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버모리’는 단순히 “말하는 고양이”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인간 사회를 향한 아주 날카롭고도 유쾌한 풍자입니다. 사키는 이 작품을 통해 사람들의 위선과 허영, 그리고 겉으로는 점잖아 보이지만 속으로는 서로를 험담하고 경계하는 인간의 모습을 재치 있게 보여줍니다. 처음 이 작품을 읽었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사람들은 신기한 능력을 가진 고양이를 보고 놀라워했지만 곧 두려워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왜냐하면 토버모리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진실 그 자체보다, 자신들의 비밀이 드러나는 것을 더 무서워했습니다.
이 그림책에서는 원작 특유의 블랙코미디와 긴장감을 독자들도 쉽게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화려한 영국 저택과 우아한 파티 장면 속에서도 조금씩 얼어붙어 가는 사람들의 표정, 그리고 누구보다 침착하고 냉정한 토버모리의 모습을 통해 “누가 정말 이성적이고 솔직한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인간들은 말을 할 수 있지만 진실을 숨기고, 고양이는 동물이지만 가장 솔직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번 그림책에서는 고전문학 특유의 무거운 분위기보다는 영화 같은 장면 구성과 시네마틱한 조명을 통해 독자들이 한 편의 미스터리 영화처럼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응접실 안의 따뜻한 조명과 차가운 침묵, 웃고 있지만 불안해 보이는 사람들, 그리고 그 모든 상황을 조용히 바라보는 토버모리의 눈빛은 작품 전체의 핵심 감정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의 비밀은 궁금해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진짜 모습이 드러나는 것은 두려워합니다. 어쩌면 ‘토버모리’는 오래전 작품이지만 오늘날의 SNS 시대와도 닮아 있는 이야기인지 모릅니다. 누군가는 계속 자신의 모습을 꾸미고, 누군가는 남의 이야기를 퍼뜨리며, 또 누군가는 진실보다 체면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토버모리는 단순한 고양이가 아니라 인간 사회를 비추는 거울 같은 존재입니다.
이 그림책을 읽는 동안 독자 여러분도 토버모리와 함께 조용히 사람들을 관찰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을 때, “정말 이상한 존재는 말하는 고양이였을까, 아니면 비밀을 숨긴 인간들이었을까?”라는 질문을 한 번쯤 떠올려 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