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불경의 탄생 인도 불경의 번역과 두 문화의 만남
이종철 저 | 창비 | 2008년 04월 30일
[책소개]
'서남동양학술총서' 시리즈 열세 번째 책으로, 한역불전 역경가들의 생애와 번역 작업을 사료에 근거해서 복원하는 한편, 그들의 번역이 중국에 끼친 사상사적 · 문화사적 영향을 살펴본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학국학대학원 철학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당시의 역경가가 번역 과정에서 고투했을 번역어의 할당 문제, 번역 과정에서 고안해낸 나름의 번역 이론과 상이한 문화 간의 대화 문제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또한 당대 최고의 사상사 · 문필가였던 역경고승 20여명의 생애와 번역 과정의 고투를 통해 동아시아 불교 사상의 거대한 흐름을 압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나아가 대중을 상대로 한 대승경전과 철학적 요소가 강한 논서에 각기 다르게 적용된 당시의 번역 태도를 두고, 서로 다른 문화의 대화 가능성과 보편적 생활세계의 객관성을 모색하는 교훈으로 삼을 것을 제안한다.
[목차]
서남동양학술총서 간행사| 21세기에 다시 쓴 간행사
책머리에|동아시아의 문화적 용광로,한역불전
제1장 중국 역경사의 거시적 소묘
1.번역문을 둘러싼 갈등:내용이냐 형식아냐?
2.번역의 일차적 현실태:격의(格義)
3.번역의 실현:구마라집과 현장의 번역
4.중국 역경사의 교훈
제2장 중국 역경사의 명장면
1.붓다(buddha)의 한역 '불(佛)'
2.다르마(dharma)의 한역 '법(法)'
3.상가(samgha)의 한역 '승(僧)'
4.수수께끼의 첫 한역 『사십이장경』
5.중국 역경사의 효시 안세고
6.대승경전의 첫 역경가 지루가참
7.삼국시대의 역경작업:오나라으 '지혜주머니'지겸과 강남불교의 홍륭자 강승희
8.양진시대 불교계의 동향
9.위진현학과 불교
10.서진의 '돈황보살'축법호
11.오호십육국시대의 '대화상'불도징:불교와 민족
12.중국 역경사의 길잡이 도안
13.중국 역경사의 첫 분수령 구마라집
14.구마라집의 문하:승조와 축도생
15.북량의 비운의 역경가 담무참
16.남북조시대 불교계의 동향
17.남조의 '마하연'구나발타라
18.북조의 '역경 원장(元匠)'보리류지
19.남조의 유랑(流浪)의 역경가 진제
20.남북조시대 유식사상의 과제:알라야식과 아밀라식
21.수·당시대 불교계의 동향
22.중국 역경사의 최고봉 현장
23.『화엄경』의 마지막 역경가 실차난타
24.중국 역경사의 대미(大尾)의정
제3장 중국 역경사의 여적(餘適) 1
:인도불전과 한역 사이에서
1.구마라집의 한역 『중론』'귀경게'에서 맞닥뜨리는 몇가지 의문
2.구마라집의 한역 『중론』에서 '인연(因緣)'의 용례
3.『중론송』귀경게의 번역을 우한 해석학적 지평
4.'팔불게(八不偈)'의 해석
제4장 중국 역경사의 여적(餘適) 2
:인도문화의 '공(空)'과 중국문화의 '무(無)'의 만남을 돌이켜보며
1.유(有)·무(無)와 공(空)의 변별
2.공(空)에 대한 중국적 해석의 전개
3.공사상은 역설이라는 오해
4.공사상은 주장도 부정도 없다는 오해
맺음말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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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 이종철
1959년에 태어나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토요꾜오(東京)대학교 대학원에서 인도철학 · 불교학으로 석 ·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학국학대학원 철학교수로 재직중이다. 주요 논저로 The Tibetan Text of the Vy?khy?yukti of Vasubandhu, Abhidharmako?abh??ya of Vasubandhu, Chapter 9: ?tmav?daprati?edha...
[출판사 리뷰]
중국 후한부터 송대까지 산스크리트어 불경을 번역한 한역불전(漢譯佛典) 역경가들의 생애와 번역 작업을 복원하고, 그들의 번역이 중국에 끼친 사상사?문화사적 영향을 살펴보는 책이다. 당시의 역경가가 번역 과정에서 고투했을 번역어의 할당 문제, 번역 과정에서 고안해낸 나름의 번역 이론을 소개하고, 동아시아 불교사상 형성에 기틀이 된 핵심개념들의 창조적 변용을 논구한다.
동아시아의 문화적 용광로, 한역불전
중국에 불교가 전해진 때는 대략 1세기 전후로 보지만, 그 본격적인 전래는 2세기 중반 인도 불전의 한역(漢譯)이 시작되는 시점으로 잡는 것이 보통이다. 그후 1,000년에 걸쳐 이루어지는 한역은 그 과정 자체가 동아시아 불교사상의 심화이자 인도와 중국 두 문화의 지성사적 충돌과 원융의 용광로였다. 산스크리트어 불전에 나타나는 일군의 개념어들은 한역불전을 지식의 원천으로 삼아 새롭게 자신의 사상을 형성한 동아시아 불교사상가들의 핵심개념과 중요한 연결고리를 형성한다. 서양 기원전후의 그리스어와 아랍어 번역, 르네쌍스의 라틴어 고전 부활, 계몽시대 자국어 성서 운동이 보여주듯 고전과 경전의 번역은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였다. 동아시아에서는 5~9세기 장안(長安)과 개화기 일본의 번역 사업이 좋은 예인데, 그 뿌리에는 한역불전의 유구한 전통이 있다.
직역이냐 의역이냐를 둘러싼 경전의 번역논쟁
인도 불전의 역경사는 구마라집과 현장을 두 분기점으로, 고역(古譯)?구역(舊譯)?신역(新譯) 세 시기로 나뉜다. 고역기는 인도 불전의 꾸밈없는 직역이 중시되었다. 초기의 번역가들이 대개 인도인 또는 서역인이었기 때문에 격조 높은 한문을 구사할 수 없는 사정도 있었다. 점차 중국인 역경가들이 나오면서 주요 개념어를 한자로 음사(音寫)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내용과 문체를 고루 갖춘 역경에 대한 요구가 거세졌다. 이러한 요구는 동진시대 들어 불교 이해에 ‘해석학적 방법’을 도입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하여 중국고전, 특히 노장사상의 술어를 다수 끌어들여 그것에 빗대 원문의 뜻을 해설하는 ‘격의(格義)’ 방식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이 또한 경전의 진의를 해치고 천박한 이해로 끌어내리는 우를 범하는 때가 많았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격의가 단순히 낯선 것과 익숙한 것의 일대일 치환이 아니라 의미의 심층으로 내려가는 도구가 되는 ‘해석학적 사다리’가 되어야 한다는 합의에 도달했다.
텍스트의 성격에 따른 상이한 번역 태도
인도 출신의 역경가 구마라집의 출현으로 고역기가 끝나고 구역기가 시작된다. 포교를 중시한 구마라집은 거의 창작에 가까운 의역을 구사했다. 그의 작업 방식은 역장(譯場)에서 설법을 병행하는 식이었으며 많은 중국인 제자의 조력을 받았다. 구역기를 마치고 신역기를 연 현장은 구마라집과 달리 직역의 가치를 높이 보고 좀더 섬세한 기술적 접근을 꾀했으며, 주로 철학적 논서에 탁월했다. 현장의 번역으로 기존 중국의 관념어에 새로운 어휘가 보태지고 한자문화권의 사유지평이 확대되었다. 대중을 상대로 한 대승경전과 철학적 요소가 강한 논서에 각기 다르게 적용된 번역 태도는 지금의 번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이밖에도 이 책은 당대 최고의 사상가?문필가였던 역경고승 20여명의 생애와 번역 과정의 고투를 통해 동아시아 불교사상의 거대한 흐름을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인도의 ‘공(空)’과 중국의 ‘무(無)’
번역어의 변천은 문헌사적 문제를 넘어 상이한 문화의 수용?변용이라는 거대담론의 주제로 확장된다. 고역기의 번역어 ‘무(無)’가 구마라집에 의해 ‘공(空)’으로 대체되기까지의 200년은 기존의 의미틀을 부수고 새로운 해석학적 지평을 연 상징적 사건이자 중국을 중심으로 한자문화권의 독자적 불교사상?문화가 피어나는 성장기였다. 이후 중국에서는 ‘종파불교’가 세차게 전개되고 삼론종, 천태종, 화엄종 등 절충의 노력이 있었지만 결국 선불교가 종착역이 되었다. 저자는 이같은 중국불교의 창조적 변용과 재해석에 큰 의미를 두면서도 또한 서로 다른 문화의 대화 가능성과 보편적 생활세계의 객관성을 모색하는 교훈으로 삼자고 제안한다.
접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