하면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없다. 한번 먹어보면 절대 그 맛을 잊을 수 없다.
도다리가 제법 살이 오른 3, 4월이면 회로 먹어야 제맛이다. 도다리 회는 뼈째 얇게 썰거나 포를 떠서 먹는데 반드시 된장에 찍어 먹는 게 포인트다. 그래야 봄 도다리 특유의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도다리는 붕넙치과 도다리속에 속하는 어종이다. 하지만 참가자미속에 속하는 종류나 물가자미속에 속하는 종류 역시 통틀어 도다리로 불리는 경우가 많다. 탐식성이 강하고 공격적이라 움직이는 미끼에 쉽게 유혹되므로 일본에서는 루어낚시 대상어로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3월 초순부터 남해동부 지역에서 물오른 도다리가 선보이기 시작해 4월부터는 본격적인 시즌에 접어든다. 동해 남부는 시즌이 한 달가량 늦게 시작된다.
도다리는 한겨울을 제외하면 언제라도 낚을 수 있는 어종이지만 봄에 낚이는 도다리가 연중 가장 살이 통통하고 또 맛이 좋다. 마릿수 또한 일 년 중 가장 많은 때가 봄이다. 봄을 도다리 낚시 피크 시즌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도다리도 다른 어종과 마찬가지로 입질이 활발한 물때가 있다. 조류가 흐르지 않을 때보다는 적당하게 흐를 때 조황이 좋다. 또한 조류가 계속 흐를 때보다는 멈췄던 조류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시간대나, 느리던 조류가 빨라지는 시점에 입질이 집중된다. 도다리는 씨알에 비해 입질이 약을 때가 잦다. 처음 미끼를 물 때는 와락 달려들지만 일단 입에 물고 나면 조금씩 삼키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끼를 완전히 삼킬 때까지 기다렸다가 챔질을 해야 확실하게 낚아낼 수 있다.
도다리는 한번 삼킨 먹이는 좀처럼 다시 뱉어내지 않기 때문에 챔질을 늦게 해도 낚아내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남해 동부와 동해 남부 지역은 봄만 돌아오면 도다리 배낚시를 전문적으로 나가는 배가 포구마다 즐비하다. 도다리 배낚시를 하다 보면 낚이는 어종 또한 다양한 편이다. 쥐노래미(게르치)와 보리멸은 물론 심지어 볼락까지 가세해서 다양한 손맛과 입맛을 전해준다. 습성상 도다리는 내만의 모래밭 주위에 산란을 한다. 산란 후 몹시 허기가 진 도다리에게 근처에 있는 해조류 양식장의 부산물은 좋은 먹잇감이 된다. 그 이유로 내만의 양식장 근처가 도다리 배낚시의 주요한 포인트가 된다. 특히 미역 채취작업 중 떨어진 미역을 받아먹느라고 미역 양식장 바닥에 많은 수가 무리지어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런 곳 외에 남해나 동해의 작은 포구나 갯바위 부근 모래밭, 방파제 같은 곳도 던질낚시 포인트로 알려졌다. 도다리 배낚시는 깊은 곳을 노릴 필요가 없다. 평소엔 수심 100m 전후의 먼바다 깊은 곳에서 살다가 봄이 되면 산란을 위해서 내만의 얕은 바다로 이동한다. 그러므로 볼락이나 열기 외줄낚시처럼 깊은 곳이 아니라 30m 이내 15m 전후의 수심에서 낚인다.
도다리 낚시방법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고패질이다. 봉돌을 바닥에 반복적으로 떨어뜨려 모래먼지를 일으켜서 도다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그러면 근처에 있던 도다리가 달려와서 입질을 한다. 두 번째는 끌어주기다. 충분히 원투를 한 후 봉돌을 바닥에 가라앉힌다. 원줄을 천천히 감다가 멈추기를 반복한다. 멈출 때 입질이 잦다. 원줄을 감을 때 모래먼지가 일면 대상어가 관심을 두게 되며 드디어 근처에 도달하면 입질을 하게 된다. 밑걸림이 없는 모래밭 지형에서 유효한 방법으로 배 밑에서 고패질로 마릿수가 좋지 않을 때 넓은 지역을 탐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부산지역에서 도다리낚시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은 기장과 송정, 해운대, 오륙도, 태종대, 영도 동삼동 중리 앞바다 등을 들 수 있다. 간단한 요령만 숙지하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낚시가 도다리낚시다. 겨우내 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봄의 향기로 채워 넣으면서 체력을 회복시켜야 하는 시점이다. 춘곤증을 이기고 활기찬 봄을 맞이하기에는 도다리낚시만큼 좋은 것이 없을 법하다.
낚시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