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시집을 내면서
슬퍼서
세상이 두 개로 흐리게 보이다가
무지갯빛 이슬이 발등에 떨어지는
슬픈 기억을 달래려고 쓴 글이
부족한 시가 되었습니다
누구나
슬픔은 있게 마련입니다
부족하고 미숙한 글일지라도
두 방울
눈물을 가슴속 깊이 품어
하나로 뭉쳐질 때
무지개 꿈이 샛별처럼 반짝이는
새 희망으로 새벽을 기다립니다
2016년 03월
泉谷김 연 성 泉谷
002
행시가 춤춘다
시향이 열린다
고택은 비스듬히 졸다가 누웠는데
향기만 바람 타고 떠날 줄 모르더니
집 마당 이슬 맞은 꽃 개망초가 피었네
고향집
산 정상 올라보니 겹겹이 안개구름
넘어지고 자빠지며 더듬는 하산 길
고생을 하고 하면서 평지 길 들어선다
강물이 가로막아 유유히 흐르는데
건너면 다시 못 올 저승길 나룻배
너 먼저 건너가거라 쉬었다가 가련다
003
가기 싫은 길
막장처럼 짭짤하고 텁텁한 맛깔난
사랑한다 말하고 픈 연상의 여인에
랑랑하고 이성적 누님 가슴에 안긴 잠...
막 잠이 든 아기처럼 숨결이 조용한
사랑하는 내 어머니 품 같은 젖가슴
랑랑하며 포근한 노래 귀 익은 잠 꿈을...
004
갈증
감자밭 눌러앉아 이야기 나누면서
자연의 이치 따라 자라는 모습 보니
꽃피면 머지않아 알뿌리 생기겠네
닮은꼴 되려거든 내 주먹 크기만큼
은근히 바라는 건 농부의 본심이지
그 다음 하늘 보며 때맞춰 비 내리길
대지에 심어놓은 감자와 나눈 대화
005
감자꽃 닮은 그대
개울녘 걷노라면 어릴 적 그리움이
망초꽃 아름 꺾어 울타리 둘러치고
초립동 놀이하던 이웃집 여아 생각
개아마 꽃을 꺾어 머리에 꽂아 주며
망태에 풀을 뜯어 토끼 밥 주던 시절
초가집 들어서며 어머니 밥 주세요
006
개망초
눈뜨면 글썽이는 그리움 생각나서
물기가 너무 많아 속으로 운답니다
약으로 치료하면 가신 임 돌아올까
을시년 서러워서 밤마다 적신 베개
넣어둔 손수건은 쉰내나 내버리고
으이구 마음속의 괴로운 이 슬픔을
며칠 내 고친다면 그리움 어떡하나?
그리운 병
007
008
기적이
새벽 안개 속으로
사라지고
차창 밖
스쳐 가는 풍경은
바람처럼
길어야
한 백 년인 걸
아웅다웅 사는지
기차길
날마다 그리운 정 바람에 스쳐 갈 때
은 구름 흩어 쳤다 모이면 초상화라
저만치 다가서면 능선을 넘어갈 듯
물 위에 그림자는 노을에 잠기는데
고향 땅 찾아가면 그 옛날 다시 올까?
날은 저물고
009
- 아직도 -
이승 떠난 놈
슬픈 하이애나는
비 젖은 베개
(2015.07.16/泉谷김연성)
- 제발 -
이제 잊으마
슬픔도 걷어 가라
비바람까지
(2016.03.16/六峰정동희)
* 한국행시문학회장
010
내 가슴
내 마음 곧은 것은 대나무 닮음이다
마음을 끄집어내서 지조(志操)를 보여주니
음지에 뒤집어 널은 무명적삼 같아라
속 깊은 연못에는 보름달 훤히 떠서
정신(精神)을 물거울에 비추어 보는 정원
원앙새 날아들어서 일편명월(一片明月) 즐기네
011
내 마음속 정원
내 인생 강물 되어 드넓은 바다 여행
앞다퉈 곤두박질 모이다 흩어지고
에돌다 굽이굽이 호수에 숨 고르며
서서히 물그림자 구름도 품에 않고
는개도 받아 주고 별빛을 감추다가
날 새면 물안개길 돌다리 건너뛰다
까마득 잊을 뻔한 과거를 돌아보니
지나간 바람인 듯 석양에 서 있구나
012
내 앞에 서는 날까지
내 작은 가슴속의 향기를 우려낸다
작지만 기쁨 주는 민들레 꽃피우고
은근히 하늘 높이 바람을 타고 날아
위로가 그리운 분 마음에 파고들면
로터리 돌던 삶에 희망이 되실랑가
013
내 작은 위로
너무나 머나먼 길 보내고 돌아서도
마음은 변함없이 시간을 멈추는데
저무는 노을 속에 사라진 하얀 연기
떠돌다 지쳐 버린 밤안개 이슬 되어
나긋이 다가설 듯 멀어진 그리움을
도도히 흘러가는 강물에 띄운 사랑
014
너마저 떠나도
미움에 길들여진 내 귀를 의심한다
워낭을 떼어버린 불안한 고요 속에
서서히 내 젊음의 고통이 아쉬워라
그때는 작은 반항 용납에 배 채우고
립스틱 짙게 바른 청춘이 아니던가
다시금 오지 않는 미울 때 그립구나
015
늙은 소
차탁을 마주 놓고 맺은 인연 지키려
한 번에 수를 놓은 원앙새가 되어서
잔잔한 호수 위에다 물수제비 그린다
차가운 추억 속에 임의 향기 사라진
한 많은 서러움을 달래 보는 황혼녘
잔주름 여울목에서 하얀 몽돌 줍는다
016
님의 향기
당개나리 수줍은 분홍빛 향기 따라
신바람 난 나비야 춤추는 애정 모아
은근슬쩍 내 곁에 들이고 싶어지네
빛살 고운 새벽녘 이슬을 굴리는 너
나는 너를 가슴에 담아둘 꿈을 꾸며
는개 어린 미소로 네 모습 그려본다
나리꽃에 분주히 떨리는 장단 치니
의연하게 퍼지는 메아리 반주 맞춰
노래 불러 전하는 이 마음 그대에게
래그 타임 연주로 사랑은 무르익어
017
당신은 빛나는 나의 노래
당초에 콩깍지가 터져서 두 눈 씌어
신바람 절로 나는 청춘이 아니던가
이 세상 개벽해도 우리는 연인 사이
기왕에 만난 연분 깊은 정 풍성하여
에돌아 뜸 들이는 시간이 아까워서
좋을 때 서둘러서 화촉을 밝힌 후에
아무리 살펴봐도 당신이 최고더라
018
당신이기에 좋아
당초에 항로(航路) 없이 던져진 인생이라
신나고 즐거운 일 괴롭고 서러운 일
이 모두 푸른 물에 가랑잎 떠다니듯
내 삶에 스쳐 가는 바람이 아니던가
게으른 동작이나 부지런 움직임도
있다가 없는 것이 돈이라 말하지만
어느 때 어느 곳에 행복을 찾아갈까
등 뒤에 지켜 서서 방향타(方向舵) 잡아 주고
불빛을 밝혀 주는 당신이 등대지기
019
당신이 내게 있어 등불
더러는 욕심뿐인 가슴속 갈등 땜에
도덕이 무너지는 행위를 하게 되고
덜거덕 삐걱대는 달구지 타고 가면
도도히 흘러가는 쪽배가 부러워서
말다툼 시비 걸어 인생을 허비하지
고달픈 삶일지라도 마음만은 여유롭게
020
더도 덜도 말고
돌다가 제자리로 가는 줄 알았지만
아무도 가본 이가 없다고 전해지니
갈 준비 하느라고 저마다 분주한데
길이를 잴 수 없는 인생이 고달파라
이만큼 지나온 날 되돌아 갈 길 없네
없어요, 검은 허공 눈 감고 걸어가니
어느새 삶의 기억 살며시 날아가네
021
돌아갈 길이 없어
간들바람 흐트러진 안부를 모아 보자
만대 유전 세월 가도 우리는 변함없이
의리파로 다진 문우 반기며 두 손 잡고
동분서주 보낸 일들 제각기 늘어 놓아
해는 벌써 긴 그림자 늘어진 호수 아래
번져 가던 노을빛이 어둠에 숨었어도
개의(介意)하지 않으면서 이 밤이 다 가도록
탕기 가득 채운 찻잔 별빛이 쏟아지네
022
동해 번개탕
두 무덤 봉긋 솟은 어머니 젖가슴을
무시로 빨던 아기 머리에 서리 내려
덤으로 그리운 시절 보고 싶은 부모님
두 분을 떠올리면 자연히 아기 되어
무던히 울어 대면 살포시 안아주며
덤으로 들려주시던 어머니의 자장가
023
두 무덤
떠돌이 하이에나 슬픈 맘 짊어진 걸
돌처럼 무거워서 살며시 내려놓고
이 마음 가벼울 때 새 삶을 살기 위해
하얀 맘 검게 하고 또다시 희게 하여
이 몸이 닳고 닳아 파도에 뒹굴다가
에돌아 보낸 세월 물보라 운무 돼서
나긋이 향기 두고 저 하늘 날아가리
024
떠돌이 하이에나
만 가지 사연 중에 서로가 말이 달라
국가별 의사 소통 식은 땀 송골송골
의연 중 대처하는 손놀림 기본 동작
언제나 공동으로 통하는 하트 모양
어느새 두 손끝을 머리에 올리는데
하하하 웃으면서 상대편 같이해요
트러블 안 생기는 인류애 사랑으로
025
만국의 언어 하트
산허리 휘어 감은 줄기는 얼기설기
머루꽃 바람결에 향기로 나비 불러
루비색 가지마다 청옥이 주렁주렁
산 능선 흘러가는 폭포수 장단에다
머루술 들이키고 흥겨운 노랫가락
루비빛 홍안이라 즐거운 인생이지
026
머루술
목이 메게 부르건만 대답 없이 떠나는 임
포구에서 철썩이는 파도 소리 애달픈데
의지할 곳 없는 몸이 누굴 믿고 살아가나
눈시울에 소맷자락 적시면서 우는 여인
물 가르며 배 떠난 뒤 갈매기도 슬피 우네
027
목포의 눈물
못 먹고 헐벗고 산 세대가 백발노인
다 전하지 못한 굶주림의 어린 시절
한 많은 전쟁 통에 살아남은 순간들
이제는 역사의식 바로 세워 물려줄
야무진 결심으로 진실을 전하려고
기억을 더듬어 과거 속으로 들어간다
028
못다한 이야기
저만치 앞서가는 세월의 바람결에
꽃 향기 따라가는 떠돌이 부평초라
다시금 태어나면 고운 향 꽃피워서
시들지 않으리라 조용히 정착하리
필연코 피워보리 자연의 순리 따라
지금도 변함없이 사계절 뚜렷하고
도도히 흘러가는 강물은 잔잔하니
몰래 핀 물여뀌꽃 장난이 아니더라 라랄
라 이만하면 소원을 이루었지
029
물여뀌꽃
030
갈대 밤새워 써걱 써걱 싸운다
대질신문 해도 누가 옳고 그른지
가해자도 피해자란다
피해자도 가해자도 알 수 없다
거짓이 아니면 둘 중에 누가 진범일까?
든 소문에 싸움은 바람이 부채질 한다
바람이 부채질
031
벌겋게 달아오른 여름은 꼬리 빼고
레몬향 바람 타고 하늘엔 뭉게구름
먹기에 딱 좋은 너 군침을 꿀꺽대니
은근히 홍조 띠며 수줍은 털복숭아
털구멍 비밀스레 살짝꿍 외도할 때
복스레 한입 덥석 두 눈이 밝아진다
숭고한 전설인 양 한밤에 먹은 보약
아무런 저해 없이 내 눈이 초롱초롱
밤에 먹은 보약
032
백운대
백번을
올라 봐도
새로운 신비로움
운무(雲霧)가 허리 돌고 봉우리 드러날 때
대운(大運)이 살며시 돌아
몸으로
느껴지네
033
벌레 먹다 남은 낙엽 애처로워 주워 들고
초점 잃은 눈에 대고 슬픈 추억 보노라면
하늘 높이 검은 구름 흩어지다 모이면서
는개 같은 내 마음속 빗물 고여 쏟아진다
날이 가도 잊지 못할 거슬러서 떠난 놈이
은근하게 보고 싶어 벌초하는 꿈을 꾼다.
벌초하는 날은
- 이랬지-
하도 울어서
늘 처량하지 내 귀
이 산 저 계곡
(2015.07.17/泉谷김연성)
- 변했어-
하루 왼종일
늘 내 두 귀가 쫑곳
이젠 기다려
(2016.03.17/六峰정동희)
034
뻐꾸기 1
뻐젓이 남의 둥지 낳은 알 품지 못해
꾸겨진 자존심은 뜨거운 모성애뿐
기 쓰고 퍼떡퍼떡 주변을 기웃대며
울어야 내 새끼가 품으로 돌아오니
때 이른 무더위에 메아리 애절쿠나
035
뻐꾸기 울 때
삼삼한 여인과
사랑에 푹 빠져
오붓이 즐기니
행복해 좋은데
시간이 빨리 가
036
삼사오행시
의기양양 생쥐와 고양이가 마주쳐
연약한 척 보이며 넙죽 기는 자세로
한번 잡은 기회를 확실하게 해낸다
기막힌 건 체구가 적은 것을 이용해
개구멍을 피해서 쥐구멍에 들어가
로스구이 흔들며 고양이를 약 올려
037
생쥐와 고양이
서정미 넘쳐나는 그대와 손을 잡고
로맨스 엮어다가 창문에 걸어두니
좋은 향 바람결에 살며시 날리면서
아늑한 고향처럼 두 팔로 안겨올 때
하얀 별 잠들 때면 마음은 하나 되어
는지시 꿈이 아닌 현실을 실감하고
사랑은 무르익어 서로가 행복하지
이사랑 영원토록 로맨스 엮는 사이
038
서로 좋아하는 사이
소연히 떠오르는 어릴 적 인연 있어
중년이 지나가고 인생의 끝자락에
한 번도 잊을 수가 없었던 약속이라
인간의 본능인가 지우지 못하고서
연기로 모락모락 피어난 추억 안고
들려온 소식마다 안부를 전해오네
039
소중한 인연들
수평선
끝자락에
그물을 던져놓고
세파(世波)에
찌든 삶의
양심을 건져내어
미운 정
홀딱 벗겨서
참사랑 심어야지
040
수세미
시 한 수 짓노라니 사랑니 왜 아플까
집게로 뽑는 고통 참아야 한다기에
살점이 붙은 채로 화들짝 뽑힌 설움
이 정도 고통 이겨 영원히 시집 귀신
041
시집살이
아침은 햇살 아래 푸른 잎 흔들흔들
이슬을 머금은 채 수줍게 손짓하네
좋은 님 바람결에 그네를 타고 오면
아무나 손을 잡고 사랑을 고백할까
라일락 향기처럼 은은한 사랑으로
042
아이 좋아라
영시(零時)로 시작되는 새벽이 열리면은
원이란 테두리 속 통제된 삶이라서
한 번만 지나가면 다시는 못 오기에
그 순간 미련 없이 후회도 하지 말고
자유의 몸짓으로 열심히 살다 보면
리얼한 노을빛이 가슴을 파고 들지
043
영원한 그 자리
오로지
자식만을 위하여
희생하며
징징대는
아기를 업고 나선
생업은
어판장 할복(割腹) 작업에
먹물 같은
피곤함
044
오징어
일그러진 쪽박 차고 여행 가고 싶어라
장기간 이곳 저곳 다녀도 경비 안 들지
춘삼월 오거들랑 모든 것 다 던지고
몽롱한 정신이면 더더욱 좋을진대
045
일장춘몽
한국의 소문난 집 송화정 찾아가서
식단은 한정식에 정갈한 술안주로
송화주 가득 부어 한잔 씩 마신 후에
화선지 벽지에다 수필로 적은 글이
정감이 넘쳐나는 주인장 자필이라
집 떠나 잃어버린 세월이 생각나네
046
잃어버린 세월
임 떠난 노을 뒤에
초승달 외로운데
의복을 매만지니
지난날 향기 풍겨
향긋한 추억 안고
행여나 하는 마음
기대선 창문 넘어
그림자 기다리네
047
임의 향기 1
임 생각 푸른 하늘
연기(煙氣)로 물들이고
의연히 보낸 세월
한두 해 아니거늘
향긋한 피돌기에
그리움 절로 나니
기억은 지워져도
향기로 사무치네
048
임의 향기 2
내 삶이 눈물겹게 버려져 송두리째
팽개친 자유라서 이슬이 맺혔어요
개보다 못한 청춘 돌풍에 날아갈 때
친구도 찾지 않는 이 밤이 너무 슬퍼
자유가 병이 되어 임 생각 간절해요
유정(有情)이 방황하는 팽개친 자유 부인
049
자유 부인
집채를
헤치면서
떠나는 고기잡이
어부님
뱃노래에
만선 기(旗) 꽂혔구나!
등 뒤에
어린아이가
손뼉 치며 기뻐해
050
집어등(集魚燈)
차창 밖
스쳐 가는
세월을 보내 놓고
멀거니
바라보니
그림자 저녁 노을
미련은
서산에 걸린
낙조(落照)를 잡고 싶네
051
차멀미
온 마당
먹이 찾아
꽃밭을 헤집더니
종아리
노란색이
힘없이 으슬으슬
일찍이
어미 품 없는
날개 젖은 병아리
052
첫 비
통기타
둘러메고
청춘을 불태울 때
행선지 바람 따라 천하가 내 집인 걸
금지곡 정해놓고 영시(零時)는 통행금지
지나간 추억 속에
노을빛
바라보네
053
통행금지
평범한 별장에서 문인(文人)님 파안대소
창문 틈 비집고서 은하수 철렁이니
별들은 깜짝 놀라 자취를 감추는데
밤새워 나눈 대화 이슬에 젖어드네
054
평창 별 밤
풍륜초 구경 가세 무릉계 사원터로
자물쇠 여는 꽃말 행복한 열쇠라네
야생화 군락지는 동해시 고적대라
놀기가 좋다 하여 전국에 소문났네
자연이 주는 혜택 마음껏 누려보세
055
풍자야 놀자
이슬과 바람이 발끝으로 다녀가던 날
이제 머물러야 할 너를 만나기 위해
사랑의 답신처럼 계절을 건너온 나
사랑이 열병처럼 조여든 가슴을 달래 줄 너
가야 할 햇살을 붙잡고 늘어지는 아침이
가지 말라고 태양은 붉게 달아오르고 있다
자유의 그림자 노을빛에 잠들 때 나는 너를
자기라고 한번 불러 보고 싶은 하루살이 풋사랑
056
하루살이 풋사랑
정이란 주고 주어도
다시 샘솟는 것
운치 있는 삶이란
한없이 주다가
삼경(三更)이 지나서
동튼 다음날 또 주는 것
얼마나 더 주어야
씨가 영글어
구름 위를 날 수 있을까?
행여나
시한부 삶을 산다 한들
문빗장 열어 두고
학처럼 고귀하게 살다 가라네...
057
학이 되리라
같은 종점 정해진 한 번뿐인 삶에서
이리저리 방향은 제멋대로 정하고
가는 길은 저마다 개척해서 달린다
는적이며 걸으나 부지런히 뛰어도
길이 끝나 만나면 후회뿐인 인생길
058
한번 뿐인 인생길
활짝 핀 노랑 향기
벌 나비
취한 새벽
복덩이 애호박에
홍고추
두부 넣고
장국에 오징어 내장
해장국이
최고지
059
해장국
행복은 가슴속에 있어도 모르면서
복 많이 채우려고 타인과 비교하고
은근히 원망하며 신세를 한탄해도
만물을 볼 수 있는 마음의 창도 있어
드넓은 푸른 하늘 들꽃을 보면서도
는개로 젖은 행복 만족을 못 느끼지
거하게 취한 술에 세월을 한탄하며
라인을 그은 것은 더더욱 아닌 것을
오로지 마음속에 가득한 행복인 걸
060
행복은 만드는 거라오
행복을 찾으려고 평생을 허비하다
복이란 가슴 깊이 숨은 걸 깨달은 후
한세상 끝자락 들어 마음 문을 열었다
공간을 뛰어넘어 깨달음 전해 본다
동질화(同質化) 깊이 심어 누구나 행복하게
체면을 무릅쓰고서 숨겨놓은 행복을..
061
행복한 공동체
행여나 하는 마음 먼 곳을 바라봐도
복이란 내 가슴에 숨어서 있는 것을
한없이 복을 찾아 인생을 허비한 후
하찮은 미소 지어 웃을 때 깨달으니
루비빛 노을 뒤에 행복을 안는 것을
062
행복한 하루
봄이 오는 소리는
철 맞는 기쁨이다
애기똥풀 노란 사랑이 그리운데
당신은 기저귀 같은 하얀 민들레 꽃
초록빛 내 가슴은 언제나 철없는 아기
애당초
063
그날 밤 가랑비가 거사를 획책하며
해묵은 눈 속에서 반란의 입 맞춘다
의병의 거사 일은 햇빛이 내리 쬐는
봄바람 흔들림에 홍매화 신호 받고
은둔의 몸을 들고 붉은 피 토하던 날
수많은 잡초마다 제각기 반기 들고
라일락 향기보다 더 진한 몸부림에
장관을 이루던 날 겨울은 꽁무니 빼
064
그해의 봄은
꽃잎이 새벽 이슬 수줍게 적시더니
과년한 아침 햇살 취해서 붉은 입술
나 오직 임 그리다 낙화로 지기 전에
비장의 향기 풍겨 뭇 나비 꾀어내리
065
꽃과 나비
또 노란 개나리꽃 새봄을 물들여서
뭉클한 감동 넘쳐 시심이 분수대라
치솟는 물줄기에 대지는 푸른 초원
고상한 취미에다 날개를 활짝 펴고
야무진 풍채 하며 예술성 풍부하니
호기심 번데기가 어느새 호랑나비
066
나는 호접
067
봄빛이 스멀스멀 대지를 기어가니
은은한 안개 향이 골목길 굽이돌아
당신이 졸고 있는 코끝을 간질인다
신바람 아지랑이 덩달아 합세하여
친구야 일어나서 새 옷을 차려 입고
구경을 떠나 보자 사계절 바람 따라
바람 따라
068
불에 탄 쇠가죽 오그라진 밭 옥수수
이제 좀 번갯불 튕겨내며 소나기 쏴
탄식은 물러라 물이 졸졸 모내기 끝
다 모여 단오 굿 씨름판에 그네뛰기
바램
봄소식은 버들강아지 솜털에서 들려주는
이야기 소리로 시작되는가 보다
오늘 막 실개천 버들치 잠 깨는 소리
는개비에 고드름 녹아내리는 숨가쁜 소리
길게 늘어진 실뿌리 틈새서 개구리 하품 소리
목마른 대지에 이슬 구르는 기지개 소리
069
봄 기지개
봄들녘 아지랑이 가물대 마음들떠 … 泉谷김연성
바람난 늙은이들 남몰래 나누는정
람바다 춤을춘들 그누가 뭐라할까
났어요 작은동네 소문이 무성하게
네사람 사이좋게 시심이 무르익어
봄처녀 오시는날 백복령 고갯마루 … 笑破박선미
바람에 홍매화꽃 수줍어 붉게웃네
람보춤 쌍쌍파티 막걸리 한잔술에
났다는 소문처럼 다정한 동해문우
네명의 글동무들 봄바람 나들이길
봄내음 향긋하게……………………… 白合이경자
바람에 실려오니
람보춤 스탭으로 두 볼을 마주하며
났어요 내마음에
네온빛 봄바람이
봄처녀 없는자리 마음속 수줍은티 … 靑岩이상옥
바스락 오는낌세 순간에 앉아있네
람보가 변신하듯 한순간 흥에겨워
났어요 동해문우 밝은빛 사기충천
네온불 번쩍이둣 번개팅 멋져버려
070
동해 문우 4인방 봄바람났네
봄 전령 파발꾼이
승전보
연속 전해
마지막 남은 겨울
시샘은
최후 발악
중심을 다잡은 봄꽃
붉은 선혈
홍매화
071
봄마중
봄바람 쓸고 간 뒤 무지개 먼지로 가득하더니
은신처 참호 속엔 오소리 너구리 꽃뱀 두더지
지렁이 토굴서 기지개 켜는 소리로 꿈틀댄다
금세 터져 나온 버들강아지 새벽이슬 취한 듯
이리저리 흔들며 붉으락푸르락 노란 솜털이
다투어 아지랑이 꽃 피워 내는 봄은 지금이다
072
봄은 지금이다
봉숭아 울 밑에서 처량히 시들어도
숭고한 속마음은 내나라 잃은 슬픔
아픔의 팔도강산 다시금 찾기 위해
물밀듯 치받치는 독립을 외치면서
들어라 태극기를 동포여 일어서라
때때로 불러보는 울 밑에선 봉선화야
073
봉숭아 물들 때
사립문 활짝 여니 이슬이 반겨준다
월하향 쏘옥 내민 봄소식 배달이라
의욕이 솟구쳐서 손에든 한 줌 흙이
향기로 물이 오른 사월을 속삭인다
기지개 켜는 들녘 서둘러 밭갈이를
074
4월의 향기
산천은 골안개로 봄맞이 분주한데
수심 깊은 강물 속엔 버들치 옹기종기
유영을 즐기면서 술래잡기 한창일 때
꽃망울 터트리는 향기가 진동하니
필시 산수유 꽃피우는 기별이겠지!
때 이른 병아리 어미 품 파고드는 봄...
075
산수유 꽃필 때
아지랑이 춤을 추며 들판이 꿈틀대듯
봄 술 취한 새벽녘이 바람에 한들거리고
이지 가지 잡초들은 저마다 분주하게
온전하지 못한 옷을 살며시 벗어놓고
다복다복 둘러 않아 바느질 수를 놓는
오솔길 옆 버들강아지 개잠들다 깨는 봄
076
아! 봄이 온다오!
우연한 곁눈 질에 봉긋한 봉오리가
수은빛 버들가지 솜털이 화사하고
앞마당 화단에는 매화꽃 수줍은데
에이던 겨울 바람 향기에 취한 듯이
두어 발 물러서며 꼬리를 살랑살랑
고향의 호수에는 원앙새 노닐겠지
077
우수 앞에 두고
유구하게 흘러간 그 세월
채 피지 못한 청춘이 있다
꽃보다 아름다운 시절 가버린 그 모습
닮은 이 있나 젊은이 보면
은근히 눈시울 적신다
그리운 가슴 에이는데
리얼하게 상기되는 애달픔은
움트는 풀 한 포기 꽃가지에도
하나하나 배여 꽃말이 있겠지
나 하나 만의 사연일 진데
유채꽃 닮은 그리움 하나
078
찔레꽃 찻집에서 연인과 마주 않아
레코드 음악 은은해 스르르 감은 눈에
꽃차 향 젖은 입술 살며시 미소 지며
향기로 들려주는 여인의 귀엣말은
기다려 주실래요? 부모님 허락까지..
찔러본 가시 상처 선혈로 피어나니
레디고 연기 아닌 진실성 확실하여
꽃가마 타고 오던 새색시 내 품 안겨
향후에 아들딸을 소복이 길러 보내
기다린 보람 있네 노을빛 강물처럼
079
찔레꽃 향기
호박꽃 바라보면
은근한
정에 끌려
박색(薄色)인 네가 좋아
해마다 심는 뜻은
꽃단장
아니하여도
꾀어 들어 벌 나비
080
호박꽃
여흥이 차고 넘치니
름름한 산과 바다로
풀 향기 스며드는 산 능선 돌아서면
내 어린 추억들이 호수에 비치는데
음객(吟客)이 쉬어갈 주막 찾을 길이 없구나
풀내음
081
계곡의 벼랑 끝은 목말라 숨죽이고
곡식은 황달 들어 구겨진 휴지조각
이 가뭄 지속하니 불타는 사막이라
불야성 오아시스 모여든 하루살이
탄식은 물이 말라 빨갛게 충혈되니
다투어 우물 찾아 농부는 탈진상태
082
계곡이 불탄다
그 옛날 뒤밟으며 추억을 더듬더듬
바람이 정착 못 해 머물다 떠난 자리
다 지워 거센 파도 젊음도 지울 때에
의지할 맑은 눈이 안갯속 빨려들어
낭만을 즐기듯이 노을빛 어둠 안고
만 가지 기억 찾아 과거를 따라가네
083
그 바다의 낭만
도랑 치고 가재 잡아 시원한 강가에서
레인지에 냄비 올려 매운탕 진한 국물
미식가도 이 맛 처음 양념을 헤아리니
파 종류도 여러 가지 대파와 쪽파 있고
솔 향기가 더해지니 이것도 맛의 비결
라면 넣고 수프치고 고추장 된장 풀어
시원스레 끊는 물에 수제비 뜯어 넣고
도란도란 먹는 재미 더위는 뒷전으로
084
도레미파솔라시도
들어선 여름 더위 그림자 물 마시고
길 아닌 산능성이 단숨에 넘어가니
따다 만 초승달이 무지개 걸터앉아
라장조 악보인 양 매달려 졸고 있어
서늘한 폭포수는 노래만 끊임없이
085
들길 따라서
때때로
그리움이
변해서 원망할 때
늦으나 나타나면 겉으로 미운척 해
은근히 가슴속은 사랑이 가득하고
장시간 머무르면 떠나기 바라는데
마음을 알 수 없는
나는 야
변덕쟁이
086
때 늦은 장마
- 억울해서 -
소나무 그늘
나른한 여름 땡볕
기쓰고 운다
(2015.07.17/泉谷김연성)
- 한번씩 -
소리 높이면
나 더 오래 살까
기쓰고 떤다
(2015.03.17/六峰정동희)
087
매미
개울가 송사리 떼 밤하늘 별을 볼 때
망태기 옆에 끼고 물고기 잡으러 가
초저녁 시골에서 더위를 식혀 봐요
개구리 폴짝 뛰며 별빛을 삼킬 적에
망태에 담은 고기 나 죽어 팔짝팔짝
초여름 매운탕에 무더위 저리 가라
088
매운탕
산허리 휘어 감은 줄기는 얼기설기
머루꽃 바람결에 향기로 나비 불러
루비색 가지마다 청옥이 주렁주렁
산 능선 흘러가는 폭포수 장단에다
머루술 들이키고 흥겨운 노랫가락
루비 빛 홍안이라 즐거운 인생이지
089
머루술
- 기특해 -
선선한 바람
풍겨내니 시원해
기계가 좋아
(2015.08.02/泉谷김연성)
- 바람꾼 -
선 보는 자리
풍을 들입다 치면
기뻐하더만
(2016.03.02/六峰정동희)
090
부채
뻐기던
봄은 가고
초여름 접어드니
꾸겨진 꽃잎 따라
벌 나비
자취 감춰
기다림 지친 어미 새
애달프게
우누나
091
뻐꾸기 2
신작로 이글이글 바람도 그늘 찾고
나무도 목이 말라 시들어 허덕이니
는개비 살짝 오면 숨소리 크게 한번
휴 하고 쉬련마는 뜨거운 땀방울에
가야 할 행선지는 백사장 푸른 바다
철없는 아이들은 즐거운 물놀이라
092
신나는 휴가철
청 늘어진 주름살 세탁소서 다림질
포동포동 젊어진 마음만은 그대로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 속의 내 거울
익은 것은 검버섯 하얀 머리 여울져
어제 오늘 같은데 아니 벌써 이렇게
갈 순서를 모르는 삶이라고 하여도
때가 되면 싫은 걸 왜 가야만 되나요?
093
싫은 걸
유골을 부식해서 자유를 키운 선혈
월하에 들려오는 포성이 붉게 탈 때
의롭게 영혼 되어 구천을 떠돈 세월
꽃피는 경제 발전 그늘에 가리워진
바람에 지워지는 그 임의 향기 덕에
람빛의 조국 하늘 태극기 휘날린다
094
유월의 꽃바람
유자꽃 피는 고향, 노을이 물들 때면
혹여나 하는 마음 순이도 같을진대
하루도 못 만나면 뻐꾸기 밤에 울고
는개가 내리거나 맑은 날 할 것 없이
칠월의 짧은 밤을 별 세며 거닐다가
월하향 짙은 바람 말없이 입맞춤을
095
유혹하는 7월
초승달 잠 못 드는 들녘은 목이 타서
록색은 황달 들어 초목이 마른 기침
바람이 스쳐 가니 바스락 가랑잎이
람색빛 하늘 아래 다투어 떨어지니
스치며 굴러가는 풀잎은 푸른 낙엽
며칠을 못 기다려 초 분이 여삼추라
드러낸 나목 되어 이슬로 연명할 때
는개가 적셔주니 한시름 겨우 놓네
날마다 비 소식을 기다려 보건만은
에이는 농부 가슴 까맣게 타기만 해
096
초록 바람 스며드는 날에
초저녁 달빛 받아 수줍게 고개 숙인
롱 치마 걸쳐 입은 그 모습 아름다워
꽃이라 부르기엔 아까운 등대 같아
필연코 이루어질 초롱꽃 너를 안고
때맞춰 불 밝혀서 임 마중 가고 있네
097
초롱꽃 필 때
해 사랑 밭고 싶은 짝사랑 해바라기
바라봐 보라는 뜻 유혹의 노랑 꽃잎
라인선 가로 세로 보석을 박아놓고
기나긴 여름날에 해님을 따라간다
098
해바라기
가는 단풍 울긋 불긋
을밋한 내 가슴에 불
구절초
구름 자락 사이로 수줍게 피어난 꽃
절벽 강산 병풍 뒤 숨어 뜬 별빛 모아
초승달 걸터앉아 뿌려 놓은 꽃이네
099
가는 건 번개 같이 초(秒)로 쪼갠 삶이라
실타래 엉킨 것을 풀지 못한 한(恨) 남아
문전을 서성이며 가는 시간 아쉬워
턱없이 바쁘게만 살아온 듯 했어도
에도는 모양새만 보여주고 마는 걸
서서히 가야 할 길 다가오니 서럽다
서로가 못다 준 정(情) 남긴 꼴로 가려니
100
가실 문턱에 서서
담쟁이 모인 넝쿨 가을 산 장식하려
벽보다 더 가파른 바위틈 올라간다
을러멘 밧줄 사다리 청개구리 매달려
허름한 얼룩 배기 갈꾸리 쥐어 틀며
물샐틈 하나 없이 꼼꼼히 뿌리박고
고산병 깊이 든 가슴 붉은 선혈 칠한다
101
가을 담쟁이
멀겋게 귀뚜라미 밤새워 목청 쉬고
구절초 분단장(粉丹粧) 해 소복이 피워내서
슬며시 풍긴 향기 취하여 구른 이슬
나팔꽃 등에 메고 기상(起床)을 외쳐댈 때
무지개 황금 물결 가을 아침 활짝 연다
102
가을 아침
가슴에 스며드는 그대 정 아쉬운데
을러댄 천둥소리 소나기 흠뻑 맞고
따분히 떠나기 전 내 청춘 돌려주오
라일락 꽃보다 더 향기가 짙던 젊음
가양주(家釀酒) 한잔에다 이별을 고한 그대
보따리 던져주며 가라면 가오리다
리얼한 가을 따라 낙엽이 굴러가듯
103
가을 이별
가기 싫은 계절로 붉게 멍든 짐
을러멘 건 뒤집어 털어 버려라
일치감치 알몸 돼 서로 참으며
기다리면 새로이 봄은 오는 것
쓰라리던 고통도 한때 행복도
다시 돌고 도는 게 순리인 것을
104
가을 일기 쓰다
개울가 작은 언덕 그대와 둘이 누워
팔베개 받쳐 주니 하늘은 무지갯빛
자연을 노래하며 마음 싹 심었더니
늘어진 봄 햇살에 새싹은 무럭무럭
어엿한 당산나무 수호신 되었는데
지금은 가을 바람 붉은 잎 대롱대롱
고향이 그리워서 향수병 앓고 있네
105
개팔자 늘어지고
날마다 그리운 정 바람에 흔들려도
은구름 흩어졌다 모이면 초상화(肖像畵)라
저만치 다가서면 능선을 넘어갈 듯
물 위에 어른어른 노을에 잠기는데
고향 땅 밞는 이길 옛사랑 만나려나
106
날은 저물고
낭만의 꽃을 피워 이 가을 풍요롭고
만 가지 근심 걱정 바람에 날아가니
의식주 해결일랑 노력한 보답이라
구월에 접어들어 땀으로 얼룩진 몸
월하에 널어 놓고 이슬로 씻었더니
아직도 남은 삶이 이만큼 가득 있어
107
낭만의 구월아
들판에 들깨 기름 소복히 뿌려놓고
깨 향기 파릇하게 이슬을 담아내면
향긋한 날개 펼 때 짝지어 시집 보내
기다린 시간만큼 후손이 쏟아지네
108
들깨 향기
들바람 가을 향기 은은히 유혹하면
꽃잎은 반갑다고 두 손을 흔들다가
한량히 스며드는 이별의 시간 따라
송두리 노을 받아 붉은색 들다 말고
이루지 못한 꿈들 허공에 뿌려 내다
가을이 끝날 때쯤 겨울잠 청하겠지
109
들꽃 한 송이가
벌레 먹다 남은 낙엽 애처로워 주워 들고
초점 잃은 눈에 대고 슬픈 추억 보노라면
하늘 높이 검은 구름 흩어지다 모이면서
는개 같은 내 마음속 빗물 고여 쏟아진다
날이 가도 잊지 못할 거슬러서 떠난 놈이
은근하게 보고 싶어 벌초하는 꿈을 꾼다
110
벌초하는 날은
시원한 술 생각이
월담 넘게 해
어둠이 등 밀어줘
느긋하더라
멋지게 차린 안주
진로 비우니
날 샌들 누가 말려
에라, 취한다
111
시월 어느 멋진 날에
쑥부쟁이
바람에 사르르 떨고 있어
부랴부랴
나비가 뜨겁게 입 맞추니
쟁반처럼
둥글게 방긋이 품에 안아
이런 행복
영원히 가을빛 끝자락에
112
쑥부쟁이
어스름 기울어진 햇살이 짧아지니
느긋이 떠나가는 더위는 노을 뒤에
가을은 무지갯빛 색동옷 갈아 입고
을씨년스런 바람 스쳐 간 그 자리에
사색에 잠겨 있는 외로운 허수아비
색 바랜 저고리에 허름한 밀짚 모자
113
어느 가을 사색
우연히 떨어지던 낙엽을 주워 들고
정겨운 눈빛으로 코끝에 대어 보니
은근한 라임 향기가 추억으로 이끄네
이슬비 살짝 젖은 낙엽을 밟으면서
해맑은 과거 속을 꿈 같이 걷다 보니
다 못한 이야기 두고 저녁 노을 물드네
114
우정은 이해다
죽자고 앉은 자리 잡초를 바라보니
음수림(陰樹林) 그늘에서 예쁘게 자랐구나
의지력 강인함이 어디서 생기기에
길섶의 들풀들이 모질게 밟히어도
에일 듯 아픈 고통 삼키며 꽃을 피워
서러움 떨어내고 끝까지 사는구나
115
죽음의 길에서
비워둔 의자 하나 가슴이 설레인다
온다는 어주전갈 무작정 기린 목에
뒤꿈치 들어 올린 까치발 하고 서서
가까이 시작해서 손차양 바라보니
을러멘 배낭 속엔 시향이 줄줄 풍겨
날아갈 걸음걸이 사뿐히 뛰는 듯이
의기가 넘쳐나게 한삼동 찾아오네!
심호흡 크게 하고 양 날개 펼쳐 안아
상좌로 모십니다. 한삼동 기립박수~ 와우
* 한삼동 : 다음 카페 한국삼행시동호회의 준말
(현재의 ‘한국행시문학’)
116
행시 카페 모임
겨우내 삭풍 몰아쳐도
울창한 여름 숲 떠올려
정초에
117
까치가 어설프게 울어도 손님 올까?
치성을 드려 본들 그이가 올까마는
야속한 기다림 지쳐 눈빛은 저녁 노을
겨울잠 깨고 보니 사연도 가지가지
울리고 웃게 하는 계절은 네 번이라
꽃피고 질 때마다 새로운 시심 향이
당대에 둘도 없는 즐거움 안겨 주니
신세계 희로애락 여기에 다 있구나
118
겨울꽃 당신
겨우 피운 구절초 그림자가 시려워
울다 지친 그리움 햇빛 한 줌 쇠려고
로열젤리 채집꾼 벌 나비 불러서
가는 볕살 더 쬐게 꿀을 주며 애원해
는개보다 더 진한 향기 되어 떠돌다
길지 않은 일생에 다음 해를 기다려
119
겨울로 가는 길
겨울밤 창문 틈새 달빛이 스며들어
울상을 지으면서 추위를 녹이잔다
이대로 있다가는 한잠도 못 잘 같아
야무진 결심 끝에 노래를 권했더니
기쁨의 눈물인양 문풍지 울리고나
120
겨울 이야기
겨울밤 깊어가는 마지막 잎자루가
울음을 쏟아내며 간신히 매달려서
자줏빛 달을 안고 추위에 떨면서도
작은 움 겨드랑이 체온을 발산하여
나 하나 희생하면 새 움이 돋아나니
무시(無時)로 들이닥친 한파를 물리친다
121
겨울 자작나무
병들면 아니 되오 건강한 삶 누리고
신뢰로 쌓은 정을 베풀며 나누시어
년년이 주고받은 풍성한 마음으로
새 희망 이루시길 간절히 바라오며
해묵은 감정일랑 일찍이 버리시고
설거지하신 마음, 새 소망 담으소서
122
병신년 새해 설
해맑은
추억들을
가슴에 담아두고
단단히
엮은 정을
저마다 그리면서
식을 수
없는 역사
세월이 흘러가도
123
연말
연분홍 그리움이 가슴속 설레게 해
분단장 곱게 물든 낙엽이 구르다가
홍안이 검어지도록 바스락대던 긴 밤
그림자 얼어버린 눈꽃이 만발해도
리듬은 변함없이 동백꽃 붉게 피려
움츠려 잠들지 못해 눈물 속에 피는 꽃
124
연분홍 그리움
한사코 밀려오던 물 먹은 먹구름이
밤 도와 소리 없이 눈 되어 쌓인다고
의연한 독야청청 소복으로 덮을쏘냐
소름이 끼치도록 섬뜩한 고문 끝에
야무진 대나무 잎 소용돌이 휘말려서
곡수연 술잔에 뜨는 푸른 잎이 붉을쏘냐
125
일편단심
정겨이 오고 가는 포옹은 뜨끈하게
동심의 마음으로 즐거움 나누었지
진정한 아름다운 만남의 행복으로
정 나눈 추억들을 한아름 안아다가
동아줄 엮은 다발 배낭에 챙겨 넣고
진득이 등에 메고 발걸음 사뿐하게
126
정동진
정 가 10,000원
I S B N 978-89-97952-14-4-03810
• 잘못된 책은 새 책과 바꾸어 드립니다 ♡
• 이 책의 판권은 저자와 도서출판 한행문학에 있습니다
* 저자와 출판사 서면 동의 없는 무단 전재 및 복제 금지
2016년 3월 26일 발행
저 자 김 연 성
이 메 일 ds2rzr2000@hanmail.net
공급처 ㅣ가나북스 www.gnbooks.co.kr
전 화 ㅣ031-408-8811(代)
팩 스 ㅣ031-501-8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