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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문용필 기자] 어느 날 당신의 이상형에 딱 맞는 이성을 만났다고 가정해보자. 반듯한 외모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멋들어진 코디, 조건도 완벽하고 성격마저도 마음에 드는 그 사람. 그러나 그녀 혹은 그에게서 ‘퀴퀴한’ 구린내가 풍겨져 나온다면? 아마도 상대방에 대한 당신의 끌림은 반감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듯 ‘냄새’는 인간의 감정과 첫인상을 좌우하는 큰 요소 중 하나다. 그리고 기업의 입장에선 이를 잘 활용하면 소비자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코끝을 통해 사람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결정적 한방, 바로 향기마케팅이다. 후각은 이른바 오감(五感) 중 인간의 감정에 가장 강하게 연결되는 감각이다. 뇌과학 전문가인 문제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교수는 “다른 감각은 분석에 능하지만 후각은 원시적인 단세포 동물도 갖고 있는 감각기관이기 때문에 가장 오래되고 본능에 닿아있는 감각”이라고 전했다. 문 교수는 “뇌 속의 신경회로를 보면 시각의 경우 분석이 다 끝난 다음에 뇌에서 판단하지만, 후각은 (뇌)회로가 어떤 냄새인지 분석하는 부분이 있는 동시에 인간의 감정에 닿아있는 변연계로 직접 신경 네트워크가 구성돼 있다”며 “그 때문에 냄새는 다른 감각과 달리 이성적 판단보다는 감정적으로 닿아가는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인간의 감각구조를 마케팅으로 연결시킨 것이 바로 향기마케팅이다. 문 교수는 향기마케팅의 대표적인 예로 백화점 1층에 밀집된 화장품·향수 매장을 들었다. 이들 매장에서 나오는 향기가 백화점을 찾는 고객들의 마음을 관대하게 만들고 그들 지갑을 열리게 하는 효과를 가져 온다는 것이다. 향기마케팅은 말 그대로 향기를 이용한 마케팅 기법이다. 의미는 매우 단순해 보이지만 이는 향기마케팅에대한 단편적 정의에 불과하다. 실제 향기를 매개로 소비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은 물론, 높은 브랜드 인지 효과까지 가져올 수 있다.
심리마케팅 전문가인 범상규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냄새는 인간들의 감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오감 중 하나이기에 가장 강력한 마케팅 도구”라며 “특정 브랜드에서 내뿜는 향기를 기억한다면 언제 어디서나 무의식적으로 그 브랜드를 떠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브랜드·마케팅 전문가인 김상률 유나이티드브랜드 대표는 “Sensory Marketing(감각마케팅)이라는 책을 보면 미국 내 향기전문가들은 향기를 활용하는 것이 소비자의 감각 체험 중에서 가장 효과가 있다고 한다”며 “일례로 소매유통업체나 서비스 업계에서는 이미 매장 내 특정 구역을 소비자를 위한 향기 체험 공간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고, 이를 통해 어떤 경우 매출이 40%나 오르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한다”고 언급했다. 향기마케팅의 강력한 효과를 입증한 사례도 있다. 김 대표는 “나이키의 향기실험을 보면 위치가 다른 2개의 방에 러닝화를 진열한 후 한쪽 방에는 혼합된 꽃향기를 주입하고 다른 방에는 아무런 향기도 넣지 않았는데, 결과적으로 향이 있는 방에 전시된 러닝화 선호도가 84%에 달했고 그 가치를 평균 10.33달러 더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범 교수 또한 “라스베이거스의 한 카지노장은 특정한 향기를 뿌리자 슬롯머신 배팅 액수가 약 45% 늘었으며 방문객들은 30% 정도 더 오래 머물렀다”는 사례를 소개했다. 브랜드별 맞춤형 향기로 구매심리 자극 향기마케팅을 구현하는 방법도 점점 세분화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향기와는 별로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업종에서도 향기마케팅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와 슈즈브랜드 락피쉬가 대표적인 경우다.
네파는 매장용 향기를 직접 제작해 리뉴얼 매장과 신규 매장을 중심으로 고객들에게 선보였다. 네파 관계자는 “모든 아웃도어 라이프에서 자유로움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비정형화된 신선함을 추구한다”며 “이런 브랜드 철학에 맞는 매장의 비주얼과 콘셉트를 보여주기 위해 네파만의 향기를 맡을 수 있도록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락피쉬는 자사 제품인 ‘글로스 레인부츠’에 꽃향기를 배합했다. 기존 레인부츠의 ‘고무냄새’ 대신 향기를 가미해 비오는 날의 불쾌지수를 낮춰주는 효과를 노린 것. 지난해 봄에는 플라워 모양의 우드스틱과 테라피 효과가 있는 로즈향의 미니 디퓨저를 내놓고 레인부츠 고객들에게 한정수량으로 판매하기도 했다. 향기마케팅은 자동차 업계에서도 자리 잡는 추세다. 르노삼성자동차는 향기를 퍼지게 만드는 이른바 ‘퍼퓸 디퓨저’를 국내 자동차 최초로 적용해 고객들의 좋은 평가를 받았다. 차량 내부에 향기를 은은하게 퍼지게 해 탑승자들에게 상쾌하고 쾌적한 운전환경을 제공하려는 목적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011년 세계 3대 향수제조사인 ‘피미니시(Firmenich)’사와의 협업을 통해 전시장 전용 향수인‘챠밍블루(Charmig Blue)’를 제작하고 이를 일선 영업점에 배치했다. 제품을 통한 고객만족을 넘어 전시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의 감성을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기아자동차 역시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아르마니 코드’등 유명 향수를 개발한 세계적인 조향사 앙투안 리와 손잡고 지난 2013년 이른바 ‘기아향(KIA Fragrance)’을 선보였다. 자사의 정체성을 담아내고자 ‘활력넘치는(Vibrant)’ ‘믿음직스러운(Reliable)’ ‘눈에 띄게 탁월한(Distinctive)’ 등 브랜드 속성이 담긴 다양한 원료를 혼합해 세련되고 우아한 가죽 느낌의 향을 표현해 낸 것이다. 향수와 실내용 방향제, 차량용 방향제 등 3가지 타입으로 개발된 기아향은 전시장과 서비스센터, 드라이빙센터 등 고객 접점 공간에서 선보여졌다.
침대 브랜드 시몬스도 고유의 향을 개발해 전국 매장에서 향기마케팅을 진행했다. ‘시몬스의 편안한 수면’이 ‘자연 속의 힐링’이란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기획됐다. 시몬스의 향은 세계적인 향기마케팅 전문기업 ‘에어아로마(Air-aroma)’사와 공동 개발됐다. 광고와 커피향의 오묘한 조화 향기마케팅은 전자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실제 LG전자는 지난해 2014년형 휘센 에어컨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에어컨 바람을 통해 천연 아로마향을 전달하는 ‘내추럴 아로마’ 기능을 업계 최초로 적용했다. 이 제품은 하단부 토출구 내부에 레몬과 라벤더향 키트를 내장해 원하는 향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숲, 정원, 언덕의 3가지 모드로 제공하는 이 기능은 향기뿐만 아니라 감성적인 음악과 은은한 조명까지 설정할 수 있다. 청각, 후각, 시각적 힐링을 모두 잡고자 한 것이다.
제품의 이미지가 향기와 직결되는 기업들도 다양한 방식의 향기마케팅으로 고객들의 후각을 자극했다. 지난해 말 한정수량(10만개)으로 발매된 동서식품의 ‘맥심 카누 크리스마스 블렌드’는 에티오피아와 과테말라, 콜롬비아 등 원두 3종을 블랜딩해 만들었는데 은은한 꽃향기가 특징이다. 지난 2012년 출시된 애경의 ‘케라시스 퍼퓸 삼푸’는 향의 지속력과 퀄리티를 높여 샴푸시장에 ‘퍼퓸케어’라는 신규 카테고리를 연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커피와 샴푸가 본래 ‘향’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제품이기는 하지만 두 제품은 이를 업그레이드해 고객들의 후각을 만족시킨 사례로 볼 수 있다. 던킨도너츠가 제일기획과의 협업을 통해 지난 2012년 진행한 ‘플레이버 라디오(Flavor Radio)프로모션’은 향기를 이용한 기발한 마케팅 사례로 꼽힌다. 던킨도너츠 측은 “커피전문점으로서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고객의 잠재적인 구매욕구를 끌어올려 구매로 연결시키기 위해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프로모션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버스가 매장 근처 버스정류장과 가까워지면 던킨도너츠의 광고가 나오고, 버스에 설치된 방향제에서 던킨도너츠만의 독특한 커피향이 분사되도록 했다. 아울러 정류장에는 던킨도너츠의 옥외광고가 설치돼 있어 인지도를 극대화시켰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3개월간의 진행기간 동안 정류장 근처 매장의 방문객수는 16%, 커피판매는 29%이상 증가한 것. 던킨도너츠 측은 “라디오 광고를 듣고, 커피향을 맡고, 버스정류장의 광고를 보는 청각, 후각, 시각의 연합된 경험을 통해 커피 브랜드로서의 브랜드 포지셔닝을 구축하는데 긍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다양한 기업들이 향기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김상률 대표는 “싱가포르항공을 처음 탔을 때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 스튜어디스가 뜨거운 타월을 고객들에게 나눠줬는데 타월에서 독특한 향기가 났다”며 “이후 그와 유사한 향을 맡을 때면 싱가포르항공이 떠오른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전했다. 김 대표는 “미국의 유통업체인 ‘블루밍데일즈(Bloomingdale’s)’는 각 매장마다 세심하게 선별한 향기를 사용해 소비자들에게 후각 체험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객 출신지·문화에 따라 향기 호불호 갈려 범상규 교수도 비슷한 사례를 소개했다. “세계적인 의류브랜드인 아베크롬비&피치(Abercrombie &Fitch)는 독특한 향을 매장에 뿌려 세계 어느 매장이라도 (브랜드가) 쉽게 기억나게 된다”며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인 벤츠는 자동차 시트에 독특한 향을 가미해 차별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향기를 구매자에게 전달한다”고 언급했다. 여성 속옷 브랜드인 빅토리아 시크릿의 경우, 독특한 꽃향기를 매장 내에 배치해 제품을 고급스럽게 느끼도록 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이를 구매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 범 교수의 설명이다.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 오사카 무역관은 지난 2012년 해외비즈니스 정보 포털 ‘글로벌 윈도우’를 통해 “일본인들은 그동안 ‘무취가 미덕’이라 여겨왔지만 최근 향기를 즐기는 경향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향기를 강조한 상품 판매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 이렇게 비교적 효과가 높은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모든 향기마케팅이 성공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상황과 고객의 니즈에 맞는 적절한 향기배치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범 교수는 “한 가지 향을 통해 모든 구매자들에게 동일한 반응을 얻기는 힘들다. 누군가는 좋아하는 향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별 감흥이 없거나 매우 싫어하는 냄새일 수 있다”며 “향기는 매우 자극적인 측면이 있어 알레르기 환자 등 일부에게는 거부 반응을 얻기 쉽다”고 지적했다. 또한 범 교수는 “특정 향기가 구매자들에게 반응이 좋더라도 지속적으로 동일한 조건으로 제공해야만 효과가 나타날 수 있으며 다른 향기에 의해 간섭을 받게 될 경우 전혀 다른 반응을 가져올 수 있다”고 충고했다. 이어 “향기는 무의식적으로 감정이나 정서적인 측면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고정관념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고 강조하며, “특히 좋지 않은 향기를 좋게 만들기 어렵다는 측면이 있다. 잠재고객들의 취향을 무엇보다도 잘 파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잠재고객의 출신지나 문화에 따라 향기에 대한 호불호가 명확해지는 경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 대표는 “향기마케팅이 성공하려면 어떤 향이 고객에게 어필될 수 있는지에 대해 잘 분석해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아울러 김 대표는 “한 연구에서는 남성과 여성이 좋아하는 향이 다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의류 매장에서 성별에 조화되는 향기를 사용했을 때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처럼 타깃에 맞는 향기를 활용하면 제품의 가격이나 품질 그리고 서비스에 대해 소비자들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당부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