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째 토요일로 산행일을 바꾸고 나선 왜 그날 혼사한다는 통지가
쇄도하는 것인지... .
날짜변경을 주창한 사람중 하나로 심히 부담을 느껴온 터인데,
2/16 (2월 3째 토요일), 이날도 내겐 꼭 축하를 표해야 할 혼사가 4건이 있었다.
우리 69동기건 2건, 고교동기 1건 그리고 집안내 1건.
그러나, 신임 집행부가 비장하게 기획한 太白山 始山祭 산행을
마다할 수는 도의적 의리적으로 불가하였다.
(이렇게 참석한 본인에게 Captain은 산행기를 책임지라 命하니 .... ).
내가 청량리역에 도착한 시간은 13:20경, H가 이미 와 있었고,
신임'총장' P가 열차칸용 주류와 음료등 주전부리를
한 보따리 들고 나타났고, L/L/K/L/O가 속속 등장했다.
이어 어린 백성의 점심으로 김밥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던 Captain K가
출현했고, L이 (등산복 차림으로 결혼식장을 경유해) 마지막으로 합류하니,
合이 열[什]이오! 10명은 돼야 기차값이 할인된다나?
회장이 이 두자리 수를 만들기 위해 흘린 피와 땀을 내가 안다.
(청량리역 구내)
정동진행 열차는 정확히 14:00 에 청량리역을 떠났고,
점심겸으로 갓 말은 신선한 김밥이 돌려지자 內藏산 山主 원탁이가
그의 아낙이 손수 발효시킨 覆盆子술을 꺼내니, 바로 一杯一杯 復一杯라,
일상을 탈출하는 老童들의 '수학여행'열차의 분위기가 쉽게 고조된다.
술 거절하는 L마저 名酒의 명성을 익히 알고 덤벼드니 됫병 가득했던 酒位가
급격히 낮아지고, 바야흐로 깡통맥주도 계속 터져대니, 분위기 "조오타!"
(하행선 기차내)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며 낄낄대는 동안 열차는 4시간 40분을 달려
우리를 태백驛에 내려놓고, 어둑해진 시각에 산골驛에 내려선
우리를 冷氣가 맞이한다.
'영빈관[莊?]'에 짐 풀고, '우~ ~ ' 밖으로. 내일은 내일이고
'수학여행'의 백미는 첫밤의 나이트 라이프다. 저녁을 뭘로?
서울을 벗어나 굽는 삼겹살엔 정말 別味가 있었고,
산골 소도시 작은 식당엔 반가운 '山'이 있다. 이거이 얼마 만이냐! ...... .
술과 고기와 ...... . 왁자지껄.
(태백 삼겹살집)
(노래방에서)
포식후, 책임자들은 祭需준비차 시장으로,
'어린 것'들은 먼저 노래방으로. 일부는 그 분위기에도 手談하겠다고
숙소로 직행하고. ...... . 그렇게 첫밤이 갔다.
2/17(일),
전날 예약해둔 '태백골 해장국'집에서 콩나물국밥으로 해장하고,
각자 지참해 온 보온병에 끓는 물을 담았다 (왜? 나중에 알게 됨).
그리고, 등산기점으로 이동하기 위해 07:55발 뻐스를 타고 08:25
'유일사 매표소'에 도착.
등산로는 초입부터 얼었거나 내린 눈으로 단단히 다져져 있어 미끄럽다.
바로 Eisen을 찼다.
바람이 차다. 입구의 Digital display에 표시된 온도는 -11도.
볼에 닿는 냉기가 매섭다. 등산로입구의 고도는 950m.
山頂이 1,560m이니, 고도차 610m. 100m 높아질 때 마다 0.65도씩
기온이 낮아지니 지금 정상의 온도는 -15도 일 것이다.
게다가 바람이 세찰 것이다.
풍속 1m/초에 1.6도씩 체감온도가 내려간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풍속이 3m라고만 쳐도 -5도를 추가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 때 꼭대기의 온도는 못 돼도 -20도로 느끼게 될 것이다.
入山. 하얗게 눈 덮인 길이 아주 넓다.
유일寺까지는 차도 다닌다는데 신작로다.
남들은 다 쉬운 길이라는데, 오늘 난 왜 이리 힘이 드노.
눈길이라서? 어젯밤 과음으로? 걷고, 걷고, ....., 또 걷고.
그리하야, 유일寺 갈림길에 섰고, 일부는 계속 前進하고
일부는 급경사의 돌계단을 내려 山寺로 내려간다.
입산료 항목은 없었지만 절 탐방費로 1,600/인 이나 뜯겼으니
본전도 찾으려고 나도 내려섰는데, 거기에 그렇게 아늑한 자리가 있다니 .....
(유일사에서)
나중, H曰, 그 절에 비구니들이 거처하는 것 같더라고,
여인(?)의 음성을 들었단다.
용타! 술 사양하는 H도 昨日 복분자술을 한잔 했지?
태백산 '눈꽃산행'은 사실 惡名이 자자하다.
이번 길이 초행이지만 나도 익히 들은 얘기다.
雪景이 빼어나고, 山行에 큰 무리가 없는 산이라고 평판이 나 있어
사람들이 몰린다는 거다.
더구나, 정상의 天祭檀은 신령님께 제사 지내기에 천하제일의 명소로
알려져 있어, 이 시기에 태백산을 타면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
앞사람 발뒷굼치만 보고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날 우리의 산행길은 아주 아주 여유로왔다. 엄청난 행운이다.
이른 시간이어서 그랬을까? 맞을꺼야.
뒤에 下山해서 본 것이지만, '堂골' 주차장엔 대형관광뻐스만 족히
100대는 넘게 서 있었다. 관광뻐스 뿐야? .......
前날 와서 1泊하고 일찍 산행을 시작한다는 집행부의 계획이
딱 들어 맞은 것이다.
Eisen밑에 밟히는 '뽀드득' 눈 찍히는 소리에 귀는 계속 리듬을 타고,
어느 지점에서 부턴가 루트 좌우엔 천연기념물 같은 朱木이 산재해 있다.
太古모습의 나무들도 많다. 과연 주목 群落地답다. '生千死千! ' ...... .
살아 천년이야 나이테를 떠보면 알 수도 있겠지만, 죽어 천년은? ..... .
더불어 살아보지 않고 이를 우에 알지?
(등산중 만난 첫주목앞)
(주목과 함께 그리고 백두대간)
(죽어 천년으로가는 주목)
(주목 군락지의 이정표 그리고 두남자)
장군봉을 지나 천제단이 있는 정상에 오른다.
山頂이 넓다. 아주 넓다. 대용 가라사대,
"뙈놈들 같으면 벌써 여기다 케이블카 달고, 호텔 짓고,
식당 열고 그랬을 것이다".
(장군봉에서)
북쪽으로 저 멀리 보이는 산이 함백山이라다. 날이 아주 아주 청명하다.
눈이 시리다. 하얀 사방이 눈에 들어온다. 一望無際다.
서울근교의 산에서 둘러보는 全景과 차원이 다르다. 아! ....... .
將軍峰 -天祭檀 - - -, 우리는 白頭大幹에 서 있는 것이다.
(함백산을 배경으로)
11:30(?), 천제檀에서 祭를 올린다,
제단 뒤에 상산會 깃발을 걸고. 다행스럽게도 제단 주변이 덜 붐빈다.
우리는 별로 기다리지 않고 차례를 차지할 수 있었다.
이번 산행의 主목적이 靈山에서 始山祭를 올리고자 함인데,
이 것은 더 없는 弘福이다.
(천제단에서의 시산제)
(정상의 표지석)
회장 승기가 무릎 꿇고 잔을 받아 神을 부른다.
參神하고, 獻酌하고, 讀祝하고, ...... . 상산회 11년 역사에 처음으로
'민족의 靈山'에서 제를 올린 것이다. 새 집행부, 激!
祝文
維歲次, 단기 4341년 (서기 2008년) 2월 17일, 戊子년 정월 열 하룻날,
山을 사랑하는 모임인 서울상대 69학번 商山會 회원 일동은 이 곳 太白山에서
2008년 始山祭를 거행하고자 天地神明께 엎드려 告하나이다.
全知全能하신 천지신명이시어,
금일 저희는 태고적부터 하늘을 우러러 제사를 모시던 '민족의 靈山'
태백의 天祭檀에서, 지난 한해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있게 해주신
神明님의 보살피심에 감사드리고, 때로는 철 없었던 산걸음을 반성하며,
올해의 安寧과 和合을 다짐하기 위해 전체 회원의 이름으로 祭를
올리고자 하나이다.
바라옵건데,
무자년 한 해도 회원상호간에 화목과 우정이 넘치게 하여주시고,
자연을 보호하고 더욱 사랑할 수 있도록 관찰하여 주시고,
때로 흥에 겨워 목청을 높이는 경망스러움도 너그러이 받아주시며,
무엇보다 올해도 모두가 안전하게 산행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가호가 있으시기를 간절히 所願하나이다.
전지전능하신 천지신명이시어,
회원들의 정성을 모아 酒果脯의 조촐한 祭檀을 마련하였습니다.
준비한 제단은 작고 보잘 것 없지만 어여삐 받아주시기를 바라오며,
이에 올리는 술과 음식을 기꺼이 歆饗하여 주시옵소서.
단기 4341년 戊子년 정월 열 하룻날,
상산회 一同 拜
자, 이제 관례대로라면 아늑한 장소를 찾아
'산상 파티'에 돌입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늑한 곳이 없다.
바람이 차고 얼굴이 따갑다. 누구도 파티개설에 동조할 기색이 없다.
내려가자!
망경사 못 미쳐 단종비각에 잠시 머물며 그 옛일을 잠시 새겨보기도 하고.
단종비각의 사연이 궁금한 분은 사진을 한번 음독해 볼 만하다.
정상밑, 망경寺 境內. 양지바른 쪽엔 이미 많은 이들이 차가워진
몸을 뎁히고 허기를 채우고 있다.
우리도 컵라면에 아침에 준비한 뜨거운 물을 부어서 국수를 불린다.
(단종비각)
(망경사에서의 성찬)
누가, "이거 몇분 기다리는거냐?" "바쁜 사람은 1분!"
우리는 바쁠 것이 없다. 제대로 불려서, '후루륵, 후루륵'.
1박 2일의 旅裝이 배낭안에 빵빵하니 다른 것을 넣을 자리도 없었지만,
계란말이, 연어회, 전부침등이 있었어도 추운 날 산에서 컵라면의
따끈한 국물을 당 할 수 있겠는가.
강호가 58度 대만名酒 '金門島 까오량酒'를 땄다. 58度! 란 말이다.
'캬!' 속에서 뜨거운 것이 솟구쳐 올라온다.
부산에서 왔다는 옆팀에서 삶은 문어와 초장을 건넨다,
자셔 보시라고. 손이 큰 사람이다. 제법 많은 양을 주는데 맛도 일품이다.
뻘문어라나. 그냥 물속에서 건진 문어와 그 쫄깃함이 다르단다.
窮해서 그랬는가, 성의가 고마워서 그랬는지 맛이 정말 좋다.
그래서, 58도 짜리 또 한 모금. 얼었던 얼굴이 햇볕에,
뜨거운 국물에 그리고 독주에 녹아 화끈 거린다.
대용이가, 뻘문어에 대한 답례로 지 고향 감말랭이로 답례했다.
산에서의 인심이 지상에도 번지면 세상이 한결 훈훈해 질 것이구만.
본격 下山,
이젠 올라오는 사람이 많다. 입으로 흰김을 내 뿜으며 용을 쓰며 올라온다.
나는 내려 가는데, 너희는 이제 오르느냐?
과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내려가는 우리는 스스로 자랑스럽지 않았는가.
대견(!)했다. 저들이 숨가삐 오르는 길이 하향하는 우리에겐
눈[雪]Carpet 깔린 비단길인 것이다.
한우는 횡성이 유명하다고 하나, 태백의 한우를 먹어 보기전에나
하는 얘기라면 ... . 컵라면 한개로 점심을 때웠지, 목욕했겠다,
육즙이 배어 나올 때 딱 한번 뒤집어 구워 입에 넣으면 ....., 살살 녹았다.
서울에서 제대로 고기 한점 먹으려면 집 기둥 하나는 뽑힐 판이라는데..... .
고기 맛이 일품인데 양도 푸짐하다.
'지적공사'에서 수배해 논 집이니 착오가 있을 수 없다.
'70'평생에 처음으로 보는 맛이고 量이다.
누가, 나 보고 그 집에서 머슴 살라고 그랬지,
고기 실컷 먹을 수 있을 거라고? 같이 나온 물김치, 파무침, 무채생채도
일품이더라. 그러니, 쐬주가 더 술술..... .
(현대불고기집에서 뒷풀이)
다시, 태백역으로.
16:16發 열차 1호칸 특실에 몸을 던지고 back to Seoul! "Adieu, 太白아!"
깡통맥주가 다시 터지고 아껴둔 복분자의 마지막 방울을 삼키며
다시 시시덕 시시덕. 결국 차장으로부터 경고도 받으면서 청량리 역에
도착한 시각이 20:38. 滿 30시간의 특별한 여행이 새로운 과거가 됐다.
나무랄데 없는 시산제 산행이었다.
1泊 2日의 지방행차는 당일치기 산행과는 비교가 안 되게 복잡한 것이다.
더 많은 산우가 동참할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신임 회장과 사무총장의 주도면밀한 준비와 집행으로 완벽하게 행사가 치뤄졌다.
하늘은 내내 청명한 날씨로 크게 普施하셨으니,
그분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셨다.
첫댓글 호경아, 131차 태백산 시산제 산행기 쓰느라 정말수고많았다. 너의 산행기 읽으니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영화필름 돌아가듯 새롭구나. 다른이유로 이번에 참석치 못했다면 두고두고 후회했을거란 생각이들고..... 새 집행부, 시산제준비하시느라 수고많았읍니다. 이성열사장, 한우고기집 정말 좋았어요 따봉.... 이 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