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여래부사의비밀대승경 제19권
23. 현왕천자품(賢王天子品)
[정법]
그때 적혜 보살마하살이 금강수보살대비밀주 앞에 나아가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평소 변화하신 것과 변화하신 일과 같이 그대 비밀주는 모든 변화하는 일을 따라 지을 수 있습니까?”
금강수보살이 말하였다.
“지금 부처님께서는 현전에 저를 위하여 증명하소서.
긍가(殑伽)의 모래알만큼 많은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변화하신 모든 일을 저도 부처님을 따라서 시행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갖가지 색상과 자재롭게 노니는 신통인데, 다만 숙세의 깊은 마음의 청정을 구경으로 삼을 뿐입니다.”
그때 적혜보살이 다시 금강수보살대비밀주에게 말하였다.
“제가 지금 대비밀주께 권청합니다.
원하옵건대 신통력으로 가지하고 호념하여 이 정법으로 하여금 뒷날의 5백 세 동안 널리 선설하여 유포되게 하시고,
저 정법으로 거둔 모든 보살 등으로 하여금 이 정법을 얻어서 수중에 지니게 하십시오.”
금강수보살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이 정법에 대하여 이미 함께 가지하셨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이 정법은 문자로 이루어졌는데 저 문자는 생겨남도 없고 다함도 없으며 또한 숨어 사라짐도 없으니, 그 문자와 말씀하신 이치를 숨겨 없앨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래께서 말씀하신 깊고 깊은 정법도 없어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어떤 법도 생겨남이 없기 때문입니다.
만일 법이 생겨남이 없으면 법은 멸함도 없습니다.
이와 같이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시거나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시지 않거나 간에 모든 법은 항상 머무르나니,
이른바 법성(法性)ㆍ법계(法界)ㆍ법주(法住)가 실제이고 청정합니다.
법이 이와 같기 때문에 말씀하신 바와 같이 모든 법이 연으로 생기며, 또한 서로 어기지 않습니다.
만일 법이 연으로 생기고 서로 어기지 않으면 이것이 곧 정법이며, 정법이기 때문에 없어지지 않습니다.
이와 같이 말씀하신 바를 정법이라고 합니다.”
[정법을 거두어 보호하는 법]
적혜보살이 말하였다.
“비밀주여, 어떻게 해야 정진의 갑옷을 입고 정법을 거두어들이고 보호할 수 있습니까?”
금강수보살이 말하였다.
“만일 모든 법에 대하여 서로 어기지 않으면 정진의 갑옷을 입고 정법을 거두어 보호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정법은 모든 법과 더불어 서로 어긋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적혜보살이 말하였다.
“어떤 법이 서로 어긋나는 것입니까?”
금강수보살이 말하였다.
“문자가 서로 어긋나기 때문에 법이 서로 어긋나지만 다시 생긴 법과 더불어 서로 어긋나지 않습니다.
만일 저것이 서로 어기지 않으면 이것을 정법을 거두어 보호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적혜보살이 말하였다.
“저 정법을 거두어 보호하는 것은 모든 세간과 서로 어긋납니까?”
금강수보살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왜냐하면 세간의 중생으로서 모든 견해를 집착하면서도 공이라는 말에 집착하는 이가 있으면
저 사람은 곧 세간과 서로 어긋납니다.
또 세간은 항상하고[常] 즐겁고[樂] 내가 있고[我] 청정하다[淨]고 말하면서 세간이라는 것은 무상(無常)하고 괴로움[苦]이고 무아(無我)이고 부정(不淨)하다고 하면
저 사람은 곧 세간과 서로 어긋납니다.
또 세간과 중생이 생사의 흐름을 따르고 정법의 흐름을 거스르면
저 사람은 세간과 서로 어긋납니다.
또 세간의 중생으로서 현세법(現世法)을 존중하여 정법을 보호하는 이가 타세법(他世法)을 존중하면
저 사람은 곧 세간과 서로 어긋납니다.
또 세간의 중생으로서 온ㆍ처ㆍ계를 취하여 정법을 보호하는 이가 모든 법은 취착할 수 없다 말하면
저 사람은 세간과 서로 어긋납니다.
적혜여,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이러한 까닭에 정법을 보호하는 이는 저 세간과 서로 어긋납니다.”
적혜보살이 말하였다.
“대비밀주여, 그대께서는 어떻게 정법을 거두어 보호합니까?”
금강수보살이 말하였다.
“내가 거두어 보호하는 것은,
말하자면 무아(無我)ㆍ무중생(無衆生)ㆍ무법(無法)으로 거두어 보호하는 것입니다.”
적혜보살이 말하였다.
“이것은 또한 어떤 것입니까?”
금강수보살이 말하였다.
“말하자면 나를 여의기 때문이며, 중생을 여의기 때문이며, 법을 여의기 때문이며, 나ㆍ중생ㆍ법을 여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과거를 여의기 때문이며, 미래를 여의기 때문이며, 현재를 여의기 때문이며, 과거ㆍ미래ㆍ현재를 여의지 않기 때문입니다.
3세를 여의기 때문이며, 3세를 여의지 않기 때문이며,
모든 부처님을 여의기 때문이며, 모든 부처님을 여의지 않기 때문이며,
국토를 여의기 때문이며, 국토를 여의지 않기 때문이며,
법을 여의기 때문이며, 법을 여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일 이와 같은 법을 통달할 수 있으면 정법을 거두어 보호할 수 있습니다.”
그때 세존께서 금강수보살대비밀주를 찬탄하며 말씀하셨다.
“훌륭하도다, 훌륭하도다. 대사여, 그대는 정법을 잘 거두어 보호하는구나.
만일 모든 법에 대하여 집착함이 없고 취함이 없으면 정법을 거두어 보호할 수 있다.
만일 모든 법에 대하여 유상(有相)으로 희론하나 취하는 것도 없고 모으는 것도 없으며, 모든 분별로 두루 헤아리나 다 분별이 없으면 정법을 거두어 보호할 수 있다.”
[현왕 천자의 변재]
그때 모임 가운데에 현왕(賢王)이라는 한 천자가 있었는데 앞에 나아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근지(近止)와 근적(近寂)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입니다.
만일 말씀하신 대로라면 모든 반연하는 바는 다 고요하게 머물러 관할 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 근적은 다시 화합하여 모든 법을 발생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비록 법이 적정하고 두루 고요하고 근적하나 또한 여래의 정법을 마음대로 수지하고 또 버리지 않습니다.
비록 다시 마음대로 수지하나 모든 법에 대하여 마음대로 수지하는 바도 없으며 버리는 것도 없습니다.”
저 천자가 이 법을 말할 때 모임 가운데에 있던 1천 비구가 마음의 해탈을 얻었으며, 1천 천자는 법안이 청정해졌다.
그때 적혜보살이 현왕천자에게 말하였다.
“어떻게 이 변재를 얻었는가?”
천자가 답하였다.
“모든 습기(習氣)를 끊고, 언어의 길을 여의어서 기억하고 말할 바도 없었으며, 승의제(勝義諦) 가운데서 어떤 법도 취할 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변재를 얻었습니다.”
적혜보살이 말하였다.
“천자여, 변재는 어떻게 출생하는가?”
천자가 말하였다.
“변재가 없기 때문이며, 변재를 여의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변재가 없다는 것은 그대로 화합이 없다는 뜻이며,
변재를 여의었다는 것은 그대로 희론을 여의었다는 뜻입니다.”
“다시 선남자여, 말한 바와 같거늘 어떻게 변재를 얻을 수 있는가?”
“만일 다른 사람을 위해 알고 있는 것을 표하여도 움직이지 않으며, 만일 알고 있는 것을 스스로 표하여도 머무는 것이 없습니다. 이와 같은 까닭으로 변재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 모든 반연하는 바에 대하여 생각으로 아는 것을 표하지만 장애가 없으며, 법성 가운데서 머무는 바도 없기 때문에 변재를 얻습니다.
또 모든 법 가운데서 지혜로 움직이는 바도 없고, 어떤 조그마한 법도 지혜로 알 수 있을 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변재를 얻습니다.
또 머묾이 없는 법 가운데서 나옴도 없고 들어감도 없으나 모든 염법을 뛰어넘기 때문에 변재를 얻습니다.
또 모든 법이 남이 없으나 생기고, 멸함이 없으나 멸하기 때문에 변재를 얻습니다.”
그때 적혜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희유합니다, 세존이시여. 이 현왕천자는 대변재를 구족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적혜여, 이 현왕천자는 금강수보살대비밀주가 설하는 여래의 비밀스런 정법을 듣고자 극락세계 아촉부처님의 국토 가운데에서 와서 여기에 이르렀느니라.
또 이 천자는 이미 모든 법상다라니(法相陀羅尼)에 따라 들어감을 얻었기 때문에 백 겁 동안에 바라는 바도 없으며, 저절로 걸림 없는 변재를 얻어서 말하는 변재마다 걸림이 없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