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26일, 금요일, Concepcion, Hotel Frances (오늘의 경비 US $23: 숙박료 40,000, 점심 7,000, 저녁 29,000, 식료품 15,000, Concepcion 버스표 35,000, 택시 10,000, 환율 US $1 = 6,000 guarani) 오늘 아침에 다시 Unger 박물관에 가니 어제 만났던 박물관장이 반갑게 맞는다. 마침 한가하다고 해서 같은 호텔에 묵고 있는 젊은 독일여자와 함께 셋이서 박물관 뒷마당 그늘 밑에 의자를 놓고 한 시간 반 정도 얘기를 나눴다. 첫 번째 화제는 Mennonites 교도들의 이민역사에 관한 것이었다. 시베리아 남부 Omsk 주위에 살고 있던 6,000여명의 Mennonites 교도들이 1929년 스탈린 정부의 압제를 피해서 일부는 독일을 통해서, 일부는 흑룡강을 넘어서 중국 Harbin에 도착 1년 반 거주한 후 Shanghai를 거쳐서 캐나다, 파라과이, 브라질로 이주했는데 파라과이에는 2,000여명이 1932년에 도착했다. 천신만고 끝에 파라과이에 도착한 그 해에 볼리비아와 Chaco 전쟁이 바로 이들이 정착한 땅에서 일어나서 3년 동안 계속되었다. 이렇게 시작한 파라과이 생활이 너무나 고되어서 1939년 2차 대전이 일어났을 때는 히틀러가 이겨서 독일이나 시베리아의 고향 땅으로 돌아가기를 원했다. 그러나 독일이 패전한 후 한동안 시름에 찬 힘든 생활을 하다가 다행히 1960년대 초에 미국 Mennonites 교도들의 주선으로 $100만 불의 영농자금 융자를 받아서 성공적인 농업정착을 이루었다. 지금은 이곳 Mennonites들이 잘 살고 있다고 한다. 대학 졸업 후 돌아오지 않는 젊은이들이 있긴 하지만 돌아오는 젊은이들도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란다. 이곳의 Mennonites 학생들은 Mennonites 교단에서 경영하는 사립학교에 다니는데 수업료가 매우 비싸다고 한다. 교사들의 월급이 다른 파라과이 학교의 3배라 한다. TV와 라디오 방송이 하나씩 있는데 어린이들이 무분별한 외부 문화에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는데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한다. Mennonites 교도들이 이곳에 이민 올 때 파라과이 정부로부터 여러 가지 보장을 받았는데 근래에 들어와서는 그 보장이 점점 무시되고 있는 추세여서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두 번째 화제는 동양문화에 관한 것이었다. 두 사람 다 특히 불교에 관해서 관심이 많았다. 근래의 이슬람교도의 호전적인 자세 때문에 불교의 평화적 자세에 관심이 생겼다. 나에게 동양문화에 관한 질문을 많이 했다. 아는 대로 성심껏 대답은 했지만 나 자신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박물관장 친구는 불교에 관한 책을 많이 읽은 듯 나보다 아는 것이 더 많았다. 특히 달라이 라마의 저서를 많이 읽은 것 같았다. 나도 읽고 싶었지만 아직도 읽을 기회를 갖지 못했다. 독일여자도 대학원생인데 전공이 동양철학이었다. 우리는 주위에서 불교문화와 유교문화를 많이 접하기는 하지만 체계적으로 배운 것이 없기 때문에 사실은 별로 아는 것이 없다. 좀 더 배울 필요를 절실히 느꼈다. 버스 출발 시간이 되어서 할 수 없이 토론을 중단하고 작별인사를 한 다음 호텔로 돌아와서 짐을 지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버스 터미널까지 걸어가서 11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탔다. 버스는 Filadelfia 시내를 벗어나기 전에 내가 묵던 Hotel Florida 앞을 들러서 간다. 그냥 지나가는 것이 아니고 일부러 들러 가는 것이다. Hotel Florida 앞이 정식 버스 정류장인 것이다. 그것을 왜 나에게는 얘기를 안 했는지 화가 났다. 1km 거리를 힘들게 걸어가지 않아도 되는 것인데. 나에게 얘기를 했는데 내가 알아듣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유리창을 열고 달리는 고물 버스다. 그러나 나는 창문이 안 열리고 에어컨 시원치 않아서 답답한 고급버스보다 이런 버스가 시원하고 사진 찍기 편해서 더 좋다.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경치는 역시 땅이 넓다. 한참 가니 늪지대가 나온다. 늪지대는 농사는 불가능하지만 목축은 가능한 듯 여기저기 풀 뜯고 있는 소떼들이 보인다. 새들의 천국인 듯 긴 다리를 가진 학들과 다른 새들도 많이 보인다. 이곳 역시 일하는 사람들은 안 보이고 그늘에 모여 앉아서 마테 차 마시는 사람들만 보인다. 오후 4시경 Rio Paraguay 강을 넘어서 오늘의 목적지 Concepcion에 도착하였다. 아담한 인구 5만의 도시다. 도떼기시장 같았던 수도 Asuncion과는 딴 세상이다. 지금까지 본 파라과이는 Asuncion 빼면 아주 평화스러운 나라처럼 보인다. Asuncion만 엉망인 것 같다. Concepcion에 들어오니 사람들도 편안해 보이고 Asuncion과 같은 험상스러운 분위기는 전연 느낄 수 없다. 택시를 타고 Lonely Planet에 소개된 Hotel Frances에 갔다. 방 값을 물어보니 에어컨, 욕실, 아침식사 포함해서 70,000 guarani이라며 $12라고 미화로 환산까지 해준다. 여행자들에게 하는 수법이다. 현지 화폐로 얘기하면 비싸게 생각하다가도 미화로 환산해주면 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그러나 우리 같은 여행 프로에게는 안 통한다. Lonely Planet 책을 보여 주면서 이 호텔에 $7 짜리 방이 있다고 해서 찾아왔다 하니 책에 있는 호텔 이름, 전화번호, 주소까지 확인하더니 어딘가에 전화를 건다. 그러더니 다시 70,000 guarani 이하로는 방을 줄 수 없다고 한다. Lonely Planet에 소개된 다른 호텔 이름을 대면서 그곳으로 가는 길을 물으니 그때서야 에어컨과 욕실은 있지만 TV가 없는 방을 40,000 guarani에 주겠단다. 그래서 결국 $7 짜리 방에 들었다. $7이 싼 것 같지만 Encarcacion이나 San Ignacio에 비하면 비싸다. 조그만 나라인데도 방 값이 이렇게 도시마다 차이가 난다. 방 값은 머리를 잘 쓰면 50%까지는 절약할 수 있다. 여행지도 Filadelfia 교외에 있는 Mennonites 사람들의 농장 늪지대지만 목축은 가능하다 Concepcion 가는 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