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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탐사보도 프로그램 <이영돈 PD가 간다>를 흥미롭게 시청했다. 전부 2회에 걸쳐서 한국의 십대 점술가를 선정하려고 시도했다. 사주관련 전문 기자와 연예인, 대기업 임원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 인사들이 추천한 전국의 용한 점집을 방문했다. 복채만으로 천만원 남짓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는 두 명의 무속인을 제외하고는 전부 기준 미달이었다. 내로라하는 역술가가 연쇄살인범 유영철의 사주풀이에서 헤메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씁쓸했다. 50년 넘게 사주명리학을 파고든 전문가가 실전에서 KO패 당하는 생중계에 그저 실력 미달이라고 여길 수 밖에 없었다. 인터뷰 대상 가운데는 제산 박재현의 제자도 있었는데 스승 얼굴에 먹칠을 단단히 했다. 박재현은 도계 박재완과 자강 이석영과 더불어 전설의 3대 역술인에 손꼽히는 이다. 유영철의 사주는 경술(1970)년 경진(4)월 무진(18)일 신유(18)시다. 오행 중 토(土)가 네 개, 금(金) 네 개로, 토금에 편중돼 있어 수목화가 부족하다. 토가 과다하면 쓸데없이 고집이 센 독불장군이 되기 쉽고 성격의 기복이 심하다. 금이 과다하면 지나치게 날카롭고 매섭고 잔소리가 심하며 독불장군에 고집불통이다. 토가 왕하기에 오만한 자아를 내려놓기 위해 불교 같은 종교에 귀의할 것을 권한다. 재성인 수가 죽었기에 아버지, 여자, 돈 복이 없다. 유영철 사주의 전체 격은 비견격이다. 독불장군에다 제멋대로이고 이기적이다. 또한 겉보기와 속마음이 차이가 많이 나는데 얼핏 명랑해 보이지만 실은 고독하고 외로운 성격이다. 경진과 경술 괴강살이 두 개여서 독불장군이고, 도화살이 두 개나 있어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편이다. 진술 상충으로 가족과 배우자와의 관계가 모두 좋지 않다. 유술 상해로 배우자와 이혼할 확률이 높다. 용이 두마리가 되는 진진 자형살(自刑煞)을 갖고 있어 보스 기질이 강하고 나름의 원칙이 있고 고집이 매우 세다. 사주로 풀 수 있는 대목은 고수라고 해도 잘 해야 80%정도다. 그래도 사이코패스적 기질을 사주에서 읽어낼 수는 있었다. 『사주명리학 완전정복』(동학사. 2005)의 저자 대덕 김동완도 이 방송을 탔다. 얼굴을 잠시 비췄는데 적어도 명리학자로서 저자는 점술로 떼돈을 벌려는 사이비들과는 다르다고 생각된다. 명리학자의 역할을 남의 고민을 다독이는 인생상담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점이 맘에 든다. 다만 대덕의 독특한 점은 다른 일반 명리학자들과는 달리 12운성과 12신살, 공망이나 파, 해, 원진살 같은 신살들을 철저하게 비판하고 무용론을 주장하고 있다는 데 있다. 그런데 각종 신살론을 부인하면 유영철의 사주를 어떻게 깊이 분석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그리고 일반 명리학 이론을 제대로 비판하려면 적어도 『적천수』나 『궁통보감』에 대한 깊이 있는 비평서나 주해서가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완전정복'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사실 초급편에 불과하다. 그래도 유영철의 성격이나 적성은 충분히 풀어볼 수 있다. 또한 대덕은 여러 권의 사주명리학서를 썼지만 내용상 중복이 많고 실제 사주 풀이에서 상식적인 차원에서 노니는 경우가 많은 것이 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