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병영 / 성낙범
기상나팔소리 짧은 점호
낮에는 아름답고 밤에는 행복했다
멀리 사철검게 보이는 북녘의 오성산
민들레 벌판의 은하천과 철책선
금강산가던 녹슨철교 옆 백골전선교회
늦가을 정연리 방앗간 기계소리
흘러내리는 듯한 밤하늘의 은하수
행군이 끝나고 마시던 한잔술에
우리는 군인이고 좋은 직장이라던 전우들
죽어 백골이 되어도 지켜야 하는 나의 진지
전쟁은 평화스럽고 자유는 구속이다.
소년병 만홍이형 / 성낙범
충무로 나산다방 앞 구두수선점
6.25 전쟁시 인민군 소년병
짧은 머리의 만홍이형 졸고 있다
영화사 의상소품 잡일로 젊음을 보내고
두고온 고향 평산의 토담집 흙냄새
차가운 바람을 그리워하던 형
몇년만에 전곡읍 거리에서 만났다
건강하고 웃는 모습 손에는 빈반찬통
짧은 만남에 연천군의 복지혜택자랑
지금은 북의 고향으로 바람과 함께 가버린 형
평생 혼자서 그리워하던 고향가는 길목
한산한 전곡읍 거리에 오늘도 서성인다.
한탄강 사랑교 / 성낙범
국도37번 도로를 따라서 철원가는 길
굽이쳐 흐르는 한탄강 허리의 사랑교
20년전 보다 넓고 길어진 다리
새로운 모습에 당황스럽다
세월은 사랑도 다리도 변하는 것인가
강물은 잔잔하고 넓은 곳으로 흐른다
사랑이 있는 곳에 신과 함께 다리가 있다
보내지 않아도 가버리는 그을린 사랑
항상 간절한 사랑도 지루함도 같이 흐른다.
카페 게시글
중구문학제15호 원고 모음방
성낙범 (나의 병영/소년병 만홍이형/한탄강 사랑교)
정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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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3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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