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법과 국가는 자본의 편이다. 지난 12월 31일,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단독 사면․복권된 것이다. 선고받은 지 불과 4개월만의 일이다
이유는 ‘동계올림픽을 유치하여 국익을 증진하라’는 것이다. 오로지 경제성장이라는 단 하나의 가치만을 중시하는 이명박의 방향성에 딱 맞다. 원래 형량이 낮았던 이건희를 사면 복권까지 시킨 것은 노동자 민중의 가슴에 또 하나의 비수를 박는 짓이다. ‘유전 무죄, 무전 유죄’의 철의 법칙을 다시 확인시켜준 것이다.
그 때마다 항상 나오는 말이 ‘경제성장의 필요성’이고, 그 뒤 ‘경제성장을 통해 노동자의 생존을 개선할 수 있다’는 말이 뒤따른다. 결국 노동자들을 위해서 사면 복권시켜준다는 말이다. 기가 찰 노릇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자본주의 체제의 논리가 담겨 있다. 대자본가가 열심히 경영을 하고 투자를 해야 일자리가 생기고 임금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정말 거짓말이다. 진실은 이렇다. 대자본가의 투자가 확대되는 호황기에는 노동자들은 대자본가의 이윤을 높여주기 위해 죽어라고 일할 권리를 얻는다. 그 대가로 실업자가 되는 최악의 경우는 모면하고, 쥐꼬리만한 임금인상을 이룬다. 물론 최대의 수혜자는 자본가들이다. 이윤의 천문학적 증가로 그들은 더 큰 부자가 되고, 자본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삼성전자가 죽음의 공장 이미지를 벗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삼성 산업재해 문제를 제기해온 산업안전, 노동단체들은 ‘쇼’라는 지적이다. 삼성전자가 내 놓은 대책이 1회성 클린룸 공개나 공장 외부환경 개선 등 말 그대로 이미지 개선 사업뿐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전체 반도체 사업장에 ‘나노 시티’라는 이름을 붙이고 작업장 환경과 업무 방식을 대대적으로 개선한다고 밝혔다. 일명 꿈의 일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기흥 사업장을 비롯해 경기 화성, 충남 온양 등 반도체 사업장 세 곳을 ‘캠퍼스’로 부르기로 했다. 건물 외벽에는 감성적인 그래픽을 넣고 생산시설 안에는 노천카페와 산책로, 커피전문점도 둔다.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9명이 죽은 것이 알려지면서 죽음의 공장 논란이 일자 이미지를 개선해 보겠다는 시도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한혜경 씨는 2005년 뇌종양 제거 수술은 했지만 뇌손상으로 인해 지난 5년 동안 시력, 보행, 언어 모두 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한혜경 씨는 춘천 00고등학교 3학년 재학중이던 1995년 10월 삼성전자 기흥공장 LCD사업부서에 생산직 노동자로 입사해 한 달 간 실습교육을 받고 곧바로 LCD 모듈과의 생산직 오퍼레이터로 근무했다.
한 씨는 故 박지연 씨처럼 산재인정을 받지 못했다. 한 씨는 지난해 3월 근로복지공단 평택지사에 요양급여 신청서를 신청했지만 올해 1월 19일 요양급여 처리결과 불승인 통지서를 받았다. 이에 따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은 12일 오전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불승인 처분에 대한 심사청구를 제기했다. 반올림은 "한혜경씨의 뇌종양은 명백한 산재"라며 "근로복지 공단은 불승인처분을 취소하고 즉시 산재로 인정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