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 9일, 금요일, Cochrane, Hospedaje Anna Luz (오늘의 경비 US $33: 숙박료 7,000, 점심 7,000, 저녁 4,000, 기타 1,500, 환율 US $1 = 600 peso) 칠레 사람들은 전기와 가스를 무척 아낀다. 요금이 비싼 모양이다. 꼭 필요치 않은 전등은 항상 끈다. 그래서 호텔 복도는 항상 어둡다. 계단 아래와 위에 스위치가 있어서 계단 사용 할 때만 전기를 키도록 되어있다. 잊어버리고 안 끄면 나중에 보면 꺼져있다. 누군가가 항상 체크하는 모양이다. 아니면 제절로 꺼지게 되어있는 것일까? 어떤 호텔이나 민박엔 방이나 변소에 아예 전기 플러그가 없다. 손님들이 전기를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없앤 것 같다. 전자기기 배터리 충전을 해야 할 때는 숙소 주인에게 부탁해야 한다. 가스도 마찬가지다. 가스 스토브를 사용할 때는 잠깐 사용하고 가스를 끈다. 보통 조리는 나무 때는 대형 스토브를 사용한다. 난방을 겸하는 이 스토브 위에는 항상 큰 주전자에 뜨거운 물이 있어서 차나 커피를 마실 때 사용하도록 되어있다. 샤워도 마찬가지다. 가스를 이용해서 물을 데우도록 되어있는데 주인에게 부탁해서 워터히터에 가스 불을 붙이고 한참 기다렸다가 샤워를 해야한다. 세수를 할 때도 마찬가지인데 때로는 주인에게 부탁하는 것이 귀찮아서 더운물을 커피포트에 담아 와서 면도와 간단한 세면에 사용한다. 오늘 아침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하고 짐을 챙겨서 버스 터미널로 나갔다. 숙소 주인 말에 의하면 오전 11시에 Cochrane으로 가는 버스가 지나간단다. 버스 터미널에 가보니 11시가 아니고 오후 3시 반에야 버스가 있단다. 버스 터미널에서 이스라엘 청년 두 명을 만났는데 그 중 한 명은 Puyuhuapi에서 만났던 젊은이다. Cochrane까지 가는데 얻어 타고 갈 차가 운 좋게 마련되어서 그 차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 한다. 조금 있다가 이들은 기다리던 차가 와서 타고 Cochrane으로 떠나고 우리는 오후 3시 반 버스를 기다려서 타고 Cochrane로 왔다. 이 버스에서 내린 여행객 한 명이 나를 알아봐서 보니 Puyuhuapi에서 같은 숙소에 묵었던 자전거 여행을 하는 미국 친구였다. Carretera Austral 국도 여행을 하면 한번 만났던 사람들을 쉽사리 다시 만나게 되는 것 같다. Puerto Rio Tranquilo에서 Cochrane로 가는 길 경치 역시 참 아름다웠다. Lago General Carrera 호반을 한참 따라가다가 호수를 벗어나니 눈 덮인 산이 나오고 강이 나오고 또 다른 호수가 나오고 절경의 연속이었다. 나는 가는 동안 차창 너머로 사진 찍느라고 바빴다. 도중에 한 10분간 쉬었다가 간 Puerto Bertrand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높은 산으로 둘려 싸여서 Puerto Rio Tranquilo와는 달리 바람이 세지 않고 흰 눈 덮인 산과 에메랄드 색깔의 호수 잘 어울린 경치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미리 알았더라면 이틀 정도 묵어갔더라면 좋았을 곳이다. 이곳을 지나가는 분들에게는 Puerto Bertrand에서 꼭 하루 밤 묵어가도록 권고하고 싶다. Cochrane에 도착해서 부엌시설이 있는 민박을 찾아서 들었다. 주인 여자의 인상이 매우 좋은데 독일계인 것 같다. 생긴 것과 숙소 이름에 나오는 독일계 성을 보면 알 수 있다. 남미 나라들 중에 아르헨티나와 칠레에는 독일 이민이 많다고 들었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숙소에서 식사도 사먹을 수 있는데 저녁을 시켜서 먹어보니 요리 솜씨가 매우 좋다. 가격도 싸니 있는 동안 자주 사먹어야겠다. 짐을 풀자마자 월요일에 Carretera Austral 국도의 최남단 도시인 Villa O'Higgins로 가는 버스표를 사러 나갔다. 단 한 군데밖에 없는 버스회사에 가보니 표가 다 팔리고 없단다. 매주 월요일에만 버스가 있으니 월요일 버스를 못 타면 10일 후에나 버스를 탈수 있다는 얘기다. 낭패다. 근처에 인터넷 카페가 있어서 들어가 보니 오늘 아침 Puerto Rio Tranquilo에서 만났던 이스라엘 청년들이 있었다. 그들이 이곳 여행안내소에 가서 물어 보았는데 내주 금요일에 Villa O'Higgins에서 아르헨티나로 호수를 건너가는 배가 있단다. 자기네는 그때까지 이곳에서 차를 얻어 타고 Villa O'Higgins로 가서 그 배를 꼭 탈 예정이란다. 이제 칠레에서는 Villa O'Higgins 남쪽으로는 더 이상 갈 데가 없으니 Villa O'Higgins로 해서 아르헨티나로 넘어가거나 Chile Chico로 되돌아가서 아르헨티나로 넘어 가는 수밖에 없다. 후자를 택하는 것은 너무 돌아가는 것이라 마음에 안 내킨다. 어쨌든 내일 더 연구해 보자. 여행지도 Cochrane 가는 길, Carretera Austral은 대부분 비포장도로인데 언젠가는 포장이 될 것이다 아름답지만 바람이 너무 세게 부는 Lago General Carrera 아름다운 Puerto Bertrand, 이곳에서 Cochrane 가는 버스표를 손해보고 하루 밤을 묵고 가지 않은 것이 후회스럽다 Puerto Bertrand의 아름다운 호수 경치 Puerto Bertrand의 아름다운 산 경치 2004년 1월 10일, 토요일, Cochrane, Hospedaje Anna Luz (오늘의 경비 US $30: 숙박료 7,000, 아침 2,000, 저녁 4,000, 식료품 2,700, 인터넷 3,000, 괘종시계, 전자계산기 5,700, 환율 US $1 = 600 peso) 아침식사를 하러 민박집 식탁에 앉는데 먼저 식사를 하던 여행객 두 여행객이 나를 알아보고 인사를 한다. 내가 잘 모르겠다고 하니 자기네는 Puyuhuapi에서 독일식 건물 민박집인 Casa Ludwig에 묵었었는데 우리가 그곳에 집 구경을 갔을 때에 우리를 봤다고 한다. 남미에는 동양인 여행객은 별로 많지 않아서 그런지 우리를 만나는 여행객들은 우리를 잘 기억한다. 이 두 사람은 함께 자전거 여행을 하는데 한 사람은 캐나다인이고 다른 사람은 영국인이다. 어제 밤에 이곳에 도착했는데 오늘 Villa O'Higgins로 떠난다고 한다. 이 사람들은 자전거가 있으니 교통편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서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 고장만 안 나면 못 갈 곳이 없고 쉬고 싶으면 쉬고 가고 싶으면 가고 얼마나 자유로운 여행 방법인가. 거기다가 경비 적게 들고 자연을 만끽 할 수 있고 사진을 찍고 싶을 때는 언제나 사진을 찍고, 이 보다 더 좋은 여행 방법은 없을 것 같다. 한국의 젊은 배낭 여행객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오토바이 여행도 생각 할 수 있겠지만 여러 나라를 여행할 때는 오토바이 여행은 문제가 많을 것 같고, 그래서 그런지 남미에서 오토바이 여행을 하는 사람은 아직 한 사람도 못 봤다. 인터넷 카페에 인터넷을 하러 갔는데 인터넷이 어찌나 느린지 새로 온 이메일을 읽지도 못하고 나와 버렸다. 그래도 이렇게 외딴 곳에서도 인터넷을 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오후에 다시 갔을 때는 좀 빨라져서 이메일도 하고 고교 동창회 홈페이지와 페이스 북에 들어가서 친구들과 가족 소식도 들을 수 있었다 (애들이 페이스 북에 자기네 친구들 보라고 글을 자주 올린다). 오랜 여행을 하면서 친구들과 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 큰 위안이 된다. 인터넷 덕분인지 긴 여행을 할 때 느낄 수 있는 외로움을 전혀 못 느끼고 있다. 특히 페루와 칠레에서는 다른 배낭여행객들을 많이 만나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아마 다음 가는 남 아르헨티나에서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인구 약 4천의 이 조그만 도시에도 관광안내소가 있어서 Villa O'Higgins가는 방법을 상의해 보려고 가서 얘기를 나눠보니 직원이 내가 무엇을 원하는 가는 알아들은 모양인데 도대체 도움이 되는 답변은 못 한다. 할 수 없이 지도만 하나 얻어들고 나왔다. 오늘도 한 시간 정도 달렸다. 자갈길이라 등산화에다가 두꺼운 양말을 신고 달리니 지난번처럼 발에 물집도 안 생기고 달릴만했다. 이곳 경치는 그 동안 지나 온 Carretera Austral 국도의 도시들 Chaiten, Puyuhuapi, Coyhaique, Puerto Rio Tranquilo만은 못하다. 그러나 공기 좋고 조용하고 사람들 친절하니 전혀 불평이 없다. 조용한 시골길을 한참 달리다가 돌아왔다. 지금까지 묵었던 민박집들 같이 이 민박집에도 남자는 안 보이고 여자들만 4대가 함께 살고 있다. 50대의 여주인 Anna, 20대나 30대초의 Anna의 딸, 7세의 손녀, 그리고 74세의 Anna의 어머니가 함께 산다. 남자들은 다른 도시로 일하러 간 것이 아닌가 싶다. 네 여자의 머리색이 가지각색이다. Anna와 Anna의 어머니는 금발, Anna의 딸은 갈색, 손녀는 흑색이다. Anna의 막내딸은 장학생으로 쿠바에서 의학 공부를 하고 있단다. 쿠바는 의학에서는 중남미의 선진국인 듯 다른 중남미 나라들의 유학생들이 많은 것 같다. 좀 이해하기 힘든 얘기인데 의대에 들어가기가 쉬어서 그런 것인 것 같기도 하다. 한적한 Cochrane 시가지 풍경, Cochrane은 정말 오지 도시다 인터넷 카페 앞에 놓인 자전거 두 대, Cochrane을 지나가는 Carretera Austral 국도는 세계 자전거 여행자들이 많이 오는 곳이다 남미 사람들이 애용하는 차를 특이하게 생긴 빨대로 빨고 있는 금발의 민박집 여주인 Ann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