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계룡산에 있는 신원사(新元寺)를 보러 갔다.
이 절은 입구부터 다른 절과 매우 다르다.
보통은 절의 입구에 주차장이 있어 일주문(一柱門)부터는 걸어 들어가야 하는데
진입로 입구에 차단기가 있고 주차장은 보이지 않는다.
조금 기다리니 저 앞에서 청소를 하던 여직원이 내가 서 있는 것을 보고 뛰어 와 차단기를 열어준다.
주차장이 어디냐고 물으니 그냥 쭉 들어가란다.
일주문(一柱門)을 지나고 사천왕문(四天王門)옆을 지나 종무소(宗務所)옆 수각(水閣) 앞에 이르니 차들이 많이 서 있다.
하는 수없이 차를 주차시켜놓고 다시 걸어서 일주문(一柱門)까지 내려간다.
우리나라에 일주문(一柱門)앞에 해치( 獬豸)가 앉아 있는 절이 몇이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처음 보는듯하다.
일주문 양 기둥에 주련(柱聯)이 있고 그 아래에는 음을 달아 놓았다.
歷千劫而不古(역천겁이불고)
"천겁을 지나도 오랜 것이 아니고,
亘萬歲而長今(긍만세이장금)
만년을 이르러도 언제나 지금이다."라는 뜻일까?
일주문 뒤에 있는 편액에는 "鷄龍中嶽涅槃宗刹"(게룡중악열반종찰)이라고 써 있다.
"계룡산 중악전(中嶽殿)이 있고, 열반종(涅槃宗)의 개산조(開山祖)인 "보덕화상"(普德和尙)이 창건했다"는 뜻이란다.
일주문 뒤로는 양쪽으로 용이 조각되어 있는것으로 보아 일반 절과는 확실하게 다르다.
일주문을 지나면 양쪽으로 돌탑이 있는데 마치 제주도의 방사탑(防邪塔)처럼 만들었다.
나무가 울창한 길을 따라 오르다 개울을 건너면 왼쪽으로 부도전(浮屠殿)이 있다.
말이 부도전(浮屠殿)이지 아무 설명도 없고 조금 쓸쓸하다.
게다가 오래된 부도는 누구의 것인지 알 수도 없었다.
영파당 기석(映波堂 琦石)스님은 잘 모르겠다.
벽암당 동일(碧岩堂 東日)스님은 불교 조계종 명예 원로의원이였다고 한다.
2005년 5월 6일 오전 8시 세수 81세, 법랍 60세로 충남 공주 신원사 벽수산방에서 입적했다.
벽암당 스님은 대처승을 몰아내는 불교 정화운동에 맹렬히 앞장스셨던 스님이었다고 한다.
끝에는 비(碑)는 없고 탑(塔)만 있는 초부당(草夫堂) 탑이 있다.
탑 아래에 각자(刻子)가 있어 자세히 본다.
懶夢未曾醒이러니
滿雲煙滿地春이로다.
若非鏡峰和尙인데
虛過此一春이로다.
게으른 꿈이 아직도 깨지 않더니
온 땅에 구름과 연기가 가득하고 온 땅에 봄이 가득합니다.
경봉 스님이 아니셨더라면
이 봄을 헛되이 보냈을 것입니다.
示中寂音消息은
吾非寂音이오니
問於寂音何如 呵呵
보내오신 글 가운데 적음 소식은
저는 적음이 아니니
다른 적음에게 묻는 것이 어떨런지요. 하하.
寂音禪師示 鏡峰禪師 答信
적음선사가 경봉스님이 보낸 편지의 답신인데
아마도 경봉스님께서 적음스님과 약간 관계없는 이야기를 하셨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제 내가 궁굼해진다.
어디서 " 초부당 적음"(草夫堂 寂音)이란 스님의 부도(浮屠)를 본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찾아보니 수유리의 화계사(華溪寺)에 있는 부도전(浮屠殿)에서 본 기억이 났다.
그러면 적음(寂音)스님의 사리를 두 곳에 안치했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어떤 사유인지 알았으면 좋겠다.
부도전(浮屠殿)에서 나와 조금 올라가면 "신원사 안내문"이 있다.
안내문 왼쪽으로는 사천왕문(四天王門)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고 그옆으로는 차로 가는 길이 있다.
오른쪽으로는 계룡산과 신원사 부속암자로 가는 길이다.
계단을 올라가면 사천왕문의 주련이 보인다.
四大天王威勢雄(사대천왕위세웅)
從善有情貽福蔭(종선유정이복음)
罰惡群品賜災隆(벌악군품사재륭)
護世巡遊處處通(호세순유처처통)
사대천왕 위세는 크고도 웅장하여라
선하고 착한이에게는 복을 내리시고
악한 무리들에게는 벌과 재앙을 내리시도다.
세상을 지키며 순유하며 곳곳에 통하시네
서방(西方) 광목천왕(廣目天王)과 북방(北方)다문천왕(多聞天王)
남방(南方) 증장천왕(增長天王)과 동방(東方) 지국천왕(持國天王)
사천왕문(四天王門)을 들어와 안에서 모습.
웬지 썰렁한 분위기다.