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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비담심론 제8권
9. 수다라품(修多羅品)[5], 22근
[22근(根)]
【문】세존께서는 스물두 가지 근(根)을 말씀하셨는데, 그것은 어떤 것인가?
【답】
이른바 눈 등의 네 가지 근과
신근(身根)의 세 종류가 있고
의근(意根) 및 명(命)이니
이 근은 생사의 의지처이다.
‘이른바 눈 등의 네 가지 근’이라 한 것은 「계품(界品)」에서 설명한 바와 같다.
‘신근의 세 종류가 있다’라고 한 것은 신근(身根)ㆍ남근(男根)ㆍ여근(女根)의 세 종류를 말한 것이다. 뜻은 의근(意根)에 속하는데 이는 이미 앞에서 설명하였나니, 의계(意界)가 곧 의근이기 때문이다.
‘명’이라 했는데, 수명을 명근(命根)이라 한 것이다.
‘이 근은 생사의 의지처이다’라고 한 것은 이 모든 근은 생사의 의지처가 되기 때문에 근이라고 건립함을 말한 것이다.
【문】근(根)에는 어떤 뜻이 있는가?
【답】
증상(增上)이 곧 근의 뜻이다.
다섯 가지 근에 네 종류를 말하니
알아야 한다. 나머지 네 근도
각기 두 가지의 증상이 있다.
‘증상(增上)99)이 곧 근의 뜻이다’라고 했는데, 그것이 불어나고 더욱 높이 올라간다는 것이 곧 근의 뜻이며,
‘단정 장엄하다’는 것이 곧 근의 뜻이다.
‘뛰어나다’는 것이 근의 뜻이며,
‘위[上]’ㆍ‘주인[主]’이 곧 근의 뜻이다.
비록 모든 유위법이 각각 증상한다 하더라도 혹은 뛰어나고 혹은 열등함이 있으니, 뛰어난 것을 근으로 세움을 알아야 한다.
마치 인간 세계의 주인이나 하늘 세계의 주인의 차별이 있는 것과도 같다.
【문】증상의 뜻에는 몇 종류의 구분이 있는가?
【답】눈 등에는 네 종류의 증상이 있다. 다시 말해 눈 등의 오근(五根)에는 네 종류의 증상하는 연(緣)이 있으니, 즉 몸을 단정하고 장엄하는 일과 자기 몸을 이끌어 키우는 일과 의지처로서 인식을 발생시키는 일과 독자적인 기능[不共事]이 그것이다.
그 안근이 몸을 단엄하게 해 주니, 만약 안근(眼根)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사람들이 기쁘게 보지 못하고 많은 곳에서 미움을 받아 증상되지 않는다.
자기 몸을 인도하고 보양하니, 가령 눈으로 위태로운 것과 안전한 것을 보게 되면 위태로운 곳을 버리고 안전한 곳으로 가게 하여 몸을 오래도록 그곳에 머물게 한다.
의지처로서 인식을 발생시키니, 눈에 의지하여 안식(眼識) 및 이에 상응하는 법이 생겨나게 된다.
독자적인 기능이 있으니, 오직 눈만이 색을 볼 수 있을 뿐 다른 기능은 해당되지 않는 것이다.
이근(耳根)이 몸을 단엄하게 해 주고 자기 몸을 인도 보양해 주는 것도 앞의 눈의 경우와 같다.
귀를 근거로 인식이 생기는 것은 귀에 근거하여 이식(耳識)과 이에 상응하는 법이 생긴다.
독자적인 기능이 있으니, 오직 귀만이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뿐 다른 기능은 해당되지 않는다.
나머지 기관도 몸을 단엄하게 해 줌은 앞에서 말한 내용과 같다.
자기 몸을 이끌어 장양하니, 이 세 근은 보통 음식으로써 몸을 오래도록 세상에 머물게 하여 준다.
이 근을 의지처로 인식이 생기니, 이 세 근은 각각 자신의 식을 일으킨다.
독자적인 기능이 있으니, 각각의 경계를 행하는 것이다.
‘알아야 한다. 나머지 네 근도 두 가지의 증상이 있다’라고 했는데,
남근(男根)과 여근(女根)에 각기 두 가지 증상연(增上緣)이 있는 까닭에 뛰어나다. 즉 중생의 구별이 있고 모습이 구별이 있는 것이다.
애초에는 하나의 중생이었지만, 두 근이 생기고 나면 중생의 구별 및 모습의 구별이 있게 된다.
또한 번뇌와 청정 때문이니, 곧 이 두 근을 구족해서 율의(律儀)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거나 내지 오무간지옥(五無間地獄)에 떨어질 업을 짓고 선(善)한 뿌리를 끊을 수도 있게 된다.
그러나 청정한 사람의 경우에는 율의를 받아들임과 득과(得果)와 이욕(離欲)과 삼승(三乘)의 종자를 심게 된다.
만약 근의 형태가 없거나 두 가지 형태라면100) 이와 같은 선하고 악한 일이 일어날 수 없다.
명근(命根)은 몸을 상속하고 유지하는 기능이다. 의근(意根)은 앞으로 다가올 존재[有]로 이어지며 자유자재로 따라 전개하는 기능이 있다.
존재[有]의 상속이란 ‘향음(香陰)은 두 마음이 있어 전전하면서 눈앞에 나타난다’고 설명한 바와 같다. 그것이 사랑스러운 것이든 노여운 것이든 그러하다.
자재란 ‘마음이 세간을 이끌어 간다’고 설명한 바와 같다.
이와 같이 널리 설명되는 것이다.
수(受)는 혹은 번뇌분(煩惱分)이며
믿음 등은 청정함에 의지한다.
아홉 근은 혹은 무루(無漏)라면
이 셋은 도(道)에 의지한다.
‘수(受)는 혹은 번뇌분(煩惱分)이다’라고 한 것은
고근(苦根)ㆍ낙근(樂根)ㆍ희근(喜根)ㆍ우근(憂根)ㆍ사근(捨根)의 수(受)는 번뇌의 일부분에 따라 순응하여 증상연(增上緣)이 됨을 말한다.
즉 수는 모든 번뇌를 몸에 배게 한다. 수에 즐거이 집착하는 까닭에 번뇌에 염착하게 된다.
또한 수는 번뇌와 청정의 증상연이 된다.
번뇌분(煩惱分)이란 ‘낙수(樂受)는 탐욕의 번뇌, 고수(苦受)는 노여움의 번뇌, 사수(捨受)는 어리석음의 번뇌의 증상연이 된다’고 설명된 바와 같다.
청정분(淸淨分)이란 ‘즐거움이란 자기 마음을 안정시키는 인이 된다. 고제ㆍ집제는 신근(信根)의 의지처이고, 여섯 출리(出離)는 무관심의 행과 믿음 등에 의지한다’고 설명된 바와 같다.
‘믿음 등은 청정에 의지한다’고 한 것은 청정함을 따라 순응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신근(信根) 등 다섯 근은 청정분을 닦는 것이다.
‘아홉 근은 가령 무루라면 이 세 가지는 도에 의지한다’라고 한 것은
신근 등의 오근과 희근(喜根)ㆍ낙근(樂根)ㆍ사근(捨根)ㆍ의근(意根)의 아홉 가지 근은 유루ㆍ무루의 구별이 있음을 말한다.
만약 무루일 경우 그것은 도에 의지하는 까닭에 세 근이 건립된다. 즉 수신행과 수법행의 도에 포함된다면 이것은 미지근(未知根)이다.
또 만약 신해탈(信解脫)이나 견도(見到)의 도에 포함된다면 이것은 이지근(已知根)이다.
또 만약 무학(無學)의 도에 포함된다면 이것은 무지근(無知根)이다.
이미 모든 근을 설명했다.
나머지 인연에 관해서는 「택품(擇品)」에서 곧 설명하게 될 것이다.
【문】이 모든 근은 어느 경계에 묶여있는가?
【답】
욕계에 네 가지 근이 있고 선근은 여덟 가지다.
색종(色種)의 근은 일곱 가지가 있고
마음의 법은 열 가지 있으니
하나는 마음이고 세 근은 둘이 된다.
‘욕계에 네 가지 근이 있다’고 한 것은
이른바 남근ㆍ여근ㆍ고근ㆍ우근은 욕계에 묶여 있음을 말한 것이다.
나머지 색근과 의근은 「계품(界品)」에서 설명한 바와 같다.
의근과 마찬가지로 신근 등과 사근의 경우도 역시 이와 같다.
낙근(樂根)과 희근(喜根)의 경우 그것이 만약 유루일 경우에는 욕ㆍ색계에 묶이나 무루일 경우에는 묶이는 일이 없다.
명근(命根)에 관해서는 「잡품(雜品)」에서 곧 설명하게 될 것이다.
또 세 가지 무루근(無漏根)은 끊어지지 아니하는 까닭에 어디에도 묶이지 않는다.
[선근]
【문】몇 가지가 선근인가?
【답】선근은 여덟 가지이다.
즉 신근(信根) 등 오근과 세 가지 무루근이 그것이니, 이것들은 선하며 사랑할 만한 보가 있기 때문이다.
명근(命根)과 여러 가지의 수(受) 등에는 거기에 과보가 있다고 말해야 하리라. 나머지는 「계품(界品)」에서 설명한 내용과 같다. ‘색종의 근은 일곱 가지가 있다’라고 한 것은 눈 등 일곱 근은 색에 속하고 나머지 근은 색이 아님을 말한 것이다.
[근과 마음]
【문】몇 가지가 그 성품이 마음에 속하고 몇 가지가 그 성품이 마음의 법에 속하며, 또한 몇 가지가 마음에 속하지 아니하고 몇 가지가 마음의 법에 속하지 아니하는 근인가?
【답】마음의 법은 열 가지이다. 즉 신근 등 오근과 다섯 가지의 수근(受根)이 그것이다. 이것은 마음과 상응하는 까닭에 마음의 법이다.
‘하나는 마음이다’라고 했는데, 의근(意根)이 곧 마음의 자성이다. 심상(心相)을 얻는 까닭이다.
명근(命根) 등 여덟 가지는 마음도 아니며 마음의 법도 아니다. 인연이 없는 까닭이다.
‘세 근은 둘이 된다’라고 한 것은 세 가지 무루근에는 두 종류가 있음을 말한 것이다. 즉 마음의 법과 마음이 그것이니, 성품이 많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근과 과보]
【문】몇 가지에 보응하는 과보가 있고, 몇 가지에 과보가 없는가?
【답】
이 모든 근 가운데
한 근과 열 가지에 과보 있는데
열두 가지 가운데 보생법(報生法)이 있다.
명근은 오직 보생법이다.
‘이 모든 근 가운데 한 근과 열 가지에 과보가 있다’고 했는데 우근(憂根)은 오로지 과보가 있는 근이다. 그것은 선ㆍ불선ㆍ유루인 까닭이다.
현재의 방편으로 생하는 까닭에 과보로 생긴 것도 아니고 위의(威儀)도 아니고 공교(工巧)도 아니다.
배워 익힌 법이 아닌 까닭에 역시 무루도 아니니, 번뇌로부터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의근(意根)의 경우, 불선과 선의 유루일 경우는 이는 과보가 있으며, 무루와 무기(無記)일 경우는 과보가 없다.
세 가지 수근(受根)도 역시 이와 같다.
고근(苦根)의 경우, 선ㆍ불선인 경우는 과보가 있으며 무기인 경우에는 과보가 없다.
신근(信根) 등 5근은 가령 유루일 경우에는 과보가 있으며 무루일 경우에는 과보가 없다.
나머지 명근(命根) 등 여덟 가지 근은 본질적으로 무기인 까닭에 과보가 없고, 또 세 가지 무루근(無漏根)도 과보가 없다.
[근과 보생법]
【문】몇 가지가 보생법이며, 몇 가지가 과보가 아닌가?
【답】열두 가지 가운데 보생법이 있다.
곧 색근에 속하는 일곱 근에는 보생법이 있고 과보 아닌 것도 있다.
이것은 「계품(界品)」에서 설명한 바와 같다.
의근(意根)과 네 가지 수근(受根)은 혹은 보생법이기도 혹은 과보가 아니기도 하다.
만약 선ㆍ불선의 과(果)라면 보생법이 된다.
‘명근은 오직 보생법이다’라고 한 것은 명근은 오로지 보생법임을 말한 것이다. 이로써 삼매의 과로 삼고자 하는 경우도 있다.
[태어남과 근]
【문】처음 태어날 때는 몇 가지 근의 과보를 얻는가?
【답】
둘 혹은 여섯ㆍ일곱ㆍ여덟은
최초로 태어날 때 얻는데
이는 욕계의 과보임을 알아야 한다.
색계는 여섯 무색계는 하나이다.
‘둘 혹은 여섯ㆍ일곱ㆍ여덟은 최초로 태어날 때 얻는데, 이는 욕계의 과보임을 알아야 한다’라고 했는데 이 모든 근은 점차로 생겨난다.
즉 태생(胎生)과 난생(卵生)과 습생(濕生)의 경우 그 처음 태어나는 순간에 두 가지 근, 즉 신근(身根)과 명근(命根)을 얻게 된다.
그 의근은 곧 오염된 것으로서 오염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마음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수생(受生)하는 까닭이다.
또 사근(捨根)의 경우도 역시 이와 같다.
나머지 근도 역시 얻게 되지만 그것은 과보가 아닌 까닭에 말하지 않은 것이다.즉 상계(上界)에서 몰생(沒生)할 때 앞에서 구하던 것을 모두 얻게 된다.
화생(化生)의 경우 형체 없는 근이 여섯 가지 생기나니, 즉 다섯 색근(色根)과 명근(命根)이 그것이다.
한 형태에는 일곱이 생기고 두 가지 형태에는 여덟이 생기는데, 이것은 오로지 욕계를 말한 것이다.
‘색계는 여섯, 무색계는 하나’라고 했는데 색계에서는 여섯 근을 얻는다. 오로지 화생(化生)이기 때문이다.
남녀의 구별이 없음은 이미 앞에서 설명하였다.
무색계의 경우는 오직 명근만이 존재한다.
[죽음과 근]
【문】목숨이 끝날 때는 몇 가지 근을 최후로 버리게 되는가?
【답】
넷ㆍ여덟ㆍ아홉 가지를 버리며
혹은 열 가지를 버리게 되는데
점차로 죽는 경우와 갑자기 죽는 경우다.
선하게 버리는 경우는 각기 다섯을 늘린다.
‘넷ㆍ여덟ㆍ아홉 가지를 버리며 혹은 열 가지를 버리게 되는데 점차로 죽는 경우와 갑자기 죽는 경우다’라고 했는데,
무기의 마음을 지니고 점차로 죽어 갈 때는 신근(身根)ㆍ의근(意根)ㆍ명근(命根)ㆍ사근(捨根)의 네 가지 근을 버리게 된다.
만약 형체도 없고 무기의 마음으로 일시에 죽을 때는 눈ㆍ코 등 다섯 가지 근과 의근과 명근과 사근 등 모두 여덟 가지 근을 버리게 된다.
무기심의 한 가지 형태는 아홉 가지를 버리고, 두 가지 형태는 열 가지를 버린다. 불선심 역시 그렇다.
【문】선한 마음을 지닌 경우에는 몇 가지 근을 버리게 되는가?
【답】선하게 버리는 경우는 각기 다섯을 늘린다.
만약 선한 마음을 지니고 목숨이 끝날 때는 신근(信根) 등 오근이 늘어난다.
이것은 욕계에서 죽었다가 다시 욕계에 태어나는 경우를 말한 것이다.
욕계에서 죽어서 다시 더 높은 세계에 태어나는 경우는, 형체가 없는 생명이나 두 가지 형체의 생명은 여기서 제외된다. 욕계를 떠난 생명은 함께 여기에 드는 생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색계ㆍ무색계에서 목숨이 다할 경우는 그 얻은 근에 따라 역시 이와 같이 설명되지만, 점차로 목숨이 다하는 경우는 없다.
이것은 여러 근이 눈앞에 나타난 것을 버리는 경우를 말한 것이지 성취된 근을 버리는 경우를 말한 것이 아니다.
불은몰무기의 경우는 얻은 것의 버림[得捨]을 설한다.
착한 사람이 이 세상에서 목숨이 끝나서 곧 이곳에 태어나면 행사(行捨)를 말하게 되지만,
만약 다른 세계에 태어나게 되면 득사(得捨)가 된다.
[근의 끊음]
【문】몇 가지를 견해로 끊고 몇 가지를 수행으로 끊으며 몇 가지를 끊지 못하는가?
【답】
두 가지 끊음과 끊지 못함은 넷이다.
여섯 가지 근은 두 종류로 구분되고
두 무루근은 끊어지지 않으며
나머지는 수도(修道)로써 끊는다.
‘두 가지 끊음과 끊지 못함은 네 가지이다’라고 했는데 의근(意根)과 낙근(樂根)과 희근(喜根)과 사근(捨根)의 경우 세 종류의 구분이 있다.
혹은 견도(見道)의 단계에서 끊기도 하고 혹은 수도(修道)의 단계에서 끊기도 하고 혹은 끊어지지 아니하는 경우도 있다.
즉 수신행과 수법행의 도에서 끊어지는 것을 견단(見斷)이라고 설하고
신해탈(信解脫)과 견도(見到)의 도에서 끊어지는 것을 수단(修斷)이라고 설하며
무루를 부단(不斷)이라 설한다.
‘여섯 가지 근은 두 종류로 구분된다’라고 했는데,
우근(憂根)은 견도(見道) 및 수도(修道)의 단계에서 끊게 되고
신근(信根) 등 오근은 수도(修道)의 단계에서 끊어지거나 끊어지지 않는 것으로, 견도의 단계에서 끊어지는 근이 아니다. 그것은 오염되지 아니한 근이기 때문이다.
‘세 가지 무루근은 끊어지지 아니한다’라고 한 것은 오로지 무루이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수도로써 끊는다’라고 한 것은
나머지 아홉 가지 근은 수도의 단계에서 끊게 됨을 말한 것이다.
즉 명근(命根) 등 여덟 가지 근은 불은몰무기인 까닭에 견도(見道)의 단계에서 끊어지는 근이 아니며,
생사윤회에 떨어지기 때문에 끊어짐이 없는 근도 아니다.
또 고근(苦根)은 오식(五識)의 바탕과 상응하는 근인 까닭에 견도(見道)에서 끊어지는 근이 아니다.
또한 번뇌로부터 생하는 까닭에 끊어지지 아니하는 근도 아니다.
[근의 성취]
【문】가령 근을 성취할 경우 그는 몇 가지 근을 성취하는가?
【답】
혹은 세 가지 혹은 네 가지 근을 성취하거나
혹은 다섯ㆍ일곱ㆍ여덟 가지 근을 성취하고
열한 가지와 열두 가지를 성취하니
이것을 정해진 성취라 한다.
만약 의근(意根)이 성취되면 반드시 세 가지 근이 성취된다. 즉 의근과 명근(命根)과 사근(捨根)이 그것이다. 나머지 근은 성취되기도 하고 성취되지 아니하기도 한다.
눈ㆍ귀ㆍ코ㆍ혀의 근은 만약 색계에 태어날 경우 반드시 성취되고, 만약 욕계에 태어날 경우 얻어서 잃지 아니한다면 성취된다.
또 만약 무색계에 태어나거나 욕계에 태어날 경우 태 안에 있을 때 모든 근이 점차 두터워지다가 얻은 것을 잃게 되면 성취되지 아니한다.
신근(身根)의 경우 만약 욕계나 색계에 태어날 경우 반드시 성취된다. 그러나 무색계에 태어날 경우에는 성취되지 아니한다.
낙근(樂根)의 경우 변정천(遍淨天)에 태어나거나 혹은 아래 세계 및 성인이 윗 세계101)에 태어났을 경우 반드시 성취된다. 그러나 범부가 윗세계에 태어날 경우 성취되지 아니한다.
희근(喜根)은 광음천(光音天)에 태어나면 반드시 성취된다.
나머지는 낙근의 설명과 같다.
고근(苦根)의 경우는 욕계에 태어나면 반드시 성취되나 윗세계에 태어날 경우 성취되지 아니한다.
우근(憂根)의 경우 욕계를 벗어나지 못하면 반드시 성취되나 욕계를 벗어나면 성취되지 아니한다.
신근 등 5근은 선한 근이 끊어지지 아니하였을 경우 반드시 성취되나 선근이 끊어지면 성취되지 아니한다.
무루의 세 근은 성인의 경우 경지에 따라 반드시 성취된다.
경지라 함은 견도(見道)ㆍ수도(修道)ㆍ무학(無學)의 경지를 말한다. 그러나 범부의 경우는 성취되지 아니한다.
의근(意根)과 같이 명근(命根)ㆍ사근(捨根)의 경우도 이와 같다.
만약 신근이 성취될 경우 반드시 네 가지 근 즉 신근ㆍ의근ㆍ명근ㆍ사근이 성취된다는 것은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다.
만약 낙근이 성취될 경우에도 명근ㆍ의근ㆍ낙근ㆍ사근 등 네 가지 근이 성취된다.
만약 안근(眼根)이 성취될 경우 다섯 가지 근이 반드시 성취되나니, 즉 신근ㆍ의근ㆍ명근ㆍ사근 및 안근이 그것이다. 귀ㆍ코ㆍ혀의 근의 경우에도 역시 이와 같다.
만약 희근(喜根)이 성취될 경우 역시 희근ㆍ낙근ㆍ의근ㆍ명근ㆍ사근 등 다섯 가지 근이 성취된다.
또 만약 고근(苦根)이 성취될 경우 신근ㆍ의근ㆍ명근과 네 가지 수근(受根) 등 일곱 가지 근이 반드시 성취된다.
그러나 우근(憂根)은 여기서 제외된다.
또 만약 남근(男根)이 성취될 경우 반드시 여덟 가지 근이 성취되나니, 즉 앞에서 말한 일곱 가지 근과 하나의 형체가 그것이다. 여근(女根)의 경우도 역시 이와 같다.
만약 우근이 성취될 경우도 또한 여덟 가지 근이 성취되나니, 즉 신근ㆍ의근ㆍ명근과 다섯 가지 수근이 그것이다.
만약 신근이 성취될 경우도 또한 여덟 가지 근이 성취되나니, 즉 신근(信根) 등 오근과 의근ㆍ명근ㆍ사근이 그것이다.
정진근ㆍ염근(念根)ㆍ정근(定根)ㆍ혜근(慧根)의 경우도 역시 이와 같다.
만약 이지근(已知根)이 성취될 경우 반드시 열한 가지 근이 성취되나니, 즉 의근ㆍ명근ㆍ희근ㆍ낙근ㆍ사근ㆍ신근 등의 오근 및 이지근이 그것이다.
무지근(無知根)의 경우도 역시 이와 같다.
만약 미지근(未知根)이 성취될 경우 열세 가지 근이 반드시 성취되나니, 즉 신근ㆍ의근ㆍ명근ㆍ고근ㆍ낙근ㆍ희근ㆍ사근 및 신근 등의 다섯 가지 근과 미지근이 그것이다.
[근의 성분의 과보]
【문】몇 가지 근이 성문(聲聞)의 과보를 얻는가?
【답】
아홉 근은 초과(初果)를 얻고
혹은 두 사문의 과보를 얻으며
이른바 열한 가지 근으로써
네번째 과를 구경(究竟)한다.
‘아홉 근은 초과를 얻는다’라고 한 것은
아홉 가지 근으로 수다원과(須陀洹果)를 얻는다는 것으로, 의근ㆍ사근ㆍ신근 등 오근(五根)과 미지근(未知根)ㆍ이지근(已知根)을 말한다.
미지근(未知根)은 무애도(無碍道)로 통하고 이지근은 해탈도로 통하는데 모두 일곱 근이 있다.
‘혹은 두 사문의 과보를 얻는다’라고 했는데,
만약 갑절로 욕망이 다 사라진[倍欲盡] 사다함과(斯陀含果)를 얻는 경우는 또한 아홉 근이니, 이는 앞에서 말한 내용과 같다.
만약 욕망과 애착이 다 사라진 아나함과(阿那含果)를 얻게 되는 경우는 또한 아홉 근이니, 이는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
세 가지 수근(受根)은 작용하는 곳에 따라 말하게 된다.
만약 차례로 사다함과를 얻을 경우 세속의 도라면 일곱 근이 작용하니, 즉 의근ㆍ사근 및 신근 등의 오근이 그것이다.
무루도(無漏道)에 있어서는 여덟 근이 작용하니, 앞에서 말한 일곱 가지와 이지근이 그것이다.
또 차례로 아나함과(阿那含果)를 얻는 경우 역시 이와 같다.
‘열한 가지 근으로써 네 번째 과를 구경한다’라고 한 것은
열한 가지 근으로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얻음을 말한 것이다.
이른바 의근(意根) 및 세 가지 수근(受根)과 신근 등의 오근과 이지근(已知根)ㆍ무지근(無知根)등이 그것이다.
이 경우 이지근은 무애도(無碍道)이고 무지근은 해탈도이다.
【문】이것은 어떻게 정한 것인가? 분정(分定)인가? 용정(用定)인가?
만약 분정이라면 아나함과에도 역시 세 가지 수근(受根)이 있고,
만약 용정이라면 이 세 가지는 작용이 없게 된다.
두 가지 수근조차도 동시에 행해지는 일이 없거늘 하물며 세 가지이겠는가?
【답】작용으로 정한 몸[用定身]인 까닭이며,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낙근(樂根)으로 아라한과를 얻었다가 그 경지에서 후퇴하게 되면 다시 희근(喜根)을 따라 얻으며,
만약 물러서게 되면 다시 사근(捨根)을 따라 얻게 된다. 게다가 아나함과는 이 수근(受根)으로 얻으며,
만약 거기서 후퇴할 경우 다시 이 수근(受根)을 따라 얻게 되지 다른 것으로 얻는 것은 아니다.
【문】세존께서는 경전에서 육식신(六識身)을 말씀하셨는데,
이 모든 인식은 어떤 경계를 인식하는 것인가?
【답】
만약 모든 근의 내용을 취하면
다섯 종류의 마음의 경계가 있고
만약 일체법을 취한다면
이는 곧 의식(意識)이라 말한다.
‘만약 모든 근의 내용을 취하면 다섯 종류의 마음의 경계가 있다’라고 했는데
색등의 다섯 가지 경계는 다섯 가지 인식으로 취하게 된다.
즉 안식(眼識)은 색을 취하고 내지 신식(身識)은 촉감을 취하게 되는 등이 그것이다.
이는 자상(自相)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며 또한 현재의 경계이기 때문이다.
‘만약 일체법을 취한다면 이는 곧 의식이라 말한다’라고 했는데,
의식(意識)은 모든 법을 연하나니 공상(共相)의 경계이기 때문이며 사유이기 때문이다.
또한 누누이 염(念)하는 까닭이니, 이 내용의 자세한 설명은 「계품(界品)」에서와 같다.
이미 인식의 경계를 설명하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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