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윙스카이]기내식의 탄생
항공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가 기내식이다.
최근 저비용항공이 활성화되면서 무료 기내식이 점차 사라지고 있긴 하지만, 긴 비행 시간 비행기 안에서 즐기는 기내식은 색다른 재미와 즐거움을 가져다 준다.
이렇게 비행기 안에서 음식이 제공되기 시작한 지 벌써 근 100년이 되어간다.
1919년, 최초의 기내식 등장
기내식은 런던 - 파리 노선을 운항하던 Handley Page Transport (주 사업은 항공기 개발, 제작이지만 이 당시에는 운송사업도 병행했다) 가 1919년 (10월 11일), 샌드위치와 과일 등으로 구성된 런치 박스를 기내에서 제공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런치 박스는 무료가 아니었으며, 개당 3실링을 주고 구입해야 했다.
Handley Page Transport
하지만 지금 형태의 기내식이 제공되기 시작한 것은 1936년이 되어서였다.
United Airlines 은 항공기 안에 주방(Kitchen)을 설치해 음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기내에서도 찬 음식이 아닌 따뜻하게 데워진 음식을 접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를 시작으로 다른 항공사들도 기내 주방을 속속 도입하기 시작했다.
1950년대, 항공여행의 황금시대
넉넉한 기내 공간에 파우더룸(Powder Room, 여성들이 얼굴 등을 가다듬을 수 있도록 거울이 설치된 공간)은 물론 기내식은 더 다양한 종류가 제공되었고, 기내에 4개 이상의 갤리(Galley, 주방)를 설치해 단시간 내에 다량의 따뜻한 음식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항공역사 상 가장 화려하고 낭만 가득한 기내 분위기였다는 평가다.
1958년 팬암 프로모션 광고에 등장하는 기내식
1969년 3월 2일, 초음속 여객기 시대
영국항공, 에어프랑스에서 처음 도입되어 운용하기 시작한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는 기내식의 역사를 한 단계 더 진보시켰다. 당시까지는 기내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캐비어, 송로버섯, 푸아그라, 랍스타 등 고급이라고 인식되었던 음식들이 기내식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비록 콩코드 여객기는 시대를 잘못 타고 난 탓에 2003년 그 운명을 다했지만, 기내식에 끼친 영향은 적지 않았다.
1970년대, 저비용항공의 등장과 기내식의 중요성 감소하기 시작
1971년 6월 18일, 항공 역사상 획기적인 시대를 여는 항공사 운항이 시작되었는데 그 주인공은 사우스웨스트항공이었다. 당시까지 고급 교통수단으로 인식되던 항공여행을 단숨에 대중화로 이끈 주인공이었다. 이제 기내식 등 기내 서비스 보다는 항공요금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가 된 것이었다.
1973년, 기내식 품질 경쟁 시대로
프랑스의 Union de Transports Aeriens 는 Raymond Oliver 라는 요리사(Chef)를 고용해 기내식을 재평가하기 시작했다. 왜 항공기 안에서 먹는 기내식은 형편없을까 하는 불만을 본격적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이었다. 맛, 풍미, 향기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고, 3만 피트 상공에서 재가열을 통해 데워 내올 때 어떻게 하면 맛을 유지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주문형 기내식, 에어발틱
1985년, 돈 주고 사 먹는 기내식 시대로..
아일랜드 저비용항공사 라이언에어의 등장은 기내식에도 큰 영향을 끼쳐, 본격적으로 돈을 주고 사 먹는 기내식 시대로 돌입을 의미하게 된다. 라이언에어는 현재 항공기 301기로 179개 도시를 운항하는 세계에서 7번째 큰 규모를 자랑하는 항공사가 되었다.
1987년,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기내식
아메리칸항공은 퍼스트 클래스 기내식 샐러드에서 올리브를 줄여 한 해 4만 달러를 절약했다고 밝혀 기내식에 얼마나 많은 비용이 투자되는 지 알 수 있었다.
2001년, 이용자에 의한 기내식 평가
인터넷이 발달하고 항공 기내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airlinemeal.com 탄생. 사용자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등록된 사진과 평가를 통해 각 항공사의 기내식 차이를 알게 된다. 현재도 기내식에 대한 여러 정보와 사진들을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이트로 자리 잡았다.
2002년, 911 테러와 더불어 사라진 기내 금속 커틀러리
2001년 발생한 911 테러는 항공업계에 대단히 큰 영향을 끼쳤는데, 그 중의 하나가 기내식 식기의 변화다. 이전까지는 금속으로 된 포크, 칼 등을 기내에서 사용했으나, 테러의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전부 플라스틱으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플라스틱 커틀러리의 불편함과 쓰레기 공해 등의 부작용으로 몇 년 지나지 않아 다시 금속 커틀러리로 되돌아 왔다.
2006년, 기내 액체류 반입 제한
911 테러 이후 각국과 항공업계는 안전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으며, 액체가 폭탄의 제조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과 함께 기내에 반입되는 액체류를 반입하기 시작했다. 그 규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용기당 100ml 이상, 개인이 총 합계 1리터 이상은 휴대할 수 없게 되었다.
2009년, 기내식 사라지는 시대로..
영국항공은 단거리 노선에서 기내식을 없애기 시작했다. 비용 절감 차원에서 감행된 것으로 그 외 여러 항공사들도 단거리 노선에서는 기내식을 없애거나 최소한의 음료만 제공하기 시작했다. 대신 먹을 만한 기내식은 유료로 판매하는 항공사들이 증가하고 있다.
2011년, 요리사 기내 등장
영국항공을 비롯해 싱가로프항공, 에어프랑스 등은 일부 노선에서 기내에 요리사를 동승시키기 시작했으며, 아시아나항공, 터키항공, 에티하드 등 여러 항공사들이 이런 흐름에 재빠르게 동참했다.
2012년, 패스트푸드가 기내식으로 등장
일본항공은 켄터키 치킨과 협력하여 기내식으로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을 기내식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물론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동안이었지만, 일반 대중 음식이 기내식으로 이용되었던 사례였다.
[항공소식] 항공 기내식, 패스트푸드인가? 켄터키 치킨 기내식으로
2013년, 취향을 반영한 주문형 기내식 등장
에어발틱은 이용객이 여러가지 기내식과 그 종류를 각자의 취향에 맞춰 주문할 수 있는 주문형 기내식을 등장시켰다.
[항공소식] 기내식 원하는 대로 만들어 미리 주문할 수 있는 항공사
2014년, 미리 구입해 들고 타는 기내식
런던 히드로공항에서는 기내에서 취식할 수 있는 기내식을 공항 식당에서 미리 구입해 탑승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제 더 이상 기내식은 항공사에서만 제공되는 것은 아니다.
[항공소식] 런던 히드로공항, 기내식 피크닉 박스 판매 개시
현재 기내식 흐름이 양분되고 있는 추세다. 저비용항공을 중심으로는 유료 기내식을 채택하는 항공사가 증가하는 반면, 퍼스트 클래스 등 고단가 항공요금 승객을 유치하기 위해 기내식을 고급화하는 항공사 역시 증가하고 있다.
최초의 기내식이 3실링 이라는 가격으로 유료 판매했던 점과, 저비용항공을 중심으로 점차 유료 기내식이 증가하는 최근 상황은 역사와 패션은 돌고 돈다는 말을 새삼 떠오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