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연
황용운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가장 많이 듣고 쓰는 말 중에 인연이란 단어가 있다.
삶이란 만남이고 관계이고 인연이다. 인연이란 우리가 살아가면서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며 때로는 대립하기도 하는 좋고 나쁜 모든 관계를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과 인연을 맺고 서로가 정을 주고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결국 행복과 불행 모두가 인연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부모와 인연을 맺고 형제, 스승, 배우자, 사회인들과 만나게 된다. 이처럼 삶이란 만남이고 관계이며 인연인 것이다.
아름다운 꽃을 피우거나 싱싱하고 맛있는 과일을 얻기 위해서는 그에 알맞은 수분과 거름, 그리고 온도를 유지시켜 주어야 한다. 이처럼 모든 것들이 끊임없는 주변 환경과 노력에 의해서 이루어지게 됨을 깨닫는다면 인연의 소중함은 실로 중요할 뿐만 아니라, 어느 유명한 학자는 “20세기의 위대한 발견”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사회는 무수한 인연이 만나고 헤어지면서 이루어지는 복잡한 세상으로, 멀리는 과거에서부터 가깝게는 바로 지금 이 순간까지 인연으로 인한 크고 작은 기쁨과 슬픔들을 안고 살아가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인연들을 어떻게 맺고 살아가야 할 것인가? 우리 모두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서로가 도와주며 베풀고,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만남의 시작이고 인연의 본질이다.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에게 자선을 베풀고 공덕을 쌓으며, 봉사하는 마음과 선한 심성으로 좋은 인연을 쌓는다면 우리의 세상은 더욱 밝아질 것이다.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우리의 인생은 여러 방향으로 달라질 것이다. 복은 우리가 짓는 인연에 따라서 오는 것이므로 누구를 원망하고 한탄하며 탓할 수가 있겠는가? 그러므로 우리는 크고 작은 지난날의 인연의 결과로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바로 나 자신이 내 운명의 주체임을 항상 자각해야 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인생의 八苦 중에 두 가지는 만나고 헤어짐에 관한 괴로움이라고 한다. 하나는 애별리고(愛別離苦)라 해서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 하는 슬픈 괴로움이고, 또 하나는 원증회고(怨憎會苦)인데 미워하는 사람과 또 다시 만나야만 하는 괴로움이다.
인생에서 만나고 헤어짐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다시 말해서 만나고 헤어짐도 인연이라면 인생에서의 행복한 만남은 분명 축복받은 인연복(因緣福)일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좋은 친구, 좋은 스승, 좋은 배우자를 만나기를 원할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내가 원한다고 해서 쉽게 얻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이미 인연으로 그렇게 맺어지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은혜로운 만남과 창조적인 만남은 서로 간에 정신적 향상과 지혜가 맑아지고 마음이 심화되어 인생의 삶이 보람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프랑스의 자연주의 문학가 플로베르(1821-1880)는 자기 일평생동안 자기 노고에 대한 아무런 대가도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으나, 그는 살아 있을 때의 제자였던 모파상(1850-1893)으로 인하여 그 위대함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플로베르는 일요일마다 모파상이 써 가지고 오는 소설작품들을 한 구절 한 구절 뜯어고쳐 주면서 격려해 주었다. 그리고 모든 사물을 치밀하고 정확하게 볼 것을 강조했다. 또한 플로베르는 모파상에게 작품 발표를 너무 빨리 서두르지 말라고 항상 당부했다.
숙달도 채 안된 서툰 작품들을 발표하면 처음부터 문단에서 매장되는 게 뻔할 것이 걱정도 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름이 갑자기 유명해 져서 유명세를 타게 되면 우월감과 자만심에 빠질 염려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후기에 모파상이 쓴 작품들은 사실상 플로베르의 가르침을 완성해 놓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치밀한 묘사와 정확한 표현으로 이루어진 모파상의 작품이 드디어 세상에서 주목을 끌게 되었고, 자연주의 문학이 전성기를 맞게 되자 비로소 플로베르의 위대성도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지만, 그때는 이미 플로베르가 이 세상을 떠난 뒤였다고 한다.
이처럼 인연의 소중함을 알게 되면 타인과의 관계를 악연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나만의 욕심을 채우고자 이기적인 마음이 앞선다면 좋은 사람과의 만남은 단절되는 것이다.
인생은 아침안개와 풀꽃처럼 순간적으로 사라져 버리는 존재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므로 짧은 그 생애를 좀 더 뜻있게 보내기 위해서는 남은 인생을 보람되고 성공적으로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한다.
우리 모두는 각자가 무수한 인연들을 아름답게 가꾸어가며 살아가는 주인공임을 다시 한 번 깨닫고 이 시간 이후의 삶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는 소중한 인연들을 더욱 많이 만들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약력
* 시인, 수필가, 칼럼니스트
* 숭실대학교 중소기업대학원 경영학 석사
* 한국문학협회 자문위원
* 한국문인협회 인성교육 개발위원
* 중구문인협회 감사
* 강원경제신문 논설위원
* 1급 산업카운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