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가족여행을 계획하다.
올 해는 제 나이가 한국 나이로 만 61세가 되는 해입니다. 제 생일이 음력 7월 4일이니 양력으로 8월 18일이 제 회갑 날인데 저희 가족은 저의 회갑기념으로 8월 6-8일 사이에 2박 3일에 걸쳐 울릉도와 독도를 여행하기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원래는 회갑기념으로 부부 성지순례를 계획했는데 경제적인 형편상 그렇게 하지를 못하고 울릉도와 독도여행으로 대체했지만 너무나 기대되는 여행입니다. 여행하면서 가족끼리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살아온 우리 부부의 삶을 진솔하게 돌아보며 반추하고 싶습니다. 두 아들이 결혼하게 되면 우리 부부만 남게 되고 멀지않은 장래에 우리 부부 둘 중에 하나만 남게 됩니다. 『
“내 마음속의 울림 365”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비를 맞으며 걷는 사람에게는 우산이 필요한 것 같지만 사실 함께 우산을 쓰고 갈 사람이 필요하다> <울고 있는 사람에게는 손수건이 필요한 것 같지만 사실, 손수건을 주며 안아줄 사람이 필요하다> <상처받은 마음에 최고의 약은 사람이다>
사람이 소중합니다. 가족이 소중한 것도 사람이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올 1월부터 군선교를 하게 된 것도 사람이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종종 군부대내에 발생하는 여러 일탈행동도 결국 사람의 소중성을 모르기 때문에 생겨난 사건들입니다. 총기난사 등을 통해서 일탈을 일으킨 병사들은 사람의 소중성을 몰랐습니다. 그 원인은 자신들이 소중한 존재로 사랑받은 넉넉한 경험이 없기 때문입니다.
민간인 군목으로 군인교회를 섬기면서 올해 군종병 수련회를 계획했습니다. 민간인 군선교사역자는 정기적인 후원교회가 있지 않으면 목회비와 활동비를 자비량으로 충당해야 합니다. 수련회비용을 후원을 받아야 하는데 뚜렷한 방법이 없습니다. 몇몇 분들에게 후원금을 요청해야 하는데 선뜻 말이 나오지를 않습니다. 참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이 나이에 손을 내밀어야 하는 것은 창피한 일이 아닌가. 후원요청을 했는데 응하지 않으면 서로가 미안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늘 빠듯하게 살지만 그냥 내가 가진 돈으로 해야할까보다. 굳이 군종병 수련회를 할 필요가 있는가 계획했던 것이지만 취소해야겠네.> 등 여러 가지 생각이 오고갔습니다. 그렇지만 최종 결론은 후원을 받기로 하고 가까운 지인들 몇몇 분들에게 카톡으로 문자를 보내면서 후원 요청을 했는데 감사하게도 넉넉하게 채워졌습니다. 어떤 분들은 섬길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하는 멘트까지 남겼습니다.
“예수님은 세상에 있는 자기 사람들이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셨다.”(요한13:1) 예수님은 세상을 떠나기까지 열심히 사랑하셨습니다. 우리들의 삶도 사람을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주님 안에서 사람들을 사랑하면서 살아갑니다. 가족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삶을 나누면서 사랑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삶을 나눌 가족들도 하나씩 떠나갑니다. 나의 장인어른도, 나의 아버님도 떠나가셨고 나의 동생도 먼저 떠났습니다. 나의 두 아들은 새로운 가정을 형성해서 떠납니다. 나의 어머님도 장모님도 떠나가고 우리 부부만 남고, 곧 우리 부부도 한 사람만 남을 것입니다. 떠남은 정한 이치이기에 가족사랑은 한시적입니다
군종병수련회가 열린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에 있는 갈보리기도원은 가족공동체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도원 본당과 소예배실, 식당, 사택 등이 잘 갖춰진 곳입니다. 과수원이 딸린 넓은 농장에 여러 가지 농작물을 기르고 있습니다. 할머니 원장님과 할아버지, 말씀을 담당하는 원목목사님과 부엌살림을 책임지는 사모님, 이들의 두 자녀, 함께 협력하는 몇몇 교우들 이들 모두가 사랑의 공동체로 하나가 된 사람들입니다. 기도가 많이 쌓여진 이 기도원에서 수련회를 갖는 군종병들은 넉넉한 힐링을 경험하면서 말합니다. “목사님! 이곳에서 그냥 자연만 바라보아도 힐링이 됩니다.” 이들의 기쁨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나의 기쁨이 되었습니다. 김용택의 시 푸른 하늘이 생각납니다. “오늘은 아무 생각도 없고 그냥 당신만 쳐다보고 싶었습니다.”(푸른 하늘) 시인은 그냥 푸른 하늘만 쳐다보겠다고 합니다. 이번 울릉도 가족여행에서 조국도, 자연도, 가족도 열심히 바라 보겠습니다. 아직도 아내를 오래 바라보면 부끄럽지만 바라보는 것 자체가 소중한 기쁨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