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백광현 뒷이야기 32 - 청나라 요리사의 미각 상실
사암도인, 소가영 그리고 백광현은 전에 먹었던 너무나 맛난 만두를 잊지 못해
정말 어렵게 그 만두집을 다시 찾았다.
그런데 왠걸, 어찌된 일인지 예전의 그 맛이 아니었다! ㅠㅠ
청나라의 만두집 요리사는 미각을 상실했던 것이다.
그래서 전에 빚었던 그 신들린 맛의 만두를 만들지 못했던 것이다.
이것이 무슨 병일까...
고민하던 백광현은 눈을 번쩍이더니 다시 만두집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젓가락으로 주방장의 얼굴과 목을 쿡쿡 찔러댔다.
주방장 : 뭐하는 짓이요, 이게!
광 현 : 이렇게 해도 안 아프죠? 그런지 좀 됐죠?
주방장 : 뭐요?
광 현 : 머리도 무겁고 어지럽고 그리고, 최근엔 미각도 달라졌을테고.
아닙니까?
주방장 : ???
광 현 : 지금 당신은 두풍증을 앓고 있습니다.
그래서 안면에 마비가 오고
미각을 잃어 만두맛도 달라진 거에요!
여기서 두풍증(頭風證)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두풍증이 뭘까? 머리에 바람든 것?
무우에 바람들었다는 얘기는 들어봤는데... 사람 머리에도 바람이 드나?
두풍증에 관한 동의보감 내용을 가져와 보겠다.
"두풍증에 걸리면 목에서부터 귀, 눈, 입, 코, 이마까지가 마비되어 감각이 없다.
또한 머리가 무겁고 어지러우며 머리의 피부가 뻣뻣해서 감각을 모르고
입과 혀가 잘 놀려지지 않으며 음식맛을 모르며 귀가 먹고 눈이 아프며
혹은 눈썹 난 곳이 아래위가 잡아당기는 것같이 아프고 냄새에 지나치게 예민해진다."
청나라 만두집 주방장은 두풍증에 걸려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얼굴의 감각도 떨어지고 무엇보다 미각이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갑자기 쓰러지는 주방장!
백광현은 바로 응급처치에 들어갔다.
주방장의 혓바닥 아래를 갈라 돌을 꺼내는 것이 아닌가!
언뜻 봐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사건일 것이다.
실은 이 사건은 실존인물 백광현의 실제 치료사례에 기반한 에피이다.
실존인물 백광현의 일대기인 《지사공유사 부경험방》에 의하면
어떤 사람이 귀 앞의 피부에서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더니
갑자기 혼절하여서는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여러 의사들이 누구는 중풍이다, 누구는 놀라서 잠시 혼절한 것이다 하였으나
아무도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백광현을 불러서 환자를 진찰하게끔 하였다.
백광현은 환자를 살피고 맥을 짚어본 후 이를 석종(石腫)이라 진단하였다.
그런 뒤 침으로 혓바닥 아래를 째고서 은행 정도 크기의 돌덩어리를
여러 개 꺼내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환자는 바로 깨어났다.
주위 사람들이 이게 무슨 병인가 물으니 '이는 오랫동안 마셔왔던
술의 열기로 인한 것이다.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에게 간혹 이런 병이 있다.'라고
대답하였다고 한다.
이 사례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런 내용이다.
술을 오랫동안 마셔왔던 환자는 술의 열기로 인해 진액이 말라서 몸에 석종이 생겼던 것이다.
마치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이 결석이 생기는 것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진액이 마르는 것으로 인해 두풍증이 생겨났고 이로 인해
머리가 어지럽고 피부가 간지럽고 피부의 감각과 혀의 미각이 떨어지는 증세가 나타난 것이다.
구강건조증이라는 범주와 유사하다고도 볼 수 있다.
위의 내용이 이해가 안 되어도 사실 뭐 크게 상관은 없다.
실은 나도 '와우~ 이런 특이한 치료사례가 있었네' 하면서 놀랐던 내용이니깐.
혓바닥 아래를 갈라서 돌을 꺼낸다는 내용은 어느 의서에도 없는 내용이다.
어쨌든 기절한 청나라 주방장을 그의 혓바닥 아래를 째서 돌덩어리를 꺼내어 치료한 사건은
실존인물 백광현의 실제 치료사례를 극화시켜서 구성한 에피라는 것이다.
아래에 《지사공유사 부경험방》의 내용을 증거로 제출함. 혹시 못 믿어할까봐.
붉은색 밑줄 부분 번역
이는 석종(石腫)이다. 침으로 혓바닥 아래 이어진 부분을 째서 은행 정도 크기의
돌덩어리를 여러 개 꺼내자 환자가 곧 깨어났다.
뒷이야기의 뒷이야기>
《백광현뎐》 1권의 <폐옹(肺癰) - 신묘한 안목> 편을 보면
이 사례가 언급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으악~ 글로만 보다가 화면으로 보니 혐짤은 혐짤이네요.
그런데 은행 정도 크기의 돌을 여러 개 꺼내야 하는데,
그렇게 했다간 더욱 심한 혐잘이 되어서 채널 돌아갔을려나요?
(33번째 이야기 곧 이어짐)
드라마 <마의> 주인공은 실존인물 백광현이다.
그의 행적을 찾고자 조선의 기록을 다 뒤졌다.
그의 감동 깊은 일생을 함께 나누고자 책을 썼다.
《조선 최고의 외과의사 백광현뎐》
EBS 교육방송 책 읽어주는 라디오
<소설마당판>에서 백광현뎐 다시듣기 가능
http://home.ebs.co.kr/madang/m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