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국화
이윤학
한 줄에 묶인 개들은 터럭 같은 게 자꾸 혀에 달라
붙어 안 떨어지는 느낌을 알 수 없을 것이야 고동색
플라스틱기와지붕에 올라간 개들의 불안을 모르는
딱따구리가 사력을 다해 오동나무를 쪼아댔지 어제
도 됫병소주를 몇 병인가 조장 낸 조 씨 노인은 움
켜쥔 주먹을 모으고 움막에서 벌벌 떨었을 것이야
한 번만 살려달라고 한 번만 살려주면 다신 술을 입
에 안 대겠다 또 밤새 빌었을 것이야 택시운전을 하
는 주인은 오늘도 오지 않을 것이야 터미널에서 역
에서 무작정 손님을 기다릴 것이야 왜 이렇게 입맛
이 없어지는지 제아무리 우물물을 들이켜도 원초적
인 갈증은 풀리지 않겠지 비행운이 생기다 만 하늘
에 백굴비 비늘구름이 선명해 지는 한낮 방치된 텃
밭의 이 끝과 저 끝에 연결된 와이어 줄은 닳아 없
어지지 않아 불개미들이 파먹는 사료를 물끄러미 바
라보는 눈들을 네 개의 태양이라 할 수 없겠지 완충
된 태양광 모형 CCTV카메라가 개들의 눈을 향해
발광하는 붉은빛을 주입시켰지 오늘은 누구라도 배
낭을 지고 산길을 올라올 것이야 좋아서 어쩔 줄 모
르는 동작을 잊지 않기 위해 뻣뻣해진 털도 빠지지
않는 노구를 흔들어 봐야지 너는 순간의 내가 수없
이 겹쳐진 그림자였어 이젠 싸울 힘도 없는 그림자
들이 지들이 살던 개집 지붕에 올라가 희멀건 하늘
을 둘러본다 개들의 와이어 줄을 따라 수레국화 꽃
밭이 생겼다 여기가 하늘이 아니라는 게 분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