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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무명시인의 편지| 손님방
강인한 선생님께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시를 쓰고 있는 김 아무개입니다. 글의 성격상 실명을 밝히지 않는 결례를 용서하십시오. 명색이 시를 쓴다는 사람이 다른 시인들의 작품에 문제를 제기하고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일은 인간적으로 미안하고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도 있지만, 진정으로 시를 사랑하는 수많은 독자와 문단의 바람직한 풍토를 위해 망설이다가 글을 씁니다.
선생님, 다름이 아니오라 선생님 카페 ‘푸른 시의 방’ 손님방에 올리신 2011년 〈중앙신인문학상〉 당선작 ‘포란의 계절’에 대해 어떤 분이 김후인의 ‘나무의 문‘과 비슷하다는 댓글을 달았고, 선생님께서도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따로 언급하셨습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그보다 훨씬 심각하고 혐의쩍은 점이 있는 것 같아 아래에 몇 작품을 소개할까 합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제시하는 자료는 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가 뒤늦게 표절 논란으로 취소된 강정애의 ‘새장’이란 작품을 비롯하여 모두 한 시인 밑에서 동문수학한 사람들의 시입니다. 특히 이 ‘새장’이란 시는 당시 서울신문 社告에도 나온 바와 같이 ‘2009년 정지용백일장’ 차상에 입상한 이슬의 ‘우산’이란 시와 너무도 흡사하여 충격을 주었던 작품입니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지나칠 수 없는 불미스런 현상들이 한 스승 아래서 자주 일어납니다. 이번 중앙신인문학상 당선자 역시 같은 문하생임이 밝혀졌습니다. 시를 누구한테 배우든 누구의 영향을 받든 그것은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일부 얍삽한 시인들이 등단에 목말라하는 문학도들을 마치 입시과외 하듯 첨삭, 대필해주고 천편일률적으로 찍어내지 않나 하는 의심이 듭니다. 아울러 이름만 가리면 한 사람의 작품 같은 이러한 시들이 지속적으로 당선되는 것을 보면 심사자의 능력에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선생님, 외람스럽지만 아래 시 몇 편을 살펴보아 주셨으면 합니다. 참고로 이번 중앙신인문학상 당선작의 노란색 부분이 문제가 있어 보이는 부분입니다. 바로 옆 괄호 안은 타 시인의 작품을 옮겨온 것입니다.(아래 당해 작품에도 노란색 표시를 해두었습니다.*한글 파일을 여기에 옮기면서 노란색이 사라짐) 물론 시의 모티브나 주제까지는 논외로 치겠습니다. 어쩌면 저의 지적이 지나치다 싶은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모방이냐 표절이냐를 떠나 최소한 작품의 독창성이나 순수성에 있어서만큼은 크게 문제가 있다고 보는데 선생님의 고견은 어떠하신지 궁금합니다.
늘 후학들을 위해 애쓰시는 선생님께 정체불명의 글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 글은 문단의 원로이신 선생님께서 올곧은 시 정신을 일깨워주기를 바라는 마음 외에는 아무런 사심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가르침 기다리겠습니다.
포란의 계절 / 김미나 <중앙신인문학상 당선작>
흔들리는 집을 짓는 것들은(흔들리는 푸른 것들은) 날개들뿐이다. 새들의 건축법에는 면적을 재는 기준이 직선에 있다고 나와 있다. 직선은 흔들리는 골재를 갖고 있다. 문 없는 집,(나무는 어디가 문일까) 계단 없는 집, 지붕이 없는 집,(지붕 없는 새의 빈 집) 없는 게 너무 많아 그 집을 탐하는 것들도 별로 없다.
미루나무에 빈집 몇 채 얹혀 있다. 층층을 골라 다세대 주택 같다.(허공에도 층층이 있어,) 포란의 계절에만 공중의 집(공중의 거처)에 전세를 드는 새들, 알들이 아랫목처럼 따뜻할 것 같다. 아궁이에선 초록의 연기가 피어 오르고(초록의 연기가다 빠져 나가고) 어둠을 끌어다 덮으면 아랫목에서 날개가 파닥일 것 같다.
공중 집을 보면 새들의 작고 뾰죽한 부리가(새의 혀들, 부리를 묻고 있는) 생각난다. 날개에 붙어 있는 공중의 주소,(공중의 거처) 셀 수 없는 바람의 잔가지들이 엉켜 있어 수시로 드나드는 바람엔 개의치 않는다. 양 날개에 바람을 차고 나뭇가지를 나르던 가설의 건축.
쌀쌀한 날씨에 군불처럼 둥지에 앉아 있는 새들.(제 무게를 버리는 새들 )
불안한 울음이 가득한(불안한 노래가 빵빵하게 들어 있는) 포란의 집. 짹짹거리는 소리가 나뭇가지를 옮겨 다닌다. 직선의 면적에(직선의 평수 안) 둥근 방. 문고리가 없다.
이제 소란한 공중은 새들의 소유다. (공중의 거처가 소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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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 / 강정애 <2011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취소작>
나무 밑 떨어진 이파리들은 모두 누군가 한 번쯤 신었던 흔적이 있다 낡은 그늘과 구겨진 울음소리가 들어있는 이파리들 나무 한 그루를 데우기 위해 붉은 온도를 가졌던 모습이다
저녁의 노을이 모여드는 한 그루 단풍나무 새장
새들이 단풍나무에 가득 들어 있는 저녁 무렵 공중의 거처가 소란스럽다. 후렴은 땅에 버리는 불안한 노래가 빵빵하게 들어 있는 한 그루 새장이 걸려 있다 먼 곳을 날아와 제 무게를 버리는 새들 촘촘한 나뭇가지가 잡고 있는 직선의 평수 안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후드득, 떨어지는 새들의 발자국들
모든 소리를 다 비운 새들이 날아가는
열려 있으면서 또한 무성하게 닫혀 있는 새장 허공의 바람자물통이 달려 있는 저 집의 왁자한 방들 잎의 계절이 다 지고 먼 곳에서 도착한 바람이 그늘마저 둘둘 말아 가면 새들이 앉았던 자리마다 새의 혀들만 남아 있을 것이다
그늘이 사라진 자리에는 새의 혓바닥들만 부스럭거릴 것이다
모두 그늘을 접는 계절 간혹, 지붕 없는 새의 빈 집과 느슨한 바람들만 붙어 흔들리다 간다 한 그루 단풍나무가 제 가슴팍에 부리를 묻고 있는 저녁 후드득, 바닥에 떨어지는 나무의 귀 누군가 새들의 신발을 주워 책갈피에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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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문 / 김후인 <2011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 취소작>
몇 층의 구름이 바람을 몰고간다 그 몇 층 사이의 긴 장마와 연기가 접혀 있을 것 같다 바람의 층 사이에 머무르는 種들이 많다 發芽라는 말 옆에 온갖 씨앗을 묻어 둔다 여름, 후드득 소리 나는 것들을 씨앗이라고 말해본다
나는 조용히 입 열고 씨앗을 뱉어낸 최초의 울음이었다
오래 된 떡갈나무 창고 옆에 나뭇가지 같은 방 하나 들였다 나무에 걸린 바람을 들여놓고 싶었다 지붕이 비었을 때엔 빗소리가 크다 빈 아궁이에 솔가지 불을 밀어 넣으면 물이 날아올랐다 물기를 머금고 사는 것들이 방안을 채울 줄 알았다 아궁이 앞에서 뜨거운 울음의 족보를 본다
실어 온 씨앗으로 바람은 키 작은 뽕나무를 키웠다 초여름, 초록이 타고 푸른 연기가 날아오르고 까만 오디가 달렸다
문을 세웠더니 바깥이 들어와 빈 방이 되었다 바람의 어느 층이 키운 나무들은 흰 연기를 품고 있다 어제는 나무의 안쪽이 자라고 오늘 나무의 바깥이 자랐다
나무는 어디가 문일까
문을 열어 놓은 나무들 마다 초록의 연기가 다 빠져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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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설 / 박해람 <2008 현대문학 발표, 경운서당 운영>
-전략- 너는 왜 몸밖에 없는 것들에게 왜 문을 열어주었던 것이냐
아무리 흔들려도 저 木家의 밖은 멀리 떠나지 않고 흔들리는 푸른 것들은 바람의 고삐에 묶여 있다 고삐는 가고 깊은 곳으로 팽팽하다 바람의 고삐에 가끔 몸이 휘어지지만 결국 끌려가지 못하고 버티는 나무의 머리채가 떨구는 그악스런 독설들
-후략-
독설-2
-전략-
허공에도 층층이 있어 저마다 듣는 바람의 소리에 높이가 있다 땅에 내려놓은 半身은 멀리서의 으스스함을 먼저 알아차린다 개미는 아침을 건너 비를 피했으며 독설이 생기기 전 마른 잎에는 그 어떤 침도 고이지 않았다 모든 선험은 독설의 후렴 제각각 후미가 있듯 나는 내 말의 후미를 바라본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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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시는 2011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인 강정애의 ‘새장’이 당선 취소된 근거로 제시된 시입니다. 강정애, 김후인, 이슬, 김미나 모두 박해람 시인이 운영하는 ‘경운서당’ 동문수학자들입니다.
우산 / 이슬 <2009 정지용백일장 차상 당선작>
모든 것들은 제 무게만큼의 그늘을 키우며 산다 잎 넓은 오동나무 밑으로 비를 피해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고 보면 모든 나무들은 방수의 그늘이 있다 활짝 우산이 펼쳐지듯 잎을 피워낸 그늘 밑으로 촘촘한 나뭇가지가 잡고 있는 잎의 넓이들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후드득, 살구처럼 떨어지는 소리들
새들이 비를 피해 나뭇가지에 앉아있다 모든 소리를 다 비우고서야 새들이 우산 밖으로 후드득 날아간다
잎의 계절이 다지고 먼 곳에서 도착한 바람이 그늘마저 둘둘 말아 가면 새들이 앉았던 자리마다 새의 혀들이 소란스럽게 돋아날 준비를 할 것이다
몇 번의 여우비와 몇 번의 소나기가 다녀갈 것이고 그러는 사이 몇 개의 우산살은 부러질지도 모른다 자동으로 펴졌다 접히는 우산 모두 그늘을 다 접는 계절이 오면 간혹, 지붕 없는 새의 빈 집과 느슨한 바람들만 붙어 흔들리다 갈 것이다
그늘이 사라진 자리에는 새의 혓바닥들만 부스럭거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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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서울신문 사건도 자세히 알고 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경운서당' 얘기를 듣고 그 문하생들의 시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거의 모두가 똑같은 수법의 시였습니다.
이번 〈중앙신인문학상〉 당선작은 첫 행을 읽자마자 알았습니다. 〈현대시〉 당선작 또한 읽으면서 당연히 짐작이 갔습니다. 매번 속아 넘어가는 심사위원들이 안타까웠습니다.
일련의 상황을 놓고 볼 때 심하게 말하자면 고액수강료를 미끼로 가필이나 대필까지 해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창작 지도를 하는 일 자체는 존경 받을 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마다 가진 개성을 살리고 잠재력을 일깨워주는 지도라야지 과외교습소처럼 천편일률적으로 찍어내는 건 시를 욕되게 하고 시인을 욕되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 개인의 명예욕이 시단의 풍토를 어지럽히고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아무 곳에서나 이런 말을 하면 특정 시인을 음해하는 셈이 되고 당선자들은 당선자대로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참아왔습니다.
아무튼 선생님께라도 편지를 띄우니 마음이 조금은 후련해집니다. 기회가 되면 이실직고하고 인사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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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들에서 언급된 분들이 반론이나 변명을 위하여 할 말이 있으면
저(강인한)에게 메일을 보내주십시오.
강인한의 이메일 주소 poemory@hanmail.net
억울하게 욕먹는 일이 있다면 풀어드려야 마땅할 것이며
반론을 주신다면 그 메일을 받는 즉시 여기 [손님방]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2011. 10. 17 강 인 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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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자료 하나 추가합니다. _ 2011. 10. 21 강인한.
오르골 / 이슬 (2010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 취소 _ 사유; 중복 투고)
나무의 뿌리들이 태엽을 감고 있는 시간 누군가 상자뚜껑을 열듯 소리를 쏟아내는 나무들의 춤 소리가 멎을 때까지 흔들리는 일에 한창이다 울긋불긋 어지러운 현기증을 다 털어낸 자리 나뭇가지를 뛰어 다니며 놀던 수액들은 모두 바람이 된다 앞뒤를 보여주며 숨기는 것 없다는 듯 보여주는 엽록의 투명한 연주가 길다 잎의 사이사이마다 음계가 반짝거린다
새들이 앉았다 간 나무 밑마다 불안한 노래가 가득 떨어져 있다 뿌리가 감고 있는 것은 깊은 어둠이다 칸칸의 어둠에 앉았다 날아가는 새들 가끔 잎을 털어내는 환한 시간이면 날아오르는 새들이 있다
가장 밝았던 한 때 꽃잎의 치어들을 다 허공에 날려 보내고 나무는 지금 푸르게 비어 있다 꽃의 그늘이 진 자리에 초록의 소리가 가득하다
바람의 흔적이 가득한 나무 속 나이테를 돌아 풀어지는 태엽 평생 춤출 곡이 빙빙 돌아 어지럽게 새겨져 있다
푸른 치마를 입고 거꾸로 서서 흔들리는 듯 바람이 상자를 닫는 시간 음계들이 떨어진 나무 밑에는 그늘도 다 졌다 나선형의 나이테 그 길이만큼 춤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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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범하고 감각적인 사유 … 신예 출현 기대
예심에서 올라온 작품들을 유심히 읽었다. 시적인 대상을 나름의 감각과 사유로 형상화하는 능력이 돋보였으나 아쉬움이 아주 없진 않았다. 단정하고 힘 있는 문장이 드물었고, 대개는 장황했다. 한 편의 시는 생략을 통해 되비추는 것이 있어야 한다.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이 불가피했다면 그것에는 명백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이다. 임요희씨가 투고한 ‘포장’외 3편의 작품 가운데 ‘포장’을 주목해서 읽었다. “흰 천으로 싼다”는 이 ‘포장’의 의미는 꽤 중의적으로 읽혔다. 존재의 흔적을 없애는 행위, 혹은 철거라는 의미에 상당할 이 상징은 신선했다. 다만 다른 작품들의 수준이 이 작품에 비해 미흡했다. 이문정씨의 ‘장수풍뎅이 우화기’외 5편은 시적인 대상을 내심(內心)으로 끌고 들어가는 인력(引力)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현시한 서정의 내용이 대체로 평이했다. 박은영씨의 ‘검버섯’외 2편은 마지막까지 당선작과 함께 경합을 벌인 작품들이었다. 무엇보다 박씨의 작품은 가만가만 나아가는 시행의 보폭이 신뢰를 갖게 했다. 솔직했고, 과장이 적었다. 작품의 내용이 가계(家系)에 국한된 것들이어서 다른 작품들을 더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끝까지 떨쳐버릴 수 없었다. 이슬씨의 ‘모닥불이 달을 굽는다’외 3편은 첫눈에 들었다. 이슬씨의 작품은 부드럽지만 독특한 상상력을 선보여 위력적이었다. 시적인 대상을 둥글게 감싸는 빛 같은 게 느껴졌다. 대상을 그 외곽에서 한 번 더 감싸는 이 비범하고도 감각적인 사유는 대상에 대한 무궁한 사랑과 뛰어난 통시(洞視)에서 비롯된 것임에 분명하다.
시 쓰는 이로서의 미덕을 천생 갖추었다고 하겠다. 이 신예의 출현을 각별히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가라는 당부를 드린다. 당선을 축하한다.
[심사위원]
이문재 ▲경희대 국문과 졸업 ▲1982년 ‘시운동’에 ‘우리 살던 옛집 지붕’을 발표하며 등단 ▲1995년 김달진문학상, 1996년·2002년 소월시 문학상, 1999년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2005년 지훈문학상, 2007년 노작문학상 등 수상 ▲시집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 ‘산책시편’ ‘마음의 오지’, ‘제국호텔’, 산문집 ‘내가 만난 시와 시인’, ‘이문재 산문집’ 등 다수 ▲경희사이버대 미디어문창과 교수
문태준 ▲고려대 국문과 졸업 ▲199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시 ‘處暑’외 아홉 편이 당선돼 등단 ▲ 2004년 ‘동서문학상’, ‘노작문학상’, ‘유심작품상’, 2005년 ‘미당문학상’, 2007년 ‘제21회 소월시문학상’ 수상 ▲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가재미’, ‘그늘의 발달’ 등 시집 다수 ▲현재 ‘시힘’ 동인.
‘新春’ 85년 사상 첫 여고생 당선 17세 천재 소녀시인 문단 강타 57년 전통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 용인 동백고 이 슬양
매년 12월이되면 전국의 문학청년들은 ‘신춘문예 열병’을 앓는다. 올해도 어김없이 주요 일간지의 신춘문예에는 전국에서 수많은 예비문인들이 밤을 새워가며 써내려간 원고들이 줄을 이었다. 이들 가운데 2010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서 만 17세의 여고생이 당선돼 화제다. 최근 국내 일간지 신춘문예 당선자로서는 최연소 기록이다. 주인공은 용인 동백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이슬(사진) 양으로, 2010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모닥불이 달을 굽는다’외 3편을 응모해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당선작은 ‘오르골’. `나무의 뿌리들이 태엽을 감고 있는 시간/누군가 상자뚜껑을 열듯 소리를 쏟아내는 나무들의 춤'으로 시작되는 `오르골'은 섬세한 관찰력과 음악을 듣는 듯힌 감각적인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심사를 맡은 문태준 시인은 “부드럽지만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인 위력적인 작품이었다”며 “대상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뛰어난 통시(洞視)에서 비롯된 비범하고도 감각적인 사유가 번득인다”고 평했다. 지금까지 국내 일간지 신춘문예 최연소 당선 기록은 1938년 당시 18세에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뽑힌 곽하신(89)옹이다. 입선과 가작을 포함하면 아동문학가 고(故) 윤석중(1911∼2003)씨가 14세의 나이로 192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부문에 가작 입선한 것이 최연소 기록이다. 최근에는 200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에 ‘변기’로 당선된 당시 만 19세의 홍지현씨가 있다. 이밖에 고등학교 3학년 때 ‘사상계’ 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한 소설가 황석영씨, 고등학교 2학년 때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입선한 소설가 최인호씨 등이 대표적인 10대 등단 문인(文人)들로 알려져 있다. 이 양이 글 쓰기에 관심을 가진 것은 고등학교 1학년때 부터. 중학교 때부터 지역문학회 활동에 열심인 엄마 송남순(44)씨를 따라다니며 문학과 친해진 이 양은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본격적인 글 쓰기를 시작했다. 이후 시쓰기의 매력에 푹빠진 이 양은 각종 백일장과 예술제 등에서 입상하며 문재(文才)를 인정받았다. 자기계발서 등 다양한 책 읽기를 좋아하고 사색을 즐긴다는 이 양은 “어디든 시선이 머무는 곳을 관찰해 소재거리를 찾는다”면서 “남들과 다른 독특한 시선으로 사물을 대하려고 노력하는 게 내 시 쓰기의 원천이 아닌가 싶다”고 말한다. 지금도 이 양은 지역 문학회에서 운영하는 시 창작교실에서 배우고 익히기를 반복하고 있다. 배용제 시인과 김중일 시인의 시를 즐겨 읽고 시 선생님이기도 한 박해람 시인의 작품을 좋아한다는 이 양은 “평범한 사물에서 다양한 빛깔의 감흥을 찾아내고 이를 나만의 화법으로 멋지게 표현할 수 있는 시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이 양은 이번 당선이 ‘등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만큼 학업에 열중해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하고 싶다”고 밝혔다.
[시 당선소감] 당선의 무게 큰 성장통 될 것
각각의 사람과 사물에게는 그 고유한 시간이 있습니다. 아쉽게도 저에게는 그 고유한 시간의 부피가 부족합니다. 또한 모든 관계에 사이가 있듯, 저는 저와의 시차를 확인하려 스스로 사이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너무 어려서 저 다운 것들과 멀리했던 그 사이를 오늘은 끌어당겨 다정하게 팔짱을 기고 싶은 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번 응모 결과가 또 다른 시차를 제게 던져 주는군요. 시차 부적응시에 두통과 초조함을 유발하듯 당선이라는 무게는 저에게 부담과 불안함을 유발했습니다. 이것이 성장통의 한 종류라면 꽤 괜찮기도 하고 꽤 잔인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마치 미팅을 주선하듯 시와 만나게 해 주시고 아직 어린 자질을 칭찬해주신, 그러나 여전히 무서운 박해람 선생님! 이제는 제 두려움도 다독거려 주시리라 믿습니다. 늘 말씀하신 명분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부모님, 특히 엄마! 엄마와 함께 시를 공부하는 시간들이 너무 행복했습니다. 멀리 백일장에 갈 때 운전기사를 자처해주신 아빠! 자만하지 말라시던 그 말씀까지도 사랑합니다. 그리고 동생들, 함께 공부하는 '경운서당' 학동님들.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은 용인문학 회원님들. 모두모두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제가 읽었던 모든 시들과 부족한 시를 선택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께 마음 숙여 감사드립니다. 또한 광주일보사의 선택에 누가 되지 않는 시를 쓰겠습니다. 잊지 못 할 새해가 될 것 같습니다 ------------------------------------------------------------------------------------------------- 권기만 10.01.03. 08:52
같은 제목의 시가 영남일보와 경남신문 최종심에도 올랐는데 중복투고가 확실한데 과연 당선으로 밀지가 궁금하네요. 광주일보에는 작품 공개가 안되고 있던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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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만 10.01.04. 09:38
왜 동시로 당선 발표가 나는지? 문태준 시인이 심사를 했다고 하는데 문 시인은 어디로 가고 없는지? 동화 심사평에 시 심사평이 들어가 있는 등, 정말 엉터리 기사를 싣는 이유가 뭔지? 좀 더 시간이 지나서 자체 교정이 되어야 의문이 해소 될 듯 싶네요. 중복투고도 아무 상관 없다는 전례는 여전히 유효한 것 같고요.
권기만 10.01.17. 12:42
결국 당선이 취소가 되었네요. 사필귀정! 어린 나이에 나쁜 것부터 배우면 안되겠죠. 매운 회초리가 됐기를 바래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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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시 따라 님, 좋은 자료 안내해 주시어 고맙습니다. 시 공부하는 이들에게 참고가 될 줄 압니다.
표절한다는 것은 시 정신 바탕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겠지요?
독자적으로 비슷한 시상을 가질 수도 있으니 저자의 양심에 맡기는 수밖에요.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