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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일 : 2004. 9. 8(수) 맑음
- 산행자 : 불매향, 고요, 민들레, 꽃누리, 신기루,겨울산행,꿈이야기,골매3, san001 등11명
- 산행요약
■ 코스 : 죽령~중개소~연화봉~제1연화봉~비로봉~국망봉~상월봉~신선봉~
민봉~구봉팔문전망대~구인사
■ 거리 및 시간 : 산행거리 약26km, 산행시간 9시간50분, 총시간 13시간
■ 구간별
죽령매표소~(4.3km,1시간18분)~중계소갈림길(제2연화봉아래)~(2.9km,47분)~연화봉~(1.8km,43분)~제1연화봉~(2.5km,51분)~비로봉~(3.1km,1시간2분)~국망봉~(0.7km,17분)~상월봉~(1.2km,27분)~백두대간갈림길~(1.2km,30분)~신선봉갈림길~(11분)~신선봉~(5분)~신선봉갈림길~(3.0km)~(45분)~민봉~(18분)~능선끝~(2.2km,1시간11분)~임도~(0.8km,14분)~고갯마루(구인사갈림길)~(25분)~구봉팔문전망대~(46분)~구인사공용주차장
- 산행일정
03:50 죽령매표소 출발(해발 689m) : 천문대 7km, 비로봉 11.5km, 국망봉 14.6km
04:17 이정표 : 비로봉 9.8km, 국망봉 12.9km, 죽령휴게소 1.7km
04:24 02-04 (980m)
05:08 중계소 갈림길(제2연화봉 아래) : 천문대 2.7km, 중계소 0.2km
죽령휴게소 4.3km ⇒ 등산로는 제2연화봉 좌측으로 우회함
05:28 샘터 : 등산로에서 20m, 물소리가 들림 (식수금지)
05:45 출발
05:57 이정표 : 천문대정상 0.8km, 죽령휴게소 6.4km
06:04 천문대
06:09 갈림길(이정표) : 희방사 2.4km(연화봉 방향), 비로봉 4.2km, 죽령휴게소 7km
06:19 출발
06:22 연화봉(蓮花峰)(천문대정상)(1,383m) : 비로봉 4.3km, 희방사 2.4km
죽령휴게소 7.2km, 제1연화봉1.8km
⇒ 제1연화봉 및 비로봉이 보임
06:42 이정표 : 비로봉 3.3km, 제1연화봉 0.8km
06:57 이정표(해발 1,280m) : 비로봉 2.8km, 천문대 1.7km ⇒ 계단길 시작
07:05 제1연화봉(해발 1,394m) : 비로봉 2.5km, 국망봉(國望峰) 5.6km, 천문대 2.0km
07:14 출발
07:27 봉우리(1,382봉 추정) : 초원길 보이기 시작
07:32 안부, 기도원 갈림길(해발 1,340m) : 비로봉 1.7km, 천문대 2.4km ⇒ 초원지대
07:37 이정표 : 제1연화봉 1.5km
07:46 봉우리(1,395봉 추정) : 천문대 3.5km, 죽령 10.5km, 국망봉 4.1km,
비로봉 1.0km ⇒ 바위지대
07:55 천동리 갈림길(해발 1,385m) : 천동(泉洞) 6.2km, 죽령휴게소 10.9km
비로봉 0.6km, 희방사 6.1km
07:58 대피소
09:10 출발
09:17 비로봉 : 비로사 4.0km, 국망봉 3.1km, 희방사 6.7km, 천동 6.8km, 죽령 11.5km
⇒ 국망봉, 신선봉, 민봉까지의 능선이 보임
09:22 휴식후 출발
09:25 이정표 : 비로봉 0.3km, 국망봉 2.8km
09:28 어의곡리 갈림길(이정표) : 어의곡리 4.7km, 비로봉 0.4km, 국망봉 2.7km
⇒ 국망봉 직전 초암사 갈림길까지 숲길 시작, 대체로 내리막 철사다리
09:37 이정표 : 비로사 4.9km, 국망봉 2.2km ⇒ 주위가 트임
09:49 이정표, 봉우리(?) : 국망봉 1.6km, 비로봉 1.5km
10:19 초암사 갈림길(이정표) : 국망봉 0.3km, 비로봉 2.8km, 초암사 4.1km
⇒ 다시 초원지대, 상월봉이 보임
10:24 국망봉(1,421m) : 비로봉 3.1km, 초암사 4.4km, 상월봉 0.6km
10:35 휴식후 출발
10:47 상월봉 갈림길(이정표) : 상월봉 1.7km(?)(0.1km), 국망봉 0.8km(?)(0.6km)
⇒ 상월봉을 오르지 않고 좌측으로 우회길(리본, 길이 희미함) 있으며
상월봉 직전에서 다시 한번 좌측으로 우회길 있음
10:52 상월봉(1,394m)
11:07 이정표 : 형제봉 10.6km, 마당치 7.1km, 상월봉 0.6km
11:19 백두대간 갈림길(해발 1,264m) : 국망봉 1.8km(상월봉 거치지 않는 우회길 기준)
신선봉 1.2km, 마당치 6.5km
11:29 출발
11:33 이정표 : 신선봉 0.9km, 연화봉 7.5km
11:59 이정표 ; 남천리 8.5km, 구인사 7km(? 실제는 약8.4km), 비로봉 6.1km
⇒ 신선봉(1,389m)이라는 안내는 없으나 위의 길로 오르면 10분 정도 거리
12:10 신선봉
12:15 출발
12:20 원위치
13:00 가파른 오르막을 거쳐 능선에 오름
13:05 민봉(1,362m) : 야생화의 천국으로 사방으로 시원하게 터짐, 천문대부터
신선봉까지의 능선이 전부 조망됨
13:45 휴식후 출발
14:03 이정표 ; 구인사 5.4km, 신선봉 3km ⇒ 능선 방향으로는 철조망이 길을
가로막으며 능선을 벗어나 좌측 비탈길로 길이 이어짐
14:31 계곡 휴식
14:36 휴식후 출발
15:19 임도
15:25 출발
15:39 능선안부, 고개 : 구인사 2.4km, 신선봉 6km(옛 이정표, 실제는 없음)
⇒ 이정표는 임도를 따라 구인사 가는 길이며, 이정표와 별도로 좌측에 리본이
많이 달려있는 길은 구봉팔문전망대 및 상월대조사 적멸궁을 거쳐 구인사로
가는 길(작은 봉우리 2개를 넘는 길)
15:47 첫봉우리
16:04 구봉팔문전망대, 상월대조사 적멸궁 : 봉우리 꼭대기에 위치
16:25 대조사전
16:46 구인사(救仁寺) 입구
16:50 구인사 공용주차장
- 산행기
〈소백산 종주의 의미〉
소백산 종주......
소백산 종주는 지리산종주, 덕유산 종주와 더불어 고전적인 종주산행의 대표적 코스이다. 거리로 보자면 다른 두 코스에 비해 짧다고 할 수 있으나, 능선상에 대피소가 없고 식수를 구할 수 없어 어떤 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더욱 힘든 코스라 할 수 있다. 이런 문제점 등으로 대체로 무박산행으로 이루어지며 하루에 무조건 마쳐야 하는 부담감이 있어 상당히 인내심을 요구한다. 거리는 약26km.
소백산종주란 의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보통 죽령에서 구인사까지의 구간을 말한다. 때에 따라서는 죽령에서 고치령으로 산행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구간은 백두대간 길. 소백산 자체로 해석한 종주와는 약간 차이가 있다.
소백산 종주의 특징은 시원한 초원지대, 천상의 화원이라 불리는 야생화, 봉우리에서 바라보는 능선의 탁트인 전망이다. 그리고 덤으로 천태종의 본산인 구인사 탐방과 가까이에서 보는 소백산천문대 등...
〈죽령에서... 빗속의 칠흙같은 어둠〉
단양을 지나자 빗소리가 귀를 어지럽힌다. 태풍이 지나간 후 나름대로 날씨가 좋을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소백산을 찾을 때 늘 그랬듯이... 비는 여전히 가까이 있다. 그 멋진 천상의 화원을 제대로 볼 수 없을 거라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걷는 맛과 더불어 소백산 종주의 한축을 자랑하는 보는 맛이 없어진다면...
풍기역(03:09)에 내려서도 여전히 빗줄기가 제법 굵다. 등산객은 오직 우리 일행뿐. 택시 3대(20,000원/대)를 불러 어두운 길을 달린다(03:15).
약15분만에 도착한 죽령(03:31). 자욱한 안개속에 칠흙 같은 어둠만이 우리를 맞는다. 빗줄기 속에 서둘러 우의를 입고 대장정을 준비한다.
〈죽령에서 연화봉... 대장정의 출발〉
대장정의 출발(03:50)
죽령에서 중계소를 거쳐 천문대까지는 차량통행이 가능하다. 불빛하나 없는 길을 따라 랜턴만을 의지한채 오른다. 완만하지만 계속된 오르막.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땅만 보고 걷는다. 채 풀리지 않는 몸이 무겁지만 쉬어 갈 곳도 마땅치 않다.
이 지루한 콘크리트 포장길을 대다수 사람들은 싫어하지만, 새벽에 걷기에는 더 없이 상쾌하고, 해 뜨기 전 장엄한 운해를 볼 수 있는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 그런데 그 환상적인 풍경이 상상으로만 지나가는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지루한 길을 약 1시간10여분. 중계소 이정표(05:08)를 만나면서 힘든 오르막은 끝이 난다. 우측은 제2연화봉 정상에 있는 중계소 가는 길. 좌측은 연화봉(천문대)으로 가는 길이다.
평탄한 길. 모처럼 여유를 찾는다. 등산로는 제2연화봉을 크게 좌측으로 우회한다.
잠시 내리막을 지나면 안부(05:28/05:45). 너른 공터에는 나무의자가 있다. 숨가쁘게 달려온 호흡을 잠시 가다듬는다. 막걸리 한잔으로 갈증을 해소하고... 긴 여정의 첫단계를 무사히 마친 작은 안도감에 표정들이 밝다. 어느새 비도 완전히 그치고 랜턴을 켜지 않아도 될 정도로 날이 밝았다.
공터를 둘러싼 울타리 밑으로 조금 내려가면 예전에 샘터가 있던 자리. 능선상에서 유일하게 식수를 구할 수 있는 장소였으나 지금은 식수금지라는 안내가 있다. 그래도 그 귀한 물이 어디인가... 물을 마음껏 들이키고 샘터에서 물을 보충한다.
잠시 평탄을 길을 거치면 완만한 오르막. 안개속에 홀연히 천문대가 나타난다. 1978년 9월에 준공된 천문대(06:04). 아담한 건물이 구릉지대의 너름 품과 어울려 운치가 있다.
(천문대 앞에서, 고요님 사진)
연화봉은 천문대에서 200m 거리. 천문대를 조금 지난 갈림길(06:09/06:19)에서는 연화봉을 거치지 않고도 비로봉으로 바로 갈 수도 있지만 하지만 소백산의 3대 봉우리(비로봉, 국망봉, 연화봉)중의 하나인 연화봉을 오르지 않는 산행은 의미가 없는 일...
잠시 오르면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연화봉(06:19)이다. 전혀 시야가 없는 정상. 사진만 간단히 찍고 바로 출발한다.
〈광활한 초원과 천상의 화원... 비로봉으로 가는 길〉
연화봉을 지나면 내리막 숲터널 길. 키 작은 나무들과 초본류의 풀들이 무성하다. 소백산하면 너른 초원만 생각한 사람들에게는 전혀 색다른 길이다.
연화봉에서 약24분후 「비로봉 2.8km, 천문대 1.7km」라는 안내판(06:57)을 만나면서 드디어 시야가 트인다. 이어지는 나무계단길. 옆으로는 너른 초지가 형성되어 있다. 맑은 날이면 연화봉의 우뚝한 모습이 보이는 장소. 여전히 안개가 모든 것을 잠재우고 있다.
한차례 힘들게 오르면 제1연화봉(07:05/07:14)이다. 산행 시작한지 3시간15분이 지난 시각. 허기가 지지만 마땅히 앉아서 아침을 먹을 장소가 없다. 의견을 물어 보았으나 물기 많은 등산로 상에서 자리를 펼 수도 없는 일... 간단히 간식으로 원기를 회복한다.
잠시 내리막을 지나 작은 봉우리를 넘으면 초원이 펼쳐진다. 여기서부터 비로봉을 지나 어의곡리 갈라지는 갈림길까지가 대체로 소백산을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풍경인 초원지대가 펼쳐지는 곳이다. 천상의 화원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초원지대에는 각종 이름모를(무식해서) 야생화가 만발해있다. 특히 기도원갈림길이 있는 안부(비로봉 1.7km, 천문대 2.4km)(07:32) 일대는 그야말로 광활한 초원지대. 안타까움만 더할 뿐이다.
바위 봉우리(07:46) 근처를 지나 얼마가지 않으면 천동리 갈림길(07:55). 소백산 정상을 비롯하여 그림 같은 대피소와 주목단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목가적인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지만... 시야는 여전히 10m 정도에 불과하다.
처음으로 갖는 긴 휴식에 대한 부푼 기대를 안고 대피소로 향한다. 통나무집... 대피소. 역시 가까이 가서야 모습을 보인다.
〈최고의 휴식처... 대피소〉
무인대피소(07:58/09:10)에는 다행히 문이 열려있다. 예전에 창문을 넘어 문을 열던 기억이 떠오른다. 대피소는 약10평 정도의 홀과 3평 정도의 작은 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건물 및 바닥은 모두 나무.
준비해온 음식을 내어놓고 서둘러 취사를 준비한다. 모두 허기진 상태. 옷은 이미 비와 땀으로 모두 젖어 추위를 느낀다. 더구나 불매향님의 몸에서는 무럭무럭 연기가 피어오른다. 지금의 상황을 대변하는 듯. 배가 고파 억지로 밥을 먹지만 밥맛은 없다. 그나마 뜨거운 국물이 들어가자 몸이 조금씩 풀리고... 그제서야 술맛을 조금 느낄 수 있다. 더구나 아픈 몸을 이끌고 오직 소백산 종주라는 명제 하나를 풀기 위해 달려온 신기루님의 콘디션이 좋아 보이질 않는다.
이제 40% 진행. 생각보다 긴 여정에 말은 없어도 한분 한분의 표정에서 은근히 걱정하는 얼굴빛을 읽을 수 있다. 날씨만 좋았다면... 일기예보에서 오후에 날씨가 개일 거라는 꽃누리님. 그러고보니 아직 오전 9시도 되지 않은 시각. 마음은 벌써 오후인데... 지금 이시간이면 출근해서 차한잔 기분 좋게 마실 시간이라는 고요님의 한마디에 모두 환한 웃음으로 몸과 마음을 재정비한다.
마른 옷으로 갈아입으니 날아갈 듯 몸이 가볍고... 드디어 대장정의 두 번째 출발이다.
〈바람의 산, 소백산의 주봉... 비로봉〉
비로봉(09:17/09:22)은 위치상으로 소백산의 중심. 역시 「바람의 산」답게 바람이 거세게 불어온다. 이 바람으로 인해 두 차례의 종주 시도가 무산되고 세 번째 만에 성공했던 기억. 다행히 몸이 날릴 정도는 아니고 습도 높은 날씨를 몰아내 듯 도리어 상쾌하다.
비로봉의 겨울바람... 북서풍은 특히 소백산의 주릉을 멋진 설릉으로 만든다. 계절풍을 정면으로 맞이하여 능선을 기준으로 우측에 눈이 수북히 쌓여 매서운 겨울속에서도 부드럽고 여성적인 굴곡을 만들어낸다.
비로봉에서의 전망은 사방을 굽어볼 수 있는 천하제일 절경이지만 여전히 안개에 묻혀있다. 너른 정상에는 조선시대 학자인 서거정의 「소백산」이라는 시가 음각이 된 정상석과 나무의자가 설치되어 있다.
아무도 없으리라 생각한 정상에서 의외로 등산객 두명을 만난다. 오늘 산중에서 유일하게 만나는 사람들.
(비로봉에서, 고요님 사진)
〈소백산 분위기와 다른 또다른 소백산길... 비로봉에서 국망봉으로〉
비로봉에서 국망봉 가는 길은 역시 평탄한 나무계단길. 어의곡리 갈림길(09:28)을 지나면서 다시 능선 사면의 숲속으로 들어선다. 철사다리가 설치된 내리막길을 지나면 짙은 숲속으로 들어가면서 길이 좁아진다. 비는 내리지 않지만 아침 이슬을 흠뻑 머금은 풀숲으로 바지가 젖고 등산화마저 약간 물기를 머금고 있다.
가끔 시야가 트이는 장소가 나오면 안개속에서도 강한 빛... 아침보다는 조금씩 개인다는걸 느낀다. 잘 하면 소백산의 전경을 볼 수 있을 가능성을 기대해 본다.
국망봉으로 가는 등산로 주위에는 여전히 각시투구꽃이 군락을 이룬다. 다양한 빛깔과 다양한 꽃이 만발한 보기 드문 산이다.
비로봉에서 거의 한시간만에 다시 초원지대를 만난다. 죽계구곡으로 내려가는 초암사 갈림길(10:19)이다. 이 지점 또한 소백산의 광활한 대자연을 볼 수 있는 지점이지만 여전히 시야는 오리무중.
완만한 나무계단길은 국망봉까지 약 300미터 이어진다.
〈국망봉〉
국망봉(10:24/10:35)은 바위봉우리이다. 비로봉과 같이 너른 정상은 아니지만 역시 전망은 뛰어난 봉우리. 아무것도 볼 수 없지만 혹시하는 마음으로 바위에 오른다. 간식을 보충하며 잠시 휴식시간을 갖고...
국망봉을 지나면 약55% 정도의 산행이지만 심리적으로는 상당히 안정감을 찾는다. 앞으로 남은 봉우리는 상월봉, 신선봉, 민봉... 막상 계속된 능선산행이지만 뭔가 하산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곳이다.
〈편안한 초원길... 상월봉으로〉
국망봉에서 상월봉 직전까지는 평탄한 길. 산행의 느긋함이 우러나온다. 약12분이면 이정표(상월봉 1.7km, 국망봉 0.8km)(10:47). 상월봉이 지척(약100m)이건만 이정표의 거리 표시는 완전 엉터리. 상월봉이 아닌 신선봉을 잘못 표기한 듯 하다.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리본이 많이 걸려있다. 상월봉을 거치지 않고 주능으로 막바로 빠지는 길. 완전한 종주를 위해 정면의 상월봉 방향으로 오른다. 조금 오르면 다시 갈림길. 좌측 역시 정상을 우회하는 길이다.
상월봉 정상(10:52)은 바로 위. 매우 좁은 바위봉우리이서 봉우리로서의 면모는 다소 약하다. 여기 오르는 이유는 바위에 새겨진 「上月佛」이라고 음각된 글씨를 찾는 일. 정상 맞은편 바위에 희미한 글씨가 남아있다.
〈주능선 종주의 중요한 분기점... 백두개간 갈림길〉
상월봉에서 내려오는 길은 약간은 위험한 바윗길. 물기가 많아 상당히 미끄럽다. 불매향님이 바위에서 미끄러졌지만 다행히 무사히 착지... 간이 덜컹 내려앉는다. 다른 일행들은 위험을 피해 다시 우회길로 가고, 꽃누리님과 꿈이야기님과 조심스럽게 바위를 내려간다.
북동쪽으로 이어지는 주능선길은 상월봉 이후 크게 직각으로 휘어져 북서쪽으로 이어진다. 길은 외줄기여서 걱정할 필요는 없으나 중간에 만나는 이정표(형제봉 10.6km, 마당치 7.1km, 상월봉 0.6km)(11:07)를 보고 가끔 당황하는 등산객들이 있는 길이다. 이정표를 보면 어디에도 구인사라는 안내가 없다. 형제봉, 마당치는 백두대간 방향.
계속된 내리막길. 등산로 상에는 잡풀이 무성한 곳이 많다. 평탄한 길을 지나 약간 오르면 잠시 시야가 터지며 이정표(국망봉 1.8km, 신선봉 1.2km, 마당치 6.5km)를 만난다. 그리고 한국의산하 산사랑방님의 반가운 표지기. 산에 많이 다녀도 실제 한국의산하 표지기를 본 적이 많지가 않았는데 그 분의 자취에서 같은 식구라는 동질감을 느낀다.
백두대간 갈림길(11:19/11:29). 소백산종주의 중요한 분기점이지만 미리 지도를 확인하지 않으면 자칫 실수를 하기 쉬운 지점이다. 구인사 방향으로는 오직 리본만이 걸려있고, 백두대간 방향으로는 마당치 안내판이 부러진채 바닥에 놓여있다.
〈마침내 나타난 장쾌한 전망... 신선봉〉
백두대간 갈림길을 지나 신선봉까지는 완만한 오르막이다. 그 자체만은 어려운 길이 아니지만 누적된 피로와 등산객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 좁고 거친 길이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전망도 없고 등산로 주위에는 마땅히 쉬어갈 만한 곳도 없다. 본격적으로 거미줄과의 전쟁이 시작된다. 답답한 마음.
갈림길에서 약30분. 드디어 학수고대 기다리던 안내판(남천리 8.5km, 구인사 7km, 비로봉 6.1km). 신선봉으로 오르는 갈림길(11:59)이다. 구인사 7km라는 안내판에 주위에서 한숨소리가 들린다. 아직도... 하지만 사실은 7km보다 먼 약 8.4km(내 나름대로의 계산에 의하면)이다.
신선봉은 여기서 약10분 거리. 이쯤되면 신선봉 오르기를 대부분 포기한다. 하지만 꾼들은 역시... 꽃누리님이 자주 오지 않는 기회를 포기할 수 없어 오르기로 하고... 뒤이어 민들레님이 따라 나서자, 몇몇분을 제외하고 배낭을 놔둔채 줄줄이 뒤를 따라 오른다.
가파른 오르막길. 진흙으로 변한 길이 상당히 미끄럽다. 오르면서 문득 쳐다본 하늘. 싱그럽도록 새파랗다. 마지막 바위에 오르자 또다시 연이어지는 바위.
마지막 바위봉에 오르면 정상(12:10/12:15)이다. 어느새 맑게 개인 동쪽 하늘. 서쪽은 여전히 안개에 잠겨 있지만 능선을 중심으로 편을 가르듯 동쪽 하늘은 더없이 청명하다. 오후에는 맑아진다더니... 기가막힌 예보인가...
하늘이 열리면서 상월봉과 국망봉까지의 장쾌한 전망에 마음마저 시원하다. 하늘금을 그리는 거대한 산줄기. 저 능선을 타고 왔단 말인가... 저 국망봉도 멀기만 한데, 보이지는 않지만 비로봉, 연화봉의 줄기는 여기가 얼마나 먼길인가... 거침없는 전경에 모두 넋을 잃고 여유있는 마음으로 즐긴다.
신선봉의 또 하나 자랑거리. 정상에 있는 바둑판이다. 바위에 새겨진 바둑판. 신선들의 놀이기구인 듯 하다. 누가 갔다 놓았는지 백돌 2개와 흑돌 1개가 있다. 언젠가 여기서 자연을 벗삼으며 하루를 보냈을 옛 선비의 유유자적한 마음이 부럽기만 하다.
(신선봉의 바둑판, 고요님 사진)
〈거칠고 힘든 길... 신선봉에서 민봉으로〉
다시 숲길. 작은 봉우리(무명봉)를 오르면 나무 사이로 정상이 헐벗은 봉우리가 보인다. 금방이라도 도착할 것 같은 민봉은 거친 바윗길을 몇차례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한참을 걸어야 한다. 이 구간이 종주 산행이 가장 힘든 구간이다. 너무 시간이 걸려 처음에는 민봉을 스쳐 지나간 줄 알았다. 능선의 좌측 사면으로 이어지는 길은 한차례 가파른 오르막을 지나서 능선(13:00)에 다시 오른다. 모두 지친 기색이 영역하다. 이 후 완만한 오름을 약5분 지나면 이내 민봉, 신선봉갈림길에서 50분이 소요되었다.
〈편안한 휴식처... 민봉〉
민봉(13:05/13:45)은 나무 한 그루 없는 야생화의 천국이다. 소백산 다른 봉우리들과는 완전히 색다른 분위기. 사방에 거칠 것이 없는 장쾌한 전망대이다.
맑은 날이면 천문대까지 시야에 들어오고 그 너머 월악산 영봉까지 시야에 들어오는 지점.
민봉을 지나면 이제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 물론 구인사로 가는 관문인 구봉팔문전망대가 있지만 그건 주능선과는 약간 다른 별개의 봉우리.
민봉은 또한 구봉팔문이라 불리는 아홉개 봉우리가 분기되는 갈림 봉우리. 비슷한 높이의 9개 봉우리가 일렬로 도열하듯 늘어선 모양이 수문장이 버티는 서있는 형상이다.
아침 먹은 지도 벌써 5시간이 지난 시각. 허기진 배를 간식과 술로 모처럼 휴식을 즐긴다. 돗자리를 펼치자 몸이 아픈 신기루님이 바로 드러눕고... 한걸음님과 어나더님이 준비해 준 비장의 카드 장어 안주와 남겨둔 모든 소주를 꺼내어 즐기는 달콤한 산상주... 약9시간여의 산행 피로가 풀리는 듯하다.
(민봉에서, 고요님 사진)
〈거친 계곡 너덜길... 임도를 향하여〉
민봉에서 보면 좌측으로 길게 이어지는 능선(귀기문봉, 8봉으로 가는 능선)이 있어 그 길로 가는가 하지만 사실은 계속 우측 사면으로 따르다 능선으로 이어진다. 완만한 내리막길은 이제 속도를 내기 좋다.
18분후, 철조망이 나타나고 「구인사 5.4km, 신선봉 3km」라는 이정표(14:03)가 나온다. 여기서 직진하면 구봉팔문중의 하나인 뒤시랭이문봉(4봉, 964m)로 가는 길. 구인사로 가는 고개로 연결되지만 등산로는 덕평문봉(5봉)과의 사이의 계곡으로 내려간다. 이 계곡이 덕평문안골.
급경사 내리막으로 시작한 비탈길이 어느 정도 완만해지면서 물소리가 들린다. 너무나 그리운 계곡. 의외로 수량이 적다. 이후 거친 바위너덜길. 가도가도 끝이 없어 심리적으로 상당히 불편한 길이다.
잠시 피로를 풀기 위해 계곡(14:31/14:36)에서 짐을 내려놓고 탁족. 날아갈 듯이 몸이 가벼워진다. 원래는 점심을 계곡에서 먹을 예정이었으나 마땅히 자리 펼 장소가 없어 그대로 하산을 서두른다. 지친 일행들의 표정은 오직 내려가겠다는 일념뿐.
내리막을 시작한지 1시간이상을 걸어 임도(15:19/15:25)에 내려섰다. 모두 살았다는 표정. 옷을 갈아입기 위해 일행과 떨어져 내려가서 본 풍경은 가관. 모두 땅바닥에 주저 앉아 아무 생각없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뜨거운 태양... 임도길〉
임도에 오면 양쪽 모두 완만한 오르막이어서 어느 길이 구인사로 가는 길인지 헷갈리기 쉽다. 물론 이정표는 없다. 여기서 우측길이 구인사길.
햇빛을 피할 수 없는 임도길. 오전내내 안개가 언제 있었는지 무색하게 태양이 뜨겁다. 지루한 길의 그나마 위안은 좌측 아래 정원처럼 가꾸어져 있는 구릉지대. 목장 같기도 하고...
임도를 따라 가면 정면으로 보이는 봉우리에 표지판 같은 곳이 보인다. 구봉팔문전망대. 그 앞에 거의 비슷한 높이의 봉우리가 있어 갈 길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산허리를 우측으로 돌아서면 완만한 고개(15:39). 그 고갯마루가 구인사로 가는 갈림길이다.
〈종주의 마지막 고비... 구봉팔문전망대〉
고개에는 이정표가 없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구인사를 찾지 못하고 알바를 한다. 고개를 넘어 임도를 계속 따르면 구인사를 들릴 수 없다. 구인사는 좌측 산 입구에 리본이 달린 길.
구인사는 천태종의 본산으로 구인사의 창건자인 상월대조사의 묘소인 적멸궁이 있는 봉우리에 올라야 구인사로 내려갈 수 있다.
적멸궁이 있는 봉우리(영추봉)는 구봉팔문전망대. 구봉팔문이 한눈에 들어오는 위치에 있다.
마지막으로 힘을 다해 봉우리를 오른다. 한 개(15:47)를 오른 후 다시 내려와 두 번째 올라야 영추봉. 쉽게 자신을 보여주는 정상은 없듯이, 종주의 마지막에서 인내심을 다시 시험하는 산행이라는 느낌이 스친다.
드디어 고개에서 25분만에 구봉팔문전망대인 영추봉(16:04)에 오른다.
정상에는 상월원각대조사(上月圓覺大祖師)의 묘소인 적멸궁(寂滅宮)이 있다. 구인사에서 매우 신성시하는 장소. 특이하게 화장(다비)을 하지 않고 대조사의 유지에 따라 묘소를 마련했다. 원래 적멸보궁이란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는 곳을 말한다. 이 묘소에는 진신사리는 없지만 천태종도들에게는 상월원각대조사가 살아있는 부처님으로 숭상을 받았기 때문에 이 장소를 적멸궁이라 부르게 되었다.
영추봉에는 수없이 많은 신도들로 북적거린다. 젊은 분들부터 허리가 굽은 노인분들까지... 이렇게 힘든 봉우리까지 참배를 위해 오른 그 분들의 불심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끝없는 계단길... 구인사를 향하여〉
구봉팔봉전망대로 오르면 산행이 다 끝난 것 같은 기분이지만 여기서 막상 내려가는 길 또한 쉽지는 않다. 신도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계단길. 가파른 경사면을 따라 끝없이 이어진다.
까마득히 아래에 위치한 구인사. 구인사의 최고 위에 위치한 조사전까지도 21분이 소요된다. 적멸궁에서 구인사의 맨 위쪽에 위치한 대조사전까지 내려오는데 에도 18분이 소요되었다.
조사전은 1999년 11월에 준공된 건물. 이 시대의 최고의 장인들이 나무만으로 만든 걸작품이다. 특히 기둥 등 건물 곳곳이 황금으로 도금되어 국보급 문화재 가치를 가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구인사는 상월원각대조사(上月圓覺大祖師)에 의해 1945년에 창건된 사찰로 현재 대한불교천태종의 총본산이다. 계곡을 따라 약50동의 건물이 계단식으로 설치된 상당히 규모지만 조용한 산사의 분위기하고는 거리가 멀다. 마치 하나의 왕국을 보는 듯한 묘한 느낌이 앞선다.
절의 중앙을 따라 다시 21분. 마침내 종주의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기가막힌 타이밍... 서울로〉
구인사 입구에서 구인사공용주차장은 약3분 거리. 버스터미널에서 버스시간을 보니 다행히 서울로 막바로 가는 16시50분 직행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일행들의 발걸음이 느려 시간에 맞출 수 없는데 마침 기사분이 기다려준다하니...
바로 서울로 향하는 마음이 개운하고 뿌듯하다. 어렇게 먼 길을 달려온 것이 꿈만 같고...
차에 타자 모두 잠에 골아 떨어진다. 종주를 마친 멋진 파이팅과 한잔 술을 서울에서 기대하면서...
〈다녀와서...〉
좋지 않은 날씨속에서도 환상의 종주를 멋진 팀과 함께 할 수 있어 너무나 보람됩니다. 힘든 가운데에서도 웃는 얼굴로 끝까지 함께 하여 주셔서 고맙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역시 힘든 종주만큼이나 돈독해진 우정은 산만이 가질 수 있는 멋진 추억이 아닌가 합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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