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레슈코 / 사로잡는 얼굴들- 마침내 나이 들 자유를 얻은 생추어리 동물들의 초상 / 가망서사(2022. 9. 30)
나는 동물들을 향해 몸을 돌려, 함께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들은 대단히 차분하며, 스스로 충만하다. 나는 가만히 서서, 그들을 오래오래 바라본다. ____ 월트 휘트먼
동물은 우리의 시선을 고요히 사로잡는다. 동물이 우리를 바라볼 때 우리는 그들에게 드러난다. 우리가 (그 동물, 우리의 음식, 우리의 걱정 혹은 우리 자신으로부터) 시선을 돌려도 소용없다. 우리가 삶을 바꾸거나 설령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응답받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행동이다. ___________조너선 사프란 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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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레슈코가 촬영한 나이 든 동물들은 파란만장했던 삶의 끝자락에 서 있다. 사진은 동물들 하나하나가 고유한 존재임을 보여준다. 이들 염소, 칠면조, 닭, 양, 소, 말, 개는 이 세계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학대받고, 방치되었다. 몇몇은 도축장으로 향하는 트럭에서 탈출한 후, 거리를 배회하다가 발견되었다. 그러나 이들은 구조되었고 노년까지 살아남았다. 동물들도 우리 인간만큼이나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생명임을 누군가가 이해한 덕분이다.
(나는 이곳에 이사 레슈코가 촬영한 생추어리 동물 사진들을 차례로 실을 예정이다. 그들의 과거와 함께!)
1. 뱁스
- 나는 자유분방하게 헝클어진 뱁스의 갈색 털을 본 순간, 어린 시절 <세서미 스트리트>에서 가장 좋아했던 캐릭터인 스너피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 이후에 영혼이 담긴 듯한 그의 눈을 들여다보고는, 스너피와의 비교는 그만두었다. 나이 든 당나귀의 눈에서, 삶의 어떤 시기의 트라우마를 견뎌낸 자의 피로를 보았기 때문이다.
뱁스는 생후 17년간, 워싱턴 동부의 한 목장에서 올가미 던지기 연습 대상으로 살았다. 당나귀는 가격이 비싸지 않았던 탓에, 목장 주인들은 종종 연습용 마네킹 대신 당나귀를 이용했다. 많은 로데오(길들이지 않은 말이나 소를 타고 버티는 경기)에서 초급 올가미 던지기 경기를 당나귀 대상으로 치른다. 당나귀에게 전기 충격을 가해 달아나게 한 후, 쫓아가며 목이나 뒷다리에 올가미를 걸어 넘어뜨리는 방식이다. 당나귀는 완전히 탈진하거나, 불구가 되거나, 죽을 때까지 이런 폭력이 반복적으로 가해지는 것을 견뎌야만 한다.
뱁스가 워싱턴 술탄에 있는 생추어리 파사도스 세이프 헤븐에 도착했을 때, 그의 몸에는 올가미로 인한 상처가 가득했다. 게다가 인슐린 저항과 혈당증을 유발하는 뇌하수체 장애인 쿠싱증후군을 앓고 있었다. 뱁스의 혈당을 낮추기 위해 생추어리는 물에 불린 건초 섭취를 엄격하게 제한했다. 우리 밖으로 나갈 때면, 뱁스는 풀을 뜯어 먹는 것을 방지하는 입마개를 착용해야 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뱁스는 발굽에 만성 제엽염(농후 사료의 과식 또는 어떤 사료 작물에 의한 중독 등에 의해 소나 말의 발굽에 발생하는 무균성 염증. 감염된 동물은 감염 부위가 부어 절름거리게 되며, 걷기 싫어하게 된다.)이 퍼져 있어 고통스러워했고, 제대로 걷지조차 못했다. 치료가 쉽지 않은 건강 상태였지만 생추어리의 돌봄 담당 직원들이 하루에 두 번씩 얼음 목욕, 마사지, 침술로 고통을 달래주었다. 뱁스는 하루 종일 교정 부츠도 신고 있어야 했다.
학대받은 경험에도 불구하고 뱁스는 자신을 돌봐준 사람들을 신뢰했고, 발굽 치료를 참아냈다. 그는 호락호락한 성격은 아니어서 불쾌하면 주저 없이 표현하기는 했다. 예를 들면, 식사가 몇 분이라도 늦어지면 음식이 나올 때까지 큰 소리로 울었다. 마사지는 좋아했지만, 누가 빗질을 시도할라치면 덥석 물어버렸다. 나중에는 빗질을 허락하기는 했지만, 빗질이 끝나자마자 항의의 표시로 대팻밥 위를 데굴데굴 굴렀다. 그 바람에 뱁스의 털은 늘 나무 부스러기투성이였는데, 직원들은 그것들을 뱁스의 반짝이라고 불렀다.
뱁스는 제엽염이 심각하게 악화되어 1년 뒤 죽었다. 죽기 전, 뱁스는 쿠싱 증후군 때문에 금지되엇던 산해진미를 맛보았다. 딸기, 복숭아, 수박, 생각, 쿠키, 박하, 크래커, 사과 파이 같은 것들. 오후에는 뱁스에게 사랑을 전하려는 직원과 봉사자들의 방문이 줄을 이었다. 자신을 향한 관심에 힘을 낸 뱁스는 바닥을 뒹굴며 기쁨을 표현하고는, 아무 도움 없이 혼자서 바로 섰다.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리고, 죽음은 빠르고 고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